2019년 7월호

현장취재

누가 조현병 환자를 극한으로 내모나

적기 치료 실패, 저소득층 차별이 재앙 부른다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19-07-04 14: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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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현병 환자는 ‘흉악범’ 아니라 ‘부적응자’

    • 좋은 치료제 나와도 못 쓰게 만드는 시스템

    • “가족한테 모든 책임지울 거면 국가는 왜 있나”

    • 중증정신질환 대처, 지금이 골든타임

    하루가 멀다 하고 조현병 관련 소식이 들려온다. 주로 강력범죄 혹은 대형사고에 대한 것들이다. 정재훈 수원 아주편한병원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이런 상황에 우려를 표했다. 

    “과거 정신분열병에 대한 사회 인식이 좋지 않았다. 이것을 개선하고자 병명을 조현병으로 바꿨는데 이 이름에 대한 거부감이 오히려 커지는 분위기다.” 

    이영문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재단 대표(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도 “요즘 뉴스를 보면 조현병 환자는 늘 사건사고를 치는 미친 사람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는 그릇된 믿음이라는 게 이 대표 설명이다. 그는 “조현병은 상태(state)일 뿐 기질(trait)이 아니다. 의학적으로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 문제는 조현병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좋지 않은 상태에 있을 때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4월 경남 진주 한 아파트에 불을 지른 안인득은 조현병 진단을 받고도 병원진료를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6월 고속도로를 역주행해 인명사고를 낸 40대 남성은 조현병 약을 처방받았으나 복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전문가들은 “지금 우리 사회가 주목할 것은 바로 이 부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사회 불안의 책임을 조현병 자체에 물을 게 아니라, 조현병 질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게 하는 시스템에 물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퇴행, 망상, 환각

    “조현병의 대표적 특징은 퇴행이다. 사람이 갑자기 ‘나잇값’ 못하고 어린아이처럼 변한다. 어찌 보면 치매 환자 같다. 그래서 한때 이 병을 ‘조발성 치매’라고 했다. 조현병 환자 가운데 폭력 성향을 드러내는 사람은, 내가 본 바로는 전체의 5%도 안 된다.” 



    정 원장 설명이다. 

    이 대표는 조현병의 주요 증상을 ‘사고체계의 혼란’으로 설명했다. 근거 없는 망상과 환각 증세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한 고교생은 처음에 같은 반 친구들이 똘똘 뭉쳐 자기를 괴롭힌다고 호소했다. 실제로는 그런 일이 없었다. 그 뒤엔 깡패들이 자신을 미행한다고 했다. 역시 실제와 달랐다. 자꾸 성기 부근에서 냄새가 난다고 씻기를 반복했으나, 냄새 또한 나지 않았다. 조현병으로 피해망상과 환취가 나타난 경우다. 이런 증세가 생기면 환자는 자신을 둘러싼 환경이 모두 무섭게 느껴지고, 주위 사람을 피하며 고립된 생활을 하게 된다.” 

    말하자면 조현병 환자는 보통 신체 기능이 떨어지고, 정신적으로 두려움과 혼란에 휩싸인다. 이 때문에 사회에서 도피하려는 성향을 보인다. 전문가들은 “조현병 환자 대부분은 흉악범보다는 사회부적응자가 된다”고 설명했다. 

    물론 두려움과 공포를 폭력적인 방식으로 표현하는 이도 일부 있다. 그러나 일반인에 비해 오히려 적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학회) 조사 결과 전체 범죄 중 조현병 환자에 의해 발생한 것은 0.04% 수준이었다. 학회는 “치료와 관리를 받고 있는 정신질환자의 범죄 가능성은 일반인의 강력범죄 가능성보다 현저하게 낮다.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는 수준”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조현병 환자인 박종언 ‘마인드포스트’ 편집국장도 이에 공감했다. 증세가 처음 나타나던 시절 그를 괴롭힌 건 분노보다는 공포와 불안이었다는 것이다. “한때는 누가 지나가다 내 얼굴만 쳐다봐도 ‘나를 무시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박 국장은 2000년대 초반 평범한 사회인이었다. 주간지 기자로 일했다. 어느 순간 피해망상, 대인공포 등의 증세가 나타나고 상황이 날로 악화했지만 병원에 가지 않고 버텼다. 그러다 결국 견딜 수 없는 순간이 와, 스스로 회사를 떠나고 말았다. 

    “큰 사고를 쳤던 건 아니다. 그저 내가 버틸 수 없었다. 이후 2009년 서울대병원에 입원할 때까지 밑바닥 생활을 전전했다. 구걸을 하고, 꽃게 배도 탔다. 일찌감치 병원을 찾아 치료받았다면 그 긴 시간을 고통스럽게 살지 않았을 텐데. 생각해보면 증세가 나타나고 병원에 가기까지 거의 10년이 걸렸다.” 

    박 국장은 입원치료와 재활을 거친 뒤 지금은 ‘정신장애인이 만드는 정신장애인을 위한 언론’을 창간해 일하고 있다. 조현병 환자도 망상을 치료하고 사회에 복귀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한 사례다.

    조현병 치료 사각지대

    경남 진주 한 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탈출하는 사람들을 무참히 살해한 안인득이 4월 18일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가는 모습(왼쪽)과 범죄 전 폭력적 성향을 드러내는 모습. 안인득은 조현병 환자지만 치료를 받지 않았다. [박경모 동아일보 기자]

    경남 진주 한 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탈출하는 사람들을 무참히 살해한 안인득이 4월 18일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가는 모습(왼쪽)과 범죄 전 폭력적 성향을 드러내는 모습. 안인득은 조현병 환자지만 치료를 받지 않았다. [박경모 동아일보 기자]

    문제는 상당수 조현병 환자가 박 국장처럼 ‘최후의 순간’까지 병원에 가기를 망설인다는 점이다. 정 원장은 “우리 사회는 조현병을 백안시하고, 더 나아가 혐오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조현병 증세를 가진 사람이 쉽게 병원에 갈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이렇게 사회적 낙인을 피하고자 버틸수록 증세가 악화하고, 치료 후 회복 또한 더뎌진다. 

    정신건강의학과에는 ‘정신질환 미치료기간(DUP)’이라는 용어가 있다. 증상 발현 후 DUP가 짧을수록 치료 반응 및 예후가 좋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2주 이내 치료를 권한다. 그러나 국내 환자들은 발병 후 치료까지 약 56주가 걸리는 걸로 드러났다. 아예 조현병 진단조차 받지 않는 환자도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조현병 유병률은 세계 각국에서 인구의 1% 정도로 나타난다. 우리 국민이 5000만 명이라고 할 때 약 50만 명 수준이다. 그런데 국내에서 조현병으로 진료받은 사람은 2017년 현재 10만 8000명에 불과하다. 조현병 방치와 치료 지연은 사회 전체에 막대한 피해를 남길 수 있다. 정 원장은 조현병을 ‘투명한 물에 떨어진 잉크 한 방울’로 설명했다. 

    “뇌에서 정신분열이 처음 일어나는 순간이 있다. 그걸 맑은 호수에 잉크 한 방울이 떨어지는 순간으로 생각해보자. 낙하 즉시 잉크를 걷어내면 나머지 물은 맑은 상태를 유지한다. 뇌손상도 마찬가지다. 조현병을 조기 발견해 치료하면 손상 부위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후 재활치료를 하면 뇌의 정상 부분이 손상 부위 기능을 상당 부분 대체하게 된다.” 

    정 원장 병원 1층 카페에서 일하는 조현병 환자 임정묵 씨가 그런 사례다. 올해 38세인 임씨는 군대에서 마음의 병을 얻었다. 군병원에서 조현병 진단을 받고 조기전역했다. 한동안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할 만큼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치료를 통해 지금은 신체 및 정신기능을 상당 부분 회복한 상태다.  이후 바리스타 자격증과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손님에게 커피를 대접한다. 

    임씨는 ‘without prejudice(편견 없이)’라고 적힌 파란 모자를 쓰고 있었다. 자신이 정신질환자임을 공표하는 일종의 ‘커밍아웃’이다. 그는 “나는 지금도 조현병 약을 먹고 있다. 하지만 카페에서 일하는 데 아무 지장이 없다”고 했다. 

    “고혈압 환자나 고지혈증 환자도 평생 약을 먹으며 증상을 관리하지 않나. 조현병도 그런 질환이다. 병원에 오는 환자들이 나를 보고 희망을 가지면 좋겠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이런 사례를 ‘치료 케이스’로 본다. 이 대표도 “의학 분야에서 치료는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완치 또는 관리다. 의학 질병 대부분은 관리 개념으로 치료된다. 이 관점에서 볼 때 조현병 치료 성공률은 심장질환보다 훨씬 높다”고 밝혔다. 적절한 치료를 할 경우 환자의 80%가 사회생활이 가능한 수준으로 회복된다는 것이다. 조기 발견 및 치료가 특히 중요한 이유다. 

    우리 사회에서 이를 가로막는 또 하나의 장애물로 의료정책을 지목하는 목소리도 있다. 백종우 경희대 의대 교수(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우리나라가 정신질환 급성기 치료와 만성기 치료를 구별하지 않는 걸 문제로 지적했다.

    좋은 약 있어도 못 쓴다?

    “조현병 같은 중증 정신질환은 발현 초기 집중 치료해야 한다. 이미 질환이 만성화한 환자는 재활치료에 집중하는 등 대응방식을 달리해야 한다. 이 때문에 상당수 선진국은 급성기 병동 의료 수가를 높이 인정해준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둘 사이에 차이가 없다.” 

    정신병원에 입원한 의료급여 환자를 차별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수가는 병원 등 의료기관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 뒤 국가 또는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는 돈을 의미한다. 국가인권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건강보험료를 내는 환자가 정신과에서 입원치료를 받을 경우 1일 수가는 2017년 기준 7만3651원이다.  반면 의료급여 환자는 4만5400원만 책정돼 있다. 식대(끼니당·일반식)도 건강보험 환자는 5600원, 의료급여 환자는 3440원으로 차이가 크다. 국내 조현병 입원 환자 중 60.5%가 의료급여 환자다. 이들이 병원에서 턱없이 적은 비용으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정 원장은 “현재로서는 의료급여 환자에 대한 치료가 전적으로 담당 정신과 전문의의 양심에 맡겨진 셈”이라며 “우리 병원을 비롯해 상당수 병원은 의료급여 환자를 차별하지 않는다. 하지만 건강보험 환자와 같은 수준의 식사를 주고, 치료를 차별 없이 제공할 경우 적자를 떠안아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최근 조현병 관련 약물 시장은 크게 성장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부작용이 적고 예후가 좋은 제품이 다수 개발됐다. 다만 가격이 비싸다. 박한선 서울대 비교문화연구소 연구원(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정신과 약물을 ‘1세대 항정신병 약물(정형 항정신병 약물)’과 ‘2세대 항정신병 약물(비정형 항정신병 약물)’로 구별했다. 

    “1세대 항정신병 약물은 처음 개발된 약으로 환청, 망상, 와해된 언어나 사고 같은 증상에 효과적이다. 그러나 많이 졸리고 멍해지며 안절부절못하는 부작용이 생긴다. 장시간 사용하면 몸이 떨리거나 굳고 비틀리기도 한다. 이런 증상은 한번 생기면 잘 없어지지 않는다. 

    이를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과정에서 2세대 항정신병 약물이 개발됐다. 한 번 주사를 맞으면 약효가 한 달간 지속되는 약물이 출시되는 등 환자 편의성도 높아졌다. 문제는 가격이다. 복제약이 일부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비싸다. 이 때문에 형편이 어려운 기초생활수급자나 국가유공자 등 의료급여 대상자는 좋은 약을 못 쓰고 값싼 약을 처방받는 경우가 있다.” 

    저렴한 조현병 약물을 먹다 부작용을 겪은 환자들은 약 처방을 받고도 복용을 꺼리게 된다. 한 정신과 전문의는 “부작용이 말로 하면 간단하지만 실제 생활에는 큰 불편을 준다”고 설명했다. 

    “조현병 환자 하면 손을 계속 돌리거나 같은 장소를 왔다갔다하는 사람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이게 대표적인 약물 부작용이다. 눈과 입, 혀를 지속적으로 움찔거리는 증상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1세대 약도 분명 망상이나 환각 증세를 고쳐준다. 하지만 이런 부작용이 발생하면 환자가 복용을 중단하게 된다. 그럼 증세가 다시 시작되고, 사회적 비용이 오히려 커진다. 가난한 사람이라도 최신 치료를 받게 해주는 게 결과적으로 이득 아닌가.” 

    상당수 전문가는 “선진국 가운데 정신과 진료에서 의료급여 환자와 건강보험 환자를 차별하는 나라가 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 대표는 “대만은 중증정신질환 진단을 받으면 국가에서 모든 치료비를 부담한다. 재난적 의료비용으로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현병은 그 어떤 병보다도 사회 전체에 큰 부담을 준다. 일반적으로 많은 돈과 노력을 들여 교육을 받은 뒤 막 본격적인 인생을 시작하려는 청년기에 이 병에 걸린다. 제때 치료받지 못하면 평생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모든 것을 의지하고 살게 될 수 있다. 유병률이 1%로, 국민 대부분이 가까이에 조현병 환자를 두고 있다. ‘치매국가책임제’처럼 정부가 책임지고 관리하는 걸 적극 검토해야 한다.”

    정신보건, 골든타임을 지켜라

    바리스타 임정묵 씨가 경기 수원 아주편한병원 1층에 있는 카페에서 음료 주문을 받고 있다. 조현병 환자인 임씨는 치료를 통해 사회생활에 지장이 없을 만큼 건강을 회복했다. 그가 일하는 카페는 정신질환자의 재활을 돕는 사회적기업 (주)마음샘에서 운영한다.  [홍중식 기자]

    바리스타 임정묵 씨가 경기 수원 아주편한병원 1층에 있는 카페에서 음료 주문을 받고 있다. 조현병 환자인 임씨는 치료를 통해 사회생활에 지장이 없을 만큼 건강을 회복했다. 그가 일하는 카페는 정신질환자의 재활을 돕는 사회적기업 (주)마음샘에서 운영한다. [홍중식 기자]

    최근 조현병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는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5월 복지부는 내년 중 17개 시도에 ‘정신건강 응급개입팀’을 설치한다고 밝혔다. 정신질환이 의심되는 사건·사고 현장에 요원을 출동시켜 응급상황 대응력을 강화하겠다는 게 골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단기 대책을 내놓을 게 아니라 이참에 국내 정신보건 시스템을 바로잡는 대수술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1인당 정신보건 예산은 약 2만4000원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3889원에 불과하다. 인구 10만 명당 정신건강 전문인력 수는 OECD 회원국이 50.7명인 데 비해 한국은 16.2명 수준이다. 

    OECD는 2014년 각 나라의 정신건강 현황 및 과제를 분석·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의 특징으로 △자살률 증가 △정신과 입원병상 증가 등 두 가지를 꼽았다. 지난 20년간 세계 각국은 정신과 입원병상을 줄이고 지역돌봄 서비스로 전환했다. 반면 한국은 적은 수의 전문가가 많은 환자를 ‘수용’하는 구식 정신의료 시스템을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병원 밖에서 정신보건을 관리할 정신보건센터도 현재 인구 20만 명당 1곳 수준으로 아일랜드(인구 2만5000~3만 명당 1개)에 비해 턱없이 적다. 대부분 비정규직인 센터 직원은 정신질환자 관리뿐 아니라 자살 예방, 인터넷 중독 예방 및 치료 등 각종 업무와 씨름한다. 이런 상황에서 급성기 조현병 환자는 좋은 집중치료를 받기 어렵고, 만성기 환자는 재활에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한다. 결국 조현병은 잠재적 불안 요소와 사회적 혐오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이에 대해 백 교수는 “우리나라 정신건강 예산은 복지부 보건 예산의 1.5% 수준에 불과하다. OECD 평균(5%)에 턱없이 못 미친다. 전반적 인프라 개선을 고려해 예산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조현병 환자 등 중증정신질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게 되면 부정적 인식과 혐오도 상당 부분 사라질 것으로 기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조현병 환자 아들을 둔 조순득 씨 사례는 우리나라 정신보건 체계의 문제점과 희망을 동시에 보여준다. 조씨 아들의 증세는 고3 시절 수능 시험을 치른 뒤 발현했다. 한 달 입원치료 후 증세가 나아져 약 복용을 중단했더니 1년 만에 재발했다. 이후 조씨는 아들을 치료하고자 안 해본 일이 없다. 아들은 오랜 재활치료를 거쳐 2017년 한 행정기관에 무기계약직으로 취업했다. 현재 나이 42세. 20여 년의 노력 끝에 이뤄낸 사회 복귀다. 조씨는 “우리 아들은 회사에서 성실하고 친절한 직원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단, 그 과정에서 가족이 큰 노력을 기울인 것도 강조했다. 조씨는 정부 책임을 촉구하며 이렇게 말했다. 

    “조현병 환자 가족은 대부분 극빈층이다. 환자 뒷바라지하느라 집안 살림이 거덜 나고, 가족 관계까지 파탄 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다행히 버텼다. 중간에 지쳐 나가떨어져 버리면 환자는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한다. 그 과정에서 사회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더는 가족에게 책임을 미루지 말고, 정부가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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