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국방·수출산업화 첨병
Super Tier 1로 성장
MRO 허브로 도약
무인기·PAV 기술 선도
KAI는 미국 해군 노후 항공기를 최신 해상초계기로 성능 개량해 한국 해군에 납품했다.
2001년 인도네시아가 KT-1B를 도입하면서 한국은 항공기 수출 시대를 열었다. KT-1T는 터키 공군의 무장 겸용 기본훈련기, KT-1P는 페루 공군, KT-1S는 세네갈 공군에 수출됐다. KT-1을 생산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활주로 너머로 보인다. KAI는 대한민국 항공우주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KFX 개발
T-50 고등훈련기, KUH 기동헬기 최종 조립 현장.
T-50이 항공기동에 일열로 늘어서 있다. T-50은 고등훈련기와 경공격기로 운용이 가능한 다목적 항공기다. T-50 개발 성공을 통해 한국은 세계에서 12번째로 초음속 항공기를 개발한 국가가 됐다. T-50은 인도네시아를 디딤돌로 이라크, 필리핀, 태국에 수출됐다. 경공격기·고등훈련기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이상동 고정익생산기술팀 부장이 KFX(한국형전투기) 생산라인이 들어설 곳을 가리킨다. KFX 사업에 따른 항공기동 생산 시설 재배치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하는 그의 표정에 자부심이 가득하다.
KFX는 8조 원을 투입해 2026년까지 KF-16+급 쌍발undefined 엔진 전투기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한국의 항공기 개발 역사와 기술 수준에서 쉽지 않은 도전이겠으나 KAI는 성공을 확신한다. KFX는 2020년대 이후 공군이 주력기로 사용할 기종이다.
KAI는 T-50, KT-1, KUH-1(수리온) 기동헬기, RQ-101(송골매) 무인기 개발에 성공했다. KFX와 LAH/LCH(소형무장/민수헬기)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다목적실용위성, 정지궤도복합위성, 차세대중형위성, 국방위성 개발에 참여하며 한국형발사체(KSLV-II) 총조립도 책임진다.
지식·노동 집약 산업
제조업 경쟁력이 예전만 못한 상황에서 항공우주산업은 신(新)성장동력 산업으로 주목받는다. 항공우주산업은 지식·노동 집약적 특성을 동시에 지녔다. 최첨단 과학기술이 융·복합된 미래 산업이면서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한다. 항공기 개발에 성공하면 양산과 후속 지원 등 40~50년간 일거리가 확보돼 안정적 이윤 창출과 성장이 가능하다.민수와 군수, MRO(항공정비·Maintenance, Repair, Overhaul), 세 날개로 도약하는 게 KAI의 목표다.
보잉787 항공기 복합구조재를 생산하고 있다.
에어버스에 납품할 A350 윙 리브 자동화 공정.
세계 항공우주 시장은 700조 원(2017년 기준) 규모로 해마다 3~4%씩 지속적으로 성장한다. 특히 여객 수요 증가로 인한 민항기 시장의 안정적 발전이 예상된다. 민항기 운영 대수가 증가하면서 구조물·부품·정비 산업이 동반해 확대될 전망이다. KAI가 군수, 민수를 기반으로 정비를 포함한 발전전략을 수립한 까닭이다.
KAI는 국산 항공기 개발로 자주국방에 기여했으나 군수만으로는 성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KFX, LAH, LCH 사업 등 군수 분야 대형 개발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 양산을 통해 장기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민수 분야에서도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게 KAI의 전략이다.
KAI는 민수 분야에서 수주 물량을 확대해 ‘슈퍼 티어(Super Tier) 1’ 업체가 되고자 한다. 슈퍼 티어 1은 공동개발 사업 투자를 통해 첨단 민항기 개발 단계부터 설계에 참여하고 생산·납품하는 핵심 협력사를 가리킨다. 쉽게 말해 보잉과 에어버스의 전략적 파트너가 되겠다는 것이다.
KAI 관계자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민수 완제기 개발에도 도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AH-64 아파치 헬기 동체.
“항공우주산업 큰 그림 짜야”
마정열 성능개량팀 부장은 정비를 받으러 들어온 미국 공군의 F-16 전투기를 가리키면서 “군용기뿐 아니라 민항기 정비사업을 확대해 한국 MRO 산업을 한 단계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했다.
KAI는 MRO 자회사인 한국항공서비스(KAEMS)를 통해 아시아·태평양 항공기 정비 허브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민간 항공기뿐 아니라 군 항공기의 정비 해외 의존이 심각한 수준이다. 군 항공기의 정비 유지비 중 ‘해외 정비’ 비중이 79%에 달한다. F-15K, KF-16, E737(조기경보기)의 해외 정비 비중은 각각 98%, 79%, 100%다(2016년 기준).
일본은 항공우주산업을 ‘민군 융합 제조업’ 개념으로 재구성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을 주축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 항공기 정비 거점도 구축했다. 한국도 정부 유관 부처 협의를 통해 항공기 설계, 개발, 제조, 정비, 성능개량을 아우르는 큰 그림의 산업정책을 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인기 시장도 확대일로다. KAI는 육군이 실전 배치한 군단급 무인기 RQ-101 개발·제작에 참여했으며 차기 군단급 무인기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 개발 중인 무인기를 기반으로 수직이착륙 무인기, 소형무인기, 무인전투기를 제작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인공지능과 연결된 PAV(Personal Aerial Vehicle·개인용 미래형 항공기)도 개발해야 한다.
위성·발사체 개발로 우주산업 견인
KAI는 한국 업체로는 유일하게 중대형급 위성 개발 기술을 축적해왔다. 아리랑 1호, 2호, 3호, 3A호, 5호, 6호, 7호 본체 개발 사업에 참여했다. 한국형우주발사체(KSLV-II) 총조립과 1단 추진체 탱크 개발에도 발을 담갔다. 위성, 발사체, 발사 서비스로 이어지는 우주산업에서도 한 획을 긋겠다는 게 KAI의 목표다.한국의 항공우주산업 생산 규모는 2017년 기준 40억 달러로 세계시장(700조 원)의 0.6%에 그친다. 이렇듯 아직은 규모가 작고 기반이 약해 기업 차원의 노력만으로 항공우주산업을 육성하기는 어렵다. 중앙 및 지방정부가 마중물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항공우주산업 발전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운송과 운항에 치중하던 항공산업 구조를 제조·정비로 확대·재편할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미국, 일본처럼 정부의 장기적 육성 정책 및 지원이 요구된다.
KAI 관계자는 “정부의 산업 육성 정책과 연구·개발(R&D) 지원 및 지자체의 인프라 지원을 통해 수주 경쟁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면서 “KAI가 확보한 물량을 중·소업체로 이전해 산업 전반이 커질 수 있도록 정부·지자체-KAI-중·소업체 간 새로운 상생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