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조세 쇼크’ 이후 영국 해군이 가장 먼저 도입
미국 해군은 중동·아프리카·남중국해 이지스함에 탑재
한국 해군도 확보 원하나 소요 반영 유보 중
해상에 전개된 FDS3디코이(decoy). decoy는 사냥감을 유인하기 위한 새, 바람잡이라는 뜻을 가졌다. [IRVINGQ]
해군이 현재 운용하는 세종대왕급 이지스함 3척은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레이더로 탐지·추적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요격 능력은 빠져 있어 ‘주먹’ 없이 ‘눈’만 있다는 지적을 들어왔다. 해군이 이지스함을 처음 확보할 때 미국식, 유럽식 전투체계를 두고 논란이 있었으나 미국식 체계를 채택한 것은 탄도미사일 방어(BMD·Ballistic Missile Defense) 능력에서 유럽식 체계가 실제로 요격이 가능한지 검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해군은 차기 이지스함에 미국, 일본 이지스함이 운용하는 SM-3급(최고 요격고도 500㎞) 요격미사일을 탑재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SM-3급이 탑재돼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이지스함이 전력화하면 패트리엇·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함께 다층 방어망이 구축된다.
건조 비용 1조 원 넘는 최강 전투함
해군 이지스 구축함인 세종대왕함. [해군본부 제공]
미국 해군은 이지스함 80여 척을 운용한다. 해양 패권의 첨병 노릇을 하는 이지스함은 건조 비용만 1조 원이 넘는다. 작전 운용 중 예기치 못한 손상을 입으면 전투력 손실에 따른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이지스함의 천적은 대함유도탄이다. 미군은 대함유도탄 공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자 하드 킬(Hard Kill·적의 유도무기가 타격하기 전 대응탄을 발사해 파괴하거나 무력화하는 방호 수단)로 대공유도무기, 함포, 근접 방어 시스템(CIWS)을 운용한다. 소프트 킬(Soft Kill·교란 등의 방법을 이용해 상대 공격체계에 마비나 장애를 일으키는 것)로는 전자전 장비와 대함유도탄 기만 체계(Decoy System)를 구축해 다중으로 방어한다.
이 같은 노력에도 중동 및 아프리카 연안에서 적대 세력이 발사한 대함유도탄에 이지스함이 피격되거나 피격 위험에 노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군은 방어체계를 재점검하는 과정에서 대함유도탄 기만체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미국 해군은 MK36 Super RBOC을 대함유도탄 기만체계로 운용해왔는데 레이더를 교란시키는 채프(Chaff)탄의 성능이 RF(Radio Frequency) 탐색기를 장착한 대함유도탄을 막아내는 데 미흡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미군은 영국 해군이 운용하는 FDS(Floating Decoy System·부유식 대함유도탄 기만체계)가 최적의 대체 수단이라고 봤다. FDS를 긴급 소요로 확보해 중동, 아프리카, 남중국해에 전개되는 이지스함에 우선적으로 탑재하고 있다.
영국 해군은 1982년 포클랜드 전쟁에서 아르헨티나 해군 항공기가 발사한 대함유도탄에 HMS 셰필드함이 격침되자 1980년대 중반부터 FDS를 주력 전투함에 장착했다. 셰필드함 격침은 영국에서 ‘셰필드 쇼크’ ‘엑조세 쇼크’로 불린다.
대함미사일 ‘속이는’ RCS
미국에 이어 캐나다, 뉴질랜드도 FDS를 확보해 운용한다. 일본, 대만, 인도네시아, UAE, 칠레도 FDS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FDS는 현대 해상작전에 특화된 기만체계다. 360° 전방위 방어가 가능하다. 바다 위에서 함정과 같은 움직임을 보인다. 실제 함정보다 큰 레이더 반사 단면적(RCS·Radar Cross Section)을 가진 터라 레이더에 실제 함정보다 훨씬 크게 나타난다. 대함유도탄이 FDS를 함정으로 오인하게 되는 것이다. 다른 전투체계와 연동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운용이 가능하고 다양한 전술 모드로 운용할 수 있다.
대함유도탄 기만체계로는 해상 부유식과 최근 개발된 공중 낙하산식이 있다. 공중 낙하산식은 해상 부유식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데다 전술 운용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한국 해군도 채프탄의 단점을 보완하려면 FDS의 탑재가 필요하다고 봤다. 타당성 검토를 거친 후 긴급 소요를 합참에 제기했으나 교란 수단인 채프탄과 플레어탄을 이미 보유하고 있으며 다른 방어 수단들도 탑재·운용하기에 FDS 추가 탑재는 곤란하다는 의견이 우세해 소요 반영이 유보돼 있다.
해군 병기병과장을 지낸 남무열 예비역 대령은 “한국 해군도 미국 해군처럼 실효성이 떨어지는 채프탄 대신 기만체계로 코너 반사경(Corner Reflector)을 사용하고자 한다면 공중 낙하산식보다는 해상 부유식을 확보해 함형별로 작전운용 개념을 고려한 최적의 기만체계를 운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조 원 넘는 금액을 투입해 건조한 고가의 전투함이 기만 장비 부족으로 유도탄에 피격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하지 말자. 해군 함정은 영해 밖에서는 국가를 대표하는 외교적 지위가 부여된다. 해외 파병 중 피격을 당하면 고가의 함정이 손상됐다는 차원을 넘어 대한민국이 공격받은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공격을 방어할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