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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란한 킹메이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文 ‘튀는 스타일’ 거부감, 이미 눈 밖에 났을 수도”

  • 송국건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요란한 킹메이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 ● “대통령 신임 과대포장 가능성”
    ● “청와대 입성 고사했나, 배제됐나”
    ● “대통령과 귀국 독대 우여곡절說”
    ● 국정원장 비밀면담 석연찮은 해명, 강금원 고문료…꼬리 무는 논란
    ● 내색 않지만 여당 일부 ‘反양정철’ 정서 팽배
[동아DB]

[동아DB]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통하는 양정철 민주당 민주연구원장의 요란한 광폭 행보가 정가의 화제다. 5월 14일 공식 취임 이후 약 한 달 동안 만난 사람들을 보면 양정철의 위세를 가늠할 수 있다. 취임 이틀 뒤 문희상 국회의장을 만났고, 그 이틀 뒤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 시민문화제’ 토크 콘서트에 출연했다. 

방송인 김어준이 사회를 본 이 행사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함께 패널로 등장한 양 원장은 ‘권력의 재단사’ ‘킹메이커 역할’을 자임하는 듯했다. 김어준 씨가 “민주당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영입할 수 있느냐”고 묻자 양 원장은 “유시민, 조국 두 분이 가세하면 다음 대선이 얼마나 안심이 되겠나”고 했다. 특히 유 이사장을 거론하며 “노무현 대통령 때 보건복지부 장관을 했다. 소년급제(당시 47세)를 한 것이다. 벼슬을 했으면 거기에 걸맞은 헌신을 해야 한다”고 역할론을 꺼내 유 이사장으로부터 “원래 자기 머리는 못 깎는다”는 말을 끌어냈다. 

정권은 조기에 차기 대선주자가 부각되는 걸 꺼린다. 미래 권력 줄 서기라도 시작되면 현재 권력인 대통령에게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후계구도가 정해지면 차기 주자가 정부 정책에 야당 못지않게 반기를 들며 몸값을 높이기도 한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의 이회창, 이명박 정부 때의 박근혜가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양 원장은 문재인 정부 임기가 3년차로 들어가는 시점에 이너서클 안에서 ‘포스트 문재인’ 후계자를 적극 띄우는 상황을 조성하고 있다. 양 원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진보진영은 사람과 가치로 국민 마음을 얻어야 한다. 사람은 차고 넘칠수록 좋다. 정치 변화의 주기가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점점 빨라지고 있다”고 이유를 댔다. 

하지만 진짜 속내는 여권에서 ‘친문’이 조기 쇠퇴할 위험에 빠졌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내년 4·15 총선에서 친문에 의한 공천학살을 걱정한 현역 의원들이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문 김태년 의원 대신 이인영 의원을 당선시켰다. 그러자 친문이 오히려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강력한 친문 차기 주자를 조기에 부상시켜 여권 장악력을 유지할 목적으로 유시민, 조국 띄우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한 사람 두고 “일행” “모임”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가운데)이 5월 21일 서울 강남구 한 한정식집에서 서훈 국정원장(왼쪽)과 함께 나오고 있다. [더팩트 제공]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가운데)이 5월 21일 서울 강남구 한 한정식집에서 서훈 국정원장(왼쪽)과 함께 나오고 있다. [더팩트 제공]

정가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존재감을 과시한 양 원장은 토크 콘서트를 연 날로부터 사흘 뒤인 5월 21일 서훈 국가정보원 원장과 강남 한정식집 심야 회동을 했다. 여권 내부에서 “사고 쳤다”는 말이 나온다. 취임하며 민주연구원을 ‘총선 병참기지’라고 한 양 원장과 국정원장의 만남은 정보기관의 총선 개입 의혹을 낳았다. 

회동 사실이 보도되자 양 원장은 “서 원장께 모처럼 문자로 귀국 인사를 드렸고, 서 원장께서 원래 잡혀 있던, 저도 잘 아는 일행과의 모임에 같이 하자고 해 잡힌 약속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나중에 확인된 동석자는 복수의 사람을 주로 의미하는 ‘일행’이나 ‘모임’이 아니라 MBC 김현경 기자 한 명이었다. 양 원장의 해명이 석연치 않은 것이다. 

양 원장은 회동 성격에 대해 “사적인 지인 모임이어서 특별히 민감한 얘기가 오갈 자리도 아니었고 그런 대화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시절의 원세훈 원장과 박근혜 정부 때의 국정원장들이 줄줄이 선거개입 혐의로 처벌받았으면 문재인 정부에선 이런 오해를 살 만남을 피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김현경 기자는 “저녁 자리에서 총선 얘기는 없었다”고 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제가 파악하기론 해당 기자가 ‘재수회’ 모임 멤버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재수회’는 문재인 후보의 2012년 대선 패배 후 문 후보를 재수시켜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모임으로 알려져 있다. 서 원장 외에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조국 민정수석 등이 멤버라고 한다. 

서 원장의 비례대표 국회의원 신청 이력 등으로 볼 때 4시간이 넘는 대화 중에 총선 얘기가 나오지 않았다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서 원장은 이명박 정권 이후 28년간 근무한 국정원을 떠나 이화여대 초빙교수로 재직하다 19대 총선 때 민주당 비례대표를 신청했다가 탈락했다. 이후 문재인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다. 

양 원장과 서 원장의 회동은 범(汎)여권 안에서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만약 사실이라면 매우 부적절한 만남이자, 촛불의 기반을 흔드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했다.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 의혹이 제기됐다. 사적 만남을 민주국가에서 통제할 수 없지만, 정치적 중립을 요구받는 국정원장은 오해를 사지 않는 신중한 행동을 보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정철의 힘’은 차기 대선주자를 포함해 여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과 줄줄이 만나는 데서도 확인된다. 민주연구원이 각 지자체의 정책연구원과 업무협약을 맺는 과정에서 양 원장은 박원순 서울시장을 시작으로 이재명 경기지사, 박남춘 인천시장, 김경수 경남지사, 오거돈 부산시장, 송철호 울산시장 등을 만났다.


관권선거 시비까지…“도움 될지”

정당의 정책연구원장이면 지자체의 정책연구원장이 파트너여야 격이 맞지 않느냐는 지적과 별개로 관권선거 시비가 불거졌다. 양 원장이 스스로 총선 병참기지를 자임했기에 지자체를 순회하며 시도지사와 접촉하는 자체만으로도 오해의 소지는 충분하다. 

정점식 자유한국당 의원은 “민주연구원과 지자체 간 협약은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며 “최근 민주연구원이 서울연구원, 경기연구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는데 연구원의 당연직 이사 및 감사는 현직 공무원”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중앙선관위는 “업무협약을 맺는 것만으로 선거법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특정 정당의 선거공약을 개발하는 행위는 위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총선 국면에서 휘발성 강한 논란으로 번질 수도 있는 셈이다. 

처음부터 무리수를 남발하는 양 원장의 이런 행태가 문재인 정부에 부담이 되고 선거에서도 역효과를 낼 거란 관측도 많다. 김정현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양정철이 너무 요란스럽다.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면 행동 하나하나를 조심해야 하는데 거침이 없다”며 “정당의 싱크탱크 책임자가 지자체장들을 잇달아 만나는 건 공정성 시비를 일으킬 수 있는데, 과연 지금의 행동이 민주당에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겉으로는 말 못 하는 분위기

민주당 안에서도 양 원장의 좌충우돌식 개인 플레이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마이너스 효과로 작용할 가능성을 걱정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겉으론 말을 못하는 분위기다. 

양 원장과 서 원장 회동이 문제가 됐을 때 이원욱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을 매지 말라’는 우리 속담이 있듯이, 아무리 사적인 모임이라도 왜 이 시점에서 만났는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수석부대표는 노무현재단 기획위원을 지낸 ‘친노계’로 꼽힌다. 민주당 안에서 그나마 드러내놓고 양 원장을 비판한 거의 유일한 발언이다. 비문 계열에 속하는 중진 의원들조차 양 원장의 행태를 꼬집기 꺼린다. 기자가 접촉한 민주당 의원들은 양정철 원장에 대한 코멘트를 한사코 사양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한 정치평론가는 “의원들이 양 원장의 언행에 ‘문심’(文心·문재인 대통령 의중)이 반영돼 있는지 면밀히 살피고 있기 때문”이라며 “양 원장을 비판하면 자칫 문 대통령에게 항명하는 걸로 비칠 수 있는데, 총선을 불과 10개월 앞둔 시점에 공천을 생각하면 누가 그렇게 할 수 있겠느냐”고 설명했다.
 
양 원장이 2년 만에 정치판에 다시 등장해 광폭 행보를 펼치니 문 대통령을 대리해 군기를 잡는 것 아니냐고 보는 셈이다. 문 대통령이 양 원장에 대해 직접 언급을 하지 않는 상황에선 의원들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웬만한 각오 없이는 양 원장을 대놓고 비판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웬일인지 채택되지 않아”

그런데 취재 과정에서 여권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정치권 A씨로부터 흥미로운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양 원장이 자발적으로 청와대 입성을 고사한 게 아니라 타의에 의해서였고 지금도 문 대통령이 절대적으로 신뢰하진 않는다는 것이었다. 양 원장은 2017년 대선 승리 후 ‘잊힐 권리’를 주장하며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고 해외로 떠났다. 문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고 말해왔다. 올 초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나로서는 도피’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2번, 총선 2번, 당 대표 선거를 치르는 동안 내가 일을 많이 벌인 편이다. 문 대통령 도왔던 분들이 대가를 바란 건 아니어도 부채는 부채다. 부채를 갚을 길이 없어 정치적으로 ‘파산신청’을 한 거다. 먹튀 하는 수밖에 없잖나. 그래야 대통령이나 청와대 사람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선거 도와준 분들은 내 욕을 많이 할 거다. 썩은 동아줄을 잡았다고. 하지만 그게 나의 조심하는 방식이고, 내가 사는 길이다.” 

요약하면 자신이 청와대로 입성하면 대통령에게 인사 부담을 주게 되는 만큼 욕먹을 각오하고 외국으로 나갔다는 주장이다. 요직을 맡을 수 있었음에도 스스로 희생했다는 것으로 들린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에도 양 원장이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의 파워게임에서 밀려 청와대에 입성하지 못했다는 말이 돌았다. 참모진 진용이 완성되고도 양 원장이 자리를 찾지 못하자 폭음하며 괴로워했다는 전언도 있었다. A씨는 구체적인 말을 들려줬다. 

“청와대 라인업을 짜면서 양정철 원장을 처음엔 총무비서관, 나중엔 국정상황실장 등 여러 직책을 붙여 문 대통령에게 올렸는데, 웬일인지 그때마다 채택되지 않고 반려됐다”고 한다. “이상하다싶어 이번엔 양 원장을 빼고 인사안을 올렸는데 그대로 채택됐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사실이라면 문 대통령이 양 원장이 포함된 참모진 안을 거부했다는 의미다. 

“귀국 후 문 대통령과 독대해 귀국 인사를 하려고 했으나 면담 일정이 좀체 잡히지 않았다”고 한다. “할 수 없이 대통령과 수시로 독대가 가능한 다른 인사에게 부탁해 간신히 청와대로 들어가 인사한 것으로 안다”는 게 A씨의 귀띔이다. 

물론 양 원장이 문 대통령의 신뢰를 받고 있고 병참기지론도 혼자만의 구상이 아닌 이너서클 차원의 선거 전략이란 분석도 있다. 양 원장 밑에 부위원장으로 초선 의원 3명(김영진·이재정·이철희)을 임명한 건 양 원장을 3선급 의원으로 예우해준 셈이다. 문 대통령의 돈독한 신임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고분고분한 김경수 스타일 좋아하지…”

양정철 원장이 6월 10일 경남 창원시 경남도청에서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만나고 있다. [박경모 동아일보 기자]

양정철 원장이 6월 10일 경남 창원시 경남도청에서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만나고 있다. [박경모 동아일보 기자]

그러나 한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고분고분한 김경수 지사 같은 스타일을 좋아하지, 튀는 스타일엔 거부감을 갖는다”고 주장했다. “양 원장이 이미 문 대통령의 눈 밖에 났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여권 일각에선 노무현 정부 시절 양정철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튀는 언행을 한 것과 관련해 “그에 대한 대통령의 신임이 과대 포장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당시 양 비서관은 유진룡 문화관광부 차관에게 “배 째드리죠”란 말을 했다고 해서 화제에 올랐다. 양 비서관이 유 차관에게 아리랑 TV 부사장에 여당의원의 비서관 출신을 앉히자고 했는데 유 차관이 “전문성도 없고 급도 떨어진다”며 “이런 짓 하지 말든지 자르든지 하라”고 했다고 한다. 이에 양 비서관이 “배 째달라는 말씀 같은데 배 째드리지요”라고 했고, 유 차관이 경질됐다고 한다. 양 비서관은 “소설 같은 얘기”라고 부인했다. 

당시 양 비서관은 노무현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을 겨냥해 “저주의 굿판을 당장 걷어치워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처음부터 특정한 방향으로 결론을 내리고 그 방향으로 가려고 일부러 일관성과 균형성을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 한다’는 논란이 일었다. 

그때처럼 기세등등한 양 원장이 공천의 칼자루를 쥐고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들을 면접 보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이자 내부에서 조용히 견제가 시작됐다는 견해도 있다. “양 원장이 국정원장을 만나는 장면이 언론사 카메라에 찍힌 것은 누군가 정보를 흘려주지 않았으면 거의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암투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양 원장을 둘러싼 의혹은 계속 나올 가능성이 있다. 6월 11일 송인배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의 1심 선고에서 양 원장의 이름이 이광재 전 강원지사, 안희정 전 충남지사,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과 함께 등장했다. 송 전 비서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강금원 회장이 운영하는 골프장의 고문으로 등록해 7년간 2억여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데, 양 원장 등도 고문료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공소시효가 지나 검찰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동영상은 권력암투 산물?

국회 법사위 소속 한국당 의원들은 6월 13일 “송 전 비서관이 유죄를 받은 사안에 대해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나머지 사람들은 수사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불공정한 수사 행태고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며 수사를 촉구했다. 송 전 비서관의 경우도 범죄행위가 종료된 시점에서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아 유죄가 선고된 만큼 나머지 사람들에 대해서도 언제까지 얼마의 돈을 받았는지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다. 

양 원장을 포함한 이 ‘강금원 리스트’가 정부 여당을 강타할 가능성도 있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돌아온 양비’(양정철 비서관)가 가뜩이나 내우외환에 시달리는 문 대통령에게 또 하나의 리스크가 될지 모른다. 

기자는 양 원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그의 휴대폰으로 연락을 취했으나 그는 전화를 수신하지 않았다.




신동아 2019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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