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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는 온다, 맛있는 케이크를 타고서

김민경 ‘맛 이야기’ ㊵

  • 김민경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크리스마스는 온다, 맛있는 케이크를 타고서

바티칸은 2020년 성탄 미사를 가톨릭 신도 참석 없이 온라인으로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10월 말, 이 소식을 접했을 때는 크리스마스가 어쩐지 멀게 느껴졌다. 크리스마스 즈음이면 희망적인 일이 인류에게 생기지 않을까라는 근거 없는 상상도 해봤다. 12월 현재 상황은 똑같다. 이탈리아에서는 크리스마스 자정 미사 역시 신도 없이 진행하기로 했다.


코로나 속에 맞는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에 이탈리아 사람들이 즐겨먹는 파네토네. 향긋하고 보들보들하며 쫄깃하다. [GettyImage]

크리스마스에 이탈리아 사람들이 즐겨먹는 파네토네. 향긋하고 보들보들하며 쫄깃하다. [GettyImage]

나는 종교가 없지만 크리스마스가 선사하는 특별한 분위기는 언제나 좋았다. 어릴 때는 내가 우리집 주인공이 되는 것 같아 좋았고, 스무 살을 넘겨서는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느라 좋았다. 지금도 집안 구석에 전구를 감아 놓고 반짝반짝 빛나는 걸 보는 게 그저 좋다. 크리스마스가 아니라면 묻지 않을 안부를 묻고, 소소한 선물도 주고받는다. 몸은 집에 콕 박혀 있지만 휴대전화 위에서 손가락을 바삐 움직이는 것도 크리스마스 덕이다. 

내가 최근 가장 많이 검색한 단어는 ‘파네토네(panettone)’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먹는 크리스마스 빵 이름이다. 케이크처럼 화사한 장식도 없고, 눈처럼 흰 크림으로 덮여 있는 낭만적인 모양은 결코 아니다. 파네토네는 윗면이 둥그스름한 매우 크고, 아주 향기로운 빵이다. 조밀한 빵 속살이 결을 따라 찢어지는데 보들보들하면서도 씹으면 쫄깃하다. 파네토네는 최소 12시간의 발효를 거쳐 만들며, 여러 가지 마른 과일과 설탕, 꿀, 버터, 바닐라빈 등을 넣는다. 코를 자극하는 농후한 향과 진한 달콤함, 풍성하게 들어간 달걀노른자가 선사하는 구수한 맛이 어우러져 있다. 


 이탈리아 북부 베로나 지방에서 만들어진 판도로. 폭신하고 달콤한 빵이다. [GettyImage]

이탈리아 북부 베로나 지방에서 만들어진 판도로. 폭신하고 달콤한 빵이다. [GettyImage]

파네토네가 이탈리아 중남부에서 먹는 크리스마스 빵이라면 북부 그중에도 베로나에서는 ‘판도로(pandoro)’를 즐긴다. 이 빵은 파네토네보다 훨씬 큼직하며 조밀함보다는 폭신함, 향기로움보다는 달콤함을 더 많이 갖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맛과 식감이 풍부한 파네토네가 더 좋다.

바삭하게 부서지다 눈처럼 녹아내리는 맛

독일 사람들이 즐겨 먹는 크리스마스 빵 슈톨렌. 단단하고 묵직하며 마른 과일을 가득 품고 있어 도톰하게 썰었을 때 아주 예쁘다.  [GettyImage]

독일 사람들이 즐겨 먹는 크리스마스 빵 슈톨렌. 단단하고 묵직하며 마른 과일을 가득 품고 있어 도톰하게 썰었을 때 아주 예쁘다. [GettyImage]

독일 ‘슈톨렌(stollen)’은 마치 단단한 파네토네 같다. 크기에 비해 묵직하며 마른 과일을 가득 품고 있어 도톰하게 썰었을 때 아주 예쁘다. 슈톨렌도 5~6시간 정도의 긴 발효를 거치는 빵으로 풍미가 좋다. 무엇보다 흰 눈에 데굴데굴 구른 것 같은 귀여운 모양이 크리스마스의 설렘을 표현하기에 딱 알맞다. 잘 구운 빵을 녹인 버터에 담갔다가 설탕에 굴리거나 슈거파우더를 잔뜩 뿌려 희고 흰 외양을 만든다. 달고 쫀득한 맛이 좋아 자꾸만 손이 가는 빵이다. 




화사한 머랭 쿠키 파블로바. [GettyImage]

화사한 머랭 쿠키 파블로바. [GettyImage]

크리스마스 리스(나뭇가지 등을 엮어 링 모양으로 만든 장식품)를 닮은 디저트 ‘파블로바(pavlova)’는 화사하고 커다란 머랭 쿠키라고 생각하면 된다. 달걀흰자와 설탕을 섞어 거품을 낸 머랭을 링 모양으로 두툼하게 짜서 오븐에 굽는다. 구울 때 머랭 위에 마른 과일이나 견과류, 씨앗 등을 올려도 된다. 작고 가벼운 것을 올려야 머랭 속으로 폭 빠지거나 가라앉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조금 더 맛있게 하려면 잘 구운 링 모양 머랭 쿠키 위에 단단하게 거품 낸 생크림을 짜 올린다. 크림 위에 여러 가지 과일, 견과류, 초콜릿 조각 등을 장식한다. 파블로바는 벽장식 리스처럼 큰 것, 손바닥 만하게 작은 것까지 집집마다 다양하게 만들어 즐긴다. 달콤한 것이 입안에서 바삭하게 부서지다 눈처럼 녹아 사라진다. 언제 먹어도 기분 좋아지는 디저트다.

크리스마스에 어울리는 달콤한 생강 과자

사람 모양으로 만든 생강과자 진저맨 쿠키. 크리스마스에 인기 있는 간식거리다.  [GettyImage]

사람 모양으로 만든 생강과자 진저맨 쿠키. 크리스마스에 인기 있는 간식거리다. [GettyImage]

갓 쪄낸 진저브레드. 홍차와 곁들여 먹으면 맛있다. [BBC홈페이지]

갓 쪄낸 진저브레드. 홍차와 곁들여 먹으면 맛있다. [BBC홈페이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내주는 디저트로 ‘진저맨 쿠키’도 빼놓을 수 없다. 사람 모양 귀여운 자태와 달리, 어른 입맛을 사로잡는 달콤한 생강향 과자다. 따끈한 우유에 하반신부터 담가 먹기도 하며, 사람 외 다양한 모양으로 구워 즐긴다. 이와 비슷한 것으로 진저브레드(생강빵)와 ‘팽 데피스(pain d’epices)’가 있다. 생강이 들어가는 것으로 보아 둘은 한 핏줄인 것 같다. 팽 데피스에는 후추, 육두구, 정향이 더해져 조금 더 독특한 향이 난다. 진저브레드는 이에 비하면 훨씬 무난한 향으로 호불호 없이 누구나 즐기기 좋다. 빵이라기보다는 촉촉한 파운드케이크 같은 질감이며, 달콤함과 향기로움이 한껏 스며들어 있다. 두툼하게 썰어 따뜻한 우유, 쌉사래한 홍차, 뱅쇼 등과 곁들여 먹기 좋다.



신동아 2021년 1월호

김민경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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