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호

땀을 보면 당신의 건강이 보인다 [이근희의 ‘젊은 한의학’]

기 보충과 갈증 해소의 특효약, 인삼과 황기

  • 이근희 경주 안강 갑산한의원장

    입력2021-08-26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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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땀은 체온을 조절하려고 우리 몸이 수행하는 생리 기능의 결과물이다. [GettyImage]

    땀은 체온을 조절하려고 우리 몸이 수행하는 생리 기능의 결과물이다. [GettyImage]

    학창 시절 항상 하얀색 면장갑을 끼고 시험을 치던 친구가 있다. 나중에 들어보니 손에 땀이 많이 난다고 했다. 조금만 긴장해도 손에서 땀이 줄줄 나 시험지가 젖어 찢어지기 일쑤고, 남자친구와 손을 잡아도 땀이 묻을까 걱정돼 금방 손을 뗀다고 했다.

    무더운 여름날 밖에 다닐 때, 격렬한 운동을 할 때, 맵고 뜨거운 음식을 먹을 때, 중요한 면접 직전 긴장했을 때 사람은 땀을 흘린다. 땀은 정상치보다 높아진 체온을 식히고자 땀샘에서 배출되는 물이다. 이것이 증발하면 피부 표면이 냉각돼 체온이 도로 떨어진다. 땀은 체온을 조절하려고 우리 몸이 수행하는 생리 기능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필요 이상으로 땀이 나면 각종 불편을 초래한다는 데 있다. 아침에 집을 나설 때 빳빳하던 셔츠가 사무실에 들어서면 벌써 축축한 빨랫감이 되는 ‘전신성 다한증’, 필자 친구와 같이 얼굴·겨드랑이·손·발 등 신체 특정 부위에 집중적으로 땀이 나는 ‘국소성 다한증’ 등 땀으로 인한 질환이 적잖다. 야간에 침대보가 노랗게 젖을 정도로 땀을 흘리는 분, 밥만 먹으면 얼굴에서 땀을 뚝뚝 흘리는 분도 있다.

    땀은 체온조절중추 상태를 보여주는 단서

    한의학에서는 땀의 유형을 굉장히 세밀하게 분류한다. 과로와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인한 땀, 비만 때문에 생긴 열로 인한 땀, 나이가 들며 기력이 떨어져 생긴 땀, 호르몬 변화가 나타나는 갱년기에 생기는 땀 등이다. 땀의 유무로 병세를 유추하기도 한다. 이렇게 땀의 형태를 나누고, 그것을 통해 사람의 건강 상태를 파악하려 한 이유가 있다. 땀은 인체 항상성 유지의 기본인 체온조절중추의 상태를 보여주는 단서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포유류다. 포유류는 주위 환경이나 본인의 활동에 관계없이 체온을 좁은 범위 안에서 유지하는 항온동물이다. 스스로 체온을 조절하지 못하는 변온동물인 파충류와 달리 다양한 환경을 극복하고 적응할 능력을 갖췄다. 이 기능에 문제가 생겨 체온이 일정 범위 이상으로 올라가면 신경계 이상과 단백질 변성이 일어날 수 있다. 체온이 과도하게 떨어지면 전신의 기능 저하가 나타난다.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면 몸에서 열을 만드는 것과 열을 잃는 것이 동적인 평형을 이뤄야 한다. 체온이 변하는 원인 가운데 하나는 운동, 임신, 감염 등에 의한 몸의 대사율 변화다. 외부 온도에 의해 열이 유입 또는 손실되는 것도 체온 변화에 영향을 미친다. 그 결과 체온이 달라지면 우리 몸의 온도수용기가 이를 감지하고 여러 반사반응을 통해 체온을 정상으로 회복시킨다.

    인체의 반사 활동을 관장하는 기관은 뇌의 시상하부다. 시상하부는 뇌 전체 부피의 1% 이하를 차지할 만큼 작다. 하지만 역할은 매우 크다. 우리 몸 자율신경계의 최고 사령관으로서 항상성 유지의 중추적 구실을 한다. 체온이 올라가면 시상하부가 교감신경을 통해 피부 혈관을 확장시켜 열 손실을 유도한다. 열 생산을 증가시키는 에피네프린과 갑상샘호르몬의 생산 및 분비도 억제한다. 이에 더해 땀샘에 있는 교감신경이 아세틸콜린을 분비해 땀을 분비하고, 이 땀이 증발하며 체온을 떨어뜨린다.

    이 여러 과정 중에서 가장 강력하게 체온을 떨어뜨리는 건 땀이다. 주위 온도가 섭씨 25~30도 사이일 때는 피부 혈류량 변화만으로도 체온을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기온이 체온 이상으로 올라갈 경우엔 땀 분비가 열을 잃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Getty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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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율신경계가 무너지면 나타나는 자한증

    땀은 시간당 약 4L까지 분비될 수 있다. 수분 4L가 증발하면 2400kcal에 해당하는 체열이 제거된다. 자식이 고열에 시달리면 물수건으로 몸 구석구석을 닦아주는 어머니의 손길은 인류가 역사를 통해 체온조절의 지혜를 전달해 왔음을 깨닫게 한다.

    이처럼 중요한 땀 분비 양상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알 수 있을까. 첫째, 자율신경계의 문제를 확인할 수 있다. 시상하부에서 반사작용을 통제하는 교감신경이 항진될 경우 땀이 지나치게 많이 날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자한증(自汗症)이라고 한다.

    자한증은 과로, 스트레스, 기력 저하 등으로 기(氣)가 소모돼 인체의 평형 상태가 무너질 때 생긴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자율신경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실조증(失調症)까지 올 수 있다. 정신적 긴장을 해소하고자 노력하면서 휴식, 취미생활, 명상 등을 해보는 게 좋다.

    자한증 치료에 많이 사용하는 약재는 인삼(人蔘)과 황기(黃芪)다. 허한 기를 보충하고 갈증을 멎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 진액을 생산하고 땀을 거두어들이는 효능도 있다. 우리가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 몸보신을 목적으로 먹는 삼계탕에 두 약재를 넣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다.

    땀 분비를 통해 알 수 있는 두 번째 문제는 온도조절계의 이상이다. 사람의 정상체온은 섭씨 36.5도다. 감염, 상해, 스트레스, 호르몬 변화 등으로 온도조절계에 이상이 생기면 병이 난다. 도한증(盜汗症)이 한 사례다. 도한증은 밤에 잘 때 땀을 많이 흘리는 병을 말한다. 도둑이 왔다가듯 우리 몸의 음혈(陰血)을 훔쳐간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보통 갱년기, 노년기에 생긴다. 결핵 및 당뇨와 같은 소모성 질환, 큰 수술을 받은 뒤에도 생길 수 있다. 혈(血)이 부족해지며 가슴이 두근거리고, 입안이 마르고, 얼굴에 열이 오르는 증상이 동반된다. 체중 감소까지 나타난다면 위험한 상태이니, 반드시 몸 상태를 확인해 봐야 한다.

    감기 치료엔 계지탕과 마황탕

    한의학 고서 가운데 하나인 ‘상한론(傷寒論)’을 보면 감기에 쓰는 대표적 처방은 계지탕(桂枝湯)과 마황탕(麻黃湯)이다. 간략히 설명해 땀을 흘리는 감기는 계지탕, 땀을 흘리지 않는 감기는 마황탕으로 치료한다.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지나친 고열로 위중해질 수 있다. 이때는 강제로라도 땀을 내 열을 식혀야 한다. 이때 발한작용이 계지보다 강한 마황을 사용하는 것이다.

    무더운 여름이었다. 기온만 놓고 보면 올여름보다 더 더운 해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찌는 듯한 열기와 습기, 계속 증가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 수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올여름은 특히 힘겨웠다. 어디든 쓰고 다녀야 하는 마스크, 지속되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피서조차 가지 못하는 데서 오는 답답함과 스트레스 또한 많은 이를 힘들게 했다. 그로 인해서 많은 사람에게 올여름은 어느 때보다 무더웠다. 무수히 많은 땀방울이 떨어졌을 것이다. 독자들은 이 땀방울을 무심코 지나치지 말길 바란다.

    #자한증 #도한증 #계지탕 #갑산한의원 #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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