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호

남북 정상회담이 대선에 영향을 미칠까…‘北風’과 대선 3차방정식

대선후보와 관계, 국민 연관성, 다른 변수들에 달려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insightkceo@gmail.com

    입력2021-09-03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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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87 KAL기 폭파, 인명·재산 손실로 결정적

    • 1992 이선실 간첩사건, DJ에게 치명적

    • 1997 오익제 월북 사건, 이인제 변수로 미풍

    • 2002 제2차 연평해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에 묻혀

    • 2007 남북 정상회담, 굳건한 MB 지지율에 족탈불급

    • 2012 NLL 대화록 논란, 영토 주권 문제로 보수층 결집

    • 2017 사드 배치, ‘국정농단’ 이슈에 영향 미미

    • 2022 한미연합훈련·남북 정상회담 논란, 그 영향은?

    • MZ세대의 부정적 대북관…與 ‘대북 카드’ 악재 될 수도

    1987년 11월 북한 공작원에 의해 공중폭파됐던 대한항공 858기의 잔해와 승객유품 등이 1990년 5월 22일 김포공항에 수송됐다. 이 잔해는 3월 미얀마(버마)의 안다만 해역에서 수거했다. [동아DB]

    1987년 11월 북한 공작원에 의해 공중폭파됐던 대한항공 858기의 잔해와 승객유품 등이 1990년 5월 22일 김포공항에 수송됐다. 이 잔해는 3월 미얀마(버마)의 안다만 해역에서 수거했다. [동아DB]

    대북 이슈가 차기 대통령선거에 영향을 줄까. 대통령에게 국가안보는 가장 중요한 책무다. 남북으로 나뉘어 대치하는 국면에서 군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자리는 막중하다. 그래서 역대 대선에서 남북관계와 한반도 이슈는 중요한 선거 변수가 됐다. 대북 이슈가 대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변수가 될지, 아니면 많은 변수 중 하나로 인식될지는 선거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역대 대선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대북 이슈는 1987년 대선에서 불거졌다. 당시 6월 민주화운동으로 대통령직선제가 채택되면서 대선은 그해 12월에 치러졌다. 선거는 여당인 민주정의당(민정당) 소속으로 출마한 노태우 후보와 3김(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후보의 피 말리는 전쟁으로 전개됐고, 재야 단체에서 김영삼(YS) 후보와 김대중(DJ) 후보의 단일화를 시도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다자 대결 구도에서 노태우 후보가 ‘보통사람들’ 선거 전략으로 앞서가는 상황이었지만 당선을 확신하기는 어려웠다. 이때 발생한 사건이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 사건이었다. 대선을 불과 20여 일 앞둔 시점이었다. 북한이 공작원 김현희를 통해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출발한 KAL기를 격추시킨 천인공노할 사건이었다. 대선 투표일이 되기 전 국민들은 충격에 휩싸였고, 결국 여당의 군 출신 후보 노태우가 당선되면서 대선은 끝났다. 당시는 선거 여론조사 결과가 적극적으로 발표되지 않는 환경이었다.

    결국 노태우 후보는 투표자 3명 중 1명의 표를 얻는 데 그쳤지만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득표율은 36.6%에 그쳤다. 그만큼 북한의 테러, 혹은 도발이 유권자에게 미친 영향은 컸다. 이처럼 남북관계 또는 대북 이슈가 직접적으로, 그것도 선거 직전에 불거진다면 투표에서는 결정적인 변수가 된다.

    그렇다면 역대 대선에서 대북 이슈와 남북관계는 선거에 어떤 영향을 줬고, 4차 남북 정상회담과 대화 재개를 기대하는 문재인 정부의 노력은 차기 대선에 어떤 결과를 미칠까.

    ‘이선실 간첩사건’과 YS의 당선

    우선 역대 대선에서 대북 이슈와 한반도 안보 환경이 선거에 미친 영향을 나눠 분석해 보자(표 참조).



    전술했듯이, 다자 대결 구도로 치러진 1987년 대선은 특정 후보에게 유권자의 선택이 일방적으로 몰리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KAL 858기 폭파가 북한 소행으로 밝혀지면서 보수 유권자들이 결집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1992년 대선 역시 크게 두드러지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북한 이슈가 보수층 결집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대선이 있기 두 달 전인 1992년 10월 국가안전기획부(국가정보원 전신)가 대한민국에서 암약하던 간첩 세력을 대대적으로 색출하면서 ‘남한조선노동당 사건’을 발표했다. 이른바 ‘이선실 간첩사건’이었다. 이선실(본명 이화선)은 ‘중부지역당’으로 알려진 남한조선노동당과 활발하게 접촉하고,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간첩 활동을 한 인물이었다.

    당시 남한조선노동당 색출 사건은 YS와 DJ 양강 구도였지만, 울산을 근거로 한 통일국민당 정주영 후보의 돌풍과 PK 출신 박찬종 신정치개혁당 후보의 선전 등으로 YS로서는 자신의 본진이었던 PK 지역이 흔들릴 수 있었다. 그러나 KAL 858기 폭파 사건 5년 뒤 터진 남한조선노동당 사건은 보수 지지층 결집을 강화하면서 선거에 유의미한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2002년은 월드컵의 해였다. 대선을 앞두고 대한민국은 월드컵 열풍에 휩싸였다. 일본과 공동 주최한 2002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이 4강에 오르면서 대한민국은 온통 축구 열기로 가득 찼다.

    그러나 월드컵 대회 기간인 6월 29일 서해상에서 북한 군함과 전투가 벌어진 ‘제2차 연평해전’이 발생했다. 연평도 인근 북방한계선 부근에서 발생한 교전이었다. 북한의 선제공격 이후 응전하는 과정에서 우리 병력 6명이 전사하고 18명이 부상당하는 피해를 보았다. 북한군은 더 큰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됐다.

    북한이 선제공격을 한 도발이었지만, 월드컵 기간인 데다가 대북 유화정책을 추진하던 DJ 정부였던 만큼 사건은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오히려 월드컵 열풍을 등에 업고 정몽준 당시 대한축구협회장이 일약 유력 대선후보로 집중 조명받았다. 이어진 대선판에서는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앞서나가자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와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가 극적으로 단일화에 성공했고, 결국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제2차 연평해전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있었지만 대선에 미친 영향은 미미했던 것은 유권자들이 잘 몰랐던 탓이 컸다.

    2007년 노무현-김정일의 만남

    2007년 10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왼쪽). 주한미군이 2017년 9월 8일 경북 성주 사드기지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배치 작업을 위해 중장비 차량을 이동시키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뉴시스]

    2007년 10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왼쪽). 주한미군이 2017년 9월 8일 경북 성주 사드기지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배치 작업을 위해 중장비 차량을 이동시키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뉴시스]

    2007년 대선 역시 마찬가지였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대선이 있던 그해 10월 2~4일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남북 정상회담을 했다. 대선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시점이어서 대선에 미칠 영향이 클 거라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당시 노 대통령 지지율이 레임덕을 걱정할 정도로 하락한 데다, 여권 후보이던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의 파괴력도 크지 않았다. 이미 대선 판세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쪽으로 기울어지면서 대선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이명박 후보는 전체 유권자의 48.7%를 득표했고, 여당 정동영 후보는 26.1%에 머물렀다. 대북 이슈나 남북관계가 대선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 것이다.

    3월 9일 치른 2017년 대선은 국정농단에 따른 파장이 선거 밑바탕에 깔려 있었다. 대선에서 부각된 한반도 평화 이슈는 ‘사드 배치’ 문제였다. 연초부터 중국은 거세게 사드 배치에 대해 거부 반응을 보였고, 이 문제는 대선 토론의 중요한 주제로 등장했다. 진보 진영의 주장은 대체로 ‘사드 배치’ 반대였는데,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입장을 유보했다. 가장 중요한 한반도 평화 이슈를 잘못 접근했다가 중도층이 달아날 수 있었다. 유력 대선후보가 사드 배치 반대가 아닌 유보 입장을 천명하면서 대북 이슈는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 이보다 더 큰 ‘국정농단’ 이슈가 있었던 만큼 ‘사드 이슈’는 더는 확대되지 않았다.

    어떤 이슈가 대선에 영향을 주는가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대북 이슈가 대선에 영향을 주기 위해선 몇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우선 대북 이슈와 유력 후보와의 ‘관계 정도’다. 대북 이슈가 후보자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면 후보와 선거에 미치는 영향은 더 커진다. 그러나 후보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떨어지면 남북관계나 한반도 안보 문제는 부차적 수준으로 인식된다. 두 번째로는 남북관계가 대선에 영향을 주는 변수가 되려면 국가 이익과 어느 정도 연관돼 있는지 ‘연관 수준’을 살펴봐야 한다.

    대북 이슈가 국민 목숨이나 재산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면 대선에서 유권자에게 미치는 파급효과는 적지 않다. 1987년 KAL기 폭파 사건은 우리 국민의 인명 손실과 국적기 파괴라는 재산 손실이 발생한 중차대한 사건이었고, 1992년 남한조선노동당 사건(이선실 간첩사건)은 한때 정치적으로 ‘빨갱이’ 비판을 받은 야권 후보 DJ에게 치명적이었다는 점을 상기해 보라.

    끝으로 대북 이슈의 대선 영향력은 다른 변수와의 ‘상대적 크기’에 달려 있다. 여러 대선 변수 중에서 북한 관련 이슈가 가장 큰 변수라면 선거에 주는 영향은 더 비중을 갖게 된다. 그렇지만 다른 변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게감이 떨어진다면 대북 이슈는 그저 유권자들에게 ‘참고 수준’에 그친다. 2002년 대선이 이러한 사례다. 제2차 연평해전은 남북한 무력 충돌로 본다면 결코 가볍게 다뤄서는 안 되는 이슈였지만, 국민에게 깊게 각인되지 못했다. 당시 선거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변수는 ‘노무현-정몽준 단일화’였다. 제2차 연평해전은 영화로도 제작됐지만 여전히 제대로 이해하는 국민은 많지 않아 보인다.

    NLL 대화록 공개 vs 오익제 월북 사건

    2013년 6월 24일 오후 국가정보원이 국회에 배포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표지. [뉴시스]

    2013년 6월 24일 오후 국가정보원이 국회에 배포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표지. [뉴시스]

    2012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은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꾸고 박근혜 대표를 대선후보로 내세웠다. ‘새정치’를 기치로 내건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등장했고, 민주통합당은 문재인 후보로 결정됐다. 선거 초반인 5~8월 사이만 해도 안철수 후보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이 뜨겁게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실시한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전국1000~1500여 명 휴대전화 RDD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2.5~3.1%포인트, 응답률15~25%내외,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에서 후보들의 지지율 추세(누가 다음 번 대통령이 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가)를 분석한 결과, 선거전 초반인 2012년 6월 18~21일 조사에서 박근혜 35%, 안철수 21%, 문재인 14%로 나타났다. 그러나 3개월 후인 9월 24~26일 조사에서는 박근혜 39%, 안철수 30%, 문재인 21%로 나왔다. 안철수와 문재인 후보 지지율을 합하면 절반이 넘었다.

    이 무렵 발생한 대북 이슈는 ‘NLL(북방한계선) 대화록 공개’였다. 정문헌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2007년에 있었던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을 살펴본 결과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에게 NLL을 포기하겠다는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내용이다. 정치권은 시끄러웠고 대선 주요 이슈로 부각됐다. 회의록 공방 이후 대선후보 지지율 판세는 달라졌다. 대선을 한 달여 남겨둔 시점에 실시된 11월 12~16일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안철수 후보는 20%로 급락했고, 문재인 후보 지지율과 합하더라도 45%를 넘지 못했다(그림1).

    박 후보를 쫓아가던 안철수 후보 지지율에 제동이 걸렸고, 그 여세를 몰아 박 후보가 당선된 것이다. 대화록이 NLL 문제로 번지자 후보 관련성은 높아지고 보수층이 강화되는 현상으로 발전했고, 영토 주권 문제인 만큼 국가적 이익 차원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이는 다른 선거 변수보다 큰 이슈인 데다가 12월 대선 전 북한이 ‘은하 3호’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박근혜 후보가 가장 수혜를 본 대선이 됐다.

    반면 1997년 대선은 반대의 경우였다. 1997년 7월 21일 ‘동아일보’와 동서리서치 조사에서 당시 이회창 신한국당(대선 직전인 11월 21일 한나라당으로 당명 변경) 후보는 40.4%, DJ는 26.6%로 이 후보가 대선 판도를 주도해 가고 있었다. 이런 국면에서 8월 발생한 북한 관련 이슈가 ‘오익제 월북 사건’이다. 천도교 교령 출신에다 DJ가 소속된 새정치국민회의 고문이었던 오익제가 8월 15일 북한으로 망명하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DJ에게는 날벼락 같은 이슈였다.

    그런데 두어 달 뒤 선거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더 내려간 후보는 DJ가 아니라 이회창 후보였다. 9월 17일 조사(동아일보-한길리서치)에서 DJ 지지율은 29.7%로 상승하고 이회창 후보는 15.6%로 폭락한다(그림2).

    1997년 8월 19일 신한국당은 당직자 회의를 열어 오익제 씨 월북과 관련 당 입장을 밝히는 등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동아DB]

    1997년 8월 19일 신한국당은 당직자 회의를 열어 오익제 씨 월북과 관련 당 입장을 밝히는 등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동아DB]

    오익제 월북 이슈가 영향을 주었다면 DJ 지지율이 폭락하고 이회창 후보가 대폭 상승해야 마땅했지만 당시에는 다른 변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회창 후보와 같은 당 소속인 이인제 후보가 인기몰이를 하며 대선에 출마했기 때문.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이회창 후보가 지지율을 어느 정도 회복하기는 했지만, 오익제 월북 사건이 아니라 이인제 후보 출마는 선거판의 태풍이었다. 여기에 DJ는 선거 막판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오익제발(發) 대북 이슈는 미풍에 그치고 말았다.

    2022 대선, 유의미하게 떠오르는 대북 이슈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2018년 4월 27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함께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오고 있다. [뉴시스]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2018년 4월 27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함께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오고 있다. [뉴시스]

    그렇다면 차기 대선에서 대북 이슈는 얼마나 영향력 있는 변수가 될까. 직접적인 남북관계 이슈보다 더 민감한 이슈로 ‘한미관계’가 떠올랐다. 2018년 남북관계는 역대 최상급으로 평가받았다. 2018년 평창올림픽은 남북 화합 잔치나 다름없었다. 북한 최고 권력자인 김정은의 친동생인 노동당 부부장 김여정이 참석했고,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북한 예술단을 이끌고 방문하면서 남북관계는 급속도로 진전됐다. 4월 판문점 정상회담과 6월 북미 싱가포르 회담으로 이어졌고, 9월 문재인 대통령의 북한 방문으로 연결됐다. 앞으로도 남북 정상이 백두산에서 손을 맞잡고 아리랑 노래를 함께 듣는 모습은 연출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2019년 북·미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남북관계는 달라졌다. 지난해 김여정 부부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입에 담기 힘든 비판을 쏟아붓고 개성의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우리 국민의 세금으로 지어진 건물이었다.

    그러나 최근 북한과의 통신선을 복원하는 등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 것처럼 보이더니 한미연합훈련을 두고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한 데 이어 ‘안보 위기’ 운운하며 도발을 예고하는 등 남북관계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정부는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해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의 ‘유연한 대응’을 검토하기도 했지만, 연기하지 않는 대신 규모를 축소해 예정대로 진행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북한이 비핵화하지 않는다면 매년 한미훈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천안함 폭침 원흉’으로 지목받는 김영철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은 “한국과 미국 모두 위기를 맛볼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이낙연 후보를 비롯한 여권 후보 역시 이와 관련한 의견 표명도 불가피해졌다.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를 받아 8월 6일 실시한 조사(전국 500명 유무선RDD 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4.4%, 응답률 5.3%,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 참고)에서 ‘한미연합훈련 연기 주장에 공감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전체적으로 ‘공감’ 의견은 45.3%, ‘비공감’ 응답은 50.4%로 나타났다.

    세대별로 들어가 보면, 20대(만 18세 이상)는 한미연합훈련 연기에 비공감 의견이 62%로 압도적이었다. 정당 지지층별로 의견은 정반대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은 64.4%가 공감, 국민의힘 지지층은 69.4%가 비공감을 표시했다(그림3).

    결국 연령이나 정치 성향에 따라 북한 관련 이슈와 남북 협력 방안, 그리고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에 대해 다른 견해를 내세우고 있다. 따라서 차기 대선은 진영 간 이념 대결 구도가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신(新)안보 세대로 분류되는 20대는 남북관계 전망에 대해 부정적이다. 지난해 6월 북한이 개성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기 직전 단절된 연락통신선이 복원되고,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고 있지만 20대의 기대는 크지 않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7월 30~31일 실시한 조사(전국 1013명 무선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3.1%포인트, 응답률7%,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 참조)에서 ‘향후 남북관계가 어떻게 될지’에 대해 물은 결과, 20대(만 18세 이상)는 ‘잘될 것’이라는 긍정 전망 41.2%, 부정 전망 55.4%로 나타났다.

    MZ세대는 차기 대선에서 후보들이 앞다투어 마음을 얻어야 하는 전략적 유권자층이다. 대북 이슈, 남북관계 그리고 한반도 안보에 20대 민심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차기 대선후보의 대북 안보관이 더 중요해진 분명한 이유가 된다.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재난과 부동산 가격 폭등 속에 진행되는 대선 국면이지만 대북 안보 이슈도 차츰 중요한 변수로 자리 잡고 있다. ‘후보자 관련 정도’ ‘국가적 이해관계’ ‘상대적 이슈 크기’로 볼 때 현재까지 대선에서 대북 이슈는 ‘결정적’일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꿩 잡는 게 매라고 했던가. 슬슬 승부처의 유의미한 이슈가 되고 있음은 분명해지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대선과북한 #KAL기폭파사건 #한미연합훈련 #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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