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호

‘이용수 할머니’ 모욕 ‘악플러 4人 추적’ 그 후 [댓글사탐]

‘악플러’ 추적 보도 후 댓글 삭제… 닉네임 바꾸고 계속 활동하기도

  • 김건희 객원기자 송홍근 기자

    kkh4792@donga.com carrot@donga.com

    입력2020-06-11 14: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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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 [뉴시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 [뉴시스]

    “저 할매는 가미가제 특공대에서 전사한 일본군과 영혼결혼식 올렸다.” 

    “위안부 할머니가 위안부 부정하는 세력과 결탁하다니….” 

    포털 네이버와 다음에서 활동하는 두 누리꾼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92) 관련 ‘신동아’ 기사에 단 댓글입니다. 이 할머니가 일본과 연결돼 있다는 듯한 뉘앙스가 담겨 있습니다. 하나같이 근거는 없고 주장만 내세울 뿐입니다. 이들은 주로 정치 기사, 특히 최근 들어 이 할머니 관련 기사에 원색적 댓글을 남겼습니다.

    네이버·다음 ‘댓글 이력 시스템’ 운영 중

    현재 네이버와 다음은 ‘댓글 이력 시스템’을 운영 중입니다. 기사에 댓글을 남긴 누리꾼의 과거 댓글을 누구나 살펴볼 수 있습니다. 댓글을 단 누리꾼의 아이디를 클릭하면 그 누리꾼이 포털 사이트에 가입한 이후부터 지금껏 작성한 모든 댓글과 덧글, 댓글을 남긴 기사의 제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시스템의 구조는 네이버, 다음이 동일합니다. 단, 누리꾼이 직접 삭제한 댓글과 덧글은 확인이 불가능합니다. 또 작성된 댓글에는 아이디와 닉네임이 남아 있는데 닉네임은 수시로 바꿀 수 있습니다. 

    ‘신동아’는 4일 보도한 ‘“친일파는 나대지마라” 李할머니 2차 가해 親文악플러 댓글 추적’ 제하 기사를 통해 이 할머니에게 악성 댓글을 남긴 ‘악플러’ 4명을 쫓은 바 있습니다. 앞서 이들은 ‘신동아’가 지난달 29일 보도한 기사(‘李할머니 측 “국민들께 사과하면서 어머니께는 사과 안 해”’) 댓글창에 이 할머니에 대한 인신공격과 혐오표현이 담긴 댓글을 수차례 남겼는데요. 해비 댓글러들의 악성 댓글이 논란이 일자 이들을 향해 수많은 누리꾼이 비난 댓글을 퍼부었습니다. 



    그 이후 악플러 4명의 댓글 활동은 어떤 양상을 보였을까요. 4명 중 1명은 해당 기사에서 자신의 댓글을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네이버 아이디 ‘**en****’님이 삭제한 댓글은 “위안부 할머니가 위안부를 부정하는 세력과 결탁하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 안 된다. 이 할머니의 행동은 그 당시 일본군 정부와 다를 게 없다”는 내용입니다. 자의적 판단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한 댓글에 해당합니다. 

    나머지 3명의 댓글도 살펴봤습니다. 이들은 모두 이 할머니 관련 소식을 다룬 타 매체의 기사에 계속 악성 댓글을 남겼습니다. 그중 다음 아이디 ‘**숙’님은 닉네임을 ‘***안’으로 변경한 뒤 타 매체가 보도한 이 할머니 관련 기사에 “아베 얼굴보다 할머니 얼굴이 더 보기 싫다”는 댓글을 남겼습니다. 정의기억연대가 운영하는 ‘마포 쉼터’ 소장이 숨진 채 발견됐다는 소식을 보도한 기사에는 “일본이 좋아하겠네요. 자중지란 한국. 할머니 파이팅. 꼭 국회의원도 한 번 하시고” 등 비난 댓글을 달았습니다.

    악플러들의 행태 계속 추적할 예정

    네이버 아이디 ‘**do****’님 또한 이 할머니 관련 다른 매체 기사에 4개의 댓글을 달았습니다. “영혼결혼식한 일본군 가미가제 전사자 곁으로 가라” “일본군 접대부는 한 달 300만 원씩 정부지원금에 온갖 특혜 다 받으면서 추모제까지 거창하게 하는 구나” 식의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다음 아이디 ‘*****세상’님은 “할매 원수는 일본이 아니라 정의연이었나 보다”라고 적었습니다. 

    일부 친문(親文) 성향 악플러 사이에서 나타나는 이 할머니를 향한 노골적인 매도와 조롱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인터넷은 또 다른 생활공간입니다. 사이버 공간도 일종의 사회적 공간인 셈입니다. 상대방이 지금 내 눈 앞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무차별적 악성 댓글로 여론을 호도하려는 시도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신동아’는 품격 있는 디지털 공간을 만들어가는 노력의 일환으로 ‘댓글사탐’ 코너를 통해 악플러들의 행태를 계속 추적하겠습니다.

    ※‘댓글사탐’은 ‘댓글의 사실 여부를 탐색하기’의 줄임말로 ‘신동아’ 기사에 달린 댓글을 짚어보는 코너입니다. 큰 호응을 얻은 댓글, 기자 및 취재원에게 질문하는 댓글, 사실 관계가 잘못된 댓글을 살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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