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호

‘바다 속 경운기’가 SLBM 탑재 ‘게임 체인저’로 [北잠수함전력해부③]

  •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입력2020-07-09 1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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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해 서해 남해 공히 대잠(對潛) 작전 까다로워

    • 부산 앞바다서 核미사일 쏘는 전략잠수함은 말 그대로 ‘한방’

    • 보복 타격(Second strike) 능력 확보가 북한이 꿈꿔온 핵무장 종착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7월 함경남도 신포 마양도에 위치한 봉대보이라공장(잠수함 건조공장)을 시찰했다. [조선중앙통신 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7월 함경남도 신포 마양도에 위치한 봉대보이라공장(잠수함 건조공장)을 시찰했다. [조선중앙통신 캡처]

    북한이 오랜 기간 다양한 잠수함을 개발해 대량으로 배치했으며 현재는 전략 잠수함을 손에 넣기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한반도 전장 환경에서 잠수함이 그만큼 위력적인 무기이기 때문이다. 

    흔히 북한의 수중 전력을 논하면서 ‘바다 속의 경운기’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 농촌에서는 경운기만큼 유용한 농기계가 없지만, 일반적으로 경운기는 초라하거나 낡아빠진 자동차를 비하할 때 종종 사용되는 표현이다. 그만큼 북한 잠수함이 낡고 소음도 심한 ‘고철 덩어리’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그러나 한반도 주변 해역은 전 세계적으로도 대잠(對潛) 작전이 까다롭기로 정평이 난 곳이다. 동해와 서해, 남해가 모두 다른 수중 환경을 가지고 있으며, 각기 다른 수중 환경 특성이 공교롭게도 모두 잠수함의 은닉과 활동에 최적화돼 있어 미국 해군도 손사래를 치는 곳이다. 

    천안함 폭침 도발이 일어난 서해는 수심이 얕고 물이 탁해 잠수함이 활동하기 어렵다고 인식되지만, 실제로는 중국 전략 잠수함의 주요 활동무대다. 서해는 한반도와 중국에 접한 수십 개의 하천에서 엄청난 양의 담수(淡水)와 더불어 각종 오염 물질과 부유물이 유입된다. 

    물은 온도와 염도 등 성분에 따라 비슷한 성질끼리 뭉치는 특성이 있는데, 바다 속에도 성질이 유사한 물들이 뭉쳐 수괴(水塊)가 형성된다. 수중 물체를 찾는데 쓰이는 음파는 각각 다른 성질을 가진 수괴를 통과하면서 왜곡 또는 소실되는데 수괴가 다양하게 발달할수록 물속의 잠수함을 찾는 것은 더욱 어려워진다. 



    서해는 수괴가 다양하게 발달하고, 곳곳에 바위와 돌출 지형이 음파를 산란·왜곡시킨다. 자기장 변화를 감지해 수중의 금속 물체를 탐지하는 자기변화탐지장비(MAD) 역시 곳곳에 널린 부유물과 수중 쓰레기 때문에 별다른 효과를 보기 어렵다. 따라서 서해는 최악의 대잠 작전 환경을 가진 곳 중 하나로 평가된다. 

    남해는 비교적 낮은 수심과 양식장 등 광범위하게 분포하는 인공 구조물이 잠수함에 천혜의 은닉처를 제공한다. 수중에서 엄청난 소음을 내는 딱총새우(Pistol shirimp)의 세계 최대 서식지이기도 하다. 이 새우들은 사냥할 때마다 190~210dB의 소음을 일으키는데, 일반적인 디젤 잠수함의 소음이 120dB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얼마나 소음이 큰지 알 수 있다. 

    북한 잠수함이 주로 활동하는 동해는 수심이 깊고 다양하게 발달한 해류 때문에 곳곳에 수괴가 형성돼 있다. 동해에는 쿠로시오 난류와 리만 난류, 동한 한류 등 각기 다른 성질을 가진 해수들이 유입돼 곳곳에 거대한 수괴를 형성한다. 

    수심도 깊어 200m 깊이까지는 수온약층이 형성되는데, 해수면 근처에서 구축함이나 호위함이 쏜 음파는 수온약층을 통과하면서 완전히 왜곡된다. 무한급 잠수함의 파괴 심도가 250~300m 수준이므로 북한 잠수함이 200m 아래로만 숨으면 수상함의 소나로 찾는 것이 매우 어려워진다.

    한반도 수중 환경 잠수함에 절대적으로 유리

    2017년 4월 1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 등장한 SLBM ‘북극성’. [조선중앙TV 캡처]

    2017년 4월 1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 등장한 SLBM ‘북극성’. [조선중앙TV 캡처]

    실제로 해군이 비교적 최신 소나인 SQS-240K를 장착한 한국형 호위함을 동원해 일정 구역을 정해놓고 북한의 무한급 잠수함과 모의 교전 시뮬레이션을 실시한 결과 탐지 및 격침률이 25%를 밑돌며 우리 해군 호위함도 큰 피해를 입는 결과가 나온 적이 있다. 그만큼 한반도 주변의 수중 환경은 잠수함에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조성돼 있다. 

    이러한 사실은 당연히 북한도 알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이 지난 수십 년간 수중 전력 확보에 공을 들여왔던 것이고, 동·서·남해 곳곳을 북한 잠수함과 잠수정이 제 집 앞마당 드나들 듯 오갔던 것이다. 

    북한이 수십 년간 동·서·남해에 내려 보낸 잠수함에는 한반도 전략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칠 만한 ‘한방’이 실려 있지 못했다. 기껏해야 무장공비나 간첩 몇 명 정도로는 대한민국의 체제를 뒤흔들고 위협할만한 파괴력을 발휘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잠수함에 실린 ‘물건’이 공작원이 아니라 탄도미사일이라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북한이 전략 잠수함을 건조 및 진수해 실전에 배치하면 이 잠수함은 언제든 물속에 숨어 해류를 타고 넘어와 한국 해군의 대잠 방어선을 뚫고 포항이나 울산, 부산 앞바다의 수중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쏠 수 있다. 즉, 한미 연합군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이 모두 북쪽을 보고 있는 상황에서 ‘뒤통수’를 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미사일의 사거리를 연장하고 해류를 잘 이용하기만 하면 일본 전역은 물론 괌, 알래스카까지도 노려볼 수 있다. 동해 바다 깊숙한 곳에 숨어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곳에서 기습적인 핵미사일 공격을 가할 수 있는, 말 그대로 보복 타격(Second strike) 능력을 갖게 된다. 

    이러한 능력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시작한 이후 항상 꿈꿔왔던 핵무장의 종착점이다. 이를 위해 북한은 지금까지 핵과 미사일, 그리고 잠수함 기술 확보에 사활을 걸어왔다. SLBM 탑재 전략 잠수함은 한반도 안보의 ‘게임 체인저’다. 
    *[北잠수함전력해부④]에 계속

    *‘신동아’는 ‘北잠수함전력해부’를 7월 6일, 7일, 9일, 10일 오후 5시 총 4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이번 기사는 그 세 번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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