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호

김우주 교수 “생활방역 성급했다.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전환해야”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20-06-12 10:3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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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염병 전문가’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지호영 기자]

    ‘감염병 전문가’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지호영 기자]

    6월 5일부터 11일까지 일주일 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318명, 격리 해제자 수는 155명이다. 신규 환자가 격리 해제자보다 두 배 이상 많다. 6월 들어 국내 신규 확진자 수는 줄곧 격리 해제자 수를 넘어서고 있다. 코로나19로 병원 치료를 받는 환자 수도 1000명을 초과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에 대해 “5월 6일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생활 속 거리두기’로 완화한 여파”라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단 감염이 확산하면서 상당수 의료기관이 병상 포화상태다. 의료인과 방역당국도 지쳐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휴가철을 맞아 인구 이동이 활발해지면 전국적으로 코로나19 제2 유행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와의 일문일답. 

    - 3월 하루 확진자 수가 900명 넘게 발생하던 때와 비교하면 신규 환자 수가 많지 않은 것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지금 상황이 많이 심각한가. 

    “서울 누적 확진자 수가 6월 초 1000명을 넘어섰다. 경기도 역시 확진자가 1000명에 육박한 상황이고, 인천의 집단발생 추이 또한 심상치 않다.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에서 지역사회 감염이 늘어나는 건 방역당국에 엄청난 부담이 된다. 게다가 휴가철이 다가오고 있다. 수도권 인구가 전국 각지로 퍼져나가면 환자 추적 및 감염 차단이 더욱 힘들어진다.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코로나19 전국 유행을 차단하지 않으면 전국적 유행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있다.”

    어정쩡한 일상 복귀, 경제 회복에도 도움 안 된다

    - 불과 얼마 전 초중고교가 문을 열었다. 경제 활동도 막 재개된 참이다. 지금 다시 ‘사회적 거리 두기’로 돌아가는 게 바람직할까. 

    “이렇게 묻겠다. 현재 아이들이 학교에 제대로 가고 있나. 경제활동이 정상화됐나. 수도권 곳곳에서 발생하는 집단감염 때문에 수시로 학교가 문을 닫는다. 경제활동 또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지역사회 전파를 차단하지 않는 한 일상으로의 복귀가 불가능하다. 그걸 우리가 다 확인했다. 어정쩡한 거리두기는 오히려 사회적 피로도만 키울 뿐이다. 

    6월 8일 ‘코로나19 확진자 수 0명’을 선언한 뉴질랜드 사례를 보자. 일정기간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지역사회 전파를 차단하면 우리도 그런 상태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러고 나면 국경 통제만 철저히 해도 국내에서 안전하게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지금이 바로 그런 정책을 펴야할 때다.” 



    - 어느 정도 기간을 염두에 두나. 

    “4주 정도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는 세계가 부러워하는 수준 높은 방역 시스템을 갖췄다. 환자 수가 방역 역량을 초과해 발생하면 한계가 올 수밖에 없다. 이미 반 년째 이어진 ‘위기 대응’으로 관계자들이 지쳐가는 상황이다. 향후 4주 동안 필수 인력을 제외한 사람의 이동을 제한하는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면서 광범위한 진단검사, 체계적인 확진자 동선 추적 시스템을 가동하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다. 4월 말 국내 지역사회 감염자 수가 0명이었던 적이 있다. 이때 불씨를 완전히 꺼뜨리지 못하고 성급하게 생활 방역으로 전환한 바람에 지금 수도권 중심 전파가 벌어졌다. 이를 잡지 못한 채 휴가철이 시작되면 정말 위험해질 수 있다. 미국이나 유럽처럼 손쓸 시기를 아예 놓쳐버리면 안 된다.” 

    - 아직은 기회가 있다? 

    “그렇다. K방역의 힘이 있지 않나. 다른 나라들은 역량이 안 돼 못한다. 그러나 우리는 할 수 있으니 해보자는 얘기다. 코로나19 백신이나 치료제가 단기간에 나오지 않는다. 코로나19 위험이 주변에 상존하는 상황에서 일상 복귀는 불가능하다.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국민의 이해를 구한다면 충분히 동의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 뒤 경제 활동을 재개하면 오히려 빠른 속도로 위기를 돌파할 수 있지 않겠나. 더 늦기 전에 이에 대한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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