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명이 만난 사람]
●지금은 통합 얘기할 때 아냐
●한국경제는 관치와 신자유주의 최악 조합
●이념에 매몰되면 제대로 된 해법 안 나와
●진영정치를 실용정치로 바꿔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조영철 기자]
안 대표는 “미래통합당과의 통합 논의는 사실이 아니다. 지금은 혁신경쟁을 할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정치가 기업이나 국민보다 위에 있다는 뿌리 깊은 사고방식을 가진 건 민주당과 통합당이 같다”고 말했습니다.
-당신이 가진 미래에 대한 상상력을 발휘한다면 다양한 의제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미래통합당이 제기한 이슈를 따라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악간 목소리가 높아지며) 팩트 체크를 잘 해보시면 제가 먼저 말한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요?
“전일보육은 대선 공약으로 말했던 거고요. 이번에 기본소득 이슈도 먼저 이야기했는데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이 한 것처럼 됐습니다.”
-따라 가는 게 사실이 아니라는 거군요.
“사실 아닙니다.”
“정책 이야기하면 기사화 잘 안 돼”
-누가 먼저 했느냐를 여기서 따지고 싶지는 않습니다. 중요한 건, 당신이 올 1월 출간한 책(‘안철수, 우리의 생각이 미래를 만든다-유럽에서 찾은 공정하고 행복한 나라의 조건’)에도 적어놓은 미래에 대한 생각을 좀 더 창의적이고 참신한 정책 아이디어로 발전시키면 좋을 것 같은데 그런 게 안 보인다는 겁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고민이 있어요.”
-뭐죠.
“정책 이야기를 하면 기사화가 잘 안 됩니다. 기자들에게 물어보면 자기들도 고민이 많다고 하더군요. 정치인 막말을 받아 적으면 기사 쓰는 노력은 1인데 조회수는 100이 나오지만 정책 기사는 들어가는 에너지는 100인데 조회수는 1밖에 안 나온다는 거죠. 이런 상황을 악화시키는 게 콘텐츠 유통 구조입니다. 네이버 같은 포털이 ‘많이 본 뉴스’ ‘급상승 검색어’ 이런 걸로 여론을 왜곡시킵니다. 미래 담론 형성을 방해하는 구조죠. 더 심하게 말하면 대한민국 미래를 희생하면서 돈을 버는 유통 구조입니다. 콘텐츠 생산업체가 아니라 유통사가 돈을 더 많이 버는 이런 왜곡 구조는 절대로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지적에 동의합니다만, 지금처럼 1인 미디어가 떠오르는 시대에 그런 유통 구조 때문에 당신의 콘텐츠가 널리 알려지지 못한다는 지적은 설득력이 없어 보이는데요.
“기본적으로 재미가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정책을 말하면 안 봐요. 어떻게 재미있게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습니다.”
-그런 거야, 요즘 전문가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가 대답 대신 웃음으로 답했습니다. 그러고는 “어떻든, 고민이 많아요”라고 다시 말하며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말씀드릴 내용은 굉장히 많습니다. (책을 펼쳐 보이며) 여기 사진들 다 제가 찍은 겁니다. 출판사 편집자에게 ‘다 넣어 달라’고 했어요. 제가 직접 찍은 사진이야말로 제 시선, 제 감정을 전달할 수 있으니까요. 이 영상 자료들을 기반으로 재미있게 미래 담론을 구성할 것을 고민 중입니다. 말씀하신대로 채널은 유튜브도 있고요.”
“진영정치를 실용정치로 바꿔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6월 22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김동주 동아일보 기자]
“이 대목에서 우리나라 경제구조의 문제를 지적하고 싶어요. 어떤 이들은 관치경제라 하고 어떤 이들은 신자유주의가 문제라 하는데 둘 다 틀렸다고 봐요. 제가 벤처기업을 할 때 보니까 우리는 대기업에 대해서는 국가가 목을 틀어쥐는 관치고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하는 여러 불공정한 관행은 신자유주의입니다. 제일 나쁜 조합입니다. 그런데 이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는 정치세력이 없습니다.
외국 학자들과도 이야기를 많이 해봤는데 세계적으로 이런 구조가 존재하지 않으니까 이해를 못해요. 자기들 상식하고 안 맞으니까. 저는 이런 이중구조를 고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야 경제도 살아납니다.
기업도 그렇고 나라도 그렇고 제일 중요한 가치는 ‘자유’입니다. 최대한 자율성을 줘야 창의와 도전이 나옵니다. 이걸 막고 있는 걸 국가주의적 시각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지요. 정치가 기업이나 국민보다 위에 있다는 뿌리 깊은 사고방식을 가진 건 민주당과 통합당이 같습니다. 그게 우리나라의 잠재력을 좀먹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관치냐, 신자유주의냐 하는 논쟁이 사치스러워 보입니다. 생존의 벼랑 끝에 서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으니까요.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줄 게 아니라 우선적으로 급한 분들을 지원하자고 주장했는데 통합당도 전 국민 100% 지원에 동참했습니다. 저는 동의가 안 됩니다.”
-정치 쪽은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 없나요.
“제일 큰 문제는 거대 양당 구조입니다. 이게 꼭 나쁘다는 게 아니라 근본 토대가 진영 정치 문화라는 게 문제입니다. ‘조국 사태’에서 여실히 드러났듯 우리 편은 항상 옳고 상대는 항상 잘못됐다고 여깁니다. 그러다보니 합리적 해결이나 합의가 이뤄지지 않습니다. 이걸 ‘실용정치’의 패러다임으로 바꿔야 한다고 계속 주장하고 있습니다. 실용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이상적인 사고방식에만 매몰되는 게 아니라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인데 원래 정치란 게 그런 거 아닌가요. 이념에 매몰돼 계속 한쪽만 바라보면 제대로 된 해법이 나오겠어요.”
“미래담론 향한 혁신경쟁 필요”
-미래통합당과의 통합 문제는 어떻게 되고 있나요.
“언론에서 통합을 바라는 것 같아요(웃음). 계속 분위기를 만들고 띄우는데 (통합 논의는) 사실이 아닙니다. 지금 야권을 보면 백약이 무효입니다. 통합을 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싶습니다. 오히려 이럴 때 중요한 것은 혁신경쟁이라고 생각합니다. 계속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거죠.
저희는 아직 규모가 작긴 하지만 통합당의 김종인 위원장이 화두를 던지면 제가 받고 제가 내면 또 그쪽에서 받는 게 미래 담론을 향한 혁신경쟁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본소득에 대해서도 김 위원장과 의견은 많이 다르지만 긍정적인 것은 그것이 보기 드물게 나온 미래 담론이란 점입니다. 과열이 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서로의 생각을 투명하게 드러내면 좋겠어요.”
-미래통합당과의 통합에 대해서는 ‘유보’라는 표현을 써도 좋겠습니까.
“거듭 말씀드리지만 지금은 혁신경쟁을 할 때입니다. 저희가 그걸 선도하겠습니다. 그러면 통합당도 ‘저렇게 작은 정당도 하는데…’ 하면서 자극받지 않을까요. 그렇게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 그 자체로 국민의 관심도 모으고 신뢰도 모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야권의 저변이 넓어질 것이고요. 그런 일을 할 때라고 말씀드립니다.”
-김종인 위원장과의 만남도 의미가 없겠네요.
“지금 만난다고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치열하게 경쟁하자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작은 정당이라서 존재감이 없는데 대등한 경쟁이 가능할까요.
“(우리가 내놓는) 담론의 크기는 작지 않죠.”
*[안철수인터뷰➂]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