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호

[北잠수함전력해부①] 북한 잠수함의 요람 ‘봉대보이라공장’

물량 면에서 세계적 규모 수중함대 갖춰

  •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입력2020-07-06 1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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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7월 함경남도 신포 마양도 봉대보이라공장(잠수함 건조공장)을 방문해 건조 중인 잠수함을 살펴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7월 함경남도 신포 마양도 봉대보이라공장(잠수함 건조공장)을 방문해 건조 중인 잠수함을 살펴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캡처]

    신포조선소는 한미 양국 감시정찰 자산이 최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북한 군사시설 중 하나다. 함경남도 신포시 연로동에 소재한 이 조선소는 ‘봉대보이라공장’이라는 위장 명칭으로 운용돼왔다. 최근 대대적 확장 공사를 거치며 잠수함 건조 기지로 탈바꿈했다. 

    북한은 물량 면에서 세계적 규모의 수중함대를 갖추고 있다. 또한 잠수함 건조 능력을 보유한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다. 80척에 달하는 잠수함·정을 보유해 2014년 미국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세계 1위 잠수함 대국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북한은 비대칭 무기로서의 잠수함의 가능성을 일찌감치 인식하고 1960년대 초반부터 수중 전력 건설에 나섰다. 

    북한이 처음으로 손에 넣은 잠수함은 110t급 소형 잠수정이다. ‘유고급’으로 일컬어진다. 이 잠수정은 침투용으로 수중 배수량이 110t에 불과하다. 북한은 이 잠수정에 406㎜ 어뢰발사관을 장착해 침투뿐 아니라 공격용으로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50여 척을 건조해 요긴하게 사용했다. 1998년 한국 어선의 꽁치잡이 그물에 걸리면서 유명세를 탔다. 

    북한은 신포 앞바다 마양도에 지은 시설에서 유고급 잡수함을 건조하면서 기술적 바탕을 쌓았다. 1970년대 초에는 공격용 잠수함 획득을 위해 중국과 접촉했다. 그 결과물이 1973년부터 7척이 수입된 033형(型) 무한(武漢)급 잠수함이다. 



    무한급은 로미오(Romeo)급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옛 소련의 로미오급 잠수함을 복제한 것이 무한급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 잠수함을 중국으로부터 직도입하는 동시에 부품을 들여와 15척을 자체 건조하면서 중형급 잠수함 건조를 위한 기술적 토대를 쌓았다. 

    북한은 마양도 해군기지의 잠수함 건조 시설에서 1976년부터 1995년까지 1.5년에 1척 꼴로 무한급 잠수함을 건조했다. 20여 년에 걸친 무한급 잠수함 건조 과정에서 설계는 물론 압력선체 제조 기술을 확보하고 주요 부품을 국산화하는데 성공했다. 

    북한은 이렇게 축적한 기술을 바탕으로 1980년대 중반 유고슬라비아 헤로즈(Heroj)급의 도면을 들여와 개량한 상어급 잠수함을 건조했다. 1990년대에는 유고급 후속 모델인 연어급 등을 자체 개발하며 소형 잠수정으로 구성된 대규모 수중 전력을 구축했다. 

    북한은 20여 척에 달하는 무한급 잠수함을 지속적으로 개량하면서 주력으로 운용한다. 40여 척의 상어급과 20여 척의 유고급, 10여 척의 연어급이 무한급을 보조한다.

    천안함 폭침에서 드러났듯 효과적 비대칭 전력

    배수량만 보면 굉장히 작고 보잘 것 없지만, 천안함 폭침 도발에서 입증된 것처럼 소형 잠수함 전력은 대단히 위협적이다. 북한 처지에서 효과적인 비대칭 전력인 것이다. 다만 소형 잠수함은 바다에서만 유용할 뿐 한반도 전략 환경에서 ‘판’ 그 자체를 바꾸는 데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한은 1980년대 후반부터 소형 잠수함의 한계를 극복하고 수중 전력만으로도 한반도 문제의 판 자체를 뒤흔들 수 있는 수단을 얻고자 했다. 미국과 소련 등 강대국들이 상호확증파괴(MAD)의 핵심 수단으로 보유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탑재 전략잠수함을 확보하는 게 그것이다. 

    북한이 보유한 건조 기술로는 이러한 잠수함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했다. 소형 잠수정과 달리 대형 잠수함의 건조 난도는 대단히 높다. 얕은 수심에서 움직이는 소형 잠수함은 압력선체 지름이 2~3m면 충분해 일반 강철로도 선체를 만들 수 있지만, 탄도미사일을 싣는 대형 잠수함은 압력선체 지름이 최소 10m가 넘어야 한다. 작전 심도도 깊기에 물속으로 들어갔을 때 선체 외벽에 가해지는 엄청난 수압을 견딜 수 있는 높은 인장 강도를 가진 고장력강(High Yield Strength steel)을 만들 수 있는 고도의 철강 기술이 요구된다. 또한 대형 선체에 충분한 동력을 공급하기 위한 고성능 배터리와 모터 기술도 필요하다. 

    북한이 보유한 무한급 잠수함 생산 기술로는 SLBM 탑재 가능 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무한급은 6.7m급의 압력선체를 가지고 있어 여기에 탄도 미사일을 싣는 것은 불가능했고, 대형 선체를 효과적으로 움직이기 위한 배터리나 모터 역시 북한 기술로는 어림도 없었다. 이 때문에 북한은 관련 기술과 부품을 외부에서 조달해야 했다. 

    북한은 소련의 재래식 동력 탄도 미사일 잠수함인 골프(Golf)급, 그 골프급을 모방해 확대 개량한 중국의 칭(淸)급 잠수함 획득을 추진했다. 골프급은 소련의 전략원자력잠수함 전력화에 따라 구식화돼 도태되고 있었는데, 북한은 이 도태 잠수함을 판매 또는 공여해줄 것을 소련에 요청했지만, 소련이 이런 전략 무기를 북한에 넘겨줄 리 없었다. 북한은 다른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北잠수함전력해부②]에 계속

    *‘신동아’는 ‘北잠수함전력해부’를 7월 6일, 7일, 9일, 10일 오후 5시 총 4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이번 기사는 그 첫 번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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