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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길원옥 할머니 “돈 있으면 아들한테 주지…집만큼 좋은 데가 없다”

양아들 황 목사 집으로 옮긴 길 할머니 ‘신동아’와 20분간 대화

  •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입력2020-06-23 16:2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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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

    ‘신동아’는 21일 인천 연수구 한 교회를 찾아 황선희(61) 목사 부부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92) 할머니를 만났다. “할머니를 뵙기 위해 서울에서 왔다”는 기자의 말에 길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큰 목소리로 “고맙습니다”라고 말했다. 

    길 할머니는 11일 정의기연연대 ‘평화의 우리집(마포 쉼터)’에서 나온 뒤 교회에 딸린 사택에서 양아들 황 목사 가족과 지내고 있다. 황 목사는 이 교회 담임목사다. 교회 건물은 지하 1층이 예배당, 지상 1~2층이 교육관 겸 사택(舍宅)이다. 길 할머니는 1층에 마련된 방에서 지낸다. 

    길 할머니는 방에 놓인 환자용 침대에 앉아 손자인 황모 씨와 화투를 치고 있었다. 반팔 상의에 꽃무늬가 새겨진 바지 차림이었다. 방 안에는 보행보조기와 수액걸이, 의료기기, 옷가지, 각종 약품이 놓여 있었다. 길 할머니는 이날 20분 간 기자와 대화했다. 

    며느리 조모 씨가 “손자와 민화투 치니 좋으시냐”고 묻자 길 할머니가 “그럼 좋지. 근데 할머니가 (손주한테) 져”라고 답했다. “평소에도 운동 삼아 민화투를 치셨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운동보다는 심심해서…. 이렇게 사람과 얘기하고 노는 게 제일 좋지”라고 했다. 

    마포 쉼터에서 근무한 요양 보호사들이 한 언론에 길 할머니가 쉼터를 떠나는 날까지 “가기 싫다고 말했다”고 언급했지만, 황 목사 부부의 설명은 달랐다. 길 할머니가 차에 오르자마자 “이제 집에 간다”고 외쳤고, 이 얘기를 들은 황 목사 가족이 함께 박수를 쳤다는 것이다. 



    “집으로 오시니 어떠시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길 할머니는 “집만큼 좋은 게 없다. 이게 사람 사는 거지”라고 했다. “어머니께서 매달 아드님에게 돈을 주셨느냐”는 질문에 길 할머니는 “나이가 먹어서 오래된 일은 기억이 안 난다”면서도 “할머니가 돈이 있으면 아들한테 주지. 아들이 돈이 얼마 없으니까”라고 또박또박 답했다. 

    조씨는 “어머니께 ‘손영미 소장이 돌아가셨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죽었어?’라고 하시더라. 어머니가 손 소장의 죽음을 인지하지 못하고 계신다. 2016년부터 어머니 기억이 오락가락했다. 대화가 가능하지만 돌아서면 금세 잊으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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