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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아카데미와 함께하는 ‘인문을 과학하다’③

“드론 시장 독점 중국 DJI는 넘사벽… 간이침대 놓고 7000명이 연구 중”

이동준 서울대 교수로부터 듣는 드론 이야기

  •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드론 시장 독점 중국 DJI는 넘사벽… 간이침대 놓고 7000명이 연구 중”

  • ● 이란 사령관 폭살한 미국 드론, 엄청난 기술 진보
    ● 드론 붐 가능한 건 배터리·소재 혁명 덕분
    ● DJI 이기려면 게임 규칙 바꿔버려야
    ● 프로펠러는 추락 시 칼날… 대형사고 일으킬 수도
    ● 드론 택배? 서울에선 거의 불가능
신동아는 인문학재단 플라톤아카데미와 함께 ‘인문을 과학하다’ 시리즈를 진행한다. 플라톤아카데미는 2010년 11월 설립된 국내 최초 인문학 지원 재단으로 인류의 오랜 지식과 지혜를 바탕으로 우리가 당면한 삶의 근원적 물음을 새롭게 전한다는 취지로 연구 지원, 대중 강연, 온라인 포털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인문을 과학하다’는 인문학과 과학이라는 언뜻 멀어 보이지만, 우리 삶에 깊이 들어와 섞여 있는 두 세계의 깊이 있는 소통을 추진하는 프로젝트다. <편집자 주>

[김도균 객원기자]

[김도균 객원기자]

새해 벽두인 1월 3일 새벽 전 세계는 드론의 가공할 공격력에 경악했다.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에서 이란 혁명수비대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이 미국의 드론 공격으로 폭살된 것. 

드론은 과연 무엇이고 어디까지 발전할까. 플라톤아카데미와 함께하는 ‘인문을 과학하다’ 세 번째 주제는 드론이다. 

드론 전문가 이동준(47)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KAIST에서 기계공학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기아자동차에 근무하다 유학길에 올라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테네시대에서 5년간 교수로 지내다 2011년부터 서울대 공대 교수로 일하고 있다. 

2009년 미국과학재단 내셔널 사이언스파운데이션(USNSF) 젊은 과학자상을 받았으며 로봇 분야 세계적 저널인 TRO의 부편집장을 맡기도 했다. 대담은 1월 30일 서울대 공대 그의 연구실에서 진행됐다.



군사용 드론 가공할 위력 보여준 ‘MQ-9 리퍼’

미국 군인들과 기자들이 1월 13일(현지 시간) 이라크 아인알아사드 미군 공군기지에 떨어진 미사일 흔적 옆에 서 있다. 이 기지는 1월 8일 이란의 ‘가셈 솔레이마니 폭살’ 보복 공습을 받았다.

미국 군인들과 기자들이 1월 13일(현지 시간) 이라크 아인알아사드 미군 공군기지에 떨어진 미사일 흔적 옆에 서 있다. 이 기지는 1월 8일 이란의 ‘가셈 솔레이마니 폭살’ 보복 공습을 받았다.

- 사전에 나온 드론(drone)의 정의는 명사로는 ‘낮게 웅웅거리는 소리’, 동사로는 ‘웅웅거리는 소리를 내다’이다. ‘Drone’이라는 고유명사로 쓰인 것은 군사 기술에서 유래했다고 하던데. 

“그렇다. 케임브리지 사전에 애초 등재된 정의도 ‘탑승 조종자 없이 지상으로부터 제어되는, 폭탄 투하나 감시에 사용되는 비행체’다. 그러다 민간 상업용으로 확대되면서 5년 전쯤 ‘취미생활에 쓰이는 비행체’라는 정의가 추가됐다. 

드론은 한마디로 ‘날아다니는 로봇’이다. 용도에 따라 군사용과 민수용 두 종류로 나뉜다. 현존하는 드론의 90%가 군사용이다.” 

- 드론이 사람을 살해하는 걸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이번에 전 세계에 생중계되다시피 공개돼 그렇지 군사용 드론의 역사는 100년이 넘는다. 전기공학자 니콜라 테슬라가 1918년 원격조종 무인비행기를 개발한 게 시초다. 실전에 쓰인 건 제2차 세계대전 때부터다. 1980년대 항공전자장비와 컴퓨터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위성 기술을 이용한 드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공격용 드론 개발과 활용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미국이다. 1990년 걸프전을 통해 완성한 기술을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군사 작전에 활용하고 있다. 이번에 이란 사령관을 죽인 드론은 ‘MQ-9 리퍼(Reaper)’로 차세대 군사용 드론이다. 날개가 고정된 ‘픽스드 윙(fixed wing)’ 드론으로 취미용으로 쓰이는 다중 로터(모터+프로펠러) 드론과는 다르다.”

칼날 6개로 표적 산산조각 내

그는 “MQ-9 리퍼의 기본 기술 개념은 새로울 것이 없지만 소음이나 레이더로 감지되지 않았다는 게 무섭다”고 했다. 

“드론의 사전적 정의가 ‘웅웅거리는 소리’라고 할 정도로 드론은 매우 시끄럽다. 리퍼 드론은 날개 길이 20m로 지상 200m 상공 정도에 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헬리콥터였다면 지상에서 소리가 충분히 들리는 거리다. 소음과 힘은 비례 관계라서 소음을 줄이면 힘이 떨어져 공중에 오래 정지하거나 비행할 수 없다. 이란 군인들이 탐지하지 못했을 정도로 굉장히 조용한 엔진을 쓴 것 같다. 리퍼에 장착된 ‘헬파이어 R9X’라는 미사일의 유도 기능도 놀랍다. 목표물에 도달하면 칼날 6개가 나와 표적을 산산조각 낸다고 알려져 있는데 조수석과 운전석을 구별해낼 정도로 움직임을 정확하게 감지했다는 점에서 표적을 따라가는 센싱 능력이나 제어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와 2시간여 대화를 나누다 보니 드론 기술에 대한 전반적인 윤곽이 잡히는 것 같았다. 

- 드론 용도를 군사용과 민간용으로 나눈다면 형태별로도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날개가 고정돼 있느냐 회전하느냐로 크게 구분한다. 리퍼 같은 비행기 드론은 날개가 고정돼 있어서 픽스드 윙, ‘고정익(固定翼)’ 드론이라고 한다. 프로펠러나 엔진으로 힘을 낸다. 민간 드론은 대부분 로터(모터+프로펠러)로 힘을 내지만 요즘엔 터빈 엔진을 장착해 확 하고 불을 뿜으면서 날아가는 것도 있다. 

드론은 바람과 중력을 견뎌야 하는데 비행기 형태(고정익) 드론은 날개가 고정된 채 제어하기 때문에 속도가 빠르고 멀리 오래 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수년 전 북한에서 넘어온 것도 고정익 드론이다. 고정익의 단점은 공중에서 정지할 수 없다는 거다. 카메라를 달아 뭘 찍거나 감시하려면 공중에서 얼마간 정지하고 있어야 한다. 이걸 호버링(hovering·제자리 비행)이라고 한다. 고정익 드론은 호버링이 안 된다. 속도가 떨어지면 무조건 추락하는 시스템이다. 그래서 현재 가장 큰 애플리케이션인 카메라 드론이 안 된다. 

호버링이 가능한 드론으로는 헬리콥터 드론이 있는데 이륙이나 비행제어가 쉽지 않고 프로펠러가 동체에 붙어 있어 회전하는 부분이 약해 추락하면 보수가 어렵다는 점, 프로펠러가 천천히 돌아 몸체가 진동을 흡수하지 못해 텅텅텅 흔들려 촬영에 지장을 준다는 단점이 있다. 리모트컨트롤(RC)로 원격조종되는 비행기나 헬리콥터가 오래전에 나왔는데도 일반화되지 않은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드론 붐은 배터리, 소재 혁명 덕분

- 네 개 프로펠러가 있는 현재의 다중 로터 드론은 어디서 가장 먼저 개발했나. 

“첫 번째 상용 제품은 2010년 프랑스 회사 패롯(Parrot)이 만들었다. 패롯은 중국 디제이아이(DJI)에 이은 세계 2위 상업용 드론 회사다. 프랑스는 2000년대 초부터 국가 연구과제로 드론 연구를 시작했다. 처음엔 그냥 고급 장난감 정도로 인식됐는데 패롯이 내놓은 첫 제품 이름이 ‘AR.Drone’이다. 이미 AR(Augmented Reality·증강현실)까지 상상력을 펼쳤다는 이야기다. 증강현실은 구글 글라스 같은 걸 쓰고 테이블을 보면 테이블 위에 어떤 이미지가 딱 하고 뜨는 거다. 드론에 이 기술을 녹일 생각을 했으니 남이 보지 못한 걸 본 것 같다.” 

- 그냥 보면 장난감 같은데, 어떻게 4차 산업혁명의 총아가 됐을까. 

“매우 다양한 최첨단 기술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비약적 혁신이 이뤄지면서 드론도 발전했다. 배터리만 해도 현재 휴대전화에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나오면서 무게를 대폭 줄일 수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효자는 재료 혁명이었다.” 

- 재료라고 하면? 

“하늘을 날아다니려면 가벼워야 하고 공중에서 몸체가 흔들리거나 바람의 힘 등에 의해 형태가 바뀌면 안 된다. 형질이 단단한 카본(탄소)섬유가 나오면서 공중에 떠 있어도 진동을 잡아줘 드론이 뜰 수 있었고 제어할 수 있게 됐다. 10년 전만 해도 매우 비쌌는데 지금은 한 대 만드는 데 몇 천 원 어치만 써도 될 정도로 값이 파격적으로 싸졌다. 또한 프로펠러를 돌리는 모터의 효율과 내구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기술이 개발됐다는 점, 비행에 필수적인 항법 센서가 손톱 크기만큼 작아졌고 가격도 매우 싸졌다는 점, 레이저 커팅 같은 가공 기술 발달로 자유자재로 모양을 만들 수 있다는 점 등이 현재의 드론 탄생을 가능케 했다. 여기에 AI(인공지능) 기술은 물론이고 관성센서와 카메라, GPS, 컴퓨팅 기술의 소형화가 이뤄졌다. 휴대전화에 들어가는 각종 기술도 드론에 모두 적용된다.”

드론 배송, 서울에선 특히 힘들다

아마존이 공개한 드론 배송 동영상. [유튜브 캡처]

아마존이 공개한 드론 배송 동영상. [유튜브 캡처]

- 적용 분야도 무궁무진해 보인다. 우선 항공 촬영에 가장 많이 쓰이는 것 같다. 

“지금까지 가장 성공적인 애플리케이션은 동영상이 됐든 사진이 됐든 카메라를 달아서 촬영하는 거다. 촬영뿐 아니라 감시에도 활용되고 있다. 사람의 오감 중 시각이 굉장히 강렬하지 않은가. 데이터도 많고. 사람 눈을 하늘로 확장한 게 촬영용 드론이라고 보면 된다.” 

- 드론 하면 떠오르는 게 택배 영상이다. 집 앞까지 물건을 배달하는 아마존의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유튜브 영상에 속으면 안 된다(웃음). 아마존이 만든 것뿐 아니라 데모(성능을 보여주기 위한 시범) 영상이 많이 돌아다니는데 드론 기술 개념을 조금이라도 알면 어떤 게 진짜고 가짜인지 어렴풋하게나마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유튜브 드론 영상 중에는 알루미늄 케이스로 만든, 손에 쏙 들어가는 휴대전화만 한 셀카 드론 동영상이 있는데 사기다. 실제로는 아예 못 뜨거나 뜨더라도 1분 만에 추락한다. 알루미늄 소재가 무거운 데다 프로펠러가 작아 힘이 떨어진다. 프로펠러 크기가 2배 작아지면 힘은 8배 작아진다.” 

- 왜 그런 사기 영상이 돌아다닐까. 투자 받으려고? 

“그렇다. 투자를 결정하는 사람들이 기술에 대해 이해해야 하는 이유다. 로봇 영상도 사기가 많다. 일단 영상으로 만들어놓고 나중에 개발할 수 있다는 식이다. 의도가 다 불순한 건 아니지만 돈이 걸려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과장된 이미지가 워낙 많이 돌아다녀 연구자들은 힘들다. 기술 구현이란 게 정말 힘든데 뭐, 뭐를 하겠다고 제안하면 이미 유튜브에 다 있는데? 라는 반응이 나온다. 속을 들여다보면 제대로 된 것들이 아닌데도 말이다.” 

그는 유튜브에 소개된 소방차 드론 영상을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소방관들을 실은 드론이 화재가 난 건물에 수평으로 접안하는 영상인데 저런 커다란 드론으로 접안하려면 몸체가 저렇게 똑바로 죽 나갈 수가 없다. 로터가 다 위를 보고 있어서 몸체를 기울여야 옆으로 갈 수 있는데 그러면 유리창이 팡! 깨질 수 있다. 위험하다. 이런 형태의 드론이 옆으로 가려면 몸체를 기울여야만 한다는 기본 법칙을 모르면 속기 쉽다.” 

- 다시 드론 택배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드론 택배 역시 갈 길이 멀다. 유튜브 영상들을 자세히 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다. 그게 뭔지 아나?” 

기자가 고개를 갸우뚱하자 그의 말이 이어졌다. 

“사방이 뻥 뚫린 장소라는 거다. 한마디로 주변에 장애물이 없는 곳들이다. 당장은 미국처럼 정원이 있는 주택 구조에서 가벼운 서류나 작은 물건을 배달할 수는 있겠지만 도심을 누비는 자율 배송은 갈 길이 아직 멀다. 특히 서울에선 거의 불가능하다.”

드론 추락 시 프로펠러가 칼날 돼

- 수년 후 드론 택배가 현실화하리라는 전망을 들어왔는데 의외다. 특히 서울에서 힘든 이유는 뭔가. 

“단순한 문제인데 해결하기 힘들다. 바로 전봇대의 전선이다. 드론에 탑재된 카메라가 전선을 탐지하기가 매우 어렵다. 카메라 센서가 사람 눈만큼 성능이 좋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람 눈동자는 주변 환경을 파노라마로 인식하지만 카메라는 해상도와 화면 크기에 제한을 받는다. 현재까지 나온 초고성능 카메라는 600 바이 400 크기로 1초에 스무 번 정도 찍는데 이 픽셀보다 작은 건 포착하지 못한다. 전선은 매우 가늘지 않은가. 한 개의 픽셀 안에서 식별이 안 된다. 데이터베이스 작업도 힘들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현황 파악도 안 된다. 그러니 드론이 날다가 걸릴 수밖에 없다. 또 어두운 밤이나 전선 색깔이 배경색과 비슷할 경우에도 식별이 어렵다.” 

- MQ-9 리퍼 드론처럼 통제본부에서 원격조종하면 안 될까. 

“군사용이야 가능하지만 사람 한 명 한 명이 하나하나 붙어서 택배 드론을 조종하면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까? 차라리 사람이 배송하는 게 낫다. 원격조종이란 것도 결국 컨트롤타워에서 카메라 화면을 보고 하는 건데, 도심 같은 복잡한 환경에서 사람 눈처럼 풍부한 시각 정보를 얻을 수 없다. 

또 다른 이슈는 측위(localization) 문제다. 드론이 자율비행을 하려면 지금 내 위치가 어디고 어디로 배송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이게 측위 기술이다. 이를 위해 GPS(위성항법장치) 기반의 위치 설정이 가능해야 한다. 그런데 서울 같은 도심에는 고층 건물이 워낙 많기 때문에 위성 신호가 교란돼 GPS가 잘 안 된다. 좁은 골목이나 산악 지형에서 내비게이션이 먹통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안전도 중요한 요소다. 건물 사이에서 불어오는 돌풍 이른바 ‘빌딩풍’으로 기체가 조작한 대로 움직이지 않거나 GPS 신호가 교란되면 건물에 충돌할 수도 있고 사람이나 지나가는 차 위로 떨어질 수도 있다. 

드론 추락은 프로펠러 때문에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빨리 돌 때는 6000RPM(rotation per minute·엔진이 1분에 6000번 도는 것) 정도인데 자동차 엔진이 빨리 돌 때 속도와 같다. 

드론 프로펠러는 아주 얇고 단단해 거의 칼날이라고 보면 된다. 이게 떨어지면 부딪히는 게 아니라 베이는 거다. 드론이 프로펠러 때문에 각종 안전사고에 노출되는 경우가 있으니 매우 조심해야 한다. 사람이 많이 모여 있는 곳에서 드론을 띄우면 안 된다는 규정이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우리도 실험실에서는 모두 헬멧을 쓰고 실험한다. 여기에 소음 문제도 간단치 않다. 평창올림픽 때 선보인 인텔 드론 쇼는 야외라서 상관없었지만 드론들이 일반 주택가를 막 날아다니면 소음 때문에 아주 짜증 날 것이다.”

드론 시장 세계 강자 중국 DJI

중국 DJI가 개발한 드론 ‘매빅 미니’. [뉴시스]

중국 DJI가 개발한 드론 ‘매빅 미니’. [뉴시스]

-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해보자. 글로벌 민간 드론 시장은 중국 회사인 DJI가 독점하고 있다. 세계시장의 무려 70%를 점유하고 있다고 들었다. 

“한마디로 ‘넘사벽’이다. 기술, 규모 등 모든 면에서 미국 기업들까지 후발주자로 만들고 있다. 현재 쓰이는 상업용 드론과 부품들은 거의 다 DJI 제품이라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DJI가 내놓는 신제품의 진화 속도는 눈부시다. 크기도 갈수록 작아지고 비행시간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 나온 초경량 드론 ‘매빅 미니’는 현재 나온 드론 중 가장 작고(배터리 빼고 245g) 한번 충전에 30분 정도(기존 15분) 띄울 수 있다. 프로펠러를 모두 접으면 어른 손바닥 위에 올려놓을 수 있을 정도인데 이건 굉장히 정확한 제어기술을 쓰고 있다는 얘기다. 전기모터나 카메라를 고정시키는 짐볼 설계 같은 하드웨어뿐 아니라 센서 융합, 제어 알고리즘 등 전통적으로 미국, 유럽이 강점을 가진 소프트웨어 기술에서도 DJI가 매우 앞서 있다. 신제품마다 기존 제품에는 들어가지 않던 하이 레벨 제어 기능들을 탑재한다.” 

- DJI가 급속도로 성장한 비결은 뭔가. 

“먼저 시작했고 창업자인 프랑크 왕(Frank Wang)이 끈질기게 달라붙었다는 게 큰 동력이겠지만 무엇보다 타이밍이 절묘했다. 앞서 말한 대로 소재, 배터리 등 관련 산업에서 기술이 한꺼번에 개발되면서 10년 전에는 불가능했던 일들이 모두 가능해졌다. 아낌없이 투자할 자본력도 있었다. 카메라 드론이라는 현재 플랫폼에서 전 세계 어떤 회사도 당분간 DJI를 이기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 어떤 면에서? 

“2015년 중국 선전(深圳) DJI 본사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는데 엔지니어들 평균 나이가 스물네 살이었다. 한국에서라면 부장급인 메인 엔지니어가 20대 후반이었는데 직원 50명을 데리고 있었다. 5년이 지난 지금, 이들이 30대가 돼 요소요소에서 열정적으로 현장을 지휘하고 연구를 주도하고 있을 것이다. 앞으로 30년, 최소 20년은 더 현업을 뛰면서 말이다. 직원 숫자와 연구 깊이 면에서도 우리와는 비교가 안 된다. 회사 총 직원이 7000여 명이나 되는데 한국은 회사당 30여 명도 채우지 못한다. 전체 직원에서 1500명이 연구개발(R&D) 인력이다. 제어 분야만 50명에 달한다. 숫자도 숫자지만 연구 수준도 놀랍다. 2015년 세미나 주제가 ‘새로운 드론 플랫폼’에 관한 것이었는데 현장 엔지니어로부터 이전까지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매우 깊이 있는 질문을 받아 깜짝 놀랐다.” 

그는 “DJI의 경영 방식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혼재돼 있는 것 같았다”고도 했다.

자본주의 공산주의 혼재된 DJI 경영 방식

“해고가 매우 자유롭다. 근로자 처지에선 직업 안정성이 전혀 없다 보니 경쟁이 매우 치열했다. 마케팅이란 개념이 전혀 없다고 생각될 정도로 신제품을 무지막지하게 출시한다. 현재 제품이 불티나게 잘 팔리는데도 바로 바로 새 제품을 내놓는다. 내부 팀 간 신제품 경쟁 때문이라고 한다. 

2013년 팬텀1 이후 팬텀4까지 엄청난 기술 진보를 보여주었고 불과 6개월 만에 가격은 절반, 성능은 고도화된 ‘매빅 미니’를 내놓았다. 자사 제품이 독점하는 시장에서 또 다른 자사 제품을 내놓는 건 비즈니스 측면에서 보면 거의 ‘미친 짓’을 하는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웃음). 부품 성능도 다른 회사 것들과 비교해 약 20% 우수하다. 이 정도면 뜰지 안 뜰지가 결정되는 매우 큰 차이다. 

우리 학생들 이야기가 DJI 상품을 뜯어보면 거의 애플 제품을 뜯는 듯한 느낌이 난다고 한다. 그만큼 세련되고 디테일이 우수하다는 거다.” 

- ‘대강 대강 중국’은 이제 없다는 정도가 아니라 ‘오싹하다’는 느낌까지 든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내가 마치 DJI 홍보대사 같은데(웃음), 그만큼 글로벌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DJI 연구실에 가보고 깜짝 놀란 게 또 하나 있었는데 ‘열심히까지’ 한다는 거였다. 누가 옆에 지나가거나 말거나 입 벌리고 코딩에 열중하고들 있는데 하나같이 옆에 간이침대가 놓여 있었다. 집에 안 가고 연구실에서 먹고 자며 일하는 것 같았다.” 

- 드론 기술이 어느 수준까지 와 있나. 

“요즘에는 GPS가 안 되는 실내에서도 띄울 수 있는 드론이 개발되고 있다. 이는 기술 진보의 한 단계를 또 뛰어넘는 것이다. 실내는 물론 산속 같은 데서 사람을 따라갈 때 어디를 따라가면 되고 따라가면 안 되는지 스스로 판단한다는 건데 여기에는 딥러닝 기술이 쓰인다. 알다시피 AI기술 중 인식 분야가 상당히 발달하지 않았는가. 현재 기술 수준은 사람이 걷다가 나무 뒤로 사라졌다 다시 나오더라도 놓치지 않을 정도가 됐다. 나무 뒤에 숨으면 대상을 놓쳐야 하는데 하늘에 떠 있다가 사람이 나오면 다시 따라가는 식이다.” 

- 어떻게 가능한가. 

“사람 움직임을 다양하게 집어넣어 시뮬레이션하고 있다가 확률적으로 이때쯤 움직일 것이라고 스스로 파악한다.”

드론 기술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알고리즘

- 엉뚱한 곳에서 다른 사람이 튀어나올 경우엔 어떻게 하나. 

“그것 역시 확률로 푼다. 전혀 예측하지 못한 방향에서 사람이 나오는 경우는 시뮬레이션에서 파악한 위치와 너무 다르기 때문에 정보를 날려버린다. 말은 쉽지만 실제 구현하려면 상당한 AI 기술이 필요하다. 이런 걸 잘하려면 알고리즘 같은 걸 굉장히 잘해야 한다. 요즘 드론은 오픈소스가 워낙 잘돼 있어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고등학생이나 중학생, 동네 아저씨들도 드론을 만든다(웃음). 하지만 아마추어와 프로를 가르는 차이는 날고 안 날고의 문제가 아니라 알고리즘 기술이다. 가장 중요한 건 센서 융합이다. 여러 센서를 어떻게 최적으로 조합해 베스트 인포메이션을 뽑아내느냐가 관건이다. 요즘 드론 성능은 제어라든지 프로펠러, 모터에서는 별 차이가 없고 센싱과 인식 기술에서 성능이 갈린다. 그러다 보니 혼자 개발할 수가 없다. 협업이 매우 중요하다.” 

이 교수는 현재 상용화된 농사용 드론을 예로 들었다. 

“농사용의 경우 두 가지 큰 이슈가 있다. 우선, 내 땅이랑 남의 땅을 확실히 구분해야 한다. 조작도 간편해야 한다. 깨끗한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중간 중간 카메라에 끼는 흙이나 먼지도 자동으로 씻어줘야 한다. 

농사용 드론은 농부가 조종기를 들고 자기 땅으로 걸어 들어간 뒤 위치 파악 포지션을 하는 데 GPS만 갖고는 에러가 날 확률이 높기 때문에 다른 센서와 퓨전을 한다. IMU(Inertial measurement unit)라는 관성센서와 컴파스(compass)를 같이 쓰면 가속도뿐 아니라 어느 지점에서 방향을 틀지 각속도(회전하는 물체의 단위시간당 각 위치 변화)까지 알 수 있는데 이걸 GPS와 융합하면 정확도가 굉장히 좋아진다. 이렇게 위치를 측정하면 내 논밭 모양이 좍 펼쳐지고 이후 조종기 버튼을 누르면 드론이 윙 날아가 알아서 스스로 농약을 뿌린다. 농사용 드론도 DJI 제품이 가장 앞선다. 

이 밖에 하수관이나 댐 안에 들어가 깨진 곳을 탐지해 수리한다든지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교량 상부 공사에 드론을 띄워 안전점검에 활용하기도 한다. 이때는 GPS를 사용할 수 없어서 자율주행에 많이 쓰는 라이다(LIDAR) 센서를 드론에 달아 띄우기도 한다.”

DJI 이기려면 게임 규칙 바꿔버려야

그는 이 대목에서 “DJI를 이기려면 그대로 따라가면 안 되고 게임의 규칙을 아예 바꿔버려야 한다”고도 했다. 

- 그게 무슨 말인가. 

“공중 작업 드론인 ‘에어리얼 매니퓰레이션(aerial manipulation) 연구’가 그런 것이다. 카메라 드론이 눈을 확장한다면 공중작업 드론은 손을 확장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사람 손이 닿기 힘든 고압 송전탑이나 대형교량 작업에는 아주 거대한 로봇이 필요한데, 드론을 활용하면 손쉽게 작업할 수 있다. 아직 갈 길이 멀긴 하다. 드론이란 플랫폼이 가진 기본 한계는 비행시간이다. 배터리를 아무리 좋은 걸 쓴다 해도 길어야 30분밖에 날지 못한다. 그냥 ‘슝’ 날아가서 ‘싹’ 작업하면 되지 생각할 수 있겠으나 그렇지 않다. 드론에 달린 카메라가 보내온 화면을 보면서 작업해야 하는데 실제 해보면 시야도 좁고 어디가 어딘지 헛갈린다. 드론이 명령대로 잘 움직이지도 않아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린다. 또 하나는 바람 같은 예측 불가능한 요소들이다. 바람이 불 때 프로펠러만 돌고 몸체는 움직이지 않아야 하는데 지금 플랫폼으로는 그게 힘들다. 왜냐하면 로터가 위를 보고 있어서 옆에서 바람이 불면 옆으로 기울어야 한다. 지금 형태와는 완전히 다른 디자인이 나와야 한다. 어떻든 공중작업, 가상현실 기술 등이 게임의 규칙을 바꿀 수 있다.”



신동아 2020년 3월호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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