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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추미애·김의겸의 꿈은 이루어진다? 폴란드를 보라!

[노정태의 뷰파인더㊼] 더불어민주당과 폴란드 우파의 데칼코마니

  • 노정태 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철학 basil83@gmail.com

조국·추미애·김의겸의 꿈은 이루어진다? 폴란드를 보라!

  • ● 절대 다수 의석 ‘입법 폭주’의 일상화
    ● 한 언론인 출신 의원의 ‘관제 야당’ 노릇
    ● 법과 정의당(PiS)의 ‘검찰·사법·언론 개혁’
    ● 법무장관이 검찰총장 겸직하도록 법 바꿔
    ● 여당이 판사 뽑는 식의 법안까지 발의
    ● ‘골칫거리’ 방송사 겨냥 표적 법안도
뷰파인더는 1983년생 필자가 진영 논리와 묵은 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써 내려가는 ‘시대 진단서’입니다.

8월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려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도종환 위원장의 회의 진행을 막으며 항의하고 있다. [뉴스1]

8월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려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도종환 위원장의 회의 진행을 막으며 항의하고 있다. [뉴스1]

8월 18일,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 안건조정위원회를 통과했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마련된 안건조정위원회는 여당 3명과 야당 3명으로 구성된 위원회의 심사를 거치도록 돼있다. 문제는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비교섭단체 야당 몫으로 안건조정위원에 배정됐다는 점이다. 그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역임했고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수정 과정에도 적극 참여했다. 누가 봐도 여당으로 분류돼야 마땅한 사람이 일종의 ‘관제 야당’ 노릇을 하여 편법적으로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했다.

이튿날 오전 민주당은 문체위 전체회의를 열고 언론중재법 개정안 단독처리를 강행했다. 민주당은 이날 문체위를 통과한 개정안을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그간 민주당이 주요 핵심 과제를 국회 내에서 처리해온 방식을 고려해볼 때, 이러한 ‘입법 폭주’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을 제외하면 이 법을 찬성하는 집단은 없다. 심지어 정의당도 반대한다. 한국기자협회, 관훈클럽, 한국신문협회 등 국내 언론 단체 뿐 아니라 1948년 설립돼 60여 개국 1만5000여 언론사가 소속된 세계 최대 규모 언론단체인 세계신문협회(WAN-IFRA)도 공식적으로 반대의 뜻을 밝혔다. “한국 정부와 여당 등 관계기관은 성급히 마련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 전 세계적인 비난 여론에 직면한 셈이다.

세계신문협회가 단호한 반대의 뜻을 밝힌 이유가 있다. ‘가짜뉴스 척결’ 등을 명분 삼아 언론을 탄압하며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일이 한국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같은 추세로 언론 옥죄기를 허용하면 한국 민주주의는 폴란드 수준으로 퇴행할 수 있다.



민족주의, 소수자 혐오, 포퓰리즘

역사적으로 폴란드는 독일과 러시아라는 두 강대국 사이에 끼어 있는 처지였다. 외세에 의해 침략과 수탈을 겪은 역사를 곱씹으며 ‘민족적 서사’로 삼는다는 점에서 한국과도 유사한 면이 있는 나라다. 그러나 해방 후 남북으로 분단돼 남쪽은 미군, 북쪽은 소련군이 진주한 식민지 조선과 달리, 폴란드는 2차 세계대전 종전과 함께 동부지역은 소련으로, 독일 북동부 및 서부지역은 폴란드로 편입되는 국경 정리가 이뤄졌다. 결국 폴란드는 소련의 영향권 하에 떨어지고 만 셈이다.

오랜 환란과 분단을 겪은 후 소련의 강압적 통치까지 받게 된 폴란드. 소련의 영향 하에 공산당 정부의 독재가 이어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시련의 역사는 레흐 바웬사라는 영웅을 낳았다. 전기 기술 노동자 출신인 그는 공산당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난 ‘자유 노조 운동’을 조직하며 정치 거물로 성장해 나갔다. 공산당은 계엄령을 선포하고 바웬사의 정치 활동을 금지하는 등 강력하게 맞섰지만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1980년대 말부터 동구권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바웬사는 1990년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를 거뒀다.

직선제로 뽑힌 민주정부가 들어섰지만 폴란드의 정치적 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1995년 바웬사는 민주좌파연합 총재 크바시니에프스키에게 대통령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그 후 2005년 9월 총선 및 10월 대선을 계기로 폴란드 좌파는 현재 집권 세력인 법과 정의당(PiS)이 주도하는 우파 연합에 권력을 내주고 소수 세력으로 전락하게 됐다.

법과 정의당은 2007년 중도우파 시민연단에 밀려났지만 2015년 이후 재집권에 성공했다. 2019년 10월 총선에서 다시 승리하면서 폴란드 역사상 최초의 정권 연장을 이뤄냈다. 문제는 그동안 폴란드의 민주주의가 여러모로 큰 타격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법과 정의당의 집권 전략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폴란드의 민족주의적 감성에 호소하는 반(反) EU(유럽연합) 정서 부추기기. 둘째, 폴란드인 대다수가 믿고 있는 가톨릭의 보수적 정서에 호소하기 위한 성소수자 차별과 혐오 정서 부추기기. 셋째, 중산층 이하 저소득층의 표심을 직접 끌어오기 위한 현금 살포 복지 정책.

민족주의, 소수자 혐오, 포퓰리즘. 이 세 가지 요소를 보고 있노라면 어딘가 기시감이 든다. 물론 민주당은 스스로를 국민의힘에 비해 ‘진보’ 또는 ‘개혁’에 가깝다고 포장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은 지금 대한민국의 집권 여당이 보여주는 행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민주당은 자신들이 ‘민주화 세력’에 기원을 두고 있다고 주장하며 정당성의 근거로 삼지만, 실상을 놓고 보면 폴란드 우파 정당과 매우 흡사한 면이 많다.

법무장관이 곧 검찰총장인 나라

2020년 12월 10일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호중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더불어민주당)이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이 통과된 뒤 주먹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동주 동아일보 기자]

2020년 12월 10일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호중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더불어민주당)이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이 통과된 뒤 주먹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동주 동아일보 기자]

2015년 10월, 법과 정의당은 8년 만에 재집권에 성공했다. 그 후 자신들의 권력을 공고히 다지기 위해 검찰을 정권의 사냥개로 만들고, 법원과 판사의 독립성을 빼앗는 것을 골자로 한 ‘사법개혁’에 착수했다. 우선 법무장관이 검찰총장을 겸직하도록 법을 바꿨다. 폴란드는 대통령에게 최소한의 권한과 상징성을 부여한 이원집정부제 국가다. 총선을 통해 집권 여당을 뽑고 총리가 실권을 쥔다. 법무장관을 총리가 임명하는데, 그 법무장관은 검찰총장직을 겸임하므로, 결국 모든 검찰 권력을 아무런 제어 장치 없이 여당이 독점하는 셈이다.

우리가 ‘조국 사태’ 이후 목격해온 검찰과 청와대의 갈등을 떠올려보자.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대통령의 (암묵적) 뜻을 어기고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과 조국 전 법무장관 관련 사건들을 수사하기 시작했다. 추미애 전 법무장관은 인사권을 남용하고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서 윤석열을 막으려 했지만 모든 것을 뜻대로 추진할 수는 없었다. 임기를 보장받는 검찰총장직을 두고, 법무장관 및 청와대 권력이 검찰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 때문이었다.

검찰총장이 법무장관의 뜻에 따라 호락호락 움직이지 않았다는 것, 그것이 윤석열-추미애 갈등의 내용이었다. 만약 한국이 폴란드식의 ‘검찰개혁’을 이룬 상태였다면 그런 일은 애초에 가능하지 않았다. 법무장관이 곧 검찰총장인 나라, 그리하여 집권 여당이 검찰의 칼자루를 쥐고 제약 없이 휘두를 수 있는 나라, 조국과 추미애가 꾸던 ‘검찰개혁’의 꿈이 폴란드에서는 이미 실현돼 있었다.

검찰개혁 뿐만이 아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 역시 폴란드가 우리의 ‘선진국’이다. 2019년 말, 법과 정의당이 발의한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자. 판사들이 ‘정치 활동’을 한 혐의가 있다면 처벌할 수 있다. 국가사법평의회에 지명된 판사들의 합법성에 의문을 제기하면 해당 판사는 벌금형 또는 해임 등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국가사법평의회는 본래 판사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직으로, 동료 판사에 의해 선출된 판사들로 이뤄져 있었다. 그런데 2018년 법과 정의당은 법을 개정해 하원에서 국가사법평의회 위원을 지명토록 했다. 앞서 살펴보았듯 폴란드는 내각제의 성격이 큰 이원집정부제 국가다. 하원에서 국가사법평의회 위원을 지명한다는 것은 집권 여당에서 판사를 뽑는다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삼권분립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방향의 ‘사법개혁’이 이뤄진 것이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 역시 큰 방향성에선 동일하다. 가령 지난 8월 13일, 민주당 김용민, 민형배, 황운하, 김승원, 윤영덕 의원과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으로 구성된 강경파 성향 모임 ‘처럼회’는 조국 전 장관에 대한 2심 판결에 반발하며 “재판이 사법부 독립의 미명 하에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만 남아 있을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법부에서 나오는 재판 결과가 자신들의 마음에 안 드니 ‘개혁’해버리겠다는 의미다. 추미애 전 장관 측은 “처럼회의 노력을 적극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폴란드의 경우처럼 극단적이지는 않지만, 민주당의 ‘사법개혁’이 향하는 방향이 어느 쪽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민영방송사 겨눈 ‘언론장악법’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이 나왔는데 ‘언론개혁’이 빠질 수 없다. 현지시각으로 8월 10일, 법과 정의당이 추진하는 ‘언론장악법’이 큰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핀란드 최대 민영방송사 TVN은 법과 정의당의 골칫거리였다. 이에 법과 정의당은 ‘비(非)EU 자본의 폴란드 언론사 소유 금지법’을 추진했다. 미국 디스커버리 그룹이 소유하고 있는 TVN을 강제로 매각하게 만들어 자신들의 영향권 내로 포섭하거나 사세를 꺾기 위한 표적 법안이었다.

이런 행보가 국제 사회의 반발을 불러오지 않을 수는 없다. 폴란드 국경을 넘어 EU와 미국까지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사안이 되고 말았다. 미국으로서는 자국의 미디어 그룹이 지니고 있는 자산을 강제 매각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니, 민주주의 이전에 자국 기업 보호 차원에서라도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폴란드 국민에게는 폴란드 언론이 필요하다”며 민족주의를 부추기고 있지만 법과 정의당의 ‘언론개혁’은 전에 없이 큰 반발에 부딪힌 상태다.

너무도 노골적인 언론 장악 시도 앞에 법과 정의당과 연정을 꾸렸던 군소 야당들이 반기를 들었다. 협정당 대표이자 부총리 겸 경제개발부 장관인 야로슬라프 고빈이 연정 탈퇴를 선언했다. 폴란드 하원은 전체 460석인데 그 중 법과 정의당은 198석, 협정당은 10석을 갖고 있다. 여당의 단독 과반이 성립하지 않는다. 이에 군소 야당과 연정을 맺고 있었는데, 협정당이 이탈하면서 232석이던 연정이 222석으로 줄어 과반이 붕괴됐다. 8월 22일 현재 폴란드 정국은 안개 속에 빠져 있다. 이르면 올 가을 조기 총선이 치러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개혁, 사법개혁, 언론개혁 등 온갖 좋은 말을 갖다 붙여가며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파괴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는 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불행 중 다행히도 폴란드는 법과 정의당의 하원 의석이 그리 충분치 않았고, 연정을 이루던 군소 정당들이 이탈하면서 정치가 새로운 국면으로 향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민주당만 놓고 봐도 171석을 차지하고 있으며, 법사위를 비롯한 모든 상임위를 민주당이 독식한 상태다. 내년 대선 결과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국과 폴란드, 두 나라의 정치에 행운이 있기를 빌어본다.

#언론중재법 #검찰개혁 #사법개혁 #조국 #추미애 #신동아


노정태
● 1983년 출생
● 고려대 법학과 졸업, 서강대 대학원 철학과 석사
● 前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 한국어판 편집장
● 저서 : ‘논객시대’ ‘탄탈로스의 신화’
● 역서 : ‘밀레니얼 선언’ ‘민주주의는 어떻게 망가지는가’ ‘모던 로맨스’ 外



신동아 2021년 9월호

노정태 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철학 basil8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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