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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강의

모순어법(oxymoron)과 ‘현자(賢者)의 돌’

‘침묵의 소리’‘달콤한 슬픔’‘색즉시공’…대립으로 빚어낸 역설의 미학

  • 이윤재 번역가, 칼럼니스트 yeeeyooon@hanmail.net

모순어법(oxymoron)과 ‘현자(賢者)의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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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없던 상황이 시대가 변하며 생긴 것도 있다. We are living apart together(우리는 별거하지만 함께 살고 있는 것이다)에서는 live apart (별거하다)와 live together(함께 살다)가 서로 반대되는 개념이다. 이러한 상황은 커플의 애정에 이상이 없다 해도 복잡다단한 요즘 흔히 발견되는 현실이다. friendly divorce(사이 좋은 이혼)라는 것도 시대의 산물이다. home office는 원래 ‘회사의 본사’나 ‘본점’을 의미했으나 오늘날에는 ‘재택근무 사무실’을 말하고, home school은 ‘학교에 보내지 않고 부모가 가르치는 가정 학교’를 말한다.

일상사에서 사용되는 모순어법의 예는 실로 많다. faultily faultless(불완전하지만 결점이 없는), hopeful pessimist(가망성 있는 염세주의자), crowded solitude(군중 속의 고독), cruel kindness(지독한 친절), open secret(공공연한 비밀), current history(당대의 역사), genuine fake(진짜 가짜), laborious idleness(고된 나태), full-time hobby(직업 같은 취미), creative destruction(창조적 파괴), cold hotdog(식어버린 핫도그), roughly account(개략적 정산), accurate estimate(정확한 견적) 등이 그것.

모순어법은 대립적인 사실이나 상반된 생각을 모순되게 표현함으로써 상황의 특이성을 강조, 맛과 멋을 극대화하는 언어표현법이다. 백두산 천지의 장관을 보고 ‘위대한 자연’이 아니라 ‘위대한 절망’이라고 표현한다면, 인간의 능력으로는 창조할 수 없는 자연의 위대함을 인간의 왜소함에 견주어 더욱 강조하는 한 차원 높은 수사가 된다.

모순(矛盾)이라는 단어는 창과 방패라는 사물에 근거를 둔 어휘고, 옥시모론은 인간을 모델로 한 어휘다. 영영(英英)사전에서는 oxymoron을 ‘상반된 어휘가, 때로는 강조와 효과를 위하여 함께 사용된 수사법’이라고 설명한다. 사실 oxymoron은 1640년에 처음 영어로 표기됐는데, 고대 그리스어인 oxymoros(oxys와 moros의 합성어)에서 유래했다.

우둔한 천재, 뉴턴



모순어법(oxymoron)과 ‘현자(賢者)의 돌’

맥아더 장군의 기도문은 옥시모론을 적절히 배합해 시와 진배없는 감동을 준다.

oxys는 ‘날카로운(sharp)’ 혹은 ‘예리한(keen)’을 의미하고 moros는 ‘어리석은(foolish)’을 의미한다. 따라서 oxymoron은 문자 그대로 sharp fool(똑똑한 바보)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모순어법이라는 말은 그 자체가 모순적이다.

불세출의 천재 뉴턴이 나이가 들어 어느 날 난로 앞에 앉아 있었는데, 불이 너무 뜨거워 하인을 불러 벌겋게 달구어진 석탄을 꺼내도록 했다. 하인은 “왜 의자를 난로에서 조금만 옮겨 떨어져 앉지 않으십니까?”라고 물었다. 또 뉴턴은 크고 작은 두 마리의 고양이를 길렀는데 그놈들이 서재에 들어오려고 소란을 피울 때마다 문을 열어줘야 했다. 그는 성가신 나머지 기발한 방법이랍시고 문짝에다 큰 놈을 위해서 큰 구멍을, 작은 놈을 위해서 작은 구멍을 뚫어놓았다. 작은 놈이 작은 구멍으로만 들어올까? 이럴 경우 ‘우둔한 천재(foolish genius)’라는 모순어법이 적절할 것이다.

미 육군 원수 맥아더가 저세상 사람이 된 지 어언 40년. 그는 지금 이 땅에서 마치 도마에 오른 생선처럼 이리저리 잘리고 있으며, 그의 동상은 부관참시당할 뻔했다. 맥아더는 다음과 같이, 옥시모론을 적절히 배합해 시(詩)와 진배없는 감동적인 기도문을 썼다.

Build me a son, O Lord;who will be strong enough to know when he is weak, and brave enough to face himself when he is afraid,one who will be proud and unbending in honest defeat, and humble and gentle in victory.

(오 주여, 이러한 아들이 되게 하여주옵소서.‘약할’ 때는 ‘용감하게’ 자신을 지키는,‘두려움’에는 ‘대담’하게 맞서는,정직한 ‘패배’에는 ‘당당한’ ‘꿋꿋한’,‘승리’에는 ‘겸손’하고 ‘온순한’ 자식을 저에게 주옵소서.)

Lead him, I pray, not in the path of ease and comfort, but under the stress and spur of difficulties and challenge.Here let him learn compassion for those who fail.

(바라옵건대, 그를 ‘평탄’하고 ‘안이’한 길이 아니라,‘고난’과 ‘도전’의 ‘긴장’과 ‘자극’ 속으로 인도하여 주옵소서.‘패자’를 ‘관용’할 줄 알도록 인도하여 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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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재 번역가, 칼럼니스트 yeeeyo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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