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포커스

산유국 치킨게임에 생존위기 업계 구조조정만이 살길

정유업계 비상!

  • 김지은 객원기자 | likepoolggot@empal.com

산유국 치킨게임에 생존위기 업계 구조조정만이 살길

2/3
공급-수입 균형 무너져

산유국 치킨게임에 생존위기 업계 구조조정만이 살길

국제 유가 하락으로 국내 주유소들 간 가격 인하 경쟁이 뜨겁다.

이에 대해 정유업계 관계자는 “유가에 따라 소비가 탄력적으로 반응한다는 것은 인도네시아와 같은 저개발국가에만 해당되는 얘기다. 이미 국내 소비 시장은 비탄력적인 상태로 돌아섰다. 이는 일본도 마찬가지다. 기름값 때문에 설비를 운용하지 못하거나 자동차를 굴리지 못하는 상황이 아니라는 얘기”라고 분석했다.

유가 급락세가 멈춰도 정유업계 위기가 극복되는 것은 아니다. 정유업계가 맞은 구조적 위기는 2012년 아시아의 역내 석유수급 균형이 무너지면서 이미 예견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는 산유국의 생산량 조정과 저유가에 따른 수요 증가 등으로 점진적으로 안정 추세를 보일 것”이라면서도 “중국과 중동 등 지금까지 국내 정유사들의 주요 수출시장이던 아시아 국가들의 자급률이 급등함에 따라 글로벌 수요 부진 등 구조적 한계에 부닥쳤다.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계속될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영국 석유회사 BP의 세계 에너지 통계에 따르면 아태 지역의 석유 소비는 2009년 하루 평균 2624만 배럴에서 2013년 3047만 배럴로 1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국의 석유 소비가 30%가량 증가한 덕분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아시아 역내 정제설비 규모 또한 하루 2768만 배럴에서 3128만 배럴로 13% 증가했다. 중국의 정제설비 규모는 하루 947만 배럴에서 1259만 배럴로 33% 늘어났다.



아시아 지역의 석유 소비 증가세는 차츰 둔화되지만 중국의 석유정제설비 는 무서운 속도로 증설된다. 중국의 석유 수요 증가 속도는 이미 3% 내외(30만 배럴 수준)로 둔화돼 2013년 한 해에는 38만 배럴이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그해 중국에서 증설된 정제설비는 그 2배 수준인 66만 배럴을 처리할 수 있는 규모였다.

정유시설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음에도 중국은 2017년까지 매년 50만~60만 배럴 규모의 설비 증설을 추가로 예상한다. 정유 자급률이 100%에 육박하면서 정유 수입국이던 중국은 지난해부터 석유제품 순수출 국가로 처지가 바뀌었다. 사정은 인도도 마찬가지다. 최근 정유설비 증설에 박차를 가하는 인도의 정유 자급률은 90%에 육박한다.

원유 생산국인 중동마저 위기를 가속화한다. 국내 정제설비 규모와 맞먹는 283만 배럴의 설비가 중동 현지에서 가동을 눈앞에 뒀기 때문이다. 중동의 정유 자급률도 이미 89~90%에 달한다. 정유 시설이 없어 원유를 생산하고서도 정유를 수입해야 했던 과거와는 상황이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산유국 치킨게임에 생존위기 업계 구조조정만이 살길
재편되는 글로벌 정유 시장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석유시장은 4강 체제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셰일 붐으로 최고의 정제 마진 효율을 누리는 미국과 세계 최대의 석유시장을 가진 중국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다. 또한 막대한 오일 머니를 기반으로 기존 원유 수출에서 석유제품 수출로 석유자원을 고부가화하려는 중동 국가들,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중동과 아프리카 등지로부터 짧은 기간에 원유를 공급받아 내수는 물론 아프리카, 유럽, 동남아 등지로 수출할 수 있는 인도의 위력도 여전할 것이다.

아시아 신흥 정유국들은 내수시장의 공급 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등 얼마 남지 않은 동남아시아 시장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이 가진 대규모 설비와 기술, 유리한 입지 조건 등은 낙후된 시설과 불리한 입지 조건에서 경쟁해야 하는 국내 정유사들에 커다란 위협으로 다가온다. 이미 국내 정유사들은 수출 판로의 급격한 축소로 과거 유럽과 호주 정유사들이 걸었던 몰락의 과정을 고스란히 답습한다.

유가 급락 직전인 지난해 3분기, 두바이 유가가 평균 104.03달러 수준이었을 때도 정유업계의 석유사업은 이미 적자를 기록하며 내림세로 돌아섰다. 현재의 상황이 유가 급락에 의한 일시적 현상이 아님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심지어 작년 중반에는 정제 마진의 급격한 추락으로 이미 공급 과잉으로 넘쳐난 정유가 아시아 역내에 쏟아져 나와 국내 정유업계는 마진율을 포기하고 국제 석유 거래 시장에 정유를 덤핑으로 넘기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신규 투자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한국 정유업계가 상대적으로 값비싼 원유 수송 비용까지 부담하면서 원가경쟁력을 갖추기란 불가능하다.

업계에서는 이미 2년 전 원유를 정제설비에 넣는 순간부터 마이너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수익성이 악화일로를 걷는다며 불안에 떤다. 정제 마진 개선이라는 국내 정유산업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실질적인 실적 개선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얘기다.

2/3
김지은 객원기자 | likepoolggot@empal.com
목록 닫기

산유국 치킨게임에 생존위기 업계 구조조정만이 살길

댓글 창 닫기

2019/1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