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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밀어붙이기식 조사에 기업 불만 쏟아진다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공정위 밀어붙이기식 조사에 기업 불만 쏟아진다

  • ● 현대중공업 “기술 유출한 업체가 외려 원청을 기술 유출로 고소”
    ● 현대중공업 공정위 9억7000만 원 과징금 억울해
    ● 협력업체 “우리가 피스톤 개발 주도했다”
    ● SPC, 네이버, 한화 등 공정위 과도한 조사 부담
    ● “조사 끝나도 기업의 나쁜 인상은 그대로 남아”
[Getty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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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의 밀어붙이기식 조사에 재계를 중심으로 기업들의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일부 기업은 공정위의 조사 결과와 과징금 처분에 반발해 소송에 나섰거나 준비 중이다. 최근 공정위로부터 사상 가장 큰 금액의 과징금 처분을 받은 현대중공업 역시 “억울하다”며 공정위 처분에 대한 소송에 나설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은 공정위가 7월 27일 “협력업체의 기술을 유용했다”며 내린 9억7000만여 원 과징금 지급·시정 명령에 대해 “협력업체의 주장과 달리 해당 기술은 자사 개발 기술”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두 회사가 서로 “자사 기술”이라고 주장한 것은 선박용 엔진부품 제조 기술이다. 2001년 현대중공업은 국내 최초로 선박 및 산업용 디젤엔진 ‘힘센엔진’의 개발에 성공했다. 이후 부속품까지 전면 국산화에 나서기 위해 제품 개발을 시작했다. 이때 현대중공업과 협력해 실린더 헤드, 피스톤, 실린더 라이너 등 엔진 관련 부품을 제작한 곳이 A업체다. A업체는 그중 피스톤에 대해 현재 현대중공업과 기술유용 건을 두고 다투고 있다. 

공정위는 현대중공업이 자사 비용 절감을 위해 하도급업체인 A업체의 기술 자료를 강압적으로 취득해 다른 업체에 넘겼다고 봤다. A업체도 현대중공업을 기술 유출 혐의로 대전지방검찰청에 고소했다. 반면 현대중공업은 “실린더 헤드, 피스톤, 실린더 라이너 등 부품 제작 기술이 원래 현대중공업이 개발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공정위의 시정 명령이 알려진 후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게시판에는 ‘한이 서리네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은 “힘센엔진 개발에 매진한 사람으로서 공정위의 편파적 결과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피와 땀으로 기술 개발을 고민하는 개발자들도 생각해 주셨으면 한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A업체는 “모든 기술 개발 업무는 우리가 주도했다. 현대중공업은 성능 검사나 설계 초안에만 참여했다. 피스톤 기술을 유출한 것은 현대중공업”이라고 주장했다.



공정위도 기술 소유권 판단은 보류

현대중공업이 개발한 산업·선박용 엔진 ‘힘센엔진’
[동아DB]

현대중공업이 개발한 산업·선박용 엔진 ‘힘센엔진’ [동아DB]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A업체의 부품 제조 기술을 유출했다는 이야기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현대중공업은 부품 국산화를 위해 기술 지도를 통해 A업체를 전략 육성했다. A업체가 현대중공업을 기술 유출로 고소한 사건도 이미 검찰에서 불기소처분이 나왔다. 공정위도 이 같은 부분을 확인해 부품 기술 소유권에 대한 판단을 보류했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공정위가 내린 결론을 부인하는 차원을 넘어 “A업체가 오히려 해당 기술을 유출했다”고 주장한다. 2016년 A업체는 힘센엔진의 실린더 헤드 설계도면을 빼돌린 뒤 금형 모형과 완제품을 해외시장에 판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은 적이 있다. 당시 부산경찰청은 해당 업체 대표를 2013년 1월~2015년 10월까지 힘센엔진 실린더 헤드(H21/32, H25/33) 설계도면으로 완제품과 부속품 1900여 개를 생산한 뒤 ‘GT’로 이름만 바꿔 국내외에 팔아 32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현재 이 사건은 부산지방검찰청이 같은 혐의(산업기술보호법 위반)로 기소해 부산지방법원에서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다. 

A업체는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수사기관의 오해다. GT라는 동명의 다른 제품을 판매했을 뿐 이 사건과는 무관하다. 재판 과정에서 이 내용이 사실인지 수사기관(검찰 등)이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현대중공업은 공정위의 결정에 행정소송까지 고려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아직 공정위의 의결서가 오지 않아 정해진 대응 방안은 없으나 (행정)소송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SPC, 한화, 네이버도 공정위 조사로 곤욕

현대중공업 외에도 네이버, SPC, 한화 등 기업이 공정위의 조사를 받았다. [각 사 홈페이지]

현대중공업 외에도 네이버, SPC, 한화 등 기업이 공정위의 조사를 받았다. [각 사 홈페이지]

현대중공업 외에도 공정위의 조사와 고발로 곤욕을 치르는 기업이 있다. 8월 24일 한화는 5년간의 공정위 조사 끝에 그룹 총수 일가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벗었다. 네이버는 검색 시장의 시장 지배적 지위를 온라인 쇼핑에 남용했다는 혐의로 공정위 조사를 받고 있다. 공정위는 8월 19일 전원회의를 열어 네이버 관련 조사 내용을 논의했다. 통상 전원회의는 조사 중인 사안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그 수습이나 해결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공정위는 9월 중 회의를 마치고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2017년부터 검색 결과를 조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혀왔지만 같은 문제로 공정위 조사를 또 받고 있다”고 말했다. 

SPC그룹도 공정위 조사에서 계열사를 통해 SPC삼립에 7년간 부당하게 이익을 몰아줬다는 결과가 나와 과징금 647억 원 처분을 받았다. SPC그룹 관계자는 “공정위에서 이야기하는 혐의에 대한 증거자료를 제출해 소명했지만 과징금 처분을 받게 됐다. 아직 공정위 의결서가 오지 않았으나 행정소송 등의 방법을 통해 억울한 부분을 해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정위의 조사가 갈수록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최근 크게 떨어진 검찰 기소율을 봐도 알 수 있다. 공정위는 전속 고발권을 가진 기관으로 사건을 조사한 뒤 검찰에 고발해야 형사 기소가 이뤄진다. 국회 정무위원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공정위 고발 사건의 검찰 기소율은 80%에 달했다. 이 기소율은 문재인 정부 들어 점차 낮아져 취임 첫해인 2017년에는 78.4%로 떨어졌다. 2018년에는 83.3%로 소폭 올랐으나 2019년에 68.4%로 떨어졌다.

십중팔구는 공정위 결정에 반발

기업이 공정위의 결정에 불복하려면 행정소송에 나서야 한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실이 공정위·국회예산처의 자료를 취합해 작성한 ‘2015~2019년 과징금 부과 및 징수 현황’에 따르면 4년간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은 총 3조1980억 원. 이 중 93.6%(2조9945억 원)에 대해 기업 등이 소송을 제기했다. 과징금 처분을 받은 대다수의 기업이 소송에 나선 셈이다. 같은 기간 공정위가 패소 등의 이유로 기업에 돌려준 돈은 1조1530억 원이었다. 공정위가 기업과의 행정소송에 지면 과징금 환급에 더해 이자까지 내야 한다. 5년간 이자로 지급한 금액만 996억 원이다. 

공정위 제재를 경험한 기업 관계자는 “공정위 조사가 벌어지면 기업은 피해가 크다. 조사에 대비하는 것은 물론 향후 소송을 준비해야 할 수도 있다. 무고한 것으로 밝혀져 소송에 이겨도 기업에는 상처가 남는다. 공정위 조사 결과로 씌워진 오명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신동아 2020년 10월호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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