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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기름에 달달 볶아 끓인 ‘바다맛’ 전복죽

[김민경 ‘맛 이야기’]

  • 김민경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참기름에 달달 볶아 끓인 ‘바다맛’ 전복죽

싱싱한 전복회를 오독오독 씹으면 입 안에 바다 맛이 가득해진다. [GettyImage]

싱싱한 전복회를 오독오독 씹으면 입 안에 바다 맛이 가득해진다. [GettyImage]

요 며칠 사이 전복죽을 두 번 끓였다. 남편이 어금니를 뽑고 볼이 퉁퉁 부어 왔기에 한 번, 남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 뒤 컨디션이 가라앉는 것 같아 또 한 번. 두 번째 끓일 때는 전복 몇 개를 폭 쪄서 죽과 곁들여 먹었다. 나도 전복을 좋아해 “이때다” 하며 실컷 즐겼다. 요즘에는 꼬물꼬물 싱싱하게 움직이는 전복을 동네 슈퍼에만 가도 쉽게 구할 수 있다. 손질하기 좋은 중간 크기로 대여섯 마리 골라도 생각보다 비싸지 않아 덥석 집어올 수 있다.

오독오독 살집 속에 풍성한 바다 냄새

내가 어릴 때는 전복이 정말 비쌌다. 비싸서 그랬는지 대체로 별다른 가공 없이 회로 먹었다. 전복회를 처음 먹은 건 초등학교 6학년 때 친구네 가족과 흑산도로 가던 배 안에서다. 얄팍하게 썰어 놓은 전복 회는 생각보다 단단하다. 내 입엔 너무 딱딱했다. 오독오독 힘줘 살집을 씹으니 바닷물 냄새가 나고, 참기름장이나 초고추장과 뒤섞이는 중에 희미한 맛이 느껴졌다. “귀한 거니 맛보라”고 권하는 어른들 말씀에 입에 넣긴 했는데, 씹어 삼키는 내내 “이걸 왜 먹지”라는 생각을 한 것 같다. 그날 내 입에 처음 들어온 수많은 날 것들, 예를 들면 해삼, 멍게, 개불, 성게알, 전복 가운데 가장 개성 없고 불친절한 게 전복 같았다. 그날은 온통 비린 것밖에 없는 선상에서의 식사가 하나도 즐겁지 않았다. 지금의 내가 그 식탁에 앉았다면 어른들에게 질세라 호로록호로록 잘만 먹었을 텐데.

2000년대 중반 이후 양식이 활발해지며 전복은 큰 부담 없이 맛볼 수 있는 식품이 됐다. 양식이라 해도 풍작과 흉작이 있어 가격이 오르내리지만, 이제는 별식으로 사먹을 만하다. 전복 한 알이 여물기까지 바다에서 보내는 시간이 18~24개월이란 점을 고려하면 결코 비싼 값은 아니다.

15미 내외 크기 전복을 고르면 죽·찜·탕·구이 등 여러 가지로 요리해 먹기 좋다.  [GettyImage]

15미 내외 크기 전복을 고르면 죽·찜·탕·구이 등 여러 가지로 요리해 먹기 좋다. [GettyImage]

전복을 사려고 보면 10~11미, 20~22미 같은 말을 보게 된다. 여기서 미(尾)는 1kg 당 전복 마릿수를 뜻한다. 10~11마리 무게가 1kg인 전복은 20~22마리에 1kg이 나가는 전복보다 클 것이다. 이처럼 ‘미’는 전복 크기를 알려주는 표시다. 보통 5~10미를 큰 것, 11~16미를 중간 것, 17~50미를 작은 것으로 나눈다.

전복은 클수록 비싸다. 크다고 바다에서 더 오래 산 것은 아니고, 맛이 더 좋다는 보장도 없지만 시장 가격이 그렇다. 내가 동네 슈퍼에서 자주 만나는 전복은 양식한 참전복으로 크기는 15미 내외다. 이 정도를 고르면 가격도 크게 부담되지 않고, 죽·찜·탕·구이 등 여러 가지로 요리해 먹기 좋다.



꼬물꼬물 활전복 간단히 손질하기

제일 즐겨 먹는 전복죽을 끓이려면 활전복을 사야 한다. 살아 있는 전복을 깨끗이 문질러 씻는다. 특히 배 부분이라고 느껴지는 누르스름한 면을 잘 닦자. 거기가 전복 발이다. 바다를 떠나 서울까지 오면서 여기저기 많이도 붙어 움직였을 테다. 옆으로 난 주름 부분도 꼼꼼히 솔로 문질러 닦는다. 다음은 분리. 단단한 쇠숟가락을 껍데기와 살 사이에 넣고 힘주어 떠내듯 살집을 뗀다. 살집이 분리됐다 싶으면 내장이 찢어지지 않게 살살 뜯어낸다. 조금 수월한 방법이 있다. 넓은 프라이팬에 야트막하게 물을 부어 끓인다. 전복 껍데기가 바닥으로 가도록 넣고 10~15초 정도 뒀다가 꺼낸다. 이후 한 김 식혀 살을 떼면 힘을 덜 줘도 된다. 내장을 익히지 않으려고 이렇게 손질하는 것이다. 전복을 익혀 먹을 거라면 끓는 물에 통째로 넣고 10~15초 정도 데쳐내면 분리가 더욱 쉽다.

내장을 잘라 낸 다음 살집이 얇은 쪽 끝을 꾹 누르면 이빨이 보인다. 이 부분을 바깥으로 저며내듯 자르면 길고 하얀 식도가 따라 나온다. 내장 귀퉁이에 모래주머니가 있는데 나는 늘 떼지 않고 먹지만 아직 흙이나 모래를 씹은 적은 없다.

불린 찹쌀에 전복 내장을 잘게 잘라 넣고 살살 으깨며 섞은 뒤 참기름에 달달 볶아 전복죽을 끓이면 고소하고 향긋한 맛이 일품이다. [GettyImage]

불린 찹쌀에 전복 내장을 잘게 잘라 넣고 살살 으깨며 섞은 뒤 참기름에 달달 볶아 전복죽을 끓이면 고소하고 향긋한 맛이 일품이다. [GettyImage]

전복 손질을 마치면 요리의 7할을 마친 것이나 마찬가지다. 전복죽은 살도 좋지만 내장의 구수한 맛을 즐기려고 만든다. 집집마다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나는 불린 찹쌀에 전복 내장을 잘게 잘라 넣고 살살 으깨며 골고루 섞는다. 이렇게 하면 쌀이 청록색이 된다. 그것을 참기름에 달달 볶아 끓이면 색이 곱고, 구수한 맛도 더 깊어진다.

“몰래 조미료를 넣었나?!” 먹어보면 깜짝 놀라는 전복구이

찜이나 구이는 전복죽에 비하면 간단한 편이다. 나는 냄비에 채반을 넣고 전복살을 껍데기에 올려 쪄 먹는다. 전복 내장은 미리 손질해 죽에 양보하는 편이다. 찜에 정성을 더하자면 다시마를 채반 바닥에 깔고, 전복 위에 무를 얇게 썰어 올리기도 한다. 이러나저러나 찐 전복은 놀랄 만큼 부드럽고, 향이 좋다. 그에 비하면 연하게 올라오는 단맛과 구수함은 겸손한 편이다.

칼집 낸 전복 살에 살짝 녹인 가염 버터를 발라 오븐에 구우면 향긋 고소한 전복구이가 완성된다. [GettyImage]

칼집 낸 전복 살에 살짝 녹인 가염 버터를 발라 오븐에 구우면 향긋 고소한 전복구이가 완성된다. [GettyImage]

전복구이에는 버터가 제격이다. 칼집 낸 전복 살에 살짝 녹인 가염 버터를 발라 오븐에 구워 익힌다. 팬 프라이가 하고 싶으면 버터를 넉넉히 녹인 데다 칼집 낸 전복을 통째로 넣고 달달 볶는다. 마지막에 레몬즙을 꾹 자서 센 불에 한 번 더 볶으면 몰래 조미료를 넣었나 싶을 정도로 꿀맛이다.

최근 완도 전복 가격이 뚝뚝 떨어진다고 들었다. 공급에 비해 수요가 적어서란다. 자연이 언제 전복 가격을 다시 올릴지 모른다. 애 타는 어민 걱정을 줄여주고, 살 찔 염려 없이 온갖 에너지를 몸에 가져다주는 전복 맛을 볼 때가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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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찜은 만들기는 간편한데 놀랄 만큼 부드럽고, 향이 좋다. [GettyImage]

전복찜은 만들기는 간편한데 놀랄 만큼 부드럽고, 향이 좋다. [GettyImage]



신동아 2021년 9월호

김민경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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