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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태수 전 한보그룹 총회장 “92년 대선 직전 만난 YS ‘뭐든 해줄 테니 나 좀 도와주소 하소연”

  • 글: 이형삼동아일보 신동아 차장 hans@donga.com 성기영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ky3203@donga.com

정태수 전 한보그룹 총회장 “92년 대선 직전 만난 YS ‘뭐든 해줄 테니 나 좀 도와주소 하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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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전 회장은 부도에 책임이 있는 사주이기 때문에 파산법에 따라 한보철강 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 그래서 “채권단이 출자전환 후 주식매각을 하는 방식으로 한보철강을 넘겨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 한보철강의 자본금은 83억원. 채권자들이 부채 일부인 100억원 정도를 출자전환해 그 주식을 보광특수산업 컨소시엄에 매각하면 보광이 한보철강의 대주주가 되고, 그후 당진제철소 철근공장 담보를 풀어주는 것과 동시에 철근공장을 신설법인 HB스틸로5000억원에 넘겨주면 한보철강은 이 돈으로 부채를 상환하기 시작해 6조1000억원의 부채를 다 갚겠다는 얘기다.

-5000억원은 그렇게 갚는다 쳐도 그후 아파트를 지어서 1조원, 한보철강을 경영하면서 매년 3000억원씩 15년간 4조5000억원을 상환하겠다는 계획은 당장 와닿지 않습니다. 한보철강의 1대 채권자인 한국자산관리공사도 “현실성이 없다”고 일축했더군요.

“인천(4만9000평), 경기도 용인(3만5000평)과 안산(2만4000평) 등 세 곳에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면 공사 이익금과 토지대금으로 3년 안에 1조원의 부채를 충분히 갚을 수 있습니다. 그러고 나면 당진제철소 A지구 핫코일 공장과 B지구 냉연공장 담보를 풀어달라는 겁니다. 나머지 담보는 남은 부채 4조6000억원을 다 갚을 때까지 그대로 놔두고. 매년 3000억원을 갚을 수 있냐고요? A지구 철근공장과 핫코일 공장, B지구 냉연공장 세 군데에서 내는 이익만 해도 1년에 3000억원이 넘어요. 철근공장은 연 생산규모가 130만t인데 지금 법정관리상태인데도 연 700억∼800억원씩 순이익이 납니다. 핫코일 공장과 냉연공장은 각각 200만t 규모니 그 이상 이익이 나죠. 따라서 15년간 3000억원씩, 그리고 16년차에 1000억원을 갚아 4조6000억원을 상환하는 것은 문제 될 게 없습니다.

우리가 갚겠다는 6조1000억원을 회계법인에서 현가(現價)로 계산해보니 3조4000억원입디다. 그런데 한보철강 입찰 참가자 중 가장 많은 금액을 써낸 INI 컨소시엄이 9100억원을 제시했습니다. 우리가 2조5000억원이나 더 많아요. 그렇다면 자명하지 않습니까. 기자가 채권자라면 누구를 선택하겠습니까. 더구나 최근 자산공사 등 채권기관들이 부실기업을 헐값에 팔았다고 징계를 받지 않았습니까. 부실기업이라고 제값도 안쳐주고 담합해서 주워가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또 그런 짓을 하면 이젠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거요. 그래서 내가 자신감을 갖고 이 나이에 미국으로, 중동으로 날아다니며 외자유치를 하고 온 겁니다.”

“너무 분해서 암 걸렸다”



-어쨌든 채권자들을 설득해야 될 텐데요.

“채권자들 스스로 판단할 일입니다. 옛말에 ‘빚을 줄 때는 앉아서 주고, 빚을 받을 때는 서서 받는다’고 했어요. 무슨 뜻인지 알겠죠? 우리가 제의한 대로나마 받으려면 자기네들도 노력을 좀 해야지. 출자전환 정도는 해줘야 된단 말입니다.”

-채권자들의 반응이 그리 긍정적인 것 같지 않습니다.

“지금은 뭐라고 해도 괜찮아요. 하지만 결과는 두고 봐야 알지 않겠소.”

-자신만만하시군요.

“한쪽은 3조4000억원, 다른 쪽은 9100억원을 내겠다고 했습니다. 시장원리에 따라 결정되겠죠. 한보철강을 매각하려면 채권자 회의에서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상식 밖의 결과가 나오진 않을 겁니다. 당진제철소는 내가 20년을 바친 곳입니다. 내 발이 안 닿은 땅 한 평이 없고, 내 손이 안 닿은 못 하나가 없는 곳이오. 나보다 그곳을 더 잘 아는 사람이 없다는 말입니다.”

-정 회장께 주식을 살 돈이나 아파트를 지을 땅이 있으면 채권단이 추심에 들어가지 않나요.

“내 명의로 된 게 아니라 종친회(해주 정씨)가 보광특수산업에 기증한 겁니다. 종친회 재산은 추심할 수 없게 돼 있어요. 내겐 재산이 없습니다. 집도 얼마 전 경매로 넘어갔고, 이 사무실을 포함해 전 재산이 압류돼 있죠.”

-종친회가 땅을 기증하고, 거기에다 아파트를 짓겠다는 것으로 봐선 비록 종친회 재산이지만 정 회장 뜻대로 처분할 수 있다는 의미로 들립니다.

“우리 종친회가 전국적으로 땅을 많이 갖고 있어요. 변호사 타운으로 유명한 서울 서초동 정곡빌딩도 종친회 소유예요. 원래는 법원 자리도 종친회 땅이었지. 과거엔 서초동 일대가 다 ‘종친회 마을’이었으니까. 그래서 사회환원도 많이 했어요.”

-부동산을 많이 소유한 사람들이 노출을 피하기 위해 땅을 종친회 명의로 돌려놓는 경우도 많지 않습니까.

“그러기도 하죠. 실제로 양도하는 경우도 있고.”

-종친회가 보광에 기증했다는 땅의 원래 소유주는 누구입니까. 정 회장과는 무관한 땅입니까.

“그건 원래부터 종친회 땅이오.”

-정 회장께서 종친회 재산을 증식하는 데 상당히 기여했을 것 아닙니까. 종친회도 그런 점을 고려해서 땅을 기증했을 듯한데요.

“돈 많이 벌 때는 그랬지요. 뭐, 그런 게 인연이 됐을 수도 있고. 그런 인연도 없는데 땅을 주진 않았겠지.”

한보는 1997년 1월23일 부도를 맞았고, 정 전 회장은 일주일 후인 1월31일 구속됐다. 그는 “검찰 수사와 수감생활을 거치면서 배신감과 허탈함, 원통한 마음에 1년 여 동안 실어증에 시달렸고, 너무 분한 나머지 암까지 얻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1999년에는 불법대출사건 등과 관련, 징역 15년형이 확정되자 한보 부도가 김영삼 정권의 ‘음모’에서 비롯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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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형삼동아일보 신동아 차장 hans@donga.com 성기영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ky32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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