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호

인터뷰

창립 30주년 맞은 임철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

“항우연 30년, 이제 우리는 달나라로 간다”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입력2019-12-26 14: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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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년 달 궤도선, 2030년 달 착륙선 쏜다

    • 달과 화성은 인류의 새로운 거주지

    • 미국은 달 기지 건설, 중·러는 유인착륙선 발사

    • 인공위성 73기 운용하는 ‘우주강국’ 룩셈부르크

    • 우주쓰레기 수거, 우주광물 채굴…‘우주경제’ 시대

    [홍태식 기자]

    [홍태식 기자]

    한국의 우주산업을 주도하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2019년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1989년 10월 창립한 항우연은 1993년 경항공기 ‘까치호’ 개발을 시작으로 스마트무인기(2011)와 고고도(성층권) 장기체공 전기동력무인기(EAV) 개발 비행에 성공(2016)했고, 2018년에는 세계에서 7번째로 75t급 엔진(누리호 시험발사체 KSLV-Ⅱ)을 쏘아 올리며 한국이 로켓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는 견인차 구실을 했다. 미지의 세계를 향한 탐험은 인류의 도전과 자연에 대한 응전의 역사다. 실패와 좌절을 맛보지만 인류는 끊임없이 도전한다. 항우연은 이제 달을 향한다. 달 탐사를 통해 우주기술 발전을 꿈꾼다. 

    2019년 12월 2일 대전 항우연에서 임철호 원장을 만났다. 임 원장은 서울대 항공공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국립 항공우주대에서 항공우주공학 석·박사를 받은 항공우주 전문가. 그는 스마트 무인기 개발사업 단장을 맡아 틸트로터형 스마트 무인항공기 기술 개발을 진두지휘했고, 2018년 1월 원장에 취임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미래비전 2050

    1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독자 개발한 수직 이착륙 ‘스마트무인기’
2	2018년 11월 29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한 ‘누리호’ 시험발사체. 2021년 발사를 목표로 개발 중인 한국형 발사체로, 이날 발사 성공으로 한국은 75t급 액체엔진을 독자 개발한 일곱 번째 나라가 됐다. 
3 2020년 2월 발사 예정인 ‘천리안위성 2B호’의 전자파 시험 모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1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독자 개발한 수직 이착륙 ‘스마트무인기’ 2 2018년 11월 29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한 ‘누리호’ 시험발사체. 2021년 발사를 목표로 개발 중인 한국형 발사체로, 이날 발사 성공으로 한국은 75t급 액체엔진을 독자 개발한 일곱 번째 나라가 됐다. 3 2020년 2월 발사 예정인 ‘천리안위성 2B호’의 전자파 시험 모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 2019년에 항우연이 이립(而立)의 나이가 됐다. 

    “1989년 10월 9일 창립 행사를 했으니 2019년이 딱 30주년이다. 지난 10월 창립 30주년 기념식을 열고 ‘미래비전 2050’을 발표하기도 했다. 30년간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 30년을 위한 청사진으로, 우리나라 항공우주산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담았다.” 

    - 우리의 우주개발은 어디로 나아가는가. 

    “뉴스페이스 시대와 4차 산업혁명, 항공산업 생태계 변화 등 급변하는 미래 환경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핵심은 그동안의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나아가는 거다. 인공위성이나 로켓 개발은 이미 기업들이 잘하고 있는 만큼 달 탐사나 인공지능을 이용한 위성 촬영 등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을 강화해 나가겠다. 개인용 항공기 대중화와 자율주행 항공교통 수단의 진화, 우주에너지 생산 기술 개발 등도 주요 내용이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개발 사업과 함께 세계 최초 정지궤도 환경해양 관측 위성인 천리안위성 2B호, 밤에도 레이더를 통해 지구 관측이 가능한 아리랑위성 6호, 국내 최초 30㎝급 해상도의 정밀 관측 위성인 아리랑위성 7호 등 인공위성 7기를 동시에 개발하고 있다.” 

    - 현재 운용하는 위성은 모두 몇 기인가. 

    “1989년 KAIST 인공위성센터가 개발한 우리별 1호를 시작으로 한국에서 개발된 위성은 총 14기다. 무궁화위성 등 8기는 해외에서 제작됐다. 직접 개발했거나 구입한 위성을 다 합치면 모두 22기가 된다. 현재 운용 중인 위성은 총 8기이고, 이 중 6기(아리랑위성 4기, 천리안위성 2기)는 우리가 직접 개발한 위성이다.” 



    임 원장이 말한 한국형 발사체 개발 사업은 1.5t급 실용 위성을 지구 저궤도(600~800㎞)에 올려놓을 수 있는 발사체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75t급 엔진 4기를 묶은 300t급 엔진(1단)과 75t급 엔진 1기(2단), 7t급 엔진 1기(3단)로 구성된 3단 발사체로 2021년 두 차례 발사 예정이다. 달 탐사 사업과 함께 한국 우주개발 사업의 핵심 축이다. 달 탐사 사업은 구체적으로 2022년 달 궤도선을 보낸 뒤 2030년까지 달 착륙선을 보낸다는 계획이다. 노무현 정부 때 시작된 이 사업은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과제로 선정되면서 개발 기간이 3년(2015∼2017년)으로 당겨졌지만 달 궤도선 무게 등 설계에 대해 이견이 나오면서 발사 시점이 두 차례 연기됐다.

    왜 다시 달인가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에 착륙한 우주인 버즈 올드린이 달 표면에 태양풍 실험 장치를 설치하고 있다. [NASA 제공]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에 착륙한 우주인 버즈 올드린이 달 표면에 태양풍 실험 장치를 설치하고 있다. [NASA 제공]

    -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2년 7월 달 궤도선(KPLO)을 발사하기로 했다. 당초 계획보다 19개월 늦춰진 것이다. 

    “고해상도카메라와 과학탑재체 등 6개 탑재체를 실어야 하는데 궤도선 무게를 줄이지 못했다.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쪽과 기존 설계대로 해도 가능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나뉘었다. 2019년 10월, 11월 미국 항공우주국(NASA) 관계자들을 만나 새로운 궤도에 대해 논의했고, 관련 경험이 풍부한 나사(NASA) 연구진이 KPLO가 달에 가는 데 필요한 심(深)우주통신과 항법에 대해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NASA 연구진과 새로운 궤도 적용 시 현재까지 우리 설계에 미치는 기술적인 영향을 종합 검토해 결정할 계획이다.” 

    - NASA도 참여하나. 

    “그렇다. 미국은 우리와의 협력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NASA 관계자는 ‘이미 한국은 미국의 아르테미스 계획에 동참하고 있다’는 표현을 썼다. 우리의 달 궤도선에는 NASA가 달의 남극을 관측하기 위한 탑재체(섀도캠)도 실린다. 사실 달 궤도선을 개발하면서 우리 기술진은 당초 목표로 했던 궤도선 무게를 경량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그로 인해 달에서의 운용 궤도를 변경하기로 했었다. NASA는 달에 가는 새로운 궤도를 제안했고, 현재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긴밀하게 협의, 검토하고 있다.” 


    2019년 4월 11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시민들이 자국 달 탐사선 베레시트(Beresheet)의 달 착륙 장면을 보고 있다. 베레시트는 소프트웨어 오작동으로 추락했다.(왼쪽) 2019년 9월 7일 인도 방갈로르에 있는 인도우주연구기구(ISRO) 직원들이 무인 달 탐사선 찬드라얀 2호의 착륙선 비크람(Vikram)의 착륙을 조종하고 있다. 비크람은 달 표면 진입 과정에 돌입했으나 본부와 교신이 끊겼다. [GettyImage, 뉴시스]

    2019년 4월 11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시민들이 자국 달 탐사선 베레시트(Beresheet)의 달 착륙 장면을 보고 있다. 베레시트는 소프트웨어 오작동으로 추락했다.(왼쪽) 2019년 9월 7일 인도 방갈로르에 있는 인도우주연구기구(ISRO) 직원들이 무인 달 탐사선 찬드라얀 2호의 착륙선 비크람(Vikram)의 착륙을 조종하고 있다. 비크람은 달 표면 진입 과정에 돌입했으나 본부와 교신이 끊겼다. [GettyImage, 뉴시스]

    - 2019년은 미국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한 지 50주년 되는 해이지만, 그동안 달 착륙에 성공한 국가는 우주 강국 미국과 러시아, 중국뿐이다. 

    “맞는 말이다. 최초 달 착륙 이후 5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달은 인류의 착륙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쉽지 않다. 2019년 4월 이스라엘 달착륙선 ‘베레시트’는 달 표면을 향해 하강하다가 지면에 충돌했고, 9월에는 인도의 달 착륙선 ‘비크람’이 달 착륙 중 추락했다.” 

    - 냉전 시대 미국과 소련의 우주 경쟁처럼 다시 달이 경쟁지가 된 거 같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24년 달에 다시 사람을 보내겠다고 선언했다. 왜 다시 달인가. 

    “현재 NASA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사냥과 달의 여신 이름을 딴 ‘아르테미스(Artemis)’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2028년까지 달 기지를 건설할 계획인데, 여기에 뒤질세라 유럽은 2025년 유인 달 착륙, 2040년 달 기지 건설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도 2030년 유인 달 착륙을 준비한다. 우선 미국은 우주개발로 세계 리더십을 발휘한다. 미국의 중요 정책이자 전략이다. 다른 나라들도 우주기술 발전으로 지구 중심의 우주개발에서 벗어나 우주탐사를 통한 기술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최근에는 달 남극에 물이 존재하고 지구상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헬륨3 등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궁극적으로 지구는 영원하지 않고, 인류의 새로운 거주 영역으로 달과 화성이 거론되면서 우주 전초기지인 달이 경쟁의 대상이 됐다. 미국, 중국, 유럽, 일본 등은 우주군 창설도 추진하고 있다.” 

    - 우리의 우주개발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인류 달 착륙 이후 20년이 지나 항우연이 출범했으니 우주선진국과 40, 50년 격차가 있는 상태로 시작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우주개발 경쟁력은 세계 7위로 평가받는다. 짧은 시간에 세계적인 수준의 위성기술을 보유했고, 독자 기술로 한국형 발사체(누리호)도 개발하고 있다. 달 탐사 등 우주탐사를 통해서는 탐사선 설계와 개발, 심우주항법과 통신 등 새로운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사실 우주개발은 우리가 ‘서바이벌(생존)’하기 위해서다.”

    “우주개발은 서바이벌 차원”

    - 서바이벌 차원? 

    “국제관계에서 이웃 나라와 영원히 친할 수 없고, 이웃 친구들이 우주개발 정보와 기술을 거저 주지도 않는다. 로켓 발사 등 독자 기술을 확보하는 차원, 그리고 이를 토대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룩셈부르크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 프랑스와 벨기에 사이의 작은 나라(면적 2590㎢) 룩셈부르크 말인가. 

    “그렇다. 룩셈부르크는 과거에는 석탄산업이 주요 산업이었지만 사양화되면서 우주로 눈을 돌렸다. 룩셈부르크 위성산업은 SES사가 주도하는데, 이 회사는 인공위성 73기(정지궤도 54기, 중궤도 19기)를 운용하는 유럽 최초 민간 위성운용사다. 통신과 방송, 데이터 중계 등 다양한 위성 서비스를 제공하고, 2018년 매출은 2조6000억 원(20억1030만 유로)에 달한다. 국내총생산(GDP)의 2%는 우주에서 나올 정도다. 룩셈부르크는 2018년 우주청을 신설하고 소행성 자원 탐사 사업에 뛰어드는 등 우주를 미래 먹거리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다.” 

    - 우리도 국회에서 우주청 신설을 위한 법안(우주개발진흥법 일부 개정안)이 발의되고 공청회를 열었는데. 

    “우리나라보다 늦게 우주개발을 시작한 호주 등 다른 나라들도 이미 우주청을 설립했다. 우주 선진국 간에는 확보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우주탐사 분야에서 국제협력이 활발하다. 우리도 늦지 않게 국제협력의 기반을 다져나가고, ‘우주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일이 중요해 보인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주정책과 미래 기술 확보가 필요하고, 무엇보다도 지속적인 우주개발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할 수 있는 정부 조직도 필요하다. 최근 국회에서 우주청에 대한 입법 발의가 시작된 것도 이 때문이다.” 

    - 룩셈부르크 사례처럼, 그동안 각국 정부 주도의 우주개발이 이제 민간 비즈니스 영역으로 옮겨가는 거 같다.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의 재사용 로켓은 세계 위성 발사 시장에 가격 혁신을 가져왔고,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새로운 발사체로 우주개발에 뛰어들었다. 

    “그렇다. 민간 기업이 우주개발과 우주 비즈니스에 뛰어들었고, 우주 스타트업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비즈니스 영역도 다채롭다. 우주쓰레기 수거부터 초소형 위성과 초소형 발사체, 우주광물 채굴, 우주여행 등 새로운 비즈니스가 생겨나고 있다. 미국 금융회사도 투자에 나서면서 이제 ‘우주경제’ 시대에 돌입했다. 우주개발은 국가안보 등 광범위한 파급효과가 있지만 이제 경제적 측면에서 개발을 부각하는 추세다. 새로운 변화와 혁신이 불어 닥쳤다. 항공 분야에서도 새로운 모빌리티 혁명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항공기로 출퇴근하는 시대

    대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전시된 한국형 75t급 액체엔진 앞에서 포즈를 취한 임철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홍태식 기자]

    대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전시된 한국형 75t급 액체엔진 앞에서 포즈를 취한 임철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홍태식 기자]

    - 모빌리티 혁명? 

    “활주로 없이 전기 동력으로 수직이착륙하고 자율비행할 수 있는 개인용 항공기가 새로운 도심용 항공 모빌리티(UAM·Urban Air Mobility)로 평가받고 있다. 인공지능(AI)에 바탕을 둔 자율주행차보다 앞서 하늘을 나는 개인용 항공기(PAV·Personal Air Vehicle)가 상용화할 거라고 전망하는 사람도 있다. 미국의 우버는 2020년에 드론택시를 개발해 도심 출퇴근 서비스를 하겠다고 밝혔고, 에어버스·보잉·아우디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가 새로운 모빌리티 기술 확보에 뛰어들었다.” 

    -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우리나라는 영토가 작고 경비나 안전성, 법적 문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은데. 항공 모빌리티 산업 시장 규모는 어떻게 예측하나. 

    “맞는 말이다. 비행기 성능과 안전성, 법규 개정 등 해결해야 할 일이 많다. 안전을 위해 정밀한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도 개발해야 한다. 그러나 다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영토가 작다 보니 인구가 수도권으로 몰린다. 인구가 몰리니 교통문제, 부동산 문제 등 여러 문제가 생긴다. 그런데 UAM을 활용하면? 교외에 살면서 30분 만에 도심으로 올 수 있다면? 어떤 식으로든 수요는 있게 마련이다. 또 다른 관점은 우리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 계속 설명해달라. 

    “자동차 산업은 19세기 후반 시작됐지만 우리는 1960년대, 70년대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우리가 UAM 산업에 본격 뛰어든다면 선진국들과 거의 같은 수준에서 출발할 수 있다. 2040년 도심 항공 모빌리티 산업은 약 1조5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우리가 이 분야의 ‘퍼스트 무버’가 될 수 있다는 거다. 항우연도 이미 전기 동력 수직이착륙 유무인 겸용 개인항공기(OPPAV) 시제기 개발에 착수했다. 수직이착륙과 조종, 자동·자율 비행이 가능한 개인용 항공기로 교통이 혼잡한 출퇴근 시간에 이용하면 출퇴근 시간을 약 70% 이상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신동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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