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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 분석

‘시베리아 석유자원 확보’ 무산 위기

‘일본의 치밀한 로비’ 盧 정부의 안일함, 러 내부 갈등이 원인

  • 글: 윤성학 러시아 IMEMO 연구소 연구위원 yoonskh@chol.com

‘시베리아 석유자원 확보’ 무산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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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양국 정부가 시베리아 자원 개발사업의 주체인 러시아의 루시아 페트롤레움(RP)에 투자한 것도 아니다. 두 나라는 가스관 공사와 LNG터미널 사업에 돈을 넣지도 않았다. 때문에 러시아 정부의 결정에 이래라 저래라 간섭할 위치에 있지 못한 것이다.

한국과 중국이 이처럼 어려운 입장에 빠진 근본적인 이유는 시베리아 석유·가스 개발 사업을 국익 확보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치밀하게 접근하지 않고 미시적 관점에서 안일하게 대응해 왔기 때문이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국가의 외교적 역량을 모두 동원해 추진해야 할 일을 일부 공공기관, 정부 실무부처의 여러 소관 사업 중 하나 정도로 다뤄왔다는 것이다.

법률적으로 코빅타 가스전 개발 사업권은 이 사업의 주체인 루시아 페트롤레움(RP)이 갖고 있다. RP의 지분은 TNK-BP(러시아 4위의 정유사인 튜멘석유 TNK와 다국적 석유메이저 BP의 합작사)가 62.42%, 러시아 과두 재벌 포타닌이 주도하는 금융산업그룹인 인테로스가 25.82%, 이르쿠츠크 주정부가 11.24%를 갖고 있다. 외형상 최대주주인 TNK-BP가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사업결정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 내막은 다르다. 이 사업의 실질적 결정권은 상당부분 러시아 연방정부에 있다. 가스 파이프라인의 설치와 에너지 자원 수출의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는 러시아 연방정부의 승인 없이는 이 사업은 사실상 진행이 어려운 구조다. 실제 TNK-BP는 러시아 연방정부의 계속되는 견제로 러시아에서 사업을 철수하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서있다. 러시아 내부 사정을 좀더 자세히 들여다 보자.

서방의 러시아 석유회사 사냥



코빅타 가스전은 1970년대 매장량이 확인되면서 개발 사업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개발 구상이 나온 것은 1990년대 중반 이후 한국 일본 중국이 시베리아 에너지 자원에 관심을 보이자 투자 자금 부족에 시달리던 러시아 정부와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이후 코빅타 가스전 개발은 러시아 정상이 한국, 일본, 중국의 정상을 만날 때마다 거론되는 단골 의제가 되었다.

3국의 경쟁에 따라 파이프라인의 방향도 몽골을 거쳐 일본으로 가는 방안, 북한 통과안, 그리고 최근까지는 중국의 다롄을 거쳐 한국의 평택으로 연결되는 서해노선이 거론됐다. 가스전 하나를 두고 국가간 이전투구 양상을 보였다.

러시아 정부는 1990년대 초반 코빅타 가스전 개발을 위해 ‘시베리아-극동석유(Sidanco)’와 이르쿠츠크 주정부를 끌어들여 RP를 설립했다. 그러나 1998년 러시아에 금융위기가 몰아치면서 당시 러시아 5대 석유기업의 하나였던 시단코가 지주회사인 오넥심방크의 파산으로 튜멘석유(TNK)에 흡수되었다. 이 과정에서 시단코가 대주주로 있던 RP의 지분이 튜멘석유와 시단코의 원주인이었던 포타닌의 인테로스 그룹으로 나누어지게 된 것이다.

1995년 9월에 설립된 튜멘석유는 구소련 당시 최대 국영석유기업 로스네프트(Rosneft)의 계열사들이 민영화되면서 이를 기반으로 설립됐다. 러시아의 민영 석유회사인 루크오일(LUKoil)과 유코스도 같은 방식의 인수합병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이렇게 민영화된 석유·가스 기업들이 투자 재원의 부족으로 어려움에 직면하자, 러시아 정부는 1997년 11월 외국인 투자지분 상한선 15%를 해제하는 대통령 포고령을 발동했다. 이 조치로 외국인 투자자들은 원유채굴, 정제 및 석유 수송과 관련된 러시아 기업에 대해 최대 100%까지 투자지분 확보가 가능해져 독자적인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서방은 대대적인 ‘러시아 석유회사 쇼핑’에 나섰다.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 석유회사를 소유, 시베리아 에너지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려 한 것이다. 이 전략은 대체적으로 성공을 거뒀다.

러시아 석유회사에 대한 외국 자본의 진출은 2003년 영국의 메이저 석유회사인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이 러시아 4위인 튜멘석유의 지분 50%를 80억달러에 인수하면서 절정에 달했다. 서구의 석유 메이저들은 러시아의 석유회사들이 생산 능력, 잠재적 채굴 가능성에 비해 주식이 저평가되었다고 보고 거액의 투자를 단행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TNK-BP는 이후 하루 120만배럴을 생산함으로써 유코스, 루크오일과 함께 3대 러시아 메이저로 등장했다.

석유에 ‘올인’

석유 메이저의 러시아 석유산업 진출에 푸틴 정부는 상당히 고심했다. 정당한 기업 투자에 제동을 걸자니 막 살아나고 있는 러시아 경제에 치명적일 것 같고, 그대로 내버려둘 경우 러시아의 석유자원이 서구 메이저 손에 완전히 넘어갈 상황이었다.

푸틴 정부는 특히 BP의 TNK 합병에 충격을 받았다. 이후 푸틴 정부는 유코스와 시브네프트(Sibneft)의 합병 때 이를 배후에서 조종한 서구 석유메이저에 대해 칼을 뽑았다. 푸틴은 서구 석유메이저와 제휴 관계인 것으로 알려진 유코스 회장인 호도로코프스키를 탈세 혐의로 구속하고 유코스에 대해 34억달러의 세금을 부과했다. 시브네프트도 10억달러 규모의 각종 세금 탈세 추징 통보를 받았다. 합병은 무산됐다. 러시아 정부가 자국 석유기업들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는 조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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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성학 러시아 IMEMO 연구소 연구위원 yoonskh@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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