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호

국내외 코로나 치료제·백신 개발 어디까지? “연내 어렵다!”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20-09-10 13:3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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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옥스퍼드대•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임상중단

    • 3상 임상시험 도중 ‘심각한 부작용’ 발생

    • 179개 백신 후보물질 가운데 3상 진행은 8개뿐

    • 국내 제약사 제넥신, DNA백신 1/2상 진행

    • 9월 중 ‘대량생산’한다는 항체치료제, 아직은 1상 단계

    • 2상 돌입한 혈장치료제, 완치자 혈액 수급 문제로 난관

    • 이재갑 한림대 교수 “코로나 위기, 적어도 2~3년은 이어질 것”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조기개발 목표에 빨간불이 켜졌다. 9월 8일(현지 시간) 영국 옥스퍼드대와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하던 코로나19 백신물질 임상시험이 중단된 탓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8일 현재 세계 각국이 연구하는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은 179개다. 이 가운데 임상시험을 시작한 건 34개, 개발 최종단계인 3상을 진행하는 것은 9개에 불과했다. 옥스퍼드•아스트라제네카 백신(AZD1222)은 이 가운데 선두주자로 통했다. 7월 의학 학술지 ‘랜싯’에 게재된 AZD1222 2상 결과를 보면 약물 안전성과 항체형성 효과가 확인된다. 이후 이 물질은 세계 각지에서 3상에 돌입해 빠르면 연내 접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영국 임상시험 도중 ‘중대한 부작용’이 발견돼 8일 개발 절차가 잠정 중단됐다(표1 참조). 아스트라제네카는 아직 ‘중대한 부작용’이 뭔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공식 성명을 통해 “(안전성 문제로 약품 개발이 중단되는 건) 대규모 임상에서 일상적인 일”이라고 밝혔을 뿐이다.

    3상 진행 백신 후보군 8개뿐

    백신을 비롯한 의약품 개발과정에서 임상시험은 통상 네 차례 진행된다.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전임상을 거쳐 사람 대상 임상시험을 시작한다. 1상에서는 보통 건강한 일반인에게 약물을 투여해 안전성을 확인한다. 2상은 질환자를 대상으로 약물 치료효과를 탐색하는 과정이다. 이 두 번의 임상으로 신약 안전성과 효능이 확인되면 수천~수만 명을 대상으로 하는 3상이 이어진다. 이때는 시험대상을 두 그룹으로 나눠 신약과 위약(플라시보)을 각각 투여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약물을 점검한다(표2 참조). 

    이 과정에서 약품 개발이 종종 좌초된다. 하지만 AZD1222는 세계적 연구역량을 갖춘 대학과 제약사가 개발을 주도하고, 1상 및 2상에서 안정적인 결과가 나온 터라 ‘코로나 팬데믹 종식’을 바라는 이들 사이에서 기대가 컸다. 이번 임상 중단으로 코로나19 백신 개발의 어려움이 재확인된 셈이다. 

    이제 세계적으로 3상을 진행하는 코로나19 백신 후보군은 8개 남았다. 이 중에는 러시아가 8월 11일 세계 최초로 공식 승인했다고 밝힌 ‘스푸트니크 V’도 포함돼 있다. 



    한국은 코로나19 백신 개발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후발주자다. 국내 제약사 가운데 가장 앞서나가는 업체는 제넥신으로, KAIST 포스텍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백신 후보물질 ‘GX-19’를 연구하고 있다. 6월 임상 1/2상을 승인받아 진행중이다. 

    정부는 국내 업체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독려하고자 8월 21일 ‘범정부지원위원회’를 열고 제넥신을 비롯해 SK바이오사이언스, 진원생명과학 등 3개 기업을 ‘백신 임상시험 지원 대상’으로 선정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진원생명과학의 백신 후보물질은 연내 사람 대상 임상시험을 시작할 계획이다. 

    백신은 인체에 바이러스 항원, 즉 ‘항체가 형성되도록 하는 물질’을 투여해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약물이다.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면 우리 몸은 코로나19와 한 번 맞서 싸워 이겨낸 것 같은 상태가 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실제로 코로나19의 공격을 받으면 안 되기 때문에, 백신 개발의 핵심은 바이러스의 병원성을 제거하되 면역반응이 일어나도록 하는 물질은 살려내는 데 있다. 


    7월 27일 미국 뉴욕에서 임상시험 참여자가 제약사 모더나가 개발하는 코로나19 백신 후보 물질을 투여받고 있다. [하퍼스빌=AP/뉴시스]

    7월 27일 미국 뉴욕에서 임상시험 참여자가 제약사 모더나가 개발하는 코로나19 백신 후보 물질을 투여받고 있다. [하퍼스빌=AP/뉴시스]


    현재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백신 개발 방식(플랫폼)은 크게 네 가지다. 각각 바이러스 벡터, 불활화, 핵산(RNA, DNA), 단백질재조합으로 불린다. ‘바이러스 벡터’는 항원을 인체에 해가 없는 다른 바이러스에 끼워 넣어 인체에 투여하는 방식이다. ‘불활화’는 바이러스를 화학 또는 열처리해 병원성만 제거한 채 체내에 주입한다. ‘핵산’은 항원의 DNA 또는 RNA를 인체에 넣어 항체 생성을 유도한다. 마지막으로 ‘단백질재조합’은 항원을 기술적으로 합성해 체내 투여함으로써 면역반응을 이끌어낸다. 

    현재 3상 진행 중인 백신 가운데 러시아 스푸트니크 V는 바이러스 벡터, 미국 모더나는 RNA, 중국 시노백은 불활화 방식을 각각 택하고 있다. 한국 제넥신은 DNA 플랫폼 백신 개발을 추진한다.

    국산 항체치료제, 9월부터 대량 생산?

    AZD1222 임상 중단에서 알 수 있듯 코로나19를 사전에 막아주는 백신 개발은 쉽지 않다. 그렇다면 희망을 둘 곳은 치료제 쪽일 수 있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부본부장은 8일 언론 브리핑에서 “(국내 기업이) 9월 중 상업용 항체치료제 대량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항체치료제는 코로나19 완치자 혈장에서 분리한 항체를 유전자재조합 등의 방식으로 대량 생산해 만드는 약물이다. 국내 기업 셀트리온이 항체치료제 개발을 위한 1상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표3 참조). 권 부본부장은 이날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셀트리온의) 2상, 3상 임상시험 계획을 심사 중”이라며 “2상에서 탁월한 효능·안전성이 확인되면 연말에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항체치료제 개발이 가시화된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이재갑 한림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희망과 기대를 제거한 채 객관적 상태만 놓고 보면 셀트리온 항체치료제가 1상 임상시험을 하고 있는 게 팩트의 전부”라고 밝혔다.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도 9일 브리핑에 나서 “치료제 진행 상황을 중간보고하는 과정에서 자세한 설명 없이 (내용을) 설명해 드려 오해가 생길 여지가 있었다”며 “아직은 (항체치료제가) 임상 1상을 하고 있다. 약효의 유효성,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고 식약처 허가가 나야 제품을 사용할 수 있다. 약효에 대해서는 아직 조금 더 임상시험이 필요한 단계”라고 밝혔다. 


    태국 방콕에 있는 출라롱콘대 부설 백신 연구센터에서 한 연구원이 실험용 코로나19 백신을 들고 있다. [방콕=AP/뉴시스]

    태국 방콕에 있는 출라롱콘대 부설 백신 연구센터에서 한 연구원이 실험용 코로나19 백신을 들고 있다. [방콕=AP/뉴시스]

    현재 해외에서는 미국 기업 리제네론, 일라이릴리 등이 코로나19 항체치료제 개발을 위한 3상 임상을 하고 있다. 9월 8일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중단을 발표한 아스트라제네카도 항체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어 현재 1상 진행 중이다. 

    권 부본부장은 8일 항체치료제와 함께 혈장치료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국산) 혈장치료제가 8월 20일 임상 2상 승인이 났다. 8일 임상시험용 2차 혈장제제 생산을 개시해 10월 중순 공급을 완료할 예정”이라는 내용이다. GC녹십자가 임상을 진행 중인 혈장치료제에 대해 설명한 것이다. 

    혈장치료제는 코로나19 완치자 혈장에서 중화항체가 포함된 단백질(면역글로불린)을 분리한 뒤 이를 정제•농축해 만드는 약물이다. 중화항체는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물질을 일컫는다. GC녹십자는 5월부터 국내 코로나19 완치자로부터 혈액을 제공받아 임상용 혈장을 확보한 상태다. 문제는 임상에서 좋은 결과가 나온다 해도 이를 제품화하려면 완치자 혈장이 안정적으로 공급돼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해외에서는 일본 다케다, 스페인 그리폴스 등의 제약사가 소규모로 혈장치료제 관련 임상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도 대세는 약물재창출

    현재 의료 현장에서 코로나19 치료에 임상적 유용성을 인정받은 약은 글로벌제약사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렘데시비르’ 정도밖에 없다. 렘데시비르는 당초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됐으나 코로나19 중환자의 증상 완화에도 효능을 보여 적응증이 확대됐다. 

    현재 세계 각국 제약사는 이런 약을 또 찾아내고자 다양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다른 질병 치료를 목적으로 개발한 약물 가운데 코로나19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물질을 환자에게 투여해 경과를 지켜보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치료 효과가 인정되면 렘데시비르처럼 해당 약물 적응증을 확대할 수 있다. 이를 ‘약물 재창출’이라고 부른다. 

    국내 제약사 가운데는 부광약품이 B형간염 치료제 ‘클레부딘’을 코로나19 환자에게 투여하는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유방암 환자 등을 대상으로 사용하는 구강점막염치료제 ‘EC-18’으로 임상 2상을 진행한다. 종근당의 급성췌장염 치료제 ‘CKD-314’, 대웅제약의 급성췌장염 치료제 ‘DWJ1248’ 등도 현재 코로나19 환자 대상 임상 2상이 진행중이다(표4 참조). 

    그러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팬데믹을 정리할 ‘게임 체인저’로 내세웠던 에이즈 치료제 칼레트라가 임상시험에서 효능을 인정받지 못한 데서 알 수 있듯, 약물재창출 또한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 상황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9일 오후 3시 기준(한국시간) 코로나19로 인한 세계 사망자 수는 90만 2000명이다. 6월 16일 45만 6000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약 석 달 만에 두 배가 됐다. 이재갑 교수는 “현재 세계 각국 정부와 많은 제약사가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고 있지만 단시간에 성과가 나오기는 어려워 보인다. 빨라도 2~3년은 코로나 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철저히 대비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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