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호

“길 잃은 중소기업,정부지원 컨설팅으로 돕는다”

유청범 에스알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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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입력2023-04-24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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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업기업 5년 생존율 32.1%… 열에 셋 생존

    • 매출 120억 원 미만 중소기업에 맞춤 컨설팅

    • “중소기업 성장 이끌어낼 때 희열 느껴”

    유청범 SR컨설팅 대표는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의 문제 원인을 명확히 파악해 솔루션을 제공하고, 기업 성장을 눈으로 확인할 때 스스로의 사회적 가치를 느낀다”고 말한다. [조영철 기자]

    유청범 SR컨설팅 대표는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의 문제 원인을 명확히 파악해 솔루션을 제공하고, 기업 성장을 눈으로 확인할 때 스스로의 사회적 가치를 느낀다”고 말한다. [조영철 기자]

    사례1. 대학병원과 제약회사의 임상시험을 지원하는 A기업은 다년간 발로 뛰며 지원자를 모집, 고객사에 안정적으로 연결하며 업력을 쌓아왔다. 시간이 갈수록 경쟁사가 늘면서 매출을 올리는 데 한계를 느낀 A기업 대표는 돌파구를 모색하려 2021년 정부지원 컨설팅 사업을 수행하는 회사 문을 두드렸다. 분석 결과 A기업은 데이터베이스가 상당히 축적됐음에도 이를 활용한 전략이 없다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컨설팅 회사는 A기업이 보유한 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사 요청에 맞게 지원자를 매칭하는 솔루션을 제시하고, 신규 지원자를 모집하는 디지털 마케팅 전략을 수립했다. 그 결과 1년6개월 만에 A기업의 매출은 기존의 3배 수준으로 늘었다.

    사례2.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침구 제조 전문 B기업은 10년간 유아침대 맞춤형 침구를 온오프라인에 판매해온 강소기업이었다. 틈새시장인 맞춤형 유아침구에 대한 고객 니즈를 충족하는데다 품질이 좋아 매출이 꾸준하게 발생했다. 그러나 급격한 출산율 하락으로 매출이 점점 줄었고, 고민하던 차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컨설팅 사업을 수행하는 회사에 도움을 요청했다. 컨설팅 회사는 유아 침구 시장의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성인 침구 시장으로의 진출과 독자 브랜드 설립을 추진했다. B기업은 2021년 제품 브랜딩과 신상품 개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 새로운 브랜드 론칭에 성공했고, 2년 사이 매출은 두드러지게 성장했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 동안 탄생하는 기업의 수는 100만이 훌쩍 넘는다. 신용보증기금 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창업기업의 수는 약 148만5000개로 전년대비 15.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생존율은 해가 갈수록 떨어지는 양상으로 1년 생존율은 64.8%, 5년 생존율은 32.1%에 불과하다. 즉 5년 뒤 창업기업 10곳 가운데 3군데만 살아남는 셈이다.

    기업 생존 걸린 마케팅 전략

    기업의 생존은 마케팅 전략에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기업은 내부에 마케팅 부서를 두고 객관적인 시장분석과 국내외 동종기업 마케팅 사례를 기반으로 사업 운용 전략을 세운다. 이에 반해 위 사례들처럼 생존의 기로에서 매순간 고군분투하는 대다수 중소기업은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자본도 인력도 여의치 않다.

    회사 내부에 마케팅 부서를 두기 어렵다면 외부 컨설팅 기업에 전략 수립을 맡기면 된다. 그러나 영세 중소기업은 당장 뚜렷한 성과를 기대할 수 없는 컨설팅에 선뜻 거금을 투자하기 어렵다. 이러한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돕고자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등 여러 기관에서는 컨설팅을 맡아줄 경력 10년 이상의 전문가를 매칭하고 일정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이들 기관과 업무 협약을 맺고 마케팅·브랜딩·경영 전략 등을 모색해주는 컨설팅 기업들이 있다. SR컨설팅은 2021년 유청범(49) 대표 컨설턴트가 설립한 곳으로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의 마케팅 및 인사·노무·생산관리·재무 등을 전문적으로 컨설팅하는 곳이다.

    유 대표는 외국계 컨설팅 기업인 오길비 앤 매더(Ogilvy & Mather) 부국장, 인터파크 해외사업 기획 파트장 등을 거치며 15년 넘게 컨설팅 전문가의 길을 걸어왔다. 2021년 경영기술지도사법(경영지도사 및 기술지도사에 관한 법률) 통과 이후 국가공인 컨설턴트 자격을 취득하고 위 A·B기업의 사례를 포함해 다양한 중소기업 컨설팅을 추진해 성공 사례를 남겼다. 3월 말 유 대표를 만나 정부지원 컨설팅 사업과 포스트코로나 시대 중소기업의 생존전략에 대해 물었다.

    정부지원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컨설팅 사업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가.

    “민간 컨설팅은 의뢰 기업이 컨설팅 회사와 직접 계약을 맺고 진행한다. 그에 반해 정부지원 컨설팅 사업은 정부에서 요구하는 세부요건을 충족한 기업이 대상으로 선정되면, 컨설팅 기업을 지정하고 사업을 진행한다. 국민 세금이 들어가다 보니 선정 기준이 까다롭고, 사업비 상한선이 있는 등 여러 제약이 있다. 제조중소혁신바우처사업의 경우 매출액 120억 원 미만 제조기업 가운데 기술 및 경영능력이 열악한 곳을 대상으로 진단에 따라 바우처로 맞춤형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원 금액은 최대 5000만 원인데, 기업 부담이 10~50% 발생한다.”

    정부지원 중소기업으로 선정되기까지 진입장벽이 높은 듯하다.

    “지원금 규모가 1000만 원 단위가 넘어가면 정부지원을 받는 요건이 더욱 까다로워진다. 특히 제출 서류는 기업이 알아서 준비해야 하는데 한계를 느끼는 경우가 많다. 직원 5명 내외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조건을 충족하는 사례가 많은데 구비서류를 갖추는 것부터가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한다. 30년 넘는 역사를 가진 경영지도사는 2009년 국가 자격제도로 전환됐다. 2021년 독립법안인 경영기술지도사법이 통과되면서 이에 의거해 전문 자격사로 운영되고 있다. 정리하자면 우리(컨설팅 회사)는 도움이 필요한 고객사가 컨설팅을 의뢰하면 정부지원 사업의 요건에 맞게 서류를 준비해주고, 고객사가 대상에 선정되면 전담 컨설턴트로 지정을 받아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정부에서 100% 지원을 해주지 않는데, 자기부담금 때문에 포기하는 경우도 있나.

    “원칙적으로 정부지원 컨설팅은 100% 무료로 받을 수 없다. 어느 정도의 비용은 감당해야 한다. 애초 이를 인지하고 신청하기 때문에 선정 이후 포기하는 사례는 드물다. 다만 재난·재해 업장의 경우 예외적으로 정부에서 컨설팅 비용을 100% 지원한다. 일례로 지난해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이후 이태원 일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자부담 없이 컨설팅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에서 지원을 했다.”

    정부지원 혜택은 전국의 어느 사업장이나 다 받을 수 있나.

    “각 경영지도사가 회사를 운영하는 곳을 기점으로 지역할당이 발생한다. SR컨설팅은 서울 송파구에 위치하고 있어 주로 송파구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정부지원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다. 지방의 경우 전문적인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대도시와 연계해 사업이 진행된다. 서울시는 강원도와 협력하고 있다. 2021년 강원도 삼척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피해가 컸을 때 정부가 피해지원에 나섰다. 각 피해 사업장에서 직접 피해규모를 책정해 서류를 제출해야 했다. 이를 돕기 위해 서울의 경영지도사들이 현장에 파견돼 서류 작업을 단체로 진행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자동화·비용감축이 관건

    최근 3년간 코로나19로 많은 중소기업이 어려움을 겪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어떻게 헤쳐가야 할까.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그 이전과 지금은 완전히 다른 시장이다. 이전에는 자영업자들이 대출을 크게 일으켜 사업을 시작했는데, 금융비용이 컸지만 사업을 영위할 수는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인건비 상승에 금리 인상까지 겹쳐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생존의 관건이 됐다. 이번 정부는 스마트 공장, 자동화 업장 등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을 강조하고 있다. 일례로 많은 식당들이 키오스크 주문, 로봇 서빙, 테이블 주문·결제 등 자동화로 가고 있다. 즉 지금부터 중소기업들은 반복적인 단순 업무들을 어떻게 자동화해 비용을 절약하고 효율화하느냐에 따라 사업의 지속 및 성공 여부가 갈릴 것이다.”

    20년 가까이 컨설팅을 해왔는데, 언제 일에 대한 보람을 느끼나.

    “대기업에 소속돼 있을 때는 주로 큰 기업의 컨설팅을 수행했다. 그때는 시스템 안에서 굴러가다보니 스스로 일에 대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2년 전 회사를 세워 중소기업 컨설팅을 전담하면서 각 기업 대표들을 만나보면 그 절실함이 피부에 와 닿는다. 몇 달 동안 밤새워 컨설팅한 기업이 추후 성장하는 것을 보면 희열을 느낀다. ‘내가 없어도 잘 돌아가는 대기업에서 일하기보다 도움이 절실한 이들을 위해 나머지 인생을 살고 싶다’는 마음으로 회사를 설립했는데 그런 면에서 꿈을 이뤘다.”




    정혜연 차장

    정혜연 차장

    2007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여성동아, 주간동아, 채널A 국제부 등을 거쳐 2022년부터 신동아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금융, 부동산, 재태크, 유통 분야에 관심이 많습니다. 의미있는 기사를 생산하는 기자가 되기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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