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호

“공사비로 후쿠시마 골프장 회원권 받고 살아 남겠나”

종합건설업체 불공정행위에 직격탄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입력2012-05-23 09: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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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합건설업체, ‘와리’ 떼먹고, 고의 유찰 후 수의계약 종용
    • “자본주의 메커니즘 부정하는 사기, 협박 횡행”
    • 전문업체 줄도산으로 2400억 대위변제…조합 설립 후 첫 적자
    • 종합-전문건설사는 수레의 두 바퀴…글로벌 스탠더드 갖춰야
    “공사비로 후쿠시마 골프장 회원권 받고 살아 남겠나”
    모르긴 해도, 그가 ‘손 그림자’ 연극을 했다면 꽤 유명한 사람이 됐을 거라고 기자는 생각했다. 인터뷰가 시작되자 그는 쉼 없이 손을 쥐락펴락했다. 손날을 절도 있게 아래로 내리기도 했고, 이마에 손바닥을 가져다 대기도 했다. 경험칙상 이런 손놀림은 인터뷰이가 뭔가 하고 싶은 말이 많거나 감정이 격해질 때 나온다.

    이종상(63) 전문건설공제조합 이사장은 2시간여 인터뷰를 숨 가쁘게 달렸다. ‘노예계약’ ‘주종관계’ ‘정부 책임’ 등 그의 거침없는 표현에서 전문건설업체가 처한 절박함이 묻어났다.

    본격 인터뷰에 앞서 전문건설업체와 전문건설공제조합(이하 공제조합)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전문건설업체는 공사현장에서 직접 시공하는 업체다. 종합건설업체가 계획을 세우고 관리, 조정업무를 한다면, 실내 건축과 토공 등 29개 업종의 전문건설업체들은 현장 인력과 공사 자재를 대면서 공사를 한다. 통계청의 ‘산업별 취업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2년 1월 현재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 2424만 명 중 건설업 취업자 수는 175만 명(7.2%)이다. 현재 1만1489개 종합건설업체에서 60만여 명이, 3만8058개 전문건설업체에서 115만 명이 종사하고 있다.

    공제조합은 1988년 건설산업기본법에 의해 설립된 건설전문 금융기관. 전문건설업에 필요한 각종 보증과 융자, 공제 등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건설기술인력 양성교육을 한다. 건설업 등록을 위해선 법정자본금 일부를 금융기관에 예치하고 보증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해야 한다. 조합은 국토해양부가 지정한 금융기관으로 이 역할을 한다. 전문건설업체들의 공사비 지급 보증을 서는 은행이라고 보면 된다. 지난해 말 기준 조합원(전문건설업체) 수 4만5600여 개로 건설관련 공제조합 중 가장 많으며, 자산규모는 4조2800억 원이다. 직접 시공하는 만큼 전문건설업체는 경기변동에 민감하다. 따라서 전문건설업체의 보증을 서는 공제조합은 한국 건설업계 현황을 알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된다.

    한국 건설업계 바로미터



    “조합원이 부도, 파산 등으로 쓰러지면 보증 책임을 진 공제조합이 공사 계약보증금을 변제해줘야 하잖아요? 얼마나 많은 업체가 문을 닫았으면 공제조합 역사상 지난해 처음 적자가 났어요. 81억 원. 구조적 한계상황에 다다른 거죠.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전문건설업체는 다 죽게 됩니다.”

    그의 말처럼, 조합은 지난해 2400억 원을 대위변제하면서 첫 적자가 났다. 2010년 대위변제 금액은 1600억 원이었다. 공사 중 문을 닫는 전문건설사가 늘면서 대신 변제해야 할 금액도 갈수록 많아졌다.

    “전문건설업체의 공사수주 현황을 보면 평균 72.6%가 하도급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는 전문업체는 종합건설업체의 저가수주 부담과 각종 불법, 불공정 행위에 놀아나는 겁니다. 시공능력 100대 종합건설업체 중 23개사가 워크아웃과 법정관리에 직면하면서 이들과 협력관계를 맺은 전문업체 4062개 사가 동반 부실화됐어요.”

    ▼ 왜 그런가요?

    “구조적 문제도 있고요, 원도급(종합건설) 업체와 하도급(전문건설) 업체 간 불공정 거래 탓이 커요. 종합업체는 실제 시공에 필요한 시설과 장비, 인력 등을 상시 보유하지 않아요. 공사를 도급받아 전문업체에 하도급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단순한 공사라고 해도 종합은 원도급, 전문은 하도급이라는 다단계 생산구조 때문에 불필요한 거래비용이 생겨요. 2개 이상 전문건설업을 등록해도 하도급만 받아 시공하도록 제한하는 것도 영업활동을 제약하고 있어요.”

    ▼ 불공정거래는요?

    “생각해보세요. 원도급자는 발주자로부터 공사를 낙찰받은 뒤 하도급자를 선정하잖아요? 원도급자는 1인이고, 하도급자는 다수입니다. 다수의 하도급자를 대상으로 경쟁을 시켜 최저가를 유도하는 시스템이죠. 종합업체가 최저가로 수주한 공사는 보통 낙찰률이 공사 예정가의 69.3%예요. 1만 원 예상 공사를 6930원에 따내는 거죠. 그럼 6930원에서 이윤을 떼고, 6000원 정도에 하도급을 하죠. 완전 초저가입니다. 이마저 고의로 유찰시켜 2,3차례 재입찰하거나 최저가 낙찰자와 ‘네고’를 해 금액을 더 낮게 설정합니다. 이런 원-하도급 간 불공정 거래는 노예관계, 주종관계입니다. 공생발전이라는 인간사회 대의명분을 고려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최저가 낙찰 후 고의 유찰

    ▼ 고의로 유찰시킨다?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죠.

    “최저가 낙찰은 자본주의에서 경쟁을 유도하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원도급자가 하도급을 나눠줄 때 많은 업체가 참여해 최저가로 낙찰됐다고 해도 그걸 들고 다시 흔듭니다. 유찰을 시키는 거죠. 그러곤 ‘이번에는 더 낮게 하도급 받아가라. 다음에 일거리 줄게’라고 합니다. 이건 자본주의 메커니즘을 부정하는 사기, 협박입니다. 하도급업체는 가만있으면 죽으니까 ‘울며 겨자 먹기’식 공사를 해요. 원도급자는 저가하도급 심사를 피하려고 발주자에게 하도급 내용을 허위로 통보해요. 물량을 축소하거나, 특정 항목을 누락시켜 하도급자의 견적 착오를 유발하기도 하죠. 민원처리비용이나 야간 작업비, 산업재해처리비 등 추가비용을 하도급자에게 전가하는 것도 여전해요. 이래서 어떻게 하도급자, 즉 전문건설업체가 살겠습니까.”

    ▼ ‘다음에 일거리 줄게’라는 약속은 지켜지나요?

    “그런 약속은 믿을 게 못 되지만 ‘을(乙)’ 입장에선 그 말을 믿고 일을 할 수밖에 없어요. 약속을 한 사람이 인사발령이 나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경우가 허다해요.”

    ▼ 계약방식의 문제점은 그렇다고 해도, 계약 후 공사비는 받잖아요?

    “….”

    테이블에 놓인 물 잔의 물을 반쯤 마시고 잠시 천장을 바라보던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꼭 그렇지도 않아요. 원도급자는 공사비를 현금으로 받아도 하도급자에게는 2~4개월 어음으로 지급해요. 그럼 어음할인료를 줘야 하잖아요? 원도급자가 ‘와리’를 떼먹으니 하도급업체는 연간 8350억 원의 금융비용을 추가로 부담하고 있습니다. 대한전문건설협회 실태조사 결과입니다. 최근 한 원청업체는 일본 후쿠시마 현 골프장 회원권을 하청업체 공사비로 지급하기도 했어요. 당장 임금, 자재대금 줘야 하는데 원전사고 난 지역의 골프장 회원권이 말이 됩니까. 아파트 공사해준 전문건설업체 117개 사는 700억 원 상당의 공사비를 미분양 아파트로 대신 받았습니다. 이러니 전문건설업체가 살아남겠어요? 공사비로 받은 아파트는 시중가보다 더 낮게 내놓아야 팔리잖아요? 결국 공사비는 더 줄어들고 시간도 오래 걸리죠. 공사비 회수가 늦어지면 임금체불 등 자금압박은 더 심해지죠.”

    일본말 ‘와리(わり)’는 10분의 1을 뜻하는 단위 ‘할(割)’이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선 돈을 바꿔주는 사람이 중간에서 가져가는 어음할인료라는 뜻으로 통용된다. 예를 들어 한 달 기간이 남은 10만 원짜리 어음을 현금으로 바꾸면 할인료 1할을 제하고 나머지 9만 원만 현금으로 주는데, 이때 1만 원의 금융비용(할인료)을 전문건설업체가 떠안는다는 게 이 이사장의 설명이다.

    사실, 도급의 폐해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발주자-원도급자-하도급자의 구조에서 전문건설업체는 종합건설사의 하도급을 받아 철근콘크리트, 실내건축, 배관, 창호 등 세부 공정별로 공사를 수행할 수밖에 없다. 전문건설업체는 원도급자인 종합건설업체의 종속기업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불법, 불공정 거래는 여전하다는 게 공제조합 이종광 기획팀장의 설명이다.

    실제 원청업체 A사는 하도급 입찰 시 고의로 유찰시킨 뒤 3,4회 재입찰해 23억 원에 하도급했다. 그러나 여기에 그치지 않고 18억6000만 원에 수의계약 체결을 강요해 이를 관철시켰다. B사는 257억 원에 하도급을 했지만 용지보상비와 민원처리비, 산재 공상처리비 등 60여억 원을 하도급 가격에 포함시켜 물의를 빚기도 했다.

    ‘와리’ 떼고 보험료 전가

    “공사비로 후쿠시마 골프장 회원권 받고 살아 남겠나”

    이종상 이사장은 “종합-전문업체는 한국 건설업의 두 바퀴”라고 강조한다.

    ▼ 건설보증기관들이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을 하지 않나요? 공정거래위원회에선 표준하도급계약서 사용을 권장하잖아요?

    “전문건설협회가 2005~09년 건설보증기관들의 지급보증 발급현황을 조사했더니, 전체 하도급계약 건수(38만2983건, 4000만 원 이상 기준) 대비 계약이행 보증건수 비율은 93.68%에 달했어요. 반면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건수(13만7055건) 비중은 35.79%였어요. 왜냐? 원청업체들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하도급사의 계약이행보증서를 모두 받아 챙겼지만, 원청사의 의무인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서는 발급해주지 않아요. 전문업체들은 원청사 눈치 보느라 보증서 달라는 얘기를 꺼내지도 못해요. 그러니 원도급자가 부도나면 전문업체도 문 닫을 수밖에요. 공사해놓고도 공사비를 못 받아요. 동반부실이 되는 거죠.”

    ▼ 표준하도급계약서는요.(표준하도급계약서는 하도급거래과정에서 나타나는 불공정행위를 규제할 수 있도록 계약조건을 표준화한 계약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표준계약서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표준하도급계약서 사용 비율이 예전보다는 높아졌어요. 표면적으로는 하도급계약 투명성이 개선된 것처럼 보이지만, 중요한 계약조항을 변경해 표준계약서 계약조건을 무력화하는 경우가 많아요. 추가공사나 설계변경 시 공사대금 증액 조항을 뺀다거나 직원의 4대 보험료를 하도급자에게 전가하는 거죠. 물가변동 시 공사대금 증액지급 조항을 삭제하는 식이에요. 무늬만 표준하도급계약서인 경우가 많아요.”

    이 이사장의 설명을 들으며 기자는 많은 생각을 했다. 종합건설업체는 오케스트라 지휘자다. 수천 쪽에 달하는 설계도면과 물량내역서 등을 이해한 뒤 지반 등 시공여건을 검토하고 용지 보상과 주민 협의를 수행해야 한다. 시공 과정에서 수많은 하도급과 전문 인력을 수급해야 하고 적기에 장비도 조달해야 한다. 톱니바퀴처럼 맞아떨어져야 약속된 준공 일자를 맞출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불공정 관행은 분명 불협화음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만족할 만한 연주회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불공정 관행이 만들어진 데는 전문건설업체의 책임도 있다. 각종 인허가 비리나 정치권 비자금 문제, 날림 공사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도 상존한다. 그동안 이러한 관행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얼마나 했던가. 이 이사장이 기자의 생각을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도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건 인정합니다. 한국 건설이 한강의 기적을 이뤘지만, 비리의 온상이라는 비난도 함께 받았죠. 원도급자 욕을 하면 ‘×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탓한다’고 하는 사람도 있어요. 게다가 (원도급자) 욕을 하면서도 하도급자는 일을 받아야 하니까 적당히 타협해온 것도 사실이고요. (하도급자가)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반발하려고 하면 그 다음 날 원도급자가 일거리를 더 주니까 없던 일로 하는 경우도 많았어요. 그런데요, 그런 일은 경기가 좋았을 때의 얘기입니다. 지금은 임계점입니다. 폭발 직전….”

    ▼ 정부 책임도 있지 않나요?

    “사실 (노태우 정부 시절) 주택 200만 호 건설 사업을 추진할 때 건설업에 뛰어든 사람이 얼마나 많았습니까. 그때 죽기 살기로 (건설업에) 뛰어들다보니 건설업계는 공룡이 돼버렸어요. 그런데 이후 주택보급률은 100%를 넘었어요.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국가에서 이 정도가 되면 민간 건설 먹을거리는 없다고 봐야 해요. 2만 달러 국가에서는 사회 인프라 사업도 완결 단계입니다. 3만, 4만 달러 국가가 되면 목조주택 같은 다양한 주택 서비스 욕구가 생겨 민간 건설 일거리가 생기죠. 그때까진 무척 힘들어요. 지금이 딱 그 상황이에요. 그러니 60년간 이어온 한국 건설 메커니즘을 뜯어고쳐야 해요. 건설 산업 선진화를 위해, 그리고 동반성장을 위해 원-하도급자는 파트너로 함께 가야 합니다. 국내에 해외 건설사가 지은 건물이 하나라도 있나요? 발주 시스템이 복잡하고 폐쇄적인데다, 발주처 중심으로 일이 진행되는 잘못된 건설 메커니즘을 바꿔야죠. 해외에선 실력을 인정받는 건설업체가 유독 한국에서 위축되는 것도 발주처 중심의 후진적 건설 메커니즘 때문입니다. 이젠 글로벌 스탠더드로 가야 합니다.”

    이 이사장은 글로벌 스탠더드와 관련해 다양한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종합업체는 주계약자로, 전문업체는 부계약자로 공동 계약하는 ‘주계약자 공동도급제도’를 확대하고, 발주자-원도급자-하도급자의 3단계 도급구조를 발주자-시공자로 줄이는 ‘직할시공제’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또 입찰 공고를 할 때 표준하도급계약서 의무사용을 명시하고, 법률을 개정해 정당한 사유 없는 재입찰을 금지하는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인식 전환 차원에서 지자체나 공기업 관계자에게 편지를 쓸 계획입니다. 전문건설업계의 현실을 직접 알리는 거죠. 동반성장 사회에서 불공정 거래 단절에 공직자들이 나서야 한다는 부탁을 하려고요.”

    “글로벌 스탠더드로 가야”

    ▼ 참, 건설안전본부장을 지냈으면 발주처 책임자였을 텐데 그땐 이런 문제점을 몰랐나요?(이 이사장은 13회 기술고시에 합격해 서울시 공무원으로 일했다. 도시계획국장, 건설본부장을 지냈고, 2008년에는 한국토지공사 사장을 지냈다. 현재 조합 이사장에는 2011년 11월 부임했다)

    “그래서 공직자들에게 알리려는 겁니다. 저도 (서울시) 건설본부장을 했지만 솔직히 (지자체 공무원들이) 만나는 사람은 대부분은 원청업체 관계자들이에요. 그 뒤에서 돌아가는 속사정을 들을 기회가 거의 없어요. 국토해양부 공무원은 말할 것도 없고요. 그러니 이런 현실을 알려야 한다고 판단한 거죠. 관(官)부터 인식을 바꾸자는 거죠.”

    ▼ 건설 메커니즘 개선과 함께 조합운영도 중요하겠죠?

    “조합은 위기를 감내할 만한 재무여력을 보유하고 있어요. 부채비율 9%, 자기자본비율 91%입니다. 그러나 건설금융기관은 재무건전성이 생명이죠. 조합원 출자금으로 설립된 만큼 재무건전성을 계속 강화해나갈 겁니다. 부실을 유발하는 저가낙찰공사는 보증인수를 제한하고, 계약보증금 보상 기준이 실제 발생한 손해액이 되도록 보증약관을 개정할 겁니다. 보증채권자가 위약벌 조항을 들어 실제 발생한 손해에 관계없이 계약보증금 전액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는 과도한 보증 책임을 지고 보증채권자(원청사)는 부당이득을 취하는 거죠.”

    그의 설명은 이랬다. 한 원청업체는 전문건설 A, B, C 3개 업체와 각 1~3공구 공사 하도급계약을 맺었다. A, C사가 부도가 나자 B사가 이들 공사를 수주해 A, C사의 자재대금과 임금 등 체불금을 대신 지급했다. 원청업체는 신규공사 설계변경을 통해 계약금액을 증액해주겠다며 체불금 지급으로 인한 손실 보전을 약속한다. 동시에 원청업체는 A, C사의 보증을 선 공제조합에 계약 선급금 보증금을 청구해 50억 원을 지급받았다. 그런데 B사는 A, C사 체불금 지급으로 자금압박을 받게 돼 결국 부도가 났고, 원청사는 B사의 계약 선급금 보증금 57억 원도 공제조합에 청구한다. 결국 중복 보증금을 타가는 식이다.

    “불공정 거래, 페어플레이 하게 할 것”

    “저는 현재 불공정 관행 수준을 페어플레이 수준까지 맞추어놓고 싶어요. 주계약 공동도급 범위를 넓혀 하도급업체도 공동도급에 나서게 하고, 전문건설업체의 해외 진출을 위한 멍석도 깔 겁니다. 조합이 대기업이 진출하지 않는 틈새시장을 열어주는 일종의 ‘건설 코트라’ 역할을 해야죠. 현지 사정을 알려주고 금융기관도 알선해주는 역할 말이죠.”

    2시간여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그의 목소리는 다소 차분해졌다.

    “건설업계의 두 수레바퀴는 원청 종합건설사와 하청 전문건설사입니다. 그런데 한쪽 바퀴는 아주 크고 튼튼하고 또 다른 바퀴는 작고 찌그러져 있어요. 그런데 찌그러진 바퀴에서 서민들의 일자리가 나옵니다. 건설 노동자가 우리나라 취업자의 7.2%예요. 이들이 일자리를 잃어 정부 복지혜택에 기댄다면 복지비용도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겁니다. ‘생산적 복지’가 따로 있나요? 이들이 계속 일할 수 있도록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으면 돼요. 곰곰이 생각해보세요.”

    작고 찌그러진 바퀴를 펴서 크게 만들겠다는 이 이사장의 의지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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