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닻 오른 KT&G 방경만號 “주주와 단단한 신뢰 구축하겠다”

[이현준의 G-zone] 9년 만에 사장 교체… 경영전략으로 ‘T·O·P’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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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입력2024-03-29 15: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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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준의 G-zone’은 기업 지배구조(Governance) 영역을 중심으로 경제 이슈를 살펴봅니다.

    방경만 KT&G 사장. [KT&G]

    방경만 KT&G 사장. [KT&G]

    28일 KT&G 사장이 9년 만에 바뀌었습니다. 3연임으로 장기 집권하던 백복인 사장이 ‘전 사장’으로 물러나고, 방경만(53) 수석 부사장이 사장으로 올랐죠. 이날 대전 대덕구 KT&G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주주총회 이사 선임 안건 표결에서 방 사장은 8409만 표를 획득, 손동환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5660만 표), 임민규 KT&G 이사회 의장(2450만 표)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번 주주총회에선 사내·사외를 구분하지 않고 3명의 후보자 가운데 상위 득표자 2인을 이사로 선임하기로 했고, 도입된 통합집중투표제(의결권이 있는 주식 1주당 선임되는 이사의 수만큼 투표권을 지급받고 이를 후보자에게 투표하는 방식. 원하는 후보자에게 ‘몰표’를 줄 수도 있음)에 따라 모든 주주는 1주당 2표의 의결권을 받았습니다. 이에 방 사장과 손 교수가 이사로 최종 선임됐죠. 방 사장과 임 의장은 KT&G가, 손 교수는 기업은행이 각각 지명한 후보자입니다.

    지난해까지 백복인 전 사장의 4연임 도전 여부는 업계에서 초미의 관심사였습니다. 백 전 사장은 1993년 KT&G 전신 한국담배인삼공사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2015년 사장 자리에 올랐죠. 공채 출신 첫 사장으로서 KT&G 역사상 최장수 CEO 기록을 세운 입지전적 인물이기도 합니다. 부임 이래 회사 매출을 4조 원 중반에서 6조 원 가까운 수준으로 키워내는 등 회사를 성장시킨 공이 있습니다. 영업이익 하락과 ‘주가 방어’에 실패한 것 등이 아픈 손가락으로 작용했습니다. 이로 인해 2022년 10월부터 안다자산운용, 플래시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 등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을 받기도 했죠.

    결국 백 전 사장은 1월 10일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할 때”라며 용퇴 의사를 밝혔습니다. 여기까진 ‘백 사장 반대파’에겐 고무적 일이었지만 당시 부사장이던 방 사장이 사장 후보 물망에 오르고, 선별 과정을 통해 2월 최종 후보가 됨으로써 반대파의 파티는 끝나게 됐죠. 방 사장은 ‘백복인 체제’에서 2인자 역할을 했습니다. 이에 행동주의 펀드를 비롯한 반대파 측에선 “백복인 시즌2”라고 비판했습니다. 반대파 측의 주장을 정리하면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것이죠.



    18년 만에 외부 추천 사외이사 선임

    물론 KT&G 측은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방 사장이 주주‧기업가치를 제고하는 데 최적의 인물이라는 것이죠. 방 사장이 내부 인사로서 KT&G 사정에 정통하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그 역시 백 전 사장처럼 사원으로 공채 입사해 사장에 오르게 된 인물입니다. 1998년 KT&G의 전신인 한국담배인삼공사에 입사해 △브랜드실장 △글로벌본부장 △전략기획본부장 △사업부문장 등 핵심 보직을 두루 거쳤죠. 특히 브랜드실장 재임 시절 국내시장 점유율 1위 브랜드 ‘에쎄 체인지’를 출시한 것이 큰 업적으로 꼽힙니다.

    글로벌본부장 때는 KT&G 제품 수출 국가를 40여 개에서 100여 개로 늘려 해외 매출 1조 원 돌파라는 공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내부에선 3대 핵심사업(해외궐련·궐련형 전자담배·건강기능식품) 중심 중장기 성장전략 추진을 주도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요. KT&G 관계자는 “방 사장이 이번 주주총회에서 높은 득표율을 보인 것은 그가 KT&G를 이끌어나갈 적임자로 인정받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번 표결에서 재단 및 기금의 우호지분을 빼더라도 방 사장이 득표 1위를 기록하는 데 지장을 주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방 사장은 주주총회 직후 “3대 핵심사업을 성장 발판으로 삼아 글로벌 탑티어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며 “성장의 과실을 공유해 회사 가치를 높이고, 주주를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더 단단한 신뢰를 구축하겠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이에 대한 경영전략으론 ‘T·O·P’를 제시했죠. 적극적 소통으로 이해관계자에 신뢰(Trust)를 높이고 근원적(Origin) 경쟁력을 확보하며, 글로벌 전문성(Professional)을 강화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주총에서 득표 2위를 차지해 사외이사로 진입한 손동환 교수도 변수입니다. 18년 만에 KT&G 이사회에 진입한 외부 추천 사외이사죠. 서울대 법과대학을 나와 부산지법,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서울중앙지법 등을 거친 판사 출신 인물입니다. 손 교수는 방경만 사장 취임에 반대한 기업은행이 추천한 인사로, FCP도 지지한 인물입니다.

    KT&G가 추천한 이사 후보인 임민규 의장이 손 교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표를 얻었다는 것은 그만큼 변화를 바라는 주주들도 상당하다는 뜻이죠. 향후 방 사장 반대파의 구심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주주총회 직후 FCP는 “손 교수가 사외이사에 선임된 것은 주주의 위대한 승리”라며 “손 교수가 주주를 위한 ‘CCTV’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제 겨우 첫걸음일 뿐”이라며 새 이사회에 △주가연동 성과보상 △회계투명성 개선 △기부된 자사주 환수 △인삼의 세계화 △자산운용업 중단 5개항을 3개월 내 실행할 것을 요구했죠. 떨어지고 있는 영업이익, 고점(13만9500원) 대비 30%가량 빠져 있는 주가 등 이제 갓 출범한 방경만호가 극복할 과제는 적지 않습니다. 방 사장이 어떻게 돌파할지, KT&G가 어떻게 변화할지 지켜볼 일입니다.



    이현준 기자

    이현준 기자

    대학에서 보건학과 영문학을 전공하고 2020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했습니다. 여성동아를 거쳐 신동아로 왔습니다. 정치, 사회, 경제 전반에 걸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관심이 많습니다. 설령 많은 사람이 읽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겐 가치 있는 기사를 쓰길 원합니다. 펜의 무게가 주는 책임감을 잊지 않고 옳은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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