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3년 전부터 명창 옥당 이등우 선생에게 판소리를 배웠다. 그 인연으로 이등우 선생은 택견을 주제로 한 작품 ‘택견아리랑’의 주연을 맡게 됐다.
그의 택견 사랑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우리 고유의 무술’이라는 점에 강하게 끌렸다고 한다. 택견뿐 아니다. 그는 우리네 이야기를 담은 희곡을 주로 쓰고, 국극과 창극 등 전통극에도 조예가 깊다. 우리것에 대한 그의 애정은 어디서 비롯됐을까.
“지금은 누구보다 전통을 소중하게 여기지만, 한때 한국이 싫어 한국을 떠난 적이 있습니다. 1984년 학연, 지연 그리고 경쟁 없이 살기 힘든 이 나라에 한계와 염증을 느껴 도미(渡美)했죠. 그러나 1년간 미국에서 지내다 보니 그간 보지 못했던 내 땅, 내 나라의 장점이 절절히 다가오더군요. 귀국한 뒤부터 풍물, 국악 등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에는 너무 익숙해서 소홀히 여기는 귀중한 문화가 많아요.”
고등학교 문예반 시절 시부문 학원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문학계에 발을 내디뎠다. 이후 시와 소설을 넘나들며 작품 활동을 하다 1994년 희곡에 도전하게 된다.
“문예반의 한 선배가 ‘희곡은 마지막 장르’라고 했습니다. 당시에는 시를 배우는 것조차 벅차 ‘왜?’라고 묻지 못했지만 그 말을 줄곧 마음에 품었지요. 그리고 어느날 문득 구어체로 된 희곡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결국 첫 작품 ‘라구요’를 썼고, 그 작품으로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습니다.”
요즘은 택견을 주제로 한 작품 ‘택견아리랑’을 준비하고 있다. 13년 전 이용복 큰선생님으로부터 “택견 작품 하나 만들어야지”라는 말씀을 들은 뒤 줄곧 품어온 꿈이다.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인생의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기쁨과 함께 얻은 또 다른 수확이 있다. 국극(國劇)의 대모인 명창 옥당 이등우 선생에게서 판소리를 배운 것.
“국극은 소리, 춤, 연기가 어우러진 ‘한국의 뮤지컬’입니다. 중국의 경극, 일본의 가부키와 같이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극이죠. ‘택견아리랑’에는 택견, 국극, 풍물, 검무, 탈춤 등 우리 문화가 총출동합니다. 우리것만으로도 재미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꼭 증명해 보이고 싶습니다.”

국극 ‘택견아리랑’의 포스터와 연습 광경. ‘택견아리랑’은 택견뿐 아니라 탈춤, 대검 쌍무, 풍물 등 전통문화를 담고 있다. 김 작가는 “국극은 뮤지컬만큼 재미있다”며 “우리 이야기를 담은 공연을 활성화하기 위해 ‘스테이지쿼터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