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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비보이(B-boy) ‘갬블러’의 삶과 성공

“인생은 베팅하는 자의 것, 순간을 포착해 즐겨라!”

최고의 비보이(B-boy) ‘갬블러’의 삶과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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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갬블러(Gambler)’를 아세요? 제가 소개할 갬블러는 영화 제목이 아니라 세계에서 제일 잘나가는 비보이 그룹입니다. 그들은 시련과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인생의 도박판’에서 멋지게 이겨나가고 있죠. 세계적인 비보이배틀대회 연이은 우승! 대단하죠? 이제 그 갬블러가 할리우드 영화에도 진출한답니다. 연습실에서 땀 흘리는 많은 비보이 팀 가운데 갬블러가 유독 빛나는 이유는 뭘까요? 제가 지금부터 보여드리겠습니다.
최고의 비보이(B-boy) ‘갬블러’의 삶과 성공
“내일은 배틀이다. 잠이 오지 않는다. 몸이 뜨거워서 도무지 잠이 오질 않는다. 눈을 감으면 배틀장이 보인다. 내일은 배틀인데, 잠을 자야 하는데 잠이 안 온다. 자야 되는데…. 내일을 위해서. 내일 무대 위에서 죽고 싶다. 그래, 죽을 수만 있다면 이길 수만 있다면 죽어도 좋다.”(비보이 오세빈, 2003. 8. 23. 일기 중에서)

‘배틀(battle)’은 비보이대회의 꽃입니다. 권투경기 보신 적 있죠? 배틀이 권투와 다른 점이 있다면 몸을 직접 부닥치지 않고, 주먹이 아닌 춤으로 대결한다는 것입니다. 춤 실력이 곧 승패를 가르고 계속 이기면 ‘우승’을 하게 되죠. 그래서 비보이는 결전의 그날만을 기다리며 뛰고 구르고 돌고 날아다닙니다. 땀 흘리고 또 땀 흘리는 생활의 연속. 배틀이란 상대팀과 우리팀, 이렇게 둘이 돌아가며 한 번씩 춤을 추는 건데, 관객은 이들의 실력을 보고 우수한 팀에 더 많은 환호를 보냅니다. 그러니 비보이는 배틀이 끝나면 몸이 휴지조각처럼 된다고 하네요.

세계대회에서 우승한 한국 비보이 얘기 많이 들어보셨죠. 혹 ‘갬블러’라고 들어보셨나요? 한국 비보이 중에서 세계대회에서 가장 많이 우승한 팀이랍니다. 2007 미국 프리스타일 세션 준우승, 2006 미국 호다운 대회 우승, 2005 미국 프리스타일 세션 우승, 2004 독일 배틀 오브 더 이어 우승, 2004 프랑스 비보이 월드컵 우승…. 미국 배틀대회에서 미국 아닌 다른 나라가 우승한 적은 갬블러가 최초라고 하네요.

사단법인 한국비보이협회 이요섭 사무총장도 갬블러를 한국 최고의 비보이 그룹으로 꼽습니다. 미국 비보이 대회에서 외국팀 사상 최초로 우승했고, 세계 유수의 대회에서 가장 높은 성과를 거둔다는 이유에서요. 팬만 해도 15만명에 달하고요. 물론 ‘익스트림’ ‘라스트 포 원’ ‘익스프레이션’ ‘맥시멈 크루’라는 그룹도 잘나가지만 으뜸은 갬블러랍니다.

이 팀이 얼마 전 할리우드 영화에 진출한다는 기자회견을 했는데요. 파라마운트가 제작하는 댄스영화 ‘하이프 네이션’에 주연급으로 출연한다는군요. 영화는 갬블러와 미국 힙합그룹 B2K 간의 댄스 배틀을 다룰 예정인데 제작비가 총 2500만달러나 들 거랍니다. 갬블러 멤버들은 아직까지 실감이 안 나 얼떨떨하고 어색하답니다.



B-boy의 고향은 뉴욕

비보이(B-boy)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요. 전 처음 그 이름을 들었을 때 A급이 아닌 B급, 다시 말해 불량 청소년을 뜻하는 줄 알았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남자라는 군요. 그럼 비걸(B-girl)은? 맞습니다.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여자입니다.

비보이라는 단어는 1970년대 후반 뉴욕 브롱스의 DJ 쿨 헉(Kool Herc)이 처음 사용했대요. 노래 중간에 가사 없이 간주만 나오는 부분을 ‘브레이크’라고 하는데, 앉아 있다가 이 부분만 나오면 무대에 나와 춤을 추는 사람들이 있었답니다. 쿨 헉이란 사람이 꽤 재치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브레이크 부분을 연이어 들려주면 사람들이 계속 춤을 출 거라고 생각한 거죠. 그래서 레코드 2장에 브레이크 부분만 연결해 들려줬더니 예상대로 브레이크가 끝날 때까지 춤을 췄다고 합니다. 쿨 헉은 당시 간주에 맞춰 춤추는 사람들을 ‘브레이크 보이’라고 불렀는데, 전파되는 과정에서 말이 줄어 비보이라고 불리게 됐답니다.

당시 뉴욕 뒷골목에는 히스패닉계가 몰려들면서 흑인과의 패권 다툼이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졌다는데요. 비보잉(비보이가 춤을 추는 행위)을 할 때만큼은 폭력적인 분위기가 덜해서 이 춤을 추는 애들이 꽤 있었다나 봐요. 비보잉의 대유행이 시작된 거죠. 그런데 춤을 출 때도 상대의 기를 죽이기 위해 누가 얼마나 어려운 춤을 추느냐 하는 걸로 승부를 가렸다고 합니다. 이렇게 싸움하듯이 춤을 춘다고 해서 비보이 경연대회를 배틀(battle·전투)이라 부르게 됐답니다. 그럼에도 주먹이 아닌 춤으로 대항했기에 비보잉은 평화를 이끄는 춤이라는 평가를 받곤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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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민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behapp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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