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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비보이(B-boy) ‘갬블러’의 삶과 성공

“인생은 베팅하는 자의 것, 순간을 포착해 즐겨라!”

최고의 비보이(B-boy) ‘갬블러’의 삶과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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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비보이(B-boy) ‘갬블러’의 삶과 성공
서울에서 태어난 ‘갬블러’

한국 비보이는 1980년대 중반 미군 부대에 있던 비보이 비디오가 우리 사회로 흘러나오면서 시작됐대요. 이요섭 사무총장이 그러더군요. 비보이 김효근씨에 따르면 1985년 레이건 대통령 취임식에 선보인 ‘뉴욕시티 브레이커즈’ 비보잉이 AFKN을 통해 한국에 방영되고, 급기야 ‘박남정과 친구들’ ‘인순이와 리듬터치’에서 활동하던 댄서들이 곡의 중간에 이 춤을 선보이며 비보잉이 크게 알려졌답니다. 보신 기억 나세요?

갬블러 소속의 비보이 오세빈(26)씨는 1992년 남성 댄스그룹 ‘서태지와 아이들’ ‘듀스’ ‘터보’가 노래 중간에 비보잉을 했던 걸 잊지 못한다 합니다. 그만큼 멋있었던 거죠. 그러다 1997년 남성 삼인조 그룹 ‘솔리드’가 콘서트 중에 뉴욕의 ‘에어 포 스크루’ 비보이 시저(Ceaser)를 게스트로 출연시키자 본격적으로 유행했대요. 급기야 그해 한국 최초의 비보이 그룹 ‘피플크루’가 결성됐고요.

길다고 하면 긴 비보이 역사를 굳이 말씀드린 이유는 갬블러가 나타난 배경을 알려드리기 위해서예요. 그러니까 2002년, 김정대(27)씨가 7명을 데리고 갬블러라는 비보이팀을 꾸렸답니다. 갬블러를 본격적으로 성장시킨 건 새 리더, 장경호(25)씨고요. 현재는 멤버 수가 30여 명으로 늘었더군요. 이번에 제가 만난 6명은 영화 출연이 확정된 갬블러의 핵심 멤버로 앞에서 소개한 정대씨, 경호씨, 세빈씨와 아직 소개하지 않은 이상진(24), 범상길(24), 박경호(23)씨입니다.

자, 그럼 이제부터 갬블러 얘기를 본격적으로 해보죠. 한국비보이협회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비보이 인구는 최소 30만 이고, 그중에서 실력이 뛰어난 비보이 팀은 10여 개랍니다. 그렇다면 그 많은 팀 중에서 한 팀이 유난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이유는 뭘까요.



의문을 풀기 위해 지난 5월9일 그들을 찾아갔습니다. 해가 머리 바로 위에 있을 때 만났는데 작별 인사하고 나니 자정 무렵이더군요. 그래도 부족해 다음날 그들의 공연을 보고 갬블러 멤버들을 다시 만났습니다. 그렇게 해서 알게 된 이들의 성공비결, 이제부터 상세히 공개하겠습니다.

“춤추면요? 정말 좋죠. 즐겁죠. 행복하죠.”

무엇보다 이들의 공통점은 춤 자체를 즐긴다는 겁니다. 열심히 하는 사람 위에 즐기는 사람 있다는 말 아시죠? 이들이 바로 일 자체를 즐기는 사람입니다. 세계 최고의 헤드스피너라는 평을 듣는 상길씨도 비슷한 말을 하네요.

“춤추면요? 정말 좋죠. 즐겁죠. 행복하죠. 한번 빠지면 더 열심히 하게 돼요. 공부도 하면 재미있잖아요. 춤도 그래요. 한번 돌면 다른 방식으로 돌고 싶고 그래요. 점점 재미있어지니까.”

리더 경호씨는 무대에 서면 존재감이 강하게 다가온다고 합니다. 일상생활 하다 보면 자기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르는데 음악 듣고 춤을 추면 육체와 정신이 살아 숨쉬고 있다는 걸 자각한답니다. 그는 이런 상황을 “황홀경에 빠져 꽂힌다”라고 표현하더군요. 좀 철학적이죠? 비보이를 만나 느낀 것 중 하나가 이들이 거칠어 보이지만 굉장히 철학적인 구석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세빈씨는 춤에 빠진 이유에 대해 좀 더 재치있게 말하더군요.

“젊음을 표출할 데가 없었는데 춤을 추니까 자유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어요. 물론 관객들이 환호하면 더 좋았죠. 여학교에 가서 춤출 때 들리던 비명에 몇 달은 그냥 살았는걸요.”

이렇게 춤을 즐길 수 있는 건 ‘춤은 내 운명’이라고 느끼는 친구가 많아서일 겁니다. 리더와 이름이 같아 ‘작은 경호’로 불리는 친구(박경호)는 키도 작고 뚱뚱한데다 공부도 별로 못했답니다. 그러다 중학교 때 ‘피플크루’란 그룹과 도내 청소년 대회 참가자가 비보잉 하는 걸 보고 그 다음날 학교에 가서 흉내 냈대요. 멋있어서요. 당시 이연걸 나오는 영화를 좋아해 무술 흉내도 내고 다니던 터라 어렵지는 않았답니다. 그러다 학예회 때 반대표로 뽑혀 god의 춤을 추면서 비보잉의 기본을 보여줬고요. 남들 앞에서 정식으로 춤을 춘 건 그때가 처음이었는데 이때 비로소 ‘춤이 나와 맞다’는 생각이 들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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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민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behapp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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