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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스완

내가 알고 있는 게 전부가 아니다

블랙 스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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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16장을 보면 올림푸스 카메라의 렌즈뚜껑 같은 물체가 땅에 떨어져 있는 사진이 나온다. 사진에 올림푸스 카메라 렌즈뚜껑이라는 설명은 없다. 그동안 보아왔던 검정색 동그란 플라스틱에 ‘OLYMPUS’라는 글자가 하얗게 써 있어서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오른편 페이지에는 렌즈뚜껑 같은 물체가 사실은 굉장히 커서 어떤 남자가 자기 키 절반만한 그 렌즈뚜껑을 손에 잡고 있는 사진이 나온다. 이 사진 두 장으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 즉 ‘내가 알고 있는 게 전부가 아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그것은 인간이 본능적으로 지닌 오류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과신하는 오만함에 빠져 있다. 이런 오만함 속에서 미래를 예측한다. 또 모든 사건은 예측할 수 있다고 믿는다. 혼란스러운 현실을 범주화하고, 설명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고 과거의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동원해 완벽한 예측 모델을 만들었다고 자신한다.

인간의 본능적인 오류가 일으킨 역사 속의 블랙 스완 사례를 한번 살펴보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군은 독일군이 제1차 세계대전 때와 마찬가지로 프랑스 북부로 공격할 거라고 믿고 그곳에 정예부대를 배치했다. 남쪽의 독일 접경지대는 마지노선을 구축해놓았기 때문에 완벽한 방어선이라고 자신했다. 독일군이 설마 험난한 중부 아르덴 삼림지대로 넘어올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독일군은 중부 삼림지대로 들어와 한달 만에 프랑스를 점령했다.

보다 최근 사례로는 롱텀캐피탈 매니지먼트의 사례가 있다. 이 회사는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머턴과 숄즈를 비롯 뉴욕 금융계의 천재들을 모아 유가증권의 가격모델을 개발했다. 그리고 산출된 가격모델과 시장가에 차이가 나는 금융상품에 투자했다. 특히 유동성이 낮고 수익성이 높았던 러시아 채권을 주로 매입했는데, 가격이 떨어지면 모두 처분하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러시아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면서 채권가격이 폭락하고 아무도 사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고 말았다. 머턴이 노벨경제학상 수상 소감으로 “측정 가능하다고 해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라고 말해놓고, 정작 자신은 파생상품 가격모델을 과신했던 것 같다. 이 두 사례는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아도 가능성이 제로는 아닌 위험을 과소평가하면 실패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그들은 예측이 빗나갈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았으며 전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아도 가능성이 제로는 아닌 위험을 과소평가했다. 첫째는 정확성을 생각하지 않고 예측치를 내놓는 것 자체를 중요시했기 때문이다. 계획을 위한 예측을 할 때는 예측치보다 예측의 정확성이 더욱 중요하다. 둘째는 예측 대상이 되는 변수가 무작위적 특성을 갖는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주어진 예측치가 옳은 것처럼 보여도 여기에서 상당히 빗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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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희숙 포스코경영연구소 연구위원 hsyoo@pos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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