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진행 중인 사회적 의제들
두 번째 글은 노무현 정부의 금융정책을 검토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의 금융정책 역시 사실상 과거의 아픈 기억에 대한 무의식적 반응이라고 볼 수 있다. IMF 경제위기의 주요한 원인이 한국 금융시장의 불안정성과 후진성에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금융시장의 토대가 되는 자본시장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단순한 자극-반응의 정책개발 논리가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박종현은 금융정책의 비대칭성이란 관점에서 노무현 정부의 금융정책이 자본시장의 확대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보편적 금융 인프라의 구축을 통한 자본의 순환 측면을 소홀히 했다고 비판한다. 자본시장의 확대를 위한 금융허브의 육성, 자본시장통합의 추진, 간접투자자산 및 펀드시장 활성화 정책이 주식시장의 활성화를 가져온 측면이 있지만 외국계 투기자본의 유입과 서민금융의 소외로 자본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었다고 말한다.
이러한 금융시장의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시장에서 소외된 서민금융을 활성화하기 위한 대안적인 금융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박종현이 말하는 대안금융은 소액금융, 지역금융 및 사회책임투자와 같이 사회공공적 관점에서 운용되는 자본을 말한다. 제도권 자본시장에서 배제되어 사채시장에서 급전을 빌려 쓰고 신용불량자로 내몰리는 서민금융의 현실을 고려하면 이러한 대안적 자본시장의 형성은 매력적인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대안금융은 기존 자본시장을 대체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보완적인 별도의 자본시장 영역으로 설정되고 있기 때문에 더욱 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대안금융의 종자돈을 어떻게 마련하고, 어떤 주체가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가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는 점이다. 제도는 규범의 문제가 아니라 실천의 문제이기에 더욱 그렇다.
신자유주의에 기초한 反노동정책
세 번째 노무현 정부의 노동정책을 다루는 김성희의 글은 전통적인 경제정책의 영역이 아니라 사회정책의 영역에 속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노무현 정부에서 노동정책은 사회정책이 아니라 경제정책의 하위영역처럼 다루어졌다. 이러한 점에서 현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의 노동정책적 기조를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 노동정책은 고용, 노동조건 및 임금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사회 양극화에 직접 영향을 미치며, 개별 노동자의 생존 및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좌우하는 중요한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김성희는 노무현 정부의 노동정책이 초기에는 개혁적 의제를 설정하고 사회통합적 노사관계를 지향했지만, 비정규직법안을 둘러싼 대립 이후에 반개혁적 시장주의로 변질됐다고 분석한다. 비정규직법안은 사회정책의 영역이어야 할 노동정책에 시장논리를 도입해, 노동자의 고용안정성을 악화시키고, 고용 노동자의 삶의 질을 떨어뜨린 대표적인 악법이라고 비판한다. 노무현 정부 초기의 노동시장 및 노사관계 정책 논의의 과정에서 제기된 의제, 의제의 제도화, 제도의 시행과정을 검토하면서, 노무현 정부의 정책추진능력의 한계를 문제 삼는다. 특히 무능력한 노동부 관료들에게 정책방향 설정의 주도권이 넘어가면서 노동정책이 방향성을 잃고 표류했으며, 노무현 정부 역시 이를 통제할 만한 정책역량이 부재했다고 비판한다.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