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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을 위하여 外

김수영을 위하여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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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가 말하는 ‘이 책은…’

김수영을 위하여 _ 강신주 지음, 김서연 만듦, 천년의 상상, 508쪽, 2만3000원

김수영을 위하여 外
마녀사냥의 시대다. 옆 사람이 돌을 던지면 나도 돌을 던지고, 앞 사람이 움찔하면 나는 재빠르게 몸을 숙인다. ‘내 목소리’보다 ‘우리 목소리’가 사회를 지배한다. 그래서 지금의 자유는 자유가 아니다.

생존의 시대다. 내게 생계비를 주는 사장에게, 나를 저울질하는 심사관에게, 나를 눈 아래로 보는 수많은 ‘갑’에게 굽실대지 않으면 목이 졸린다. ‘내 목소리’는 ‘그분 목소리’에 묻혀야 산다. 그래서 우리의 자유는 가짜 자유다.

김수영은 자유를 살아낸 시인이다. 굳이 ‘살아냈다’고 쓴 이유가 있다. 그는 자유로운 세상을 꿈꿨기에, 남루한 삶을 직시했고 두려움 없는 사람처럼 불화를 일으켰으며 이를 극복하고자 시를 썼다. 김수영은 자유를 살아내며, 이 땅에 처음으로 자유를 뿌리내린 사람이다. 그가 현실과 치열하게 직면한 1960년 즈음은 자유가 요원한 세상이었다. 찍소리만 내도 깩소리도 못하고 잡혀갔다. ‘의자가 많아서 걸린다 테이블도 많으면 / 걸린다 … / 모서리뿐인 형식뿐인 격식뿐인 / 관청을 우리집은 닮아 가고 있다 / 철조망을 우리집은 닮아 가고 있다 / 바닥이 없는 집이 되고 있다’는 시 ‘의자가 많아서 걸린다’는 당시 상황과 그의 절절한 심정을 잘 보여준다.



김수영이 죽은 지 50여 년이 되었다. 그러나 우리의 자유는 여전히 제자리다. 아니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졌다. ‘반공’의 칼날만 피해가면 되던 과거와 달리 ‘반공’ ‘막말’ ‘페미니즘’ 등 여기 대면 칼이고, 저기 대면 디딤돌이 되는 불분명한 검열 기준이 넘쳐난다. 우리는 어중이떠중이로 숨죽이고 있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부자유의 시대다.

그런 이유로 철학자 강신주는 김수영을 불러낸다. 그리고 참여 시인이나 모더니스트 시인으로 기억되는 김수영을 ‘우리 인문정신의 뿌리’라는 새로운 위치에 다시 세운다. 시인이 되고자 했고, 시인으로 살고자 한 김수영. 그에게 시인은 자기만의 목소리를 내며 자유를 살아내는 사람을 뜻했다. 자유가 없다면 무엇도 새로울 수 없고, 누구도 창조적일 수 없다. 그래서 자유가 없는 곳에서 인문정신은 숨 쉴 수 없다. 김수영을 읽는 것은 자유를 읽는 것이며, 우리 인문정신의 뿌리를 찾는 것이다.

앞서 말한 대로 우리는 여전히 남루하다. 어쩌면 민주주의라는 형식으로 자유의 내용을 오히려 더 억압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체제가 마련한, 허용된 자유는 기만적인 자유라는 사실이다. ‘김수영을 위하여’는 강신주가 김수영을 통해서 우리가 진정 자유로울 수 있는 길을 보여주는 책이다.

당신은 자유로운가. 대답이 조금이라도 망설여진다면 이 책을 펼쳐보라 권하고 싶다. 삶을 자유로 이끌어가는 데 김수영은 등불과 같은 존재가 될 것이고, 이 책은 그 등불을 찾는 지도가 되리라 믿는다.

김서연 │‘천년의 상상’ 편집자│

New Books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_ 마이클 샌델 지음, 안기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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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로 화제를 모았던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시장지상주의의 한계를 지적한 책. 저자는 ‘시장은 언제나 옳은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특유의 문답식 토론과 치밀한 논리를 통해 철학적인 답을 찾아나간다. 먼저 “세상에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은 별로 없다”며 ‘교도소 감방 업그레이드 1박에 82달러, 대기에 탄소를 배출할 권리 1톤에 13유로’ 등의 예를 제시한다. 이후 “돈이 없다면 벌 방법도 있다”며 ‘이마에 광고 문신 새기기 777달러, 제약회사의 약물 안전성 실험대상 되기 7500달러, 용병으로 아프가니스탄 전투에 참가하기 1000달러’ 등을 보여준다. 저자는 2012년 봄 학기부터 하버드대에서 이 책의 논의를 다루는 ‘시장과 도덕(Market · Morals)’이라는 제목의 철학 강의도 진행 중이다. 와이즈베리, 336쪽, 1만6000원

아내의 역사 _ 매릴린 옐롬 지음, 이호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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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1장 부제는 ‘재산 목록 1호는 아내’, 마지막 10장의 부제는 ‘내일을 향한 한 걸음’이다.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서구 사회에서 ‘아내’라는 존재의 지위 변천을 다뤘다. 17세기 영국의 역사가 토머스 풀러는 ‘남자가 가진 최고 또는 최악의 재산은 그의 아내’라고 했다. 근대까지만 해도 ‘아내’가 사유재산의 일부였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현대의 아내는 직접 재산을 소유할 뿐 아니라 참정권도 갖는다. 미국 스탠퍼드대 미셸 클레이만 젠더연구소 연구원인 저자는 이 변화 과정을 흥미롭게 소개하기 위해 역사 속 실제 ‘아내’의 사례를 인용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모델이 된 다인 부부, 가정 형편 때문에 수녀가 됐다가 결혼 뒤 아내의 모범으로 칭송받은 루터의 아내 카테리나 등 다양한 예시를 통해 시대에 따라 변화해온 ‘아내’의 위상을 살펴볼 수 있다. 책과 함께, 648쪽, 2만8000원

문명이 낯선 인간 _ 피터 글루크먼·마크 핸슨 지음, 김명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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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문명의 발전에 따라 인간은 육체적·정신적으로 더 건강해지고 있는가. 저자들의 대답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평균 수명은 늘어났지만, 노인 대부분은 각종 질병에 시달리다 눈을 감는다. 의학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비만과 성인병은 나날이 늘고 있다. 청소년의 일탈행위 등 정신적 병리현상 역시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세계적인 진화의학자이자 발생생물학자인 두 저자는 그 이유를 ‘인간의 문명 변화 속도와 생물학적 적응 속도 사이의 차이’에서 찾는다. 인간의 유전자는 1만 년 전 환경에 맞춰져 있는데, 인간이 환경을 지나치게 빠르게 변화시키는 바람에 자신의 적응 능력을 벗어나는 환경에 직면했다는 설명이다. 저자들은 이 ‘어긋남’의 문제를 ‘미스매치 패러다임’을 통해 새롭게 바라보면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밝힌다. 공존, 400쪽, 2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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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송화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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