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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사인 제도 없애면 기름값 20% 낮출 수 있다”

조(兆) 단위 이익 내는 정유사 영업의 비밀

“폴사인 제도 없애면 기름값 20% 낮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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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류세 10% 인하, 고유가와 환율 상승에 효과 반감
  • 주유소협회, 오피넷 도입에 “마른걸레 짜기” 반발
  • 복수 폴 제도 유명무실해진 속사정은?
  • 첨가제, 자사 식별제만 넣고 타사 제품 섞어 파는 정유사들
  • 복수 폴 도입, 수입사 시장점유율 높아지자 정유사 이익 급감
  • 유류업계 “공급자(정유사) 경쟁시켜야 기름값 낮출 수 있다”
“폴사인 제도 없애면 기름값 20% 낮출 수 있다”
“왜애꿎은 우리만 사지(死地)로 내모는지 모르겠다.”

주유소종합정보시스템(오피넷) 시행(4월15일)을 며칠 앞두고 기자와 만난 주유소업계 관계자들은 하소연부터 늘어놨다. 한 인사는 “극단적으로 말해 주유소 상표 표시 제도(폴사인)만 폐지해도 기름값을 당장 20%는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귀가 번쩍 뜨이는 얘기가 아닐 수 없었다. 도대체 폴사인 제도가 뭐기에 그 제도만 없애면 기름값을 20%나 낮출 수 있다는 말인가. 그의 설명이 이어졌다.

“오피넷이 소매업 간 경쟁을 촉발하기 위한 제도라면, 폴사인 제도를 폐지하면 공급사(정유사)들의 경쟁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연간 수조원씩 이익을 내는 정유사들은 놔두고 소매상에 불과한 우리(주유소)만 경쟁시켜서 어떻게 하겠다는 겁니까.”

동석한 다른 관계자가 말을 받았다.



“한번 계약하면 그것으로 끝이에요. 폴사인 제도는 현대판 노예계약이나 다름없어요.”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2주 만인 지난 3월10일, 유류세를 10% 인하했다. 치솟는 기름값에 서민 고통이 가중된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였다. 그러나 국제 유가의 고공 행진이 이어지고 환율까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유류세 인하 효과는 곧 상쇄됐다.

유류세 인하 당시 잠시 내린 기름값은 다시 치솟기 시작했고, 5월 들어 서울 시내 주유소 판매가격은 ℓ당 1800원을 넘어 1900원대에 육박하고 있다. 1조2000억원의 세수 감소까지 감수하면서 단행한 유류세 인하 조치가 별 실효를 거두지 못한 채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유류세 인하의 추억

정부는 유류세를 낮춘 데 이어 추가로 유가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4월15일부터 주유소종합정보시스템, 오피넷(www. opinet.co.kr)을 도입했다. 전국 주유소별 판매가격을 인터넷에 실시간으로 공개함으로써 주유소 간 가격경쟁을 부추겨 유가를 낮추겠다는 취지에서다.

4월15일 오피넷 도입 첫날엔 한 푼이라도 기름값을 아끼려는 소비자들이 홈페이지에 한꺼번에 접속하면서 서버가 다운됐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오피넷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고, 제도 도입 초기의 열기는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유류 소비자가 오피넷을 통해 전국 모든 주유소 가격을 비교 분석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자칫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 있다는 게 문제다. 값싼 주유소를 찾아가 기름을 넣으려면 더 값비싼 기름을 소비해야 한다는 모순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유통구조 개선이 더 시급

더욱이 오피넷에 나타난 값싼 주유소에도 함정은 있다. 오피넷에 공개된 주유소의 기름값은 제휴 신용카드(이른바 보너스카드)로 결제했을 때의 주유금액이다. 제휴 신용카드 소지자가 아니면 ‘값싼 기름’을 넣지 못하는 것이다.

오피넷 도입을 계기로 무한경쟁체제로 내몰린 주유소 사장들의 불만은 갈수록 고조됐다. 한국주유소협회 함재덕 회장은 “마른걸레를 짜도 분수가 있지. 주유소간 가격인하 경쟁을 부추겨 기름값을 낮추겠다는 것은 적자에 허덕이는 주유소를 더욱 궁지에 몰아넣는 것”이라며 분개했다. 힘없는 소매업자인 자신들만 쥐어짠다는 볼멘소리다. 함 회장은 “기름 유통구조의 근본적인 모순을 해결하지 않고, 주유소만 옥죄는 것은 유가 인하의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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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홍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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