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몽구 회장은 공사 진척 상황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관제철소 건설 현장을 둘러보는 데 자동차로 이동했는데도 2시간 가까이 걸렸다. 총 135만평(약 446만㎡)으로, 기존 ‘전기로’ 공장의 부지(89만평)까지 합하면 224만평(약 740㎡)에 달한다고 한다. 여의도의 2.5배 면적이다.
현장에선 덤프트럭들이 끊임없이 오가고, 철근을 조립하는 인부들의 이마에는 제법 추운 날인데도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현장 관계자는 “현재 고로 1호기를 기준으로 53%, 2호기까지 합치면 종합공정률이 40%를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둘러보니 ‘뼈대는 다 갖추었고 이제 살만 붙이면 된다’는 말이 실감이 났다.
내년부터 철광석과 유연탄 등 제철원료 하역에 사용될 항만은 매립, 호안공사, 콘크리트공사가 거의 끝나는 등 98%의 진척률을 보이고 있다. 이제 뒷마무리만 하면 되는 셈이다. 항만은 길이가 1360m에 달하는데, 3만t, 5만t, 10만t과 20만t 선박이 정박할 수 있는 4선석(배가 육지에 닿는 부두)으로 이뤄진다고 한다.
일관제철소의 상징인 고로는 현재 1호기의 고로 본체를 구성하는 10단 철피 설치가 완료된 상태다. 그 옆에선 고로 2호기 기초공사가 한창이었다. 지반을 강화하기 위해 곳곳에 콘크리트 기둥을 지하 30m까지 박고 있는 광경이 눈길을 끌었다.
고로(高爐)는 철광석과 유연탄 등 제철원료를 이용해 철강제품 생산의 기본이 되는 쇳물(粗鋼·crude steel)을 생산하는 것으로 일관제철소 핵심설비다. 이곳에 들어서는 고로는 국내 최대 규모로 연간 400만t 이상의 쇳물을 생산할 수 있다. 본체는 최대 직경 17m, 높이 50m이며 공장이 완료되면 부대설비를 포함해 높이가 110m에 달한다고 한다. 5300m3급으로 기존 국내 최대인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3800m3급보다 생산성이 30% 이상 높은 수치다.
2011년 2호기 고로까지 완성되면 열연강판 650만t과 조선용 후판 150만t을 생산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전체 생산량이 연간 1900만t으로 늘어나 세계 10위권 글로벌 철강기업으로 성장하게 된다.
이외에도 유연탄과 철광석 등 제철원료를 처리하는 코크스공장과 소결공장, 쇳물의 성분을 조정하는 제강공장, C열연공장과 후판공장도 조금씩 그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밀폐형 제철원료 처리시스템
현대제철 당진공장 총무팀 이승희 대리는 일관제철소의 가장 큰 특징에 대해 “세계 최고 수준의 친환경 제철소를 지향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선진국에서 검증된 최적의 환경기술로 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 발생된 오염물질 역시 최적의 관리시스템으로 제거하는 사전 설계방법을 적용했다고 한다.
“일관제철소의 대표적 오염물질로 지적되는 비산먼지를 원천 제거하는 ‘밀폐형 제철원료 처리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도입했습니다. 이 시스템은 밀폐형 연속식 하역기와 밀폐형 벨트컨베이어를 이용해 선박하역에서부터 원료처리시설까지 철광석과 유연탄을 운송함으로써 제철소의 가장 큰 오염물질로 지적되는 비산먼지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합니다. 또한 기존 개방형 원료처리시설에 비해 원료 적치 효율이 높고 기상 조건에 따른 운전 제약이 없어 원료 관리비용이 절감되는 등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철광석과 유연탄 등 제철원료 저장소 역시 밀폐형으로 짓고 있다. 현재 원형(圓形)저장고 5동과 선형(線形)저장고 8동 등 총 13동의 원료저장고가 건설되고 있다. 지난 9월8일 첫 번째 원형저장고 돔 지붕을 상량했다. 돔 지붕은 지름 120m, 높이 60m의 거대한 규모로 야구장만하다. 현장에선 두 번째 돔 지붕 제작이 한창이었다. 원형저장고와 선형저장고를 합칠 경우 철광석 190만t, 석탄 130만t 등 약 45일분의 제철원료를 보관할 수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