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남은 마지막 롯데백화점 청두점 매각
한때 중국 내 롯데마트 119개·롯데백화점 5개
신동빈 8·15 특별사면 직후 인도네시아·베트남行
베트남 호찌민 프로젝트에 9억 달러 투자
롯데백화점은 2013년 8월 중국 쓰촨성 청두시에 ‘청두 환구중심점’을 오픈했으나 9년 만인 올해 8월 지분 매각을 결정했다. 이로써 롯데쇼핑은 중국 사업을 완전히 접는다. [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 청두점은 현재까지 중국에 남아 있는 마지막 롯데 계열 백화점이다. 롯데마트는 2018년 중국 시장에서 철수했고, 롯데백화점도 올해 안에 마지막 점포인 청두점 정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매각 작업이 완료되면 롯데쇼핑은 중국에 진출한 지 15년 만에 사업을 완전히 접게 된다.
사드 사태 5년, 마지막 점포까지 매각
롯데쇼핑은 중화권에서 한류 붐이 한창이던 2007년 본격적으로 중국에 진출했다. 신선식품 유통에 강점을 가진 롯데마트에 중국인의 발길이 이어졌다. 롯데마트는 중국 진출 10년 만에 매장을 119개로 늘릴 만큼 중국 내 인기가 높았다. 롯데백화점도 2008년 베이징에 1호점을 오픈한 뒤 톈진과 웨이하이·청두·선양 등 주요 도시에 5개 점포를 순차적으로 열고,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2017년 4월 우리 국방부가 경북 성주군 주한미군기지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하기로 결정한 뒤로 대중국 사업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성주군 미군기지가 원래 롯데그룹 소유의 골프장이었는데, 사드 배치 후보지로 지정된 이후 경기 남양주시에 있는 국방부 소유의 국유지와 이곳을 교환하기로 한 사실이 알려지자 중국의 롯데쇼핑에 대한 반감은 극에 달했다.
중국 당국은 롯데마트에 소방과 위생, 환경 규정 위반 등을 구실로 삼아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는 등 롯데를 타깃으로 영업을 제한했고, 중국 내 대부분의 롯데마트 매장이 영업을 중단해야 했다. 중국 소비자 역시 롯데마트와 롯데백화점 앞에 플래카드 시위를 벌이는 등 조직적으로 불매운동을 벌였고, 각 지점별로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중국 내 롯데마트 매출은 2013년 1조7750억 원을 기록할 정도로 번성했으나 2017년에만 영업손실 2686억 원을 기록해 존폐 위기에 처했다.
결국 롯데쇼핑은 사드 배치 결정 이듬해인 2018년 중국 내 롯데마트 사업을 접기로 결정했다. 상하이, 장쑤성 등에 위치한 롯데마트 50여 개 점포를 중국 유통 기업 리췬 그룹에, 베이징 등에 위치한 20여 개 점포를 중국 유통 기업 우메이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두 그룹을 포함한 중국 유통 기업이 인수를 원하지 않은 나머지 롯데마트 점포는 폐점했다.
이어 2019년에는 롯데칠성음료·롯데제과 등도 철수했고, 그해 백화점 부문도 베이징점을 비롯한 톈진점·웨이하이점 등 3개 점포가 정리 수순에 들어갔다. 선양점과 청두점은 백화점과 호텔, 오피스, 극장, 테마파크 등이 함께 구성된 롯데타운을 이루고 있어 사드 사태 이후에도 영업을 이어갔으나 불매운동 여파가 지속되면서 결국 2020년에 이르러 선양점부터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올해까지 롯데백화점 청두점만 유일하게 남아 명맥을 이어갔으나 코로나19 팬데믹까지 덮쳐 매출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매각 절차에 들어갔다.
중국 사업 철수 계기로 해외 사업 재편 중
롯데쇼핑은 중국 사업에서는 손을 완전히 뗐지만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 일찌감치 진출해 안정적 수익을 창출하는 해외 사업 부문으로 눈을 돌려 더욱 집중하는 모양새다. 앞서 롯데쇼핑은 할인점 사업 부문뿐만 아니라 백화점, 부동산업, 영화상영업 등 주요 사업 부문을 해외시장에 맞게 전략적으로 진출해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왔다.1970년 7월 백화점 경영을 목적으로 설립된 지배회사인 롯데쇼핑은 세부 사업 부문이 다각화돼 있다. 현재 롯데쇼핑은 △백화점(롯데백화점·아울렛) △할인점(롯데마트·롭스) △전자제품전문점(롯데하이마트) △기업형슈퍼마켓(롯데슈퍼) △홈쇼핑(우리홈쇼핑) △영화상영업(롯데컬쳐웍스) △이커머스(롯데온) △기타(한샘·롯데리츠) 등으로 나눠져 있다.
이 가운데 롯데쇼핑 매출의 상당 부분은 롯데마트에서 발생한다. 롯데쇼핑의 올해 전반기 매출은 할인점 부문이 2조9229억 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38.1%를 차지했다. 이어 전자제품전문점 부문이 1조7287억 원으로 22.5%, 백화점 부문이 1조5730억 원으로 20.5%다. 이외에 슈퍼 부문 8.9%, 홈쇼핑 부문 7.1%, 영화상영업 부문 2.5%, 이커머스 부문 0.7% 순이다.
롯데쇼핑은 초창기에는 국내 사업을 중점적으로 운영했으나 지금은 해외 사업 비중이 상당히 높은 글로벌 유통 기업으로 올라섰다. 2022년 전반기 기준으로 롯데쇼핑은 총 36개의 종속회사를 거느리고 있는데 이 가운데 국내 종속회사가 16개, 해외 종속회사가 20개로 사업 비중이 해외에 기울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롯데쇼핑이 8월 금감원에 제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종속회사(연말 자산총액이 지배회사 자산총액의 10% 이상인 종속회사 혹은 연말 자산총액 750억 원 이상인 종속회사)’는 21개다. 이 가운데 롯데백화점 청두점을 포함해 11개가 베트남·싱가포르·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에 포진해 있으며, 주요 사업은 유통·부동산·영화상영·호텔 등으로 표기돼 있다.
규모가 가장 큰 해외 사업 부문은 롯데쇼핑이 2006년 베트남 호찌민에 설립한 롯데베트남쇼핑몰공동주식회사다. 이곳은 베트남에 오픈한 15개 롯데마트를 운영하며 올해 상반기 기준 자산총액은 4501억4900만 원이다. 이외 2008년 싱가포르에 설립한 롯데쇼핑홀딩스(자산총액 4458억 원), 1989년 인도네시아에 설립한 롯데쇼핑인도네시아(자산총액 3605억 원) 등이 롯데쇼핑 주요 종속회사에 포함돼 있다.
롯데쇼핑은 중국 사업 철수를 계기로 해외 사업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롯데백화점의 경우 2007년 러시아에 해외 1호점을 오픈해 국내 백화점 업계에서 처음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기록을 남기며 한때 9개의 해외점을 운영할 정도로 급성장했으나 지금은 백화점 부문의 실적 악화로 비중이 줄었다. 해외 백화점 사업 부문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롯데쇼핑은 중국 청두점을 포함해 6개 점포를 정리했다. 지금은 2013년 오픈한 인도네시아 롯데쇼핑 에비뉴점과 2014년 오픈한 베트남 하노이점, 2015년 오픈한 호찌민 다이아몬드 플라자점 등 총 3개 해외 점포에서 영업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현재 롯데쇼핑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을 전략적 진출 국가로 선정하고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롯데쇼핑 측이 9월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롯데백화점 해외 사업은 기존 진출 점포의 내실화를 다지는 동시에 신규 출점을 병행하는 투 트랙(Two-Track)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롯데백화점 기존 해외 점포들은 입점 브랜드의 수준을 상향하고, 운영비용을 효율화해 체질 개선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롯데쇼핑 측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우수 쇼핑몰 M&A와 함께 신규 부지 확보를 통한 출점을 추진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면되자 해외 사업부터 챙긴 신동빈 회장
이런 가운데 롯데그룹 총수인 신동빈 회장의 행보에 업계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6년 전 국정농단 사건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2019년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신 회장은 그룹 경영 활동에 전면으로 나서지 못하다가 8월 광복절 특별 사면을 받으면서 그룹 경영에 복귀했다.정부의 특별 사면 발표 직후 롯데그룹은 입장문 발표를 통해 정부와 국민께 감사를 표했다. 그러면서 국가적으로 위기에 처한 한국 경제를 두고 “신동빈 회장과 임직원들은 글로벌 복합 위기 극복에 힘을 보태겠다”며 “바이오, 수소에너지, 전지소재 등 혁신 사업을 육성해 국가경쟁력 제고에도 적극적으로 기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신 회장은 특별 사면 직후 첫 출장지로 인도네시아를 선택했다. 신 회장은 8월 29일 인도네시아로 출국해 수도 자카르타 북서쪽 반텐주에 위치한 ‘라인 프로젝트’ 공사 현장을 찾아 현장을 점검했다. 라인 프로젝트는 롯데케미칼이 총 39억 달러(5조4000억 원)를 투자해 에틸렌을 생산하는 초대형 석유화학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이어 신 회장이 건너간 곳은 베트남이다. 8월 31일 하노이에서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을 만나 투자 계획을 논의하고, 9월 2일에는 베트남 독립기념일에 맞춰 호찌민시 투티엠 지구에 개최한 ‘투티엠 에코스마트시티’ 착공식에 참석했다. 투티엠 에코스마트시티는 롯데건설이 총괄하는 프로젝트로 5만㎡ 용지에 주거·금융·오피스·상업시설 등이 들어서는 스마트복합단지다. 연면적이 68만㎡로 서울 삼성동 코엑스의 1.5배 규모이며 총사업비만 9억 달러(1조2447억 원)에 달하는 대형 사업이다.
특히 신 회장은 베트남 출장길에 신유열 롯데케미칼 일본지사 상무를 베트남 국가주석과 면담하는 자리뿐 아니라 투티엠 에코스마트시티 착공식에도 함께하면서 본격적인 경영 수업에 나선 동시에 베트남 사업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이날 착공식에서 신 회장은 “에코스마트시티에 롯데의 역량이 총집결된 스마트 주거·유통 시설이 자리 잡아 향후 베트남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며 “이번 프로젝트를 기점으로 롯데그룹은 베트남에 대한 투자를 더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신 회장은 투티엠 에코스마트시티가 문을 열면 호찌민과 인근 지역에서 2만 명 이상을 고용할 것을 약속했다.
무게중심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롯데그룹은 해외사업의 무게중심을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옮기는 추세다. 현재 베트남에서 롯데의 입지는 여느 글로벌 기업에 뒤지지 않는다. 롯데마트 15곳, 롯데백화점 2곳이 성업 중이고 1998년 롯데 계열사 중에 베트남에 가장 먼저 진출한 롯데GRS(롯데리아)도 현재 38개 지역에 270여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2006년 진출한 롯데건설은 롯데마트 각 지점과 종합쇼핑몰 롯데센터 및 롯데몰 하노이 등을 시공했으며 지속적으로 부동산 투자개발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또 2013년 진출한 호텔롯데는 호찌민 레전드 호텔, 롯데호텔 하노이를, 2017년 진출한 롯데면세점은 현재 3개의 공항점을 운영하고 있다.특히 이번 투티엠 에코스마트시티 착공식에는 김상현 롯데쇼핑 대표이사,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 등 롯데그룹 사장단이 대거 참석해 그룹 차원에서 해당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임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 전반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체계 전환이 이뤄지고 있고, 새벽배송 업계 출혈경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전통적 오프라인 유통 강자들은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며 “롯데쇼핑의 경우 최근 1~2년 사이 SSM(기업형슈퍼마켓) 점포 폐점 및 효율화를 지속하면서 영업이익이 늘었다. 그룹 차원에서 국내 사업을 재조정하는 한편 최근 오너 리스크 해제 이후 오프라인 유통에 시장성이 있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에 투자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해외 사업에서 매출 향상을 노린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혜연 차장
grape06@donga.com
2007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여성동아, 주간동아, 채널A 국제부 등을 거쳐 2022년부터 신동아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금융, 부동산, 재태크, 유통 분야에 관심이 많습니다. 의미있는 기사를 생산하는 기자가 되기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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