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선 도지사는 강원도를 한국의 ‘생명건강산업의 수도’로 만들 계획이다.
“저도 기본적으로는 시장주의자이고, 자율경쟁의 정신을 존중합니다. 그러나 모든 것을 시장지상주의로 몰아가선 안 됩니다. 시장이나 자율경쟁에 맡기는 것은 수준이 비슷할 때 가능한 것이지, 워낙 격차가 벌어지면 독과점이 되기 때문입니다.
혁신도시는 원래 단순 경제논리로 접근한 게 아니었어요. 수도권이 과도하게 집중화하고 지방은 공동화(空洞化)의 문제가 있으니 공공기관들을 선도적으로 지방에 이전시켜 집중을 완화하고, 지방은 그 도시를 중심으로 연관산업을 키워 성장동력이 되게 하자는 취지였습니다. 그런 정책적 차원을 고려하지 않고, 경제적 논리로 비용편익을 분석해 효과가 낮다고 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 지방과 수도권이 교묘하게 경쟁하는 듯한 느낌입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제로섬 게임을 벌이는 것은 원치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처럼 수도권의 집중도가 높은 나라가 어디에 있습니까. 이미 포화상태인데도 지금도 해마다 인구 30만명의 신도시 하나가 생길 정도로 집중화하고 있잖아요. 이제 수도권도 양보다는 질적 개선을 위해 제대로 관리해야 할 상황이 왔습니다. 진정한 국가경쟁력은 국가 권역들이 그 특성에 맞게 발전하고, 그것이 하나로 모여 이뤄져야지, 수도권만 국가경쟁력의 근간이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그러므로 수도권의 일정한 규제는 유지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도권의 모든 것이 억제되고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최근 파주 평택 인천 청라지구 등 여러 곳의 규제가 풀렸습니다. 수도권 규제를 많이 풀어 지방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수도권의 자장(磁場)에, 그 블랙홀에 지방의 투자기회가 다 빨려들어갑니다. 그런 뒤엔 지방에 처방을 해도 그 약효가 먹혀들지 않습니다.”
“총량성장주의 정책 경계해야”
▼ 경기가 악화하는 상황에서 정부로선 경제성장을 위해서라면 수도권 규제완화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입니다.
“1960~70년대 산업화시대에는 규모를 키우기 위해 전략적으로 거점개발정책 등 총량성장주의를 택했습니다. 그 결과 경제가 발전했죠. 그러나 1980년대 들어 그 후유증이 발생했습니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난 겁니다. 도시-농촌, 공업-농업, 수도권-비수도권, 기업-노동자, 대기업-중소기업·소상공인 간에 양극화가 극심해졌어요. 이를 치유하기 위해 성장균점, 균형정책이 나왔습니다. 지금 경제가 잠시 하강국면이라고 해서 또 다시 과거의 총량성장 위주 정책을 펴는 것은 경계해야 합니다. 성장과 균형정책이 보완적으로 가야지 어느 한쪽이 일방적이어선 안 됩니다. 그래야 건실한 질적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현 정부에 조언하고 싶습니다.”
▼ 중앙행정과 지방행정의 관계는 어떠해야 합니까.
“분권화는 시대의 흐름입니다. 기업 같은 민간조직에서도 권한과 책임을 분산시키고 있습니다. 큰 틀에서 국가체제의 시스템을 분권형으로 재편할 때가 왔습니다. 정부와 시·도, 시·군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전면적인 재정립이 필요하고, 재정개혁도 명백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헌법에는 지방자치와 관련된 부분이 추상적이고 선언적인 데 그치고 있습니다. 이것을 실질적인 내용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어요.”
▼ 노무현 정부 때는 지방분권과 국가 균형발전을 매우 강조했습니다. 그 결과는 어땠습니까.
“지난 정권 때 분권을 강조하기에 저는 ‘확고한 선택, 선시행 후 보완, 조기 매듭’ 등의 원칙들을 제시하면서 시행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분권 문제를 제대로 매듭짓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이제 새 정부에 그것을 기대해보려 합니다. ‘참여정부’가 국가 균형발전에 대해선 아주 적극적이었습니다. 지역의 혁신도시, 공공기관 이전 등을 시도했죠. 그러나 성장정책도 강화했어야 했는데 분배 쪽에 치우쳤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행정중심복합도시의 경우는 정치적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통일 시대까지 내다보는 장기적 안목이 있었다면 한반도의 지리적 중심이 될 수 있는 곳을 택해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