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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의 정주영’ 오세영

“제주도보다 넓은 라오스의 밭을 유전으로 바꾼다”

‘라오스의 정주영’ 오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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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욕망이 멈춘 나라’ 라오스를 무대로 박정희식 개발 모델을 전수하고 있는 코라오그룹. 한국산 중고차로 라오스를 평정한 코라오는 바이오연료 붐이 일자 제주도보다 더 넓은 땅에 바이오디젤 원료를 추출하는 ‘자트로파’라는 나무를 심고 있다.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라오스 1위 기업을 굳히기 위해서다. 평범한 월급쟁이 출신인 오세영 회장은 어떻게 성공을 일구었는가. 그의 철학과 야망을 탐구해 본다.
‘라오스의 정주영’ 오세영
라오스 최대 기업인 ‘코라오(코리아+라오스)’그룹과 이 그룹의 오세영(吳世榮·47) 회장을 취재하기 위해 비행기에 오를 때까지 기자는 라오스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 없었다. ‘인도차이나 반도에 라오스라는 내륙국가가 있다’는 것 외에는 아는 것이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당연히 오 회장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없었다.

‘라오스의 정주영’ 오세영

‘하회탈’을 모티브로 한 코라오의 브랜드.

인천공항에서 라오스 수도인 비엔티안까지 가는 직항편은 없다. 이 때문에 캄보디아의 프놈펜에서 하룻밤을 잔 뒤 비엔티안행 비행기에 올랐고, 돌아올 때는 베트남의 하노이에서 항공기를 갈아타야 했다. 하노이와 프놈펜은 ‘돈독’이 올라 있었다. 도시 전체가 공사판이라고 할 정도로 소란스러웠고, 사람들의 눈은 ‘돈 있는 사람을 찾느라’ 반짝거렸다.

욕망이 멈춘 나라

그러나 비엔티안의 분위기는 달랐다. 공항에 내릴 때부터 비엔티안은 소박한 풍경으로 다가왔다. 하노이와 프놈펜, 특히 하노이는 클랙슨의 지옥이다. 오토바이와 차량이 뒤엉켜 서로 “빵빵” 거린다. 비엔티안은 인구 60만의 작은 도시지만 이 곳에도 러시아워가 있다. 그러나 자동차 경적 소리는 듣기 힘들다. 비엔티안의 도로에서 “빵” 소리를 내는 것은 베트남인이거나 화교, 아니면 한국인 운전자뿐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라오스는 한반도의 1.1배 면적(23만6800㎢)에 700만명이 사는‘널널한’ 국가다. 라오스인과 중국인(화교)과 베트남인, 태국인들이 라오스 국적을 갖고 함께 살아가는 다민족 국가이기도 하다. ‘몽족’이라고 하는, 산악 지역에 사는 소수민족도 있다.



불교국가답게 라오스 사람들은 두 손을 모은 자세로 인사를 한다. 아주 공손한 인사법인지라 그 인사를 받으면 저도 모르게 따라서 합장을 하게 된다. 라오스 사람들은 잘 웃는다. 아는 사람을 보면 목례와 함께 미소를 보낸다. 이러니 사람들 표정이 밝을 수밖에 없다. 화가 난 한국인 상사가 버럭 소리를 지르면 이곳의 여성 직원들은 깜짝 놀라서 울어버릴 정도로 이들은 조용조용 살아간다.

그렇다고 해서 라오스를 유약한 나라로 보면 곤란하다. 독자적인 언어와 문자를 갖고 있기에 자존심이 강한 편이다. 라오스는 베트남과는 사람 왕래가 힘든 높은 산맥을 국경선으로 삼기에 마찰이 적어서인지 형제국가처럼 지낸다. 그러나 태국과는 메콩강이 흐르는 평야지대로 국경을 맞대고 있어서인지 사이가 좋지 않다. 그럼에도 경제적으로는 베트남보다 태국과 훨씬 깊은 관계를 맺고 있어 태국어를 하는 사람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내륙국가인 라오스는 과거엔 베트남의 항구를 이용해 국제무역을 했으나 1993년부터는 태국의 방콕항을 무역항으로 활용하고 있다. 중국도 태국만큼이나 라오스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라오스는 베트남과 달리 화교 상권이 강하기에 중국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일본도 라오스에 공적개발원조(ODA) 자금을 많이 지원한 덕분에 나름의 영향력을 갖고 있다. 1975년 라오스 공산화를 계기로 단교했다가 1995년 복교한 한국은 라오스를 작은 시장으로 보는 듯 긴밀한 관계를 맺지 않고 있다. 코라오의 오세영 회장은 이런 배경에서 라오스 최대 기업을 일구었으니 주목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없다.

기자는 라오스가 공산국가인지 아닌지도 알아보지 않고 항공기에 올랐다. 라오스는 프랑스 식민지로 있다가 독립해 왕국을 이뤘는데, 베트남전이 벌어지면서 이들도 내란을 겪었다. 라오스의 우파 왕정에 도전한 것은 공산 베트남(북베트남, 월맹)의 지원을 받은 공산게릴라 ‘파테트 라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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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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