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호

‘주사파 리더’ 출신 구해우 “한미동맹 금 간 게 아니라 빠개져”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19-12-25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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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민통 리더, 국정원 고위직 지낸 외교·안보·북한 전문가

    • 주사파 이해해야 한국 정치·北대남전략 파악 가능

    • 文대통령 문제는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는 것

    • 핵 가진 베트남 모델이 북한이 원하는 종착지 중 하나

    • 신냉전시대 틀로 한미동맹 다뤄야

    • 운동권 파벌 연대 정권, 자유민주주의 아닌 중국식 권위주의 편

    • 얼치기 주사파 출신들, 친중·친북해서 얻어낸 게 뭔가

    [지호영 기자]

    [지호영 기자]

    구해우(56) 미래전략연구원 원장은 주사파 리더 출신으로 국가정보원 고위직을 지낸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고려대 법대 재학 중 비합법 좌파 운동을 했다. 2013~2014년 국정원에서 북한담당기획관(1급)으로 북한 정보를 총괄했다. 

    ‘강철서신’ 김영환 씨가 이끌던 구국학생연맹(구학련),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참여한 반미청년회와 함께 주사파 3대 조직 중 하나이던 자주민주통일(자민통) 리더였다. 군사독재 시절 안기부의 고문 속에서도 끝까지 묵비 투쟁을 했다. 김경수 경남지사,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자민통계다. 

    고(故)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와 함께 외교안보 싱크탱크 미래전략연구원을 설립해 20년째 운영하고 있다. 고려대에서 북한 개혁·개방을 주제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 객원연구원을 지냈으며 2000∼2002년 SK텔레콤에서 남북경협 담당 상무로 일했다. 

    그가 2001년 남북 통신 협상을 위해 평양을 방문했을 때 노동당 간부가 “장군님을 뵙겠느냐”고 제안했다. 그는 “더 협의할 게 없다”고 거절하면서 “자주적으로 살려면 당신들 더 고민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노동당 간부는 “너 이 새끼, 그냥 안 둔다. 평양에서 못 나가는 수가 있어”라면서 그를 겁박했다. 평양이 김정일 면담을 제안한 것은 1980년대 주사파 이력을 알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대학 시절 북한 방송을 들으면서 평양을 들여다본 것을 시작으로 36년간 북한 및 통일 문제 연구 외길을 걸어왔다. 주사파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면 현재의 한국 정치·안보·사회는 물론이고 북한의 대남전략을 온전히 파악할 수 없다고 그는 말한다. 2019년 12월 2일 서울 송파구에서 그를 만났다.



    “文정부는 운동권 파벌 연대 정권”

    -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가 뒤집었다. 칼을 꺼냈다가 얻은 것 없이 다시 넣은 격이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서 가장 큰 실패 사례는 중국에 3불(不)을 약속한 것과 9·19 남북 군사합의다. 지소미아를 파기하겠다고 나선 것도 잘못이다.”
    이른바 ‘3불 원칙’은 사드를 추가로 배치하지 않으며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에 참여하지 않고 한미일 삼각 동맹을 추구하지 않겠다고 중국에 밝힌 것을 가리킨다.

    “3불, 9·19 군사합의, 지소미아 종료가 묶이면 그야말로 안보 파탄으로 가는 운명이었다. 지소미아를 파기하지 않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문제는 지소미아 파기의 후과(後果)를 인식하고 그렇게 처리했는지다. 정보를 종합해 볼 때 파기 이후 문제에 대해 살핀 게 아니라 미국의 압력이 두려워 철회한 것이다. 안보 위기가 유예된 상태라고 봐야 한다. 앞으로도 지소미아 파기 같은 잘못된 정책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있다. 안보 위기가 언제든 고조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가 덧붙여 말했다.

    “2019년 11월 22일 오전까지만 해도 지소미아 파기를 암시하는 메시지가 청와대 핵심 참모들에게서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도 사흘 전 국민과의 대화에서 지소미아 종료를 시사했다. 11월 22일 오후 갑자기 뒤집혔다. 미국이 주한미군 문제 등과 관련해 아주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본다.”

    - 정권이 무지하거나 무능한 건가, 아니면 일관된 목표에 따른 행동인가. 

    “여러 가지 요인이 뒤섞여 있다. 문재인 정부의 성격에 대해 정확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부는 운동권 파벌 연대 정권이다. 그중 핵심은 NL(민족해방) 민족주의를 기반으로 한 세력이다. 친북 친중 반일 반미 정서를 갖고 있다. 열성 지지층도 친북 친중 반일 반미 정서를 공유한다.”

    “미·중 패권 경쟁의 틀로 사안 살펴봐야”

    - 안보정책이 그 같은 정서를 바탕으로 한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나 김현종 2차장은 친북 친중 반미 반일 정서를 가졌다고는 볼 수 없다. 문재인 정권이 올라타 있는 핵심 지지 기반의 정서가 친북 친중 반미 반일이다 보니 그것에 휘둘리는 것이다. 청와대의 강경파들은 친북 친중 반미 반일 성향을 갖고 있다. 노영민 비서실장, 강기정 정무수석이 그렇다. 이 사람들은 지지 기반과 곧바로 연결돼 있다.”

    -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태가 돈 뜯어내겠다는 협박처럼 느껴진다. 

    “주한미군 주둔 비용 문제의 본질은 지소미아 파기가 가져왔을 후과와도 연관이 있다. 현재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지부터 살펴야 한다. 신(新)냉전시대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신냉전시대를 틀로 삼아 살펴봐야 지소미아 파기가 왜 심각한 문제였는지 이해할 수 있으며, 주둔 비용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지 답을 내놓을 수 있다. 세계적으로 시대가 재편되는 전환기다.”

    - 전환되는 국제정치 맥락에서 살피자는 뜻인가.

    “좌·우파 같은 기존 상식으로 트럼프를 봐서는 안 된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지소미아 파기는 북한과 중국에 유리한 결정’이라고 했다. 북한과 중국을 동시에 거론했으나 중국을 찍어서 얘기한 거다. 미국은 주한미군, 지소미아 같은 안보 문제를 미·중 패권 전쟁 구도에서 본다. 신냉전 질서에서는 신(新)한미동맹이 필요하다. 한미동맹을 강화하면서도 자강할 힘을 키워야 한다. 주한미군 주둔 비용 문제를 산수로 풀어서는 안 된다. 어떻게 5배나 청구하느냐는 식으로 접근하면 충돌이 일어나 깨질 수 있다. ‘안보를 위해 올려주면 너희가 우리한테 뭘 내놓을 건데’가 돼야 한다.” 

    - 구체적 조건을 갖고 역제안을 하자?

    “한미 간 핵공유 협정을 체결하면 주둔 비용을 더 내겠다는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탄도미사일 탄두 중량을 높이고, 사거리를 늘리는 기회로 이용해야 한다. 자강할 토대를 만드는 계기로 전환해야 한다. 5배, 2배 숫자놀음을 할 때가 아니다.”

    “금이 간 정도가 아니라 빠개졌다”

    - 3불, 지소미아 파동으로 인해 한미동맹에 금이 갔다고 보나. 

    “금이 간 정도가 아니라 빠개졌다. 3불 정책은 금을 낸 게 아니라 빠개버린 거다. 신냉전 구도에서 미국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중국에 대한 견제다. 3불 정책은 중국의 눈치를 보겠다, 중국에 순응하겠다면서 일본을 배제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일본은 중국 견제에서 미국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다. 문재인 대통령의 문제는 무모하다는 점이다. 뭐가 문제인지 잘 모른다. 참모들이 이것저것 준비해 대충 얘기해준 수준에서 사안을 파악하는 것으로 보인다.”

    - 주한미군 철수도 배제할 수 없는 시나리오라고 보나. 

    “일부에서는 ‘주한미군 철수는 어렵다, 미국 의회에서도 반대한다’고 본다. 트럼프 시대에는 문법 자체가 바뀌었다. 트럼프는 주한미군을 뺄 수도 있는 사람이다. 한국의 보수우파도 주한미군 문제를 안이하게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과거의 문법과 틀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 안보 문제에서 최악의 상황은 뭔가. 

    “트럼프가 김정은을 중요한 인물로 대우하면서 합의를 맺는 것이다.”

    - 평화협정을 맺고 미군이 철수한 베트남의 전례를 말하는 건가.

    “트럼프는 베트남이 친미국가가 됐지 않으냐는 계산까지 하고 있을 것이다. 베트남은 경제적으로 중국에 의존하나 안보적으로는 미국과 함께 가고 있다. 친미비중(親美非中) 모델이다. 북한이 반중을 하지는 않겠으나 친미를 약속하며 미국과 합의를 맺을 수 있다.”

    - 미군이 철수해도 한미동맹은 유지될 수 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제로라고 본다.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안보정책을 짜야 한다. 로버트 게이츠 전 미국 국방장관은 가장 높은 위치에서 북핵, 북한 문제를 들여다본 인물이다. 게이츠 전 장관은 ‘북한은 절대로 완전한 비핵화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동결과 비확산 문제를 먼저 해결하고 비핵화는 중장기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게 그의 견해다. 내 생각도 그렇다. 북한은 주한미군을 유지하더라도 성격을 어떻게 바꿀 것이냐를 두고 미국과 협상할 것이다. 주한미군이 중국 견제는 하되 북한에 적대적이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영구 중단 등이 이뤄져 동결과 비확산 조건이 더 충족되면 핵무기 일부를 내놓을 수 있다고 본다. 평택기지는 미군 처지에서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북한은 평택기지의 중국 견제 역할을 인정하면서 신(新)베트남 모델로 나아갈 수 있다.”

    “핵을 가진 베트남 모델”

    - 핵을 가진 베트남 모델이 북한이 원하는 종착지 중 하나다? 

    “그렇다. 세계 질서의 판이 바뀌었다. 좌·우파 모두 당황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그가 덧붙여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햇볕정책은 탈냉전시대의 일정 시기에는 설득력이 있었다. 2008년 미국발(發) 경제위기 이후 중국이 패권의 야심을 본격적으로 드러냈으나 동북아에서는 2002년부터 상황이 바뀌었다. 2002년 2차 북핵 위기가 시작됐고, 2003년 중국에서 동북공정을 비롯한 패권적 민족주의가 부상했다. 동북아에서 신냉전시대는 이렇듯 북한과 중국이 열었다. 2001년까지는 얼마간 설득력이 있었으나 지금 상황에서 햇볕정책을 고집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현재는 탈냉전시대가 아니라 민족주의가 부상한 신냉전시대다.” 

    - 좌파는 북한을 내재적 관점에서 들여다보는 경향이 있다. 미국의 위협 탓에 핵을 개발했다는 시각이 대표적이다. 

    “그 시각은 전쟁 위협이 없어지면 핵을 가질 이유가 없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이념적으로 친북 친중 반일 반미 정서를 가졌기에 그런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운동권 시절 깊숙이 박힌 사고가 현재의 정치 흐름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뿐더러 신냉전 구도 형성이라는 구조 변동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 우파는 지나치게 미국 의존적인 측면이 있다. 

    “우파는 북한 문제를 분석해 대북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미국적 사고나 분석 방식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미국의 역할을 과도하게 설정하는 경향이 있다.”
    그는 12월 3일 출간한 ‘미중패권전쟁과 문재인의 운명’에서 이렇게 썼다.

    “우파는 북한 노동당 간부들의 사고를 규정하는 주체사상이나 북한의 역사와 사회에 대한 이해가 일천하다. 북한 붕괴론이 대표적 오류 사례다. 이승만이 미국의 반대에도 반공 포로를 석방하고 북진통일을 주장하면서 그것을 지렛대로 삼아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일, 박정희가 핵무장론을 제기한 것을 지렛대로 한미연합사를 세워 한미동맹을 굳건히 한 일 등은 통찰력과 배짱에 기초해 한미동맹을 발전시킨 역사다. 그 두 사례에서 얻을 교훈이 적지 않다.”

    “집권 세력은 얼치기 친북·친중 좌파”

    - 일각에서 제기하는 핵무장론은 어떻게 보나. 

    “박정희 시절은 냉전 시기다. 핵무장하겠다는 배짱이 통할 수 있었다. 지금은 훨씬 더 복잡한 문제다. 핵무장론을 성급하게 내놓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 자강적 안보를 최대화하려 노력하고 관철이 잘 안 됐을 때 핵무장을 마지막 카드로 고민해야 한다.”

    -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셈법이 드러났는데도 남북관계 개선에 ‘다걸기’하는 모습이다. 

    “탈북 어부 강제 송환은 그야말로 최악의 수를 둔 거다. 기본적으로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 최소한의 인권적 절차나 원칙도 지키지 않았다. 왜 그렇게까지 했느냐? 김정은을 한·아세안 정상회의에 초청하고자 선물로 준 것 아닌가. 김정은에게 잘 보이고자 그렇게 했다는 얘기다. 집권 세력은 얼치기 친북 친중 좌파다. 결과적으로 북한에도 무시를 당한다. 친중도 마찬가지다. 중국한테도 무시당하고 완전히 엉망이 돼 있다. 이념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정권일 뿐 아니라 그야말로 무능한, 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악의 무능 정권이다. 친북을 했으면 북한으로부터 얻어낸 것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나.”

    그는 ‘미중패권전쟁과 문재인의 운명’에 이렇게 썼다. 

    “10만 명에 달하는 1980년대 주사파 운동권이 사회 각 분야에 진출한 것과 전교조의 의식화 교육의 영향을 받은 세대의 사회 진출이 한국 사회의 이념적, 정치적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과거에 주사파였다고 해서 지금도 주사파인 것은 아니다. 해산된 통합진보당의 이석기 그룹과 같은 주사파는 소수다. 문제는 운동권 시절 머리에 박힌 반미·반일·친중·친북적 사고다. 반미·반일·친중·친북적으로 사고하는 이들 세력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광우병 반대 촛불시위, 박근혜 탄핵 촛불시위 등을 통해 정치적 힘을 과시했다. 위안부와 징용공 문제 등을 매개로 한 반일투쟁과 최근의 지소미아 파기 논란 때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문재인 대통령이 종북 좌파에 둘러싸여 있다는 보도가 있다”고 언급한 게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미국대사 관저 담장을 넘은 친구들은 아직도 주사파지만 극소수다. 한국사회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지금 내치와 외교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이들은 민주당에 주로 존재하는 친북·친중 좌파다. 그 사람들의 본질은 뭐냐? 과거에 주사파였는데, 지금은 주사파는 아니고 친북·친중 좌파라는 점이다.”

    “무능한 데다 정치 공학에서 수단·방법 안 가려”

    - 1980년대 ‘자민통’ 리더였다. 정권의 골간(骨幹)을 이룬 운동권 세력이 지금도 ‘자주’ ‘민족’ ‘통일’을 추구한다고 보나. 

    “NL민족주의의 기반이 친북·친중·반일·반미다. 이념적인 것은 약화되고 굴절됐다. 지금은 정치권력으로 연결된 이익집단이다. 정서적으로 NL민족주의에 기대 이익을 추구하는 덩어리가 돼 있다. 주한미군에 대해서는 이곳저곳 눈치를 보면서 기회주의적으로 대응한다. 대중 정서상 일본은 때리기 쉬우니 지금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조국 사태에서 보듯 이해관계를 따지는 기회주의자들이다.” 

    그가 덧붙여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86세대 정권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친구들이 기본적으로 무능하다는 인식은 갖고 있었으나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이 사실이라면 민주주의의 기본을 파괴한 것이다. 선거제도를 무시하고 정치 공작을 한 것 아닌가. 국가 경영 측면에서는 대단히 무능한데 정치공학적인 부분에서는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린다. 거의 괴물이 돼버렸다.”

    - 김경수 경남지사,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자민통계다. 지도-피지도 관계였나.

    “김경수는 한 다리 건너서 지도했다. 내가 84학번인데 서울대 85학번을 거쳐 김경수로 이어진다. 1987년 구(舊)자민통 때 조혁·안희정의 반미청년회가 주류, 우리가 비주류였다. 주류, 비주류 공동투쟁 기구인 학투연을 전대협 산하에 만들 때 우리 쪽에서 추천한 게 양정철이다. 1990년대 후반 ‘강철서신’ 김영환 선배와 ‘푸른 사람들’을 조직할 때 김경수가 실무적으로 참여했다. 1998년 내가 박정희와 김대중의 화해가 필요하다는 글을 썼는데 그 문서를 김경수가 타이핑했다. 내 생각에도 공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기본적으로 성품이 착한 친구다. 그렇다 보니 우유부단한 측면도 있다. 김경수는 지지 집단과 공유하는 공동의 메커니즘 속에서 그냥 휩쓸려간 사례다.”

    “6·25전쟁 이후 최악의 안보 상황”

    - 한미동맹 얘기로 되돌아가보자. 현재의 안보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나. 

    “6·25전쟁 이후 최악이다.” 

    -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면서도 고립주의 성향도 엿보이고 있다.
     
    “고립주의? 그런 해석은 잘못됐다고 본다. 과거의 틀로 봐서는 안 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념적 기초는 경제 민족주의다. 고립주의가 아니라 효율성에 기반을 둔 개입주의다. 경제적인 부분을 따져 효율적으로 개입한다. 나라마다 다소 다르지만 신냉전시대의 밑바탕에는 민족주의가 깔려 있다. 일례로 시진핑(習近平)의 중국몽은 중국식 거버넌스, 다시 말해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가 자유민주주의보다 우월하다는 주장을 바탕으로 한다. 중국이 신문명을 주도하겠다는 뜻이다.” 

    - 서구식 자유주의와 중국식 권위주의가 신냉전의 전선이라는 뜻인가. 

    “동유럽의 헝가리, 폴란드가 민주주의에서 후퇴하고 있다. 효율성 문제로 민족주의와 권위주의가 결합한 것이다. 엄청난 전환의 시대다. 동북아뿐 아니라 세계의 판이 바뀌고 있다. 공수처 갖고 다투고 있을 때가 아니다. 한국의 좌파는 탈냉전시대적 사고, 우파는 구냉전시대적 사고에 빠져 헤매고 있다. 양쪽 공히 시대 지체다.” 

    -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은 최근 국립외교원이 주최한 회의에서 “미군 철수 때 중국이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하면 어떻겠나”라고 말했다. 2013년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부통령은 한국을 방문해 “미국 반대편에 서는 것은 좋은 베팅이 아니다”라고 했다. 

    “나라는 이사 갈 수 없다. 한국은 패권적 민족주의를 드러낸 중국 옆에 붙어 있다. 미·중 간 패권 전쟁이 일어날 최전선이다. 중국은 반접근·지역거부(Anti Access Area Denial) 전략으로 미국을 밀어내려고 하고, 미국은 버티려고 한다. 그 최전선에 우리가 있다. 우리가 우왕좌왕하는 와중에 북한이 미국과 딜을 해 엉뚱한 방향으로 가려고 시도했다. 중국에 베팅한다? 손자병법에 나오는 원교근공(遠交近攻·먼 나라와 힘을 합쳐 가까운 나라를 친다) 원칙에도 안 맞는다. 한국과 중국은 기본적으로 이념적 가치가 다르다. 중국은 전체주의에서 완화됐을 뿐 권위주의 체제다.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한 국제적 연대가 우리가 추구해야 할 길이다.” 

    그가 덧붙여 말했다. 

    “홍콩 사태가 중국의 팽창주의, 패권적 민족주의의 상징적 사례다. 중국공산당이 홍콩에서 패권주의적으로 통제 범위를 넓히려다가 사달이 났다. 집권 86세대가 이념적으로 참 나쁘다. 홍콩 사태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홍콩 사태에서 중국을 비판하지 않는 것은 그 친구들이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라 권위주의의 편이라는 걸 뜻한다.”

    “패권적 ‘민족주의 중국’이 밀려오고 있다”

    [지호영 기자]

    [지호영 기자]

    - 미국은 주한미군에 중국을 겨냥한 중거리미사일을 배치하기를 원한다. 중국은 미사일이 배치되면 한국과 단교까지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보다 먼저 선제적으로 중거리미사일을 배치해야 한다고 본다. 우파조차 중국의 눈치를 보고 있다. 한반도라는 지정학적 조건에서 눈치를 봐서는 안 된다. 한미동맹이 최우선이고 그다음이 한미일 안보 공조다. 한미동맹을 제대로 정비하지 못하면 북한이 오판해 전쟁을 감행할 수도 있다.” 

    - 중국이 군사·경제적으로 한국을 위협하면 어떡하나. 한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다. 

    “2010년 센카쿠 열도 영토 분쟁 때 중국은 일본에 희토류 수출을 중단하는 보복 조치를 취했다. 일본은 이후 중국 투자를 줄이고 동남아, 인도 등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방식으로 리밸런싱(rebalancing)에 나섰다. 한국도 국가 전략 차원에서 과도하게 중국에 의존하는 상황을 리밸런싱할 필요가 있다. 중국이 아직은 미국에 본격적으로 대들 수 있는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 확실하게 미국과 손잡아야 오히려 보복하지 못한다. 사드 사태를 봐라. 할 듯 말 듯 어설프게 이쪽저쪽 눈치를 보다가 중국을 더 화나게 했다. 다른 얘기지만 북한도 문재인 정권을 두고 약속했으면 지키라고 지적한다. 이것저것 해주겠다고 해놓은 모양인데, 실천한 게 없으니 삶은 소대가리 운운하는 것이다. 문서가 아닌 구두로는 북한에 별의별 얘기를 다 했을 것이다.” 

    - 미국은 유엔사 재활성화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듯 보인다. 유엔사가 동아시아판 나토(NATO)로 확장될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는 유엔사 재활성화에 반대한다. 오히려 우리가 능동적으로 재활성화를 제안해야 한다고 본다. 유엔사 활성화와 동아시아판 NATO 체제 구축을 우리가 주도해야 한다. 일본은 다이아몬드 체제(미국 일본 호주 인도)를 주장하는데 우리는 펜타곤(5각형)을 주장할 수 있다. 몽골 등을 끌어들일 수도 있다.” 

    - 일본이 유엔사 전력 제공국에 포함될 경우 유사시 자위대가 한반도에 진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 같은 우려도 시대착오적 사고다. 거듭 강조했듯 신냉전시대의 본질을 잘 파악해야 한다. 일본 제국주의는 20세기 초반 패권적 민족주의 행태를 보이며 아시아 국가를 침략했다. 과거 제국주의였다고 지금도 제국주의가 아니다. 현재는 중국이 패권적 민족주의의 발톱을 드러냈다. 중국을 상대로 자주(自主)를 어떻게 세울지 고민할 때다. 중국이 밀려오는데 ‘일본 때리기’나 하는 것은 진정한 민족주의도 아니다.”

    [신동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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