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1월 이명박 전 서울시장 대선캠프 사무실로 활용된 안국포럼(좌).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친박의원 30여 명이 1월31일 대책회의를 위해 국회도서관 회의실로 들어오고 있다(우).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과 대선 본선을 거치며 이명박 후보 진영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4·9 총선 공천에서 탈락한 뒤 출마를 포기한 한 중진 의원의 분석이다. 그는 “이명박 정권은 청와대 및 내각 인사 파동,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 논란으로 지지율이 20%대로 추락하는 위기를 맞았지만 한나라당과 텃밭인 영남의 지원사격을 거의 못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6월부터 18대 국회가 시작되면 이명박 정부에도 새로운 추동력이 생겨 지금보다는 훨씬 여건이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본다.
‘신진기예’에 거는 MB의 기대
이 추동력은 한나라당이 전체 의석 299석의 과반을 넘는 153석을 차지한 만큼 17대 국회 막바지 때와는 달리 새로 구성될 국회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갈 것이란 산술적 구도를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다. 새 국회에 포진할 ‘친(親)이명박’ 계열 의원들의 역할에 주목한다. 대선후보 경선과 본선을 거치면서 ‘MB이즘’으로 무장한 ‘친이’ 신진기예들이 18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하나로 뭉쳐 이명박 대통령을 적극 보호하면서 새 정부 이념에 맞는 정책을 내놓기 시작하면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란 얘기다.
18대 국회에 진출한 한나라당 소속 153명 가운데 ‘친이’로 분류할 수 있는 의원은 모두 107명이다. 전체의 70%다. 이 정도면 한나라당을 장악해 이 대통령에게 충분히 힘을 줄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문제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당 안팎에 포진한 ‘친박’ 의원들 때문이다. 지금 정치상황에서 보면 ‘친박’은 새 국회가 개원하더라도 사사건건 ‘친이’를 중심으로 한 여권 주류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18대 국회의 ‘친박’ 계열 한나라당 소속 의원은 5월13일 현재 박 전 대표를 포함해 33명이다. 당장은 수적으로 ‘친이’의 3분의 1도 채 되지 않는다. 그러나 당 밖의 ‘친박’이 있다. ‘친박연대’ 소속 의원이 14명, ‘친박’ 무소속 의원이 12명이다. 당 안팎의 ‘친박’을 모두 합치면 59명에 달한다. 주요 입법 과정에서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고도 남는다. 박 전 대표를 향한 이들의 신뢰와 결속력도 상당하다.
당 밖에 있는 친박 의원들의 한나라당 복당은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 박 전 대표는 5월11일 호주·뉴질랜드로 출국하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친박’ 당선자들의 복당 문제에 대해 “5월말까지는 가부간에 결정이 나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새 대표를 뽑는 7월3일 전당대회 이전 복당에 반대하는 강재섭 대표와 “복당 문제는 당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고 밝힌 이 대통령에게 최후통첩을 한 셈이다. 박 전 대표는 출국 전날엔 이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단독 오찬회동을 갖고 ‘친박’ 인사들의 일괄 복당을 면전에서 요구해 “개인적으로 복당에 대해 거부감이 없다”는 언질을 받은 상태다. 박 전 대표는 공항에서 “어제도 (이 대통령과 회동에서) ‘5월말까지는 결정 나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드렸다. 거기에 대해 결론이 나면 그게 당의 공식 결정이라고 받아들이고 더 이상 얘기하지 않겠다. 그래야 나도 결정을 할 것 아니냐”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