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세종로의 주한미국대사관. 위 사진은 미국의 최신 전투기인 F-35.
보도에 따르면 한국은 앞으로 1억달러 이상의 미국산 장비를 구매할 때만 미 의회 심의를 받게 된다. 이전 기준은 5000만달러. 또 설계기술을 도입할 때는 3억달러 이상으로 의회 승인 조건이 완화된다. 아울러 최장 50일이던 미 의회의 판매 승인 검토 기간도 15일로 단축돼 구매 절차가 매우 간편해졌다. 말하자면, 미국에서 무기를 사들일 때 예전보다 더 나은 대접을 받게 됐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된 법안은 4월 말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를 통과했다.
이에 앞서 4월19일 이명박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캠프데이비드 산장에서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같은 내용에 합의한 바 있다. 이명박 정부는 이를 주한미군 병력의 현 상태 유지와 더불어 한미군사동맹 복원의 상징적 조치로 홍보했다. 그동안 한국 정부가 미국에 FMS 지위 격상을 꾸준히 요구한 점을 감안하면 그렇게 비치는 면도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제기된다. 그간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던 미국이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선심 쓰듯 한국 정부의 요청을 들어준 이유가 뭘까. 한국 국방부와 외교통상부의 ‘군사외교적 성과물’로만 볼 수 있을까. 한미동맹 강화 차원에서 미국이 한국에 안긴 ‘선물’이라는 이명박 정부의 희망 섞인 해석은 타당한 것일까.
버시바우 대사의 편지
미국은 철저히 실용적인 나라다. 아무리 굳건한 동맹국이라고 해도 자국의 이익에 반하면서까지 돕지는 않는다. 주는 게 있으면 챙기는 게 있게 마련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의 FMS 지위 격상은 미국 방산업계의 이익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보잉사로 대표되는 미 방산업계는 미 정부와 의회를 움직여 한국 국방부의 ‘숙원’을 풀어줬다. 한마디로 ‘누이 좋고 매부 좋고’였던 셈이다. 한국 국방부는 미국 무기를 사들이는 절차가 간편해져 좋고 미 방산업계는 고가의 무기를 더 많이 더 빨리 팔게 돼 좋으니.
‘신동아’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한국의 FMS 지위 격상에는 미 상공회의소(AMCHAM)와 주한미국대사관의 막후 활동이 주효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주한미대사관 소속 주한미합동군사업무단(JUSMAG-K, the Joint U.S. Military Affairs Group-Korea)이 숨은 공로자임이 밝혀졌다. 주한미합동군사업무단은 해외 주둔 미군의 군사 협력 지원 및 무기 판매, 군사 교역 등을 지원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주한미대사관 소속이지만 사무실은 주한미군사령부 내에 있다. 간부진은 현역 미군 장교들로 채워져 있다. 단장은 케빈 메딘 대령이다.
2006년 들어 한국 정부는 미국에 FMS 지위 격상을 꾸준히 요구했다. 주무부서는 외교통상부와 국방부. 그해 1월 외교통상부 장관이 미 국무부 장관에게 직접 건의한 데 이어 12월엔 국회 결의안을 미 정부에 전달했다. 국방부 소속 방위사업청장도 미 국방부 관련 기관에 협조를 요청했다.
주한미합동군사업무단은 초기부터 이 일에 깊숙이 관여했다. 2006년 6월 한국의 FMS 지위 격상을 지지하는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미대사의 서한이 미 국무부와 국방부, 그리고 백악관에 전달됐다. 주한미합동군사업무단에서 작성한 이 편지는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부 장관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