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국방부의 행보는 가수 강산에가 노래한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연어’들의 몸짓을 연상케 한다. 시민사회의 지적 수준에 대한 몰지각의 단면을 보여준 ‘불온서적’ 선정에 이어 전두환 정권의 강압통치를 옹호하는 취지의 역사교과서 수정 제안으로 여론의 비난을 받았던 국방부.
수십년에 걸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적 성취를 무시하는 듯한 대담함을 과시한 국방부가 이번엔 장병의 이성교제를 통제하려 했던 사실이 드러나 ‘도무지 알 수 없는 그들만의 신비한 이유’(강산에,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 중에서)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을 한층 고조시키고 있다.
국방부는 10월 하순 각 군에 ‘군내·외 이성 간의 교제에 관한 훈령 제정령(안)에 대한 의견 조회’라는 제목의 공문을 하달했다. 발신인은 국방부 장관이고, 수신인은 국방부 직할부대장들과 합동참모의장, 육군참모총장, 해군참모총장, 공군참모총장, 방위사업청장 등이다.
국방부는 각 군과 산하기관에 인사기획관실이 작성한 훈령안에 대한 의견을 10월29일까지 제출하도록 지시했다. ‘기한 내 회신이 없는 경우 이견이 없는 것으로 하겠다’는 대목에서 적극적인 시행의지를 엿볼 수 있다.
문제의 공문은 이상희 국방체제의 정신전력 강화 구상이 어떤 것인지 짐작하게 한다. 육군 중심의 전력강화 방침으로 미래지향적인 군 구조개편을 후퇴시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국방부가 장병의 의식구조마저 봉건시대로 되돌리려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만도 하다.
훈령안에는 군 장병의 이성교제 범위와 행동거지를 세세하게 통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를테면 ‘상하 2단계 이내의 지휘관계에 있는 자 간의 교제는 할 수 없다’ 따위의 항목이다. 다음은 ‘신동아’가 입수한 공문의 전문이다(어법에 어긋나는 문장이라도 원문 그대로 표기했음을 밝힌다).
군내·외 이성 간의 교제에 관한 훈령
제1장 총칙
제1조(목적) 이 훈령은 군내외 이성(異性) 간 올바른 교제 범위를 규정하여 제공함으로써 군인의 가치관 확립과 성(性) 관련 사고를 예방하는 데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적용범위) 이 훈령은 현역에 복무하는 장교·준사관·부사관·병과 사관생도·사관후보생·준사관후보생·부사관후보생 및 소집되어 군에 복무하는 예비역·보충역인 군인에게 적용한다.
제2장 현역 군인
제3조(교제허용)
① 남군과 여군 간 또는 민간 이성과의 올바른 이성교제는 계급과 신분에 관계없이 가능하다.
② 당사자 모두 결혼을 하지 아니한 자, 결혼한 사실이 있으나 이혼·사망·행방불명 등의 사유로 배우자가 없는 자에 한해 교제는 허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