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호

“이재명은 북한 잘못에 할 말 하는 실용 외교 한다”

위성락 민주당 선대위 실용외교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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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22-03-07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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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전 선언은 한반도 평화체제 향한 스타팅 포인트

    • 한미동맹이 기본 좌표

    • 비핵화와 평화 트랙 맞물려 돌아가야 북핵 해결 가능

    • 사드 추가 배치 민감한 문제… 단순하게 다뤄선 안 돼

    위성락 민주당 선대위 실용외교위원장. [지호영 기자]

    위성락 민주당 선대위 실용외교위원장. [지호영 기자]

    대한민국 대통령은 헌법 제69조에 따라 취임 때 이렇게 선서한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이처럼 우리 헌법은 국가 보위를 대통령의 제1 책무로 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 5200만 국민의 죽고 사는 문제인 안보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우선적 가치다. 남북 분단 현실은 대통령에게 국가 보위와 동시에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지향하라는 다소 상충되는 책무를 요구하고 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로 무장하고 있으며 전통적 우방국이자 혈맹국인 미국과 교역 규모가 가장 큰 이웃 국가 중국이 패권 경쟁을 벌이는 현 상황은 우리가 정신 똑바로 차리고 우리의 나아갈 길을 스스로 개척하지 않으면 원치 않는 선택을 강요당할 수 있음을 상기시킨다.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실용외교위원장을 맡고 있는 위성락 위원장은 외교부 북미국장, 주미한국대사관 정무공사, 외교통상부 장관 특별보좌관, 러시아대사를 지낸 정통 외교관료 출신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북핵 전문가이기도 하다. 노무현 정부 때 남북한과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이 참여한 6자회담 차석대표를 지냈다. 이명박 정부 때는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으로 6자회담 수석대표를 맡았다. 그는 이재명 후보가 대선에서 당선할 경우 외교부 장관이나 국가안보실장으로 대외정책을 주도할 공산이 크다.



    문재인 대통령이 외신과 인터뷰에서 ‘어떤 형태로든 남북 정상회담을 갖자’고 촉구했다.

    “정상회담 추진에 방점이 있는 것 같진 않다. 정상회담에 대한 종래의 원칙적 입장을 밝힌 것이지, 지금 꼭 (정상회담을) 하자는 제안을 새로 했다고 보기 어렵다.”

    ‘대면이든 화상이든 좋으니 회담을 하자’는 것은 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것 아닌가.

    “오랫동안 견지해 왔던 (정상회담에 대한) 입장을 반복한 게 아닌가 싶다. ‘대화를 통해 북핵 문제를 논의하자’는 연장선에 있다고 봐야 한다.”

    북한이 여러 차례 미사일로 도발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정상회담 등 대화를 촉구한 것이 적절했느냐는 지적이 있다.

    “정부와 우리(민주당 선대위)는 (북측에) ‘대화에 나오라’는 같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지금은 (미사일) 도발 국면이기 때문에 대화를 위한 환경이 좋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대통령께서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일관된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다.”

    李, 미사일 발사 강력 규탄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한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 선대위 태도는 뭔가.

    “이 후보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규탄했다. 강경한 태도와 견해를 여러 차례 표명했다. 이 후보는 북한과 유연한 태도로 협상하겠지만 약속을 파기하거나 잘못된 일을 할 경우에는 그것대로 지적하고 대처하겠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북한이 1월 25일 중거리미사일을 발사하자 이재명 후보는 “북한의 도발 행위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매우 잘못된 행위”라며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강력히 규탄하며 여야 대선후보 대북 공동선언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동시에 이 후보는 “우리 군과 정부는 확고한 대비 태세 유지에 만전을 기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북한 미사일 도발에 대한 이 후보의 이 같은 강경한 태도와 견해 표명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차별화로 해석됐다.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한 이유가 뭐라고 판단하나.

    “도발의 기저에는 북한 나름의 상황 인식이 깔려 있을 것이다.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 이후 북한은 지속적으로 도발 가능성을 표명해 왔고, 2년 전부터는 좀 더 구체적으로 자신들이 취해 왔던 몇 가지 유예 조치를 더는 지키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그 같은 입장 표명 후에도 시간이 많이 흘렀다.”

    도발은 예고된 것이었다?

    ”북한 처지에서는 자기들은 참을 만큼 참았다고 생각했을 수 있고,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새로운 상황 변화를 기대했을 수 있다.”

    상황 변화?

    “북한이 말하는 상황 변화는 미국 쪽에서 태도를 바꾸는 걸 말한다. 그게 없었기 때문에 뭔가 변화를 위해 새로운 움직임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 정부는 일곱 차례 도발이 이뤄지는 동안 유감 표명으로 일관하다가 중거리미사일 발사 이후에야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했다.

    “그것(중거리미사일 발사)은 심각한 도발이라고 우리 정부가 인식한 것이다.”

    종전 선언, 시도할 가치 있는 아이디어

    문 대통령은 외신 인터뷰에서 ‘될지 안 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종전 선언을 합의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하는 상황에서도 종전 선언 추진이 필요하다고 보나.

    “종전 선언은 불필요하다, 종전 선언은 이득이 되지 않는다는 관점에 동의하지 않는다. 종전 선언은 시도할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다.”

    어떤 점에서 그런가.

    “나는 1990년대 중반 이후 20년 넘게 북핵 협상을 해왔다. 6자회담도 처음부터 관여했다. 차석대표, 수석대표로 일했다. 미국 클린턴 정부의 페리 프로세스 작성 시에도 실무자로 참여했다. 북핵 협상에 오랫동안 참여한 경험에서 얻은 교훈은 비핵화 트랙만으로는 비핵화를 이루기 어렵다는 것이다.”

    비핵화 트랙만으로는 비핵화를 이룰 수 없다?

    “비핵화를 위한 비핵화 트랙에서 협상도 하고 제재·압박을 가하면서 약간의 인센티브로 경제 지원도 하는 여러 방법을 구사했다. 지금까지 그 같은 방법을 내내 써왔다. 그런데 잘되지 않았다.”

    비핵화 트랙이 결국 비핵화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셈인데….

    “북한 핵 문제가 생겨난 요인이 굉장히 복잡하다. 시작은 상당 부분 자기들의 안보 불안에서 출발했다. 그게 나중에 한미 이간용으로 활용되고 북·미 협상 카드가 됐다가 대남 봉쇄용으로도 쓰였다. 비핵화 트랙을 의미 있게 진전시키려면 북한이 느끼는 문제의 본질에 접근해야 한다. 그게 30년 가까운 북핵 협상을 통해 얻은 교훈이다.”

    위성락 위원장은 “비핵화 트랙에서 20년 넘게 북한에 제재와 압박도 가하고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비핵화에 이르지 못했다”며 “인도적 차원에서 식량과 의료를 지원하면 그걸 계기로 대화는 시작할 수 있고, 작은 합의는 이룰 수 있다. 하지만 북핵의 본질인 핵무기 생산시설과 미사일 문제로까지 나아가지는 못한다”며 “비핵화 트랙과 함께 북한의 안전 보장, 신뢰 구축을 위한 평화 트랙이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비핵화 트랙과 평화 트랙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야지, 어느 한쪽을 외면하고 하나의 트랙만으로 협상하기는 어렵다”며 “두 트랙의 종착점은 남북 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평화협정”이라고 말했다.

    “평화체제는 남북만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 남북은 물론 북·미 간에도 평화협정이 체결돼야 한다. 그러자면 한반도에서 전쟁이 끝나야 북·미 관계 정상화가 이뤄질 수 있다. 그 과정에 북·일 관계 정상화도 가능하다. 한반도 평화체제로 가기 위한 스타팅 포인트 중 하나가 종전 선언이다.”

    위 본부장은 “종선 선언 필요 없다, 압박하면 되지 않느냐, 북한이 핵을 먼저 포기하면 경제 지원해 주겠다는 주장은 얼핏 명료하고 논리적으로 들리지만 너무 단순하고 감정적인 얘기”라며 “북핵 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를 실질적으로 진전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현실적 얘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남북 정상회담과 싱가포르·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평화 트랙이 비핵화 트랙보다 조금 더 전면에 나온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그는 “종전 선언이 필요하다, 필요 없다는 논란이 얼마나 단순하고 현실과 거리가 있는지 깨달아야 한다”며 “중요한 것은 어떻게 평화 트랙과 비핵화 트랙을 잘 조율해 우리가 목표로 하는 한반도 평화체제에 이를 것이냐”라고 거듭 강조했다.

    위 위원장은 “종전 선언을 추진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도 투 트랙을 잘 조율해 선순환을 이루도록 하는 것은 난제 중 난제”라며 “평화 트랙과 비핵화 트랙은 우리 정부 혼자서 하는 게 아니고 북한과 미국, 중국까지 관련된 복합 이슈이기에 조율을 잘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종전 선언 반대론자들은 북한이 ‘전쟁이 끝났는데 왜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느냐’며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외교에는 한 가지 방법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여러 해법이 있다. 종전 선언으로 새로운 문제가 파생돼 나온다 하더라도 그것은 그것대로 다룰 수 있다. 골프 칠 때 그린 앞에 나무가 장애물처럼 우뚝 서 있으면 아마추어는 당황해 어찌할 줄 모를 것이다. 타이거 우즈 같은 프로는 창의적 방법을 동원해 그 상황을 극복해 낸다. 외교도 마찬가지다. 하나의 상황에 한 가지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니다.”

    30년 북핵 협상에서 얻은 교훈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 직속 실용외교위원회가 2월 14일 ‘신경제·신안보 시대 대한민국 실용외교’란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 직속 실용외교위원회가 2월 14일 ‘신경제·신안보 시대 대한민국 실용외교’란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있다. [뉴시스]

    위 위원장은 “종전 선언은 법적인 구속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자체가 목적도 아니다”라며 “평화 트랙의 출발점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종전 선언으로 파생되는 우려 사항은 그 자체로 반영해 별도의 안전장치를 만들면 된다”고 했다.

    “찬반 논란이 종전 선언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 종전 선언은 한반도 평화체제로 가기 위해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하나의 수단이다. 비핵화와 평화 트랙을 상호 추종하기 위한 기제로서 종전 선언이 의미가 있다. 그런데 한쪽에서는 너무 몰입해 그(종전 선언) 자체가 목적인 것처럼 접근한다. 마찬가지로 반대쪽에서는 대화로 (북핵 문제) 해결 못 했으니 압박으로 해결하자면서 압박 자체를 목적처럼 얘기한다. 종전 선언이든 대북 압박이든 모두가 한반도 평화체제로 가기 위한 수단이다. 대북 강경론이든 유화론이든 어느 하나는 옳고 다른 것은 그르다고 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상황과 타이밍에 맞게 적절히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 해결이란 목표를 위해 수단을 적절히 잘 섞어 운용하는 게 중요하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는 ‘실용 외교’를 강조하고 있다. 어떤 외교가 실용 외교인가.

    “실용은 명분이나 이념, 당파에 집착하는 ‘실용이 아닌 것’에 대한 안티테제로 나온 개념이다. 이념과 당파성을 떠나 실용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되는 외교를 지향하는 것이다.”

    조금 추상적인데, 구체적 예를 든다면?

    “작은 예라면 이재명 후보가 정부보다 먼저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규탄한 것을 들 수 있다. 이 후보는 실용외교위원회에 두 개의 큰 원칙을 제시했다. 하나는 북한 핵 문제의 연원 자체가 아주 복합적이기 때문에 대처하는 방법 또한 복합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북핵 문제를 너무 단순화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것은 굉장히 좋은 방침이다. ‘종전 선언 필요 없다’ ‘제재 압박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명쾌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북핵 문제 해결은 더 어려워진다. 둘째는 유연하게 접근하되, (북한이)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지적한다는 원칙이다. 공동연락사무소 폭파처럼 북측이 남측과 한 약속을 파기했을 때는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위 위원장은 “대화와 협상, 설득에 인센티브를 주지만 제재와 압박도 구사하겠다는 진보 진영의 대선후보나 대통령을 이 후보 이외에 기억하지 못한다”며 “이 후보의 두 가지 실용 외교 원칙은 그동안 북핵 협상에서 누적된 교훈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화만으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압박만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복합적으로 접근하자는 게 실용 외교다. 대화하되, 제재와 압박을 활용하겠다, 비핵화와 평화 트랙을 같이 움직이겠다는 것이다. 비핵화 목표를 달성하려면 무엇보다 국제 공조가 필수적이다. 미국과 공조는 물론 한미일, 중·러, 아세안과 안보리에서 국제 공조도 이끌어내야 한다. 국제 공조가 중요하다고 해서 그것만으로는 어렵다. 결국 남북 간 협상과 대화를 해야 한다. 국제 공조로 대북 압박만 하면 우리의 입지가 없어 국제사회가 결정하는 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사드 추가 배치’를 주장해 논란이 됐다.

    “북한의 점증하는 미사일 위협에 적절히 대처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극초음속 투발 수단을 비롯해 다양한 형태의 미사일을 실험하면서 신기술을 마스터하려 하고 있다. 새로운 차원의 위협이 있으니까 당연히 대처해야 한다. 우리 자체 역량 강화로 대처해야 하고 또 한미 연합 전력으로 대처해야 한다. 그런데 ‘사드 추가 배치’ 여섯 글자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사드 배치는 불가피하게 또 다른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군사 기술적 측면까지 포함해 여러 전문가의 검토를 충분히 거쳐야 한다. 민감한 문제를 그렇게 단순하게 다뤄서는 안 된다.”

    윤 후보가 야기한 또 다른 논란은 북한 핵 공격 임박 시 ‘선제타격론’이다.

    “그것도 마찬가지 인상을 받았다.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위상이나, 5200만 명의 생명과 안전, 경제 번영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다만 킬체인 개념에 선제타격이 들어 있다는 것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종전 선언 필요 없다’ ‘선제타격하면 돼’ ‘사드 추가 배치’ 이렇게 너무 단순하게 얘기할 문제가 아니다. 외교적 언어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비핵화 목표로 한 외교 노력 계속해야

    북핵 위협이 실존하는 상황에서 남북대화는 중단됐고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이어지면서 안보 불안감이 싹트고 있다.

    “필요한 방어체계 개발로 우리 자체 억지 역량을 강화하고, 한미 연합 방어체계도 더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방어체계로는 핵을 충분히 대처하기 어려우니 확장 억지도 잘 확보해야 한다. 지금 확장 억지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나 그것이 언제나 100%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한미 양국 정부가 바뀌는 것에 따라 확장 억지의 강도가 변화될 수도 있다. 여론에 따라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 따라서 확장 억지에 대한 한미 간 협의를 강화해야 한다. 방어체계와 확장 억지만으로 북한 핵 문제를 100% 해결할 수는 없다. 결국 비핵화를 달성해야 한다. 비핵화를 목표로 한 외교적 노력을 지속해 나가야 한다.”

    일각에서는 핵무장을 주장한다.

    “그건 대안이 될 수 없다. 부작용이 너무 크다. 우리가 핵을 가지려고 할 경우 파생되는 문제가 엄청나게 크다. 그 길은 옵션이 아니다. 만에 하나 우리가 그 길을 가려 해도 우리 내부가 먼저 단합이 잘 돼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대북정책이나 북핵 문제 대응 방법을 두고 의견 대립이 굉장히 심하다. 지금처럼 입장 차가 큰 상황에서는 가능하지 않은 얘기다.”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도 우리를 둘러싼 또 다른 위협이다.

    “미·중 갈등도 북핵 못지않은 난제 중 난제다. 북핵이 고질병 같은 것이라면 미·중 갈등은 당면한 현안으로 매일매일 결정해야 하는 문제다.”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고 보나.

    “보수, 진보 정권 할 것 없이 미·중 사이에서 사안별로 판단을 해왔다. 중국의 일대일로는 그것대로, 미국의 쿼드는 그것대로 대처해 왔다. 그런데 미·중 대립이 첨예화하면서 우리에 대한 주문 수위가 자꾸 높아져 상황별로 대응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 스스로 어떤 정체성을 갖고 판단해 나갈 것이냐를 결정하는 것이다.”

    어떤 원칙을 갖고 판단해야 한다고 보나.

    “미국은 우리의 동맹이고, 중국은 동맹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한반도 평화 안정이나 통일 문제에 큰 영향을 줄 나라이기에 동반자로서 선린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여하튼 동맹을 중심으로 하지 않으면 우리가 일정한 좌표를 일관되게 유지해 나가기가 어렵다.”

    한미동맹이 먼저다?

    “한미동맹을 기본 좌표로 하고, 한·중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풀어간다는 것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한일 관계는 어떻게 풀어가야 한다고 보나.

    “당면 현안들이 민감해 쉽지는 않겠지만 우리 국익을 위해 어떻게든 관계 개선의 길로 나가기 위해 여러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 다만 관계 개선을 시도하려면 그것이 작동할 수 있는 시공간이 만들어져야 한다. 즉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 여러 문제를 꺼내놓고 한꺼번에 논의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조금 움직이고 일본도 조금 움직여서 장애물을 하나씩 제거해 나가는 식으로 풀어가는 방법도 있다.”

    일본이 징용의 역사가 있는 사도 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겠다고 밝혀 또다시 한일 관계가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또 다른 악재가 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일본 내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다. 일본 측의 노력을 지켜보면서 우리도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해법을 찾아가야 한다. 관계 개선 분위기에 악영향을 주지 않도록 양국이 함께 노력할 필요가 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 때 조선족에게 한복을 입힌 것을 두고 ‘문화공정’이란 여론이 높았다.

    “국민 여론이 나빠지면 정책을 구사할 수 있는 공간이 좁아진다. 논란이 생기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차기 정부가 견지할 대외정책 제1 기조가 뭐라고 보나.

    “우리나라 외교는 국내 정치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대부분 이념적이고 당파적인 이유에서 비롯돼 분열이 심각하다. 북핵과 대북정책이 그렇고, 미·중 관계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느냐를 두고도 소모적 논쟁이 심하다. 이 같은 정치적 분열이 외교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 초당적 대외정책 컨센서스(합의) 기초 위에서 외교가 이뤄져야 한다. 북한 핵 문제 같은 사활이 걸린 이슈에 대해서는 지금보다 여야가 더 많은 공통의 입장을 정립해야 한다. 북핵 문제 대처에 관한 어떤 정형이 없으면 정책이 정권에 따라 좌우로 크게 흔들린다.”

    기술 이슈가 외교 현안 된 상황

    지금과 같은 여야 대립 상황에서 대외정책을 정립하는 게 가능할까.

    “모든 이슈에 대립이 심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노태우 정부 때 이홍구 통일원 장관이 앞장서 만든 한민족 공동체 통일 방안은 지금까지 그 정형을 유지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북핵에 대해서도 그런 정형을 여야 합의로 초당적으로 만들면 된다. 정부와 국회가 중요한 외교적 사안에 대해 국민적 컨센서스를 이뤄 당파적 논란에서 벗어난 통합적 외교정책을 수립하는 게 필요하다. 둘째로는 우리가 세계 10위 경제대국의 위상에 걸맞은 외교를 하고 있느냐를 돌아봐야 한다. 우리는 우리나라 위상에 맞는 제 몫을 국제사회에서 찾지 못하고 있다. 나라의 위상에 걸맞게 외교를 선진화해야 한다. 외교의 선진화에는 여야가 있을 수 없다. 미·중 경쟁이 냉전 시대 미·소 대립 못지않은 전면적 이슈가 됐다. 그 속에 한반도가 있다. 외교의 중요성이 훨씬 커진 상황이다. 외교 이외의 영역이 외교로 들어온 게 많다. 공급망, IT, 사이버, 반도체와 배터리 등 등 온갖 기술 이슈가 외교 현안이 돼 있다. 전통 안보 이슈와 신경제 안보 이슈를 함께 다뤄야 선진 외교를 할 수 있는 시대다. 그런데 지금 우리 현실은 여전히 따로 분리돼 있고 마땅한 컨트롤타워도 없다. 초당적 통합 외교와 전통 외교에 경제 이슈까지 다루는 선진 외교가 시대적 과제다. 통합과 선진 외교가 현실화할 때 실용 외교가 완성된다.”



    구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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