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반도 전체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싸고 들썩들썩하다. 벌써 한 달째다. 그러나 실체는 여전히 아리송하다. 문제는 ‘광우병 논란’이 시시비비를 가릴 성격이 아니라는 데 있다. 관점에 따라 얼마든지 위험도가 달라진다.
전문가들의 견해도 엇갈린다. 광우병에 대한 연구가 ‘현재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과학의 잣대를 들이대도 반대쪽은 정치적 의도를 의심한다. 듣는 이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누구도 정답을 내놓을 수 없는 상황, 그러나 최대한 사실에 가까운 지점은 분명 존재한다. 규명됐거나 규명되지 않은 광우병에 대한 의문을 기초부터 하나하나 살펴본다. 의견이 엇갈리는 부분은 사리에 맞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정리한다.
1985년 4월 영국에서 젖소 한 마리가 이상증세를 보였다. 조용하던 암소는 공격적으로 변해 다른 소들에게 덤비거나 충돌했다. 비틀거리거나 뒷다리를 질질 끌다가 주저앉기도 했다. 결국 쓰러져서 일어나지 못한 그 소는 도축·폐기됐다.
그 뒤 영국 남서부에서는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소떼가 몇 차례 더 확인됐다. 소의 뇌 조직은 구멍난 스펀지처럼 뻥뻥 뚫려 있었다. 이 새로운 질병은 ‘소 해면상 뇌증(BSE·Bovine Spongiform Encephalopathy)’이라 명명됐다. 미친 소에서 나타난다 하여 ‘광우(狂牛)’ 병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광우병의 원인은 사료 오염으로 추정된다. 풀이나 건초를 먹어야 하는 초식동물에게 동물성 사료를 먹이면서 단백질 오염이 일어난 것. 1970년대 영국에서는 소에게 양고기를 사료로 먹였다. 그중에는 발작 증세를 보이는 병인 ‘스크래피’로 죽은 양도 있었다. 학자들은 여러 연구 결과를 토대로 ‘스크래피의 원인인 프리온이 소의 뇌에서 광우병을 일으킨다’는 결론을 내렸다.
소를 먹은 사람에게 이 프리온이 옮아가면 변종 크로이츠펠트 야콥병(varient Creuzfeldt Disease·vCJD)을 유발하게 된다. 1995년 처음으로 확인됐으며, 광우병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다가 100% 사망한다. 주로 노인에게 나타나는 신경계통 질환인 크로이츠펠트 야콥병(Creuzfeldt Disease·CJD)과 증상이 비슷해 같은 병명 앞에 ‘변종’을 붙였다. ‘인간광우병’으로도 불린다.

미국 쇠고기 수입 협상이 타결되자 전국적으로 재협상 요구 시위가 일어났다.
▼ [프리온은 없어지지 않는다?]
광우병과 인간광우병의 원인인 프리온은 0.001g만으로도 광우병을 옮길 수 있다. 프리온은 단백질 입자의 3차원 구조가 변형된 이종(異種) 단백질. 고열, 자외선, 화학물질에도 사라지지 않는 ‘무적’으로 알려졌다. 근대의학의 질병 원인은 세균, 바이러스 등 미생물이었다. 하등동물인 미생물도 갖고 있는 유전자가 프리온에는 없다. 생물이 아니라는 얘기다. 의학계는 의학의 패러다임을 바꿀 만한 전혀 다른 차원의 병원균이 출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프리온의 소멸과 관련해서는 몇 가지 이견이 있다. 유럽과학위원회에 따르면 프리온은 300℃에서도 견딘다. 133℃에서 3기압을 가하면 20분 이상 버티다가 없어진다는 보고도 있고, 600℃의 고온에서도 병원성이 소실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어쨌든 이 정도 고온도 버텨낸다면 요리법으로는 물론 웬만한 가공으로도 프리온은 사라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