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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특별법 4년, 이상과 현실 사이

성매매 양과 질만 높일 뿐 VS ‘인권착취’ 의식 높였다.

성매매특별법 4년, 이상과 현실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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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사장은 “주민들은 이곳에 학원과 일반 회사들이 들어서길 바라지만 그럴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인근에 고등학교가 별로 없어 학원시장이 크지 않고, 회사들이 들어설 만큼 메리트가 있는 것도 아니다”고 했다.

늘어난 성매매 사범과 성매매업소

성특법이 시행된 지 만4년이 지났다. 그동안 여성부는 연평균 160억원, 총 800억원의 국고를 여기에 쏟아 부었다. 경찰도 수시로 성매매집결지 등을 단속했다.

그 결과 효과도 컸다. 국민 의식 속에 ‘성매매는 범죄이며 인권착취’임을 분명하게 각인시켰다는 게 첫 번째 성과다. 2004년 초만 해도 성매매가 불법임을 아는 국민이 30%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90%가 넘는다. 대표적인 성매매 온상지인 집창촌(성매매집결지)에서 일하는 여성도 절반 넘게 줄었다. 고질적인 사회문제였던 인신매매도 거의 사라졌다. 무엇보다 탈(脫)성매매에 성공한 여성들이 생겨났다.

하지만 ‘성특법이 성공적인가’ 하는 질문에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지난 해 말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발표한 ‘성매매특별법 인식조사보고서’를 보면 성특법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30.9%만이 긍정적이라고 대답했다. 나머지 69%는 ‘보통’이거나 ‘부정적’이라고 대답했다. 성특법 이후 성매매가 줄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줄었다’는 대답은 35%에 불과했다. 62%가 ‘그대로’이거나 ‘늘었다’고 응답했다.



실제 성매매 사범은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2005년 1만8508명, 2006년 3만4795명, 2007년 3만9236명으로 집계됐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2만명이 넘었다. 전통적인 집창촌은 허물어졌지만 그 자리를 신종 성매매 업소들이 채웠기 때문이다.

경찰청 자료를 보면 신종 성매매업소인 안마시술소, 룸살롱, 변형 노래방 등 변종 풍속영업소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05년 5841개, 2006년 8714개, 2007년 3만1601개로 늘었다.

여기에 더해 최근 급증하고 있는 대리운전 성매매, 오피스텔 성매매나 애인대행 등 인터넷을 통한 성매매는 통계조차 잡히지 않고 있다. 2007년 불건전 만남유도 신고가 1만2264건으로 전년보다 4.6배 증가했다는 경찰청 자료를 근거로 인터넷을 통한 성매매가 급증하고 있음을 추정할 뿐이다.

경찰이 성매매 단속을 강화한다고 해서 성매매가 쉽게 뿌리 뽑히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오히려 그때마다 불법의 강도는 더 세졌고, 변종 성매매와 단속이 어려운 유사 성행위들이 양산됐다. 이 때문에 경찰 단속이 성매매산업의 질과 양을 한 단계 더 높여놓을 뿐이라는 비아냥마저 나온다.

집창촌 역시 줄기찬 단속에도 꿋꿋하게 생존해 있다. 11월 중순 자정 무렵, 미아리는 호객행위를 하는 ‘현관이모’(삐끼)들이 줄지어 나와 있었다. 청량리와 영등포 신세계백화점 뒤 집창촌 역시 대낮부터 문을 열고 손님을 기다리는 성매매 여성들이 눈에 띄었다.

성매매특별법 4년, 이상과 현실 사이

넉 달 넘게 계속되는 경찰의 집중 단속으로 초토화된 장안동 유흥가.

재개발이 예정돼 곧 사라지는 줄 알았던 미아리에선 ‘세 놓음’이라는 안내문이 붙은 가게를 쉽게 볼 수 있었다. 인근 주민은 “최근 이런 안내문을 붙여놓은 가게들이 늘었다”고 했다. 경기침체로 이곳 재개발사업이 늦춰진다는 소문이 돌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불법, 생존, 인권

집창촌과 장안동 유흥가에서 만난 업주와 성매매 여성들은 한결같이 ‘왜 우리만 단속하느냐’고 항변했다. 이번에도 처음엔 서울 강남 등 전국에서 동시에 대대적인 단속이 이뤄졌지만 이내 흐지부지됐다. 장안동만 된서리를 맞고 있다. 심지어 같은 동대문경찰서 관할인데도 청량리에서는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다. 룸살롱이나 일부 호텔사우나 같은 기업형 업소에 대해서는 경찰이 아예 손도 못 대고 있다.

김강자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객원교수(전 서울 종암경찰서장)는 “집결지와 같은 개방형 성매매 업소를 먼저 칠 것이 아니라 술집, 퇴폐 이발소, 룸살롱 같은 음성적인 성매매 업소를 단속해야 했다. 최초 성매매 전쟁이 단추를 잘못 꿰는 바람에 음성적인 성매매 업소만 늘어났다”고 말했다.

집창촌과 장안동 유흥가에서 만난 성매매 여성들은 한결같이 “여기서 영업을 못하게 하면 다른 곳에 가서 하겠다”고 말했다. 왜 이들은 그토록 성매매를 포기하지 못하는 것일까. “성매매는 도둑질과 같은 명백한 ‘범죄’”(이중구 동대문경찰서장)인데도 말이다.

이에 대해 김강자 교수는 “도둑과 성매매는 다르다. 도둑은 피해자가 있어 절대로 막아야 하지만 성매매는 피해자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여성단체의 ‘성매매는 인권파괴’라는 주장에도 이의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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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열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honeypa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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