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처럼 전방위로 뻗친 사정수사에 대해 검찰 안팎에서는 코드수사니 표적수사니 과잉수사니 말이 많았다. 성과가 미흡한 것을 두고 “애초 무리한 수사였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검찰은 공개적으로는 이 같은 비판을 일축하면서도 내심 당혹해 하고 있다. 정치권이나 언론 등 검찰 밖이야 그렇다 치고 내부에서조차 이에 동조하는 듯한 목소리가 나오는 까닭이다.
“이건 내 인사가 아니다”
검찰 쪽으로 안테나를 세우면 먼저 들리는 게 총장을 ‘동정’하는 목소리다. 전(前) 정부 말기에 임명됐다는 ‘태생적 한계’를 지닌 임채진 검찰총장은 새 정부 출범 직전 삼성비자금 사태에 휘말려 도덕적 상처까지 입었다.
정권 출범 이후 검찰 주변에서는 임 총장이 김경한 법무부 장관으로 대표되는 ‘TK 검찰’에 포위됐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김 장관은 사법연수원 1기, 임 총장은 9기로, 사법시험 8년 선배다. 검찰처럼 위계질서가 엄정한 조직에서 8년 선후배 간이면 어른 아이 관계나 다름없다.
검찰 고위간부가 사석에서 한 얘기다.
“우리 총장님 참 안됐다. 그놈의 삼성 떡값 때문에 마음고생하더니 그거 넘기고 나자 무서운 장관이 나타나 통 힘을 못 쓴다. 한마디로 소신을 못 펴고 있다. 장관이 법무무 검찰과장 할 때 총장은 그 밑에 평검사였다. 기수 차이가 워낙 크니 장관 눈에는 총장이 수석검사쯤으로 보일 수밖에 없지 않겠나.”
인사권은 장관이, 수사권은 총장이 갖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두 사람이 각자의 권한을 조금씩 양보해 절충해왔다. 특히 대검 중수부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등 주요 수사부서 인사는 총장의 의사를 반영하는 게 관례였다. 그런데 새 정권 출범 직후의 검찰 인사는 그렇지 않았다는 게 검찰 내부의 중론이다. 총장의 뜻이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중견간부의 전언(傳言)으로는, 임 총장은 사석에서 “이건 내 인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알려졌다시피 검찰의 주요 보직, 특히 사정라인은 TK 일색이다. 검찰 서열 2위인 권재진(경북고, 연수원 10기) 대검 차장을 비롯해 사정수사의 사령탑인 박용석(경북고, 13기) 대검 중수부장, 서울중앙지검의 특수1~3부 수사를 지휘하는 김수남(대구 청구고, 16기) 서울중앙지검 3차장, 주요 수사를 기획하고 조율하는 최재경(대구고, 17기) 대검 수사기획관, 박정식(경북고, 20기) 대검 중수2과장, 김광준(대구 영신고, 20기)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이 주축을 이룬다.
지난 3월, 검찰 간부 11명이 검사장으로 승진했는데, 출신고로 따지면 경북고 출신이 3명으로 가장 많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8부와 조사부를 지휘하는 최교일(15기) 중앙지검 1차장도 그중 한 명이다.
출신만 놓고 조직이나 사람을 평가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뻔한 얘기지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실력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검찰 수사라인을 장악한 TK 검사들 중에는 김 장관이 국정감사장에서 표현한 것처럼 ‘에이스’로 꼽힐 만한 검사가 없는 게 아니다. 출신 지역과 능력은 분명 별개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