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호

바이오베이스 플라스틱, 썩지 않아도 친환경인 3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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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20-11-15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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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물성 재료 섞어 만들어 탄소배출량 감소

    • 생분해 플라스틱과 달리 썩지 않지만 재활용 가능

    • 사람은 못 먹는 농업 폐기물 재활용해 만들어

    • 일반 플라스틱과 달리 환경호르몬 발생하지 않아

    • 일반 플라스틱과 공존 가능하고 내구성 높아

    썩지 않아도 ‘친환경 플라스틱’으로 인정받으며 업계의 각광을 받는 제품이 있다. ‘혼합형 바이오베이스 플라스틱’(이하 바이오베이스 플라스틱)이 그 주인공. 바이오베이스 플라스틱에 ‘친환경’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원료에 있다. 일반 플라스틱은 원유를 가열해 분리한 석유제품인 나프타로 만들지만 바이오베이스 플라스틱은 ‘바이오매스’라 불리는 식물성 재료와 석유 화학물질을 섞어 만든다. 이 같은 까닭에 바이오베이스 플라스틱은 제조 과정에서 오염물질 배출량이 일반 플라스틱에 비해 덜하다. 

    ‘바이오베이스 플라스틱’은 썩는 플라스틱인 생분해 플라스틱과 달리 농업 폐기물을 재활용한다. 일반 플라스틱과 동일하게 재활용도 가능하다. 현재의 일반 플라스틱 재활용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며 오염물질 발생량을 줄일 수 있어 썩는 플라스틱보다 오히려 현실적 대안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폐플라스틱의 범람으로 썩는 플라스틱이 대안으로 떠오르는 상황에 재활용 업계와 관련 학계에서 “썩는 플라스틱을 당장 도입하면 폐기물 관리에 혼선만 생길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썩는 플라스틱인 생분해 플라스틱은 상온에서 썩지 않고 재활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썩는 플라스틱은 정해진 조건, 즉 58℃가 넘는 곳에서 90시간 이상이 지나야 썩기 시작한다. 일반 플라스틱보다 떨어지는 내구성도 문제다. 온도와 충격에 예민하게 반응하니 적합한 용처가 적다. 일반 플라스틱에 비해 잘 부서지니 재활용도 불가능하다. 


    폐기물 재활용해 만드는 바이오베이스 플라스틱

    바이오베이스 플라스틱은 썩지 않는 대신에 썩는 플라스틱의 약점을 일부 극복했다. 썩는 플라스틱에 비해 내구성이 뛰어나고 생산 단가가 낮다. 일반 플라스틱과 비교해 내구성과 생산 단가가 비슷한 수준이다. 약점은 분해성. 일반 플라스틱과 비슷하게 거의 썩지 않는다. 

    플라스틱의 제조 과정을 보면 썩지 않는 바이오베이스 플라스틱이 왜 ‘친환경’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는지 알 수 있다. 일반 플라스틱은 원유를 가열해 분리한 석유 제품인 나프타로 만든다. 이를 원료로 액체 상태인 에틸렌과 프로필렌을 생산한다. 이 둘을 고체로 굳혀가는 방식과 첨가물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플라스틱이 생긴다. 



    이 과정에서 원료에 있던 탄소 성분이 모두 제품으로 변환되지 않고 부생 가스, 폐가스가 된다. 일종의 산업폐기물인 셈이다. 이렇게 생긴 폐기물은 전량 소각된다. 이 과정에서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의 조사에 따르면 나프타의 25%가 제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로 배출된다. 

    바이오베이스 플라스틱은 ‘바이오매스’라 불리는 식물성 재료와 석유로 만든 화학물질을 섞어 만든다. 대표적 사례가 플라스틱 음료수 용기로 주로 쓰는 페트(PET)다. 일반 PET는 나프타로 만든 합성수지 두 종류를 섞어 만들지만 바이오베이스 플라스틱으로 만든 ‘Bio-PET’(이하 바이오페트)는 합성수지와 식물성 재료인 바이오매스를 섞는다. 합성수지가 덜 들어가니 제조 과정에서 오염물질 배출량이 낮다. 썩는 플라스틱에 비해 내구성도 뛰어나다. 단적인 예로 썩는 플라스틱은 1회용 포장용기로 주로 쓰는 반면 바이오베이스 플라스틱은 휴대전화, 자동차 등 공산품에도 쓴다. 

    바이오베이스 플라스틱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식물성 재료는 쉽게 구할 수 있다. 버려지는 식물의 부산물을 이용한다. 반면, 썩는 플라스틱은 대부분 옥수수, 사탕수수 등에서 추출한 녹말을 이용해 만든다. 사람이 먹는 곡물로 만들기 때문에 생산량을 늘리려면 산림을 없애고 농경지를 넓혀야 한다. 바이오베이스 플라스틱도 식물성 재료를 사용하지만 농경지를 넓힐 이유가 없다. 주로 볏짚, 왕겨, 옥수숫대 등 농업 폐기물을 재료로 재활용하기 때문이다. 


    환경호르몬도 전혀 없어

    바이오베이스 플라스틱은 썩는 플라스틱에 비해 가격도 저렴하다. 사단법인 ‘한국바이오소재패키징협회’의 ‘바이오플라스틱 및 인증라벨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석유로 만든 플라스틱의 생산 단가는 ㎏당 1.7~2달러 수준. 썩는 플라스틱의 단가는 일반 플라스틱의 2배가 조금 넘는 4~5달러 수준이다. 바이오베이스 플라스틱은 ㎏당 2~2.5달러다. 

    가격과 내구성 때문에 바이오베이스 플라스틱은 현재 글로벌 플라스틱 업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는 친환경 플라스틱이다. 글로벌 재생수지 조사 단체인 ‘Nova’가 2017년 전 세계 친환경 플라스틱 업계를 조사한 결과, 전체 친환경 플라스틱 생산량 중 바이오베이스 플라스틱이 차지하는 비율이 57.1%를 기록했다. 

    코카콜라도 2009년 바이오베이스 플라스틱인 ‘플랜트 보틀’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자사 음료는 물론 플라스틱 병만 제작해 팔기도 한다. 시장점유율은 더 압도적이다. 플라스틱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친환경 플라스틱 시장에 유통되는 바이오매스 플라스틱 중 바이오베이스 플라스틱이 전체 판매량의 80%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롯데케미칼이 2012년부터 바이오페트를 생산하고 있다. 롯데케미칼 측 발표에 따르면 바이오베이스 플라스틱은 기존 석유계 플라스틱 생산 공정에 비해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20% 적다. 이 제품은 올해 1~9월 내수 판매량만 1487t을 기록했다. 

    바이오베이스 플라스틱은 일부 일반 플라스틱과 달리 성형 과정에서 ‘비스페놀A’라는 석유 화합물을 넣지 않는다. 이 화합물은 환경호르몬이다. 인체에 들어가면 성조숙증, 발암, 성기능 장애 등 다양한 병변을 일으킬 수 있다. 물론 비스페놀A를 사용한 플라스틱 용기에 고열의 음식을 담거나 입을 직접 대지 않는다면 큰 문제는 없다. 체내에 들어와도 90%가량이 체외 배출된다. 소량이라도 체내 흡수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차원에서 비스페놀A를 쓰지 않는 플라스틱 수요가 늘고 있는 셈이다. 바이오베이스 플라스틱은 바이오매스가 성형을 돕기 때문에 ‘비스페놀A’가 아예 들어가지 않는다. 


    한국에서만 천대받아

    국내에서는 바이오베이스 플라스틱이 비주류다. 롯데케미칼을 제외하면 보통 중소규모 업체에서 바이오베이스 플라스틱을 생산한다. 국내 바이오베이스 플라스틱 업계 관계자는 “국내는 ‘생분해 플라스틱’이라 불리는 썩는 플라스틱이 주류다. 바이오베이스 플라스틱 생산업체는 전체의 20~30%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친환경 플라스틱 개발에 나선 기업 중 대표적인 곳이 LG화학, SK케미칼, CJ제일제당 등이다. 이 세 기업 모두 바이오베이스플라스틱 대신 썩는 플라스틱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2014년 환경부가 ‘생분해성 플라스틱(썩는 플라스틱) 사업 해외진출 전략 보고서’를 내는 등 썩는 플라스틱에 주로 관심을 보여 국내 업체 대부분은 생분해 플라스틱을 생산한다”고 말했다. 환경부 녹색산업혁신과 플라스틱 폐기물 담당자는 “생분해 플라스틱과 바이오베이스 플라스틱 전부 관련 인증이 있다. (환경부가) 둘 중 한 제품의 생산이나 소비를 장려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썩는 플라스틱보다는 플라스틱 재활용 독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앞서의 환경부 담당자는 “생분해 플라스틱은 한 번 쓰고 버리는 1회용품에 한해서만 사용하는 편이 좋다. 대부분의 생분해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안 된다.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과 섞어서 버리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박세준 기자

    박세준 기자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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