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호

밀착 인터뷰

실력도 ‘짱’, 기부도 ‘짱’ 프로골퍼 장하나

“기부 계속하려면 더 잘 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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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21-08-31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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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미로 시작한 양궁 덕에 국내 복귀 뒤 슬럼프 극복

    • 유연성 길러주는 ‘골프 웨이트’, 성적 향상에 도움

    • 지적 장애 학생과 동반 라운드 한 뒤, 장애우 돕기에 관심

    올 6월 KLPGA 롯데 오픈에서 시즌 첫 승을 기록한 장하나 선수. [지호영 기자]

    올 6월 KLPGA 롯데 오픈에서 시즌 첫 승을 기록한 장하나 선수. [지호영 기자]

    올 6월 6일 베어즈베스트청라골프클럽에서 치러진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KLPGA) 롯데 오픈에서 프로골퍼 장하나는 연장 접전 끝에 시즌 첫 승을 기록했다. 이날 우승으로 장하나는 프로 데뷔 이후 2012년 첫 승을 기록한 이후 10년째 해마다 우승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그는 8월 9일 현재 KLPGA 투어 통산 13승, LPGA투어 5승 등 총 18승을 기록했다.

    장 선수를 후원하고 있는 BC카드사는 그가 우승할 때마다 우승 횟수만큼 네잎클로버를 수놓은 캐디백을 선물하고 있다. 색다른 네잎클로버는 메이저대회를 상징한다.

    ‘10년간 해마다 우승’이란 기록 외에도 장 선수는 올해 KLPGA 정규 투어 사상 처음으로 상금 50억 원을 돌파했다. 골프선수로서 겹경사를 맞이한 그는 자신의 성취를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들과 함께 나누는 데에도 앞장서고 있다. 6월 초 장애청년들을 위한 일터 ‘푸르메소셜팜’ 건립에 1억 원을 쾌척한 것. 그의 기부는 이번이 세 번째다. 2017년 장애어린이 재활에 1억 원을 기부하며 푸르메재단 고액기부자 모임 ‘더미라클스’ 13번째 회원이 됐고, LPGA투어와 KLPGA투어 대회에서 각각 1승씩 총 2승을 거둔 2019년에도 장애청년을 위한 일자리 조성 사업에 1억 원을 보탰다. 골프 실력도 ‘짱’, 기부도 ‘짱’으로 잘하는 프로골퍼 장하나를 만났다.

    반려견 ‘버디’ ‘이글’과 동거

    경기 용인시 자택에서 장하나 선수(가운데)와 그의 부모가 ‘신동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지호영 기자]

    경기 용인시 자택에서 장하나 선수(가운데)와 그의 부모가 ‘신동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지호영 기자]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장 선수의 집은 ‘프로골퍼 장하나의 갤러리’와 같았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퍼팅을 성공시킨 뒤 주먹을 불끈 쥐는 모습이 담긴 큼지막한 그의 사진이 방문객을 맞는다. 거실에는 그가 골프에 입문한 이후 각종 대회에서 받은 우승 트로피와 우승 재킷, 그리고 대회 깃발과 캐디백, 각종 클럽 등 프로 데뷔 11년차 장하나 선수가 각종 대회에서 수확한 성과물들이 망라돼 있었다. 장 선수 집에는 ‘버디’와 ‘이글’ 등 골프를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이름을 가진 반려견 두 마리를 비롯해 반려견 다섯 마리와 반려묘 두 마리가 함께 살고 있었다. 장 선수와 그의 부모, 반려견, 반려묘와 함께 거실에 마주 앉았다.

    - 10년 동안 해마다 우승했는데,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낸 비결이 어디에 있다고 봅니까.

    “제 경우 인복(人福)이 좀 있는 것 같아요. 해마다 제게 도움을 주는 꼭 필요한 사람이 나타났거든요.”



    - 필요한 사람이라면, 골프 스윙이나 시합 때 멘털에 도움이 되는 사람을 말하는 건가요?

    “그런 분도 있고요. 골프와 아무 상관없는 친구의 친구를 만났는데, 좋은 메이트 덕에 새로운 것을 배우면서 성장하게 됐고, 그게 다시 골프 성적으로 이어지기도 하는 것 같아요.”

    - 좋은 메이트라면?

    “제 친구랑 친한 언니를 얼마 전에 알게 됐는데요, 지금은 제가 좀 더 친해진 느낌? 골프할 때는 골프만 생각하지만, 골프를 하지 않아도 될 시간에는 골프와 멀어지려고 노력하거든요. 그 언니와 함께 드라이브도 가고, 뷰가 예쁜 카페를 찾아다니며 사진도 찍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녀요.”

    거실 한 켠에 도쿄 올림픽 때 자주 봤던 활이 놓여 있었다. 남자 단체전에서 마지막 10점을 쏘며 “끝”이라고 읊조려 화제를 모았던 ‘오진혁’ 선수 싸인이 눈에 들어왔다.

    도쿄 올림픽 땐 3관왕 안산 선수 응원

    - 골프선수 집에 양궁이 있네요?

    “오래전부터 양궁을 취미로 배웠어요.”

    장 선수 곁에 있던 아버지 장창호 씨가 거들었다.

    “하나가 미국에서 국내로 복귀한 2017년에 잠시 슬럼프에 빠진 적이 있어요. 그때 양궁이 슬럼프를 이겨내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태릉선수촌에서 양궁선수들 훈련하는 모습도 보고, 활도 함께 쏴보고, 과녁까지 선수들과 함께 오가며 얘기를 많이 나눴는데, 그게 슬럼프 극복에 도움이 됐나 봐요. 그 뒤 성적도 좋아지고 우승까지 했으니까요.”

    위아래 회전운동으로 홀을 향해 샷을 하는 골프와 앞뒤로 시위를 당겨 활을 과녁으로 날려 보내는 양궁은 운동 방향은 다르지만 목표물을 겨냥한 운동이라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운동이라는 점도 마찬가지다. 운동에서 비롯된 슬럼프를 다른 운동으로 극복한 장하나 선수는 어쩔 수 없이 타고난 운동선수인 모양이다.

    - 국가대표 양궁선수들처럼 10점 과녁에 활을 명중시키기도 했나요?

    “그럼요. 그런데 제가 쏜 거리는 양궁선수들이 쏘는 거리의 절반 정도밖에 안 돼요.(웃음)”

    - 도쿄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양궁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뒀는데, 특별히 응원한 선수가 있나요?

    “안산 선수를 응원했어요.”

    안산 선수는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 여자 개인전과 여자 단체전, 혼성 단체전에서 3관왕에 오르며 한국 양궁의 간판으로 떠올랐다.

    - 안산 선수와도 함께 양궁을 했나요?

    “제가 양궁을 배울 때는 안산 선수가 초등학생쯤 됐을까? 저와 나이 차가 좀 나요.”

    - 요즘도 양궁을 합니까.

    “최근에는 양궁보다 춤을 배우러 다녀요.”

    - 춤?

    “네. 방송댄스라고 K-팝 춤을 배워요. 요즘 유행하는 아이돌 춤을 일대일로 가르쳐주는 곳이 있거든요.”

    - 대회에서 우승하면 우승 세리머니로 K-팝 춤을 추려고 배우나요?

    “꼭 그런 건 아니고요. 요즘 새롭게 시작한 취미예요. 춤을 추면 땀이 정말 많이 나요. 비 오듯 땀이 쏟아지거든요. 한참 춤을 추고 나면 몸도 마음도 개운해져요.”

    짝수로 시작해서 홀수로 연습 끝내

    ‘하나자이저(장하나+에너자이저)’라는 별명이 말해 주듯 모든 일에 열정을 쏟는 그가 얼마나 열심히 춤을 배우고 있을지 상상이 됐다. 장하나 선수의 ‘주캐’인 골프 얘기로 화제를 돌렸다.

    - 골프 실력을 유지하려면 연습은 필수적일 텐데, 장 선수는 평소 연습을 어느 정도 합니까.

    “더운 날씨에는 연습을 오래하진 못해요. 요즘은 오전 9시쯤 (연습장에) 나가서 짧고 굵게 오후 2시에서 3시까지 최대한 일찍 연습을 끝내는 편이에요.”

    - 연습 루틴이 있나요?

    “저는 짝수로 시작해서 홀수로 끝내요. 피칭, 8번, 6번, 4번, 유틸 순으로 올라가서 드라이버 치고, 5번, 7번, 9번 순으로 마무리해요. 제가 다른 선수들에 비해 나이가 좀 있다 보니 연습만큼 체력 관리도 중요해요 그래서 요즘은 몸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프로 데뷔 11년차인 장하나 선수는 올해 한국 나이로 서른 살이다. 100세 시대를 생각하면 한창 젊은 나이지만 프로 골프선수로는 적지 않은 나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여성 프로골퍼들은 30대 중반이 되면 서서히 은퇴를 준비한다. 골프 여제 아니카 소렌스탐도 38세에 은퇴했다.

    - 체력 관리는 어떻게 합니까?

    “과거에는 웨이트트레이닝을 주로 했는데요. 요즘은 중량 중심이 아니라 어깨와 골반 가동범위를 늘리는 골프 웨이트를 주로 해요.”

    - 골프 웨이트?

    “저는 중량을 늘려가며 운동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인데, 얼마 전 새로 만난 피트니스 선생님은 중량을 늘려서 운동하지 못하게 하세요. 그게 처음엔 불만이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골프 웨이트 효과가 나타나더라고요. 그 덕에 올해는 시즌 초반부터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 어떤 점에서 골프 웨이트가 도움이 되던가요?

    “프로든 아마추어든 골프는 운동이기 때문에 근육이 받쳐줘야 좋은 스윙이 가능한데요. 특히 스윙을 잘하려면 균형감과 유연성이 필요한데, 골프 웨이트는 유연성을 좋게 해주는 것 같아요. 프로선수뿐 아니라 아마추어 골퍼 분들도 골프 웨이트를 하시면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제 대학 친구 중에 골프를 이제 막 시작한 친구들에게 골프 웨이트를 가르쳐줬더니 라운드 때 도움이 됐다고 하더라고요.”

    장 선수는 “아마추어 골퍼들이 골프 웨이트를 체계적으로 배우기는 어려울 수 있으니 최소한 라운드 3~4시간 전에 스트레칭을 하는 것만으로도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라운드 전 30분 연습이 3퍼트 줄이는 비결

    - 퍼팅 연습은 어떻게 하나요?

    “아침저녁으로 시원할 때 신원CC에 가서 퍼팅 연습을 해요.”

    - 프로 선수들의 정교한 퍼팅을 부러워하는 아마추어 골퍼가 많습니다.

    “퍼팅은 99%가 연습이라고 생각해요. 아마추어 골퍼 분들도 라운드하는 날 티오프 시간보다 최소 30분 정도 먼저 그린에 나가셔서 공을 굴려보시는 게 3퍼트를 줄이는 비결이 아닐까 싶어요. 공을 직접 굴려봐야 그린 스피드를 알 수 있거든요.”

    - 코로나 시대에 치르는 대회는 느낌이 많이 다를 것 같습니다.

    “코로나 첫해에는 정말 많은 것이 낯설었어요. 재미도 없고요. 저는 갤러리 반응을 보면서 경기 흐름을 파악하는 편인데요, 그게 안 되니 많이 답답했죠. 마지막 라운드에서 6언더를 쳐 우승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대회가 있었는데, 막상 경기를 끝내고 보니 앞 조에서 9언더를 친 선수가 있더라고요. 분위기를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공을 치다 보니까, 시합을 하는 건지, 친선경기를 하는 건지 모르겠더라고요.”

    LPGA 투어의 경우 홀마다 태플릿PC를 설치해 대회에 나선 선수들이 자신의 성적과 다른 선수들의 성적을 확인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고 한다. 갤러리 입장이 어려운 코로나 방역 단계에선 대회 참가 선수가 경기 상황 전체를 알 수 있는 장치가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갤러리 분들의 응원을 받으며 시합할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아버지 장창호 씨도 “선수 부모 가운데에도 코로나 후유증을 심하게 겪는 이가 여럿 있다”고 거들었다.

    “선수 부모 가운데에는 자녀 경기 때 함께 걸어 다니며 건강을 유지한 사람이 많아요. 그런데 1년 반 동안 갤러리를 못 하게 되면서 갑자기 암에 걸린 사람도 있고, 건강이 급격히 나빠진 사람이 여럿 있어요. 자녀 골프 경기 때 부모가 동행할 수 있는 시절이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어디 프로선수 부모뿐이겠는가. 대회가 열리는 필드에 나가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를 따라다니며 응원하고픈 골프 팬도 적지 않으리라. 코로나19 팬데믹은 골프선수는 물론 그 부모와 골프 팬들에게도 크나큰 제약이 되고 있다.

    고액 기부자 ‘더미라클스’ 13번째 회원

    KLPGA투어 2014 채리티 하이원리조트 대회에서 우승한 장하나 선수. [KLPGA 제공]

    KLPGA투어 2014 채리티 하이원리조트 대회에서 우승한 장하나 선수. [KLPGA 제공]

    - 프로 골프선수로서 목표가 있다면?

    “원래 목표는 20승을 해서 명예 시드를 받는 것이었는데요, 올해 갑자기 그 기준이 30승으로 크게 올라갔어요. 기준이 워낙 높아져서 이제 별 의미가 없게 됐어요. 그래서 대회 때마다 재밌게 치는 것으로 목표를 바꿨어요. 성적이 잘 안 나오면 재미없을 수도 있는데, 그래도 즐겁게 치려고요.”

    프로 골퍼 장하나 얘기에서 푸르메재단 고액 기부자 ‘더미라클스’ 회원이 된 얘기로 화제를 돌렸다.

    - 프로 골프선수로 벌어들인 상금 일부를 기부했습니다. 계기가 있었나요?

    “제가 초등학생 때 아버지가 봉고차로 보육원 아이들을 일주일에 한 번씩 엄마 가게로 데려와 밥을 먹이셨어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도 커서 돈을 벌게 되면 누군가를 도와야겠다는 목표가 생겼어요. 프로 데뷔 이후 어떤 방법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2013년에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에서 마련한 행사에서 지적장애아와 함께 라운드 할 기회가 있었어요.”

    - 지적장애아와 골프를?

    “굉장히 잘 쳐요. 장애를 갖고 있지만 어느 것 하나에 빠지면 천재성을 보이는 친구들이 있거든요. 저랑 같이 친 친구도 골프를 잘했는데, 비록 장애가 있지만 그 친구가 골프를 계속할 수 있도록 뭔가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저 혼자서는 누군가를 돕는 환경을 만드는 게 가능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쪽으로 도움을 줄 방법이 없을까 찾아보다 만난 게 푸르메 재단이에요.”

    장 선수가 푸르메재단에 기부를 시작한 것은 2017년이지만 그의 기부는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2014년 하이원리조트의 소개로 강원도 정선 갈래초등학교 골프부 선수들과 인연을 맺고 골프 멘토링은 물론 골프용품을 보내고, 연말이면 장학금까지 지원해 온 것.

    2014년 채리티 하이원리조트 대회 때에는 갈래초등학교 학생들이 플래카드를 들고 응원에 나서 ‘장하나가 갈래초등학교 출신이냐’는 얘기가 나왔을 정도. 그해 장 선수는 갈래초 학생들의 응원에 힘입어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 앞으로도 기부를 이어갈 계획인가요.

    “2년에 한 번꼴로 기부를 해왔는데요. 앞으로도 꾸준히 기부를 이어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죠.”

    #장하나 #KLPGA #프로골퍼 #푸르메재단 #신동아



    구자홍 기자

    구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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