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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정몽준’ 향한 축구계 물밑 신경전

대물림 vs 정권 교체? 축구인 출신 vs 외부 명망가?

‘포스트 정몽준’ 향한 축구계 물밑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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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거판이 상호 비방으로 물이 흐려지는 건 비일비재한 일. 페어플레이 정신을 강조하는 축구판도 마찬가지다. 내년 1월 대한축구협회 회장선거를 앞두고 정몽준 회장을 옹호하는 축구인과 속칭 ‘축구 야당’ 쪽 축구인의 대립이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올해까지 16년간 대한축구협회 회장직을 맡아온 정 회장은 4년 전 “다음엔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포스트 정몽준’ 향한 축구계 물밑 신경전
‘축구 야당’을 표방하는 한국축구연구소와 한국축구지도자협의회는 10월31일 대전 유성구의 한 호텔에서 현역 지도자를 상대로 워크숍을 열었다. 명목은 워크숍이었지만 실제로는 선거대책회의였다. 당시 현장에 돌린 문건에 따르면, 대한축구협회 회장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대의원을 단계별로 어떻게 포섭할 것인지를 설명하는 자리였다.

대한축구협회 회장 선출에는 16개 시도 및 7개 연맹, 중앙 대의원 등 대의원 28명이 투표권을 행사한다. 여기서 연맹의 경우 현역 지도자들에게 사실상 투표권이 있어 ‘지도자 포섭’이 중요하다. 축구팀을 보유한 학교의 학교장 등 관계자가 대의원이 되지만 통상 축구를 잘 아는 지도자가 대신 투표해오던 관행 때문이다.

아직 공식적인 출마 선언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한국축구연구소의 허승표 이사장은 대한축구협회, 김강남 한국축구지도자협의회 회장은 유소년축구연맹, 박병주 한국축구지도자협의회 고문은 고등연맹, 한국축구연구소 연구원인 이용수 세종대 교수는 대학연맹 회장 선거에 나설 것이라고 말하고 다녔다. 예비 후보자 전원은 이날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 ‘선거운동’을 벌였다.

문제는 이 자리에서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거액이 살포됐다는 점이다. 유소년 지도자에게 200만원, 중·고교 지도자에게 300만원, 대학 지도자에게 500만원이 뿌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덕기 한국축구연구소 사무총장은 “200만원씩 뿌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지도자들에게 교통비와 식비로 준 것이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대한축구협회가 사단법인이므로 공직자윤리법상 선거윤리규정을 적용할 수는 없다. 다만 도덕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는 충분하다.



‘돈 살포’ 사실이 드러난 만큼 ‘축구 야당’ 측은 사정이 다급해졌다. 자기 측 후보들이 ‘축구 여당’인 대한축구협회 인사들과의 경쟁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현재 물밑 선거 판세는 김휘 유소년축구연맹 회장, 유문성 고등연맹 회장, 변석화 대학연맹 회장, 그리고 정몽준 회장 등 현재 회장직을 유지하는 인사들이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특히 축구협회회장 선거의 경우 회장이 선임한 중앙대의원이 5명이나 있어 허승표 이사장으로선 정 회장이 미는 후보에게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패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돈 살포 자충수로 몰락 자초

이번 돈 살포 사건으로 ‘허승표의 사람들’은 자칫 축구계에서 매장될 수도 있는 상황에 몰렸다. 허 이사장은 한국 축구계에선 지명도가 있는 인물이다. 김우중 전 회장 시절 국제담당 부회장을 맡았던 허 이사장은 1993년 정몽준 회장이 축구협회 회장을 맡자 협회를 떠났다. 그러나 그는 그동안 ‘축구 야당’의 대부로서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다.

허 이사장은 LG그룹의 공동창업주인 고(故) 허만정씨의 7남으로 기업체 홍보영상과 공중파방송 프로그램 제작을 하는 ㈜미디아트 회장을 거쳐 현재 이동통신 장비회사인 ㈜피플웍스 회장으로 재직 중이다.

허 이사장은 보성고, 연세대, 서울은행에서 축구선수로 활약했고, 잉글랜드 프로팀 코벤트리에서 뛴 뒤 영국축구협회 코치 자격증을 땄다. 허 이사장은 최순영 회장 시절 축구협회 국제담당 이사(1980 ~89)와 김우중 회장 시절 국제담당 부회장(1991~92)을 역임한 바 있다. 당시 협회에서 최고의 국제통으로 통했다.

허 이사장은 1992년 기술위원장 자격으로 캐스팅보트를 행사해 ‘축구계 야인’ 김호 감독을 대표팀 감독으로 만든 주인공이기도 하다. 당시 기술위원들은 김호, 고재욱 감독에게 각각 3표씩을 던져 동률을 이룬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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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구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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