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호

‘왕초보’ 이설 기자의 ‘미술 재테크 A to Z’ 체험 취재

“첫 작품 ‘상한가’는 한 달 월급, 궁합 맞는 ‘옐로칩 작가’를 찾아라”

  • 이 설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now@donga.com

    입력2007-11-09 11: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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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구는 지난해 산 그림이 두 배로 뛰었단다. 방송에서는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본 것 같은 그림이 경매에서 수십억원에 낙찰됐다는 뉴스가 나온다. 신문마다 ‘미술 재테크 열풍’ 기사가 쏟아진다. 고상한 취미생활을 즐기며 돈까지 벌 수 있다니 이 아니 좋은가. ‘어디 나도 한번…’ 생각하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할지 몰라 망설이는 당신을 위한 실속 가이드.
    ‘왕초보’ 이설 기자의 ‘미술 재테크 A to Z’ 체험 취재
    TV에 비친 갤러리는 지나치게 말쑥하다. 화이트 조명을 받으며 깔끔하게 ‘각 잡힌’ 미술관과 갤러리 광경은 다소 비현실적이기까지 하다. 그래서일까. 다른 문화생활과 달리 미술은 유난히 친해질 기회가 없는 편이었다. 음악은 라디오를 통해, 영화는 영화관과 케이블 채널에서, 문학은 도서관에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지만 그림을 볼 수 있는 곳은 미술관과 갤러리가 유일했다.

    미술 문턱이 낮아지기 시작한 건 최근이다. 전시회와 화랑이 많아진 데다 무엇보다 ‘미술 재테크’ 열풍의 영향이 크다. 연일 보도되는 ‘미술 재테크’ 기사를 보고 있으면 미술과 관련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이들은 괜히 손해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 작가 작품 수십억 낙찰’ ‘경매가 최고가 또 경신’ 같은 기사를 접할 때면 더욱 그렇다. 마치 홈쇼핑 채널 같다.

    기자도 미술 재테크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지인에게 “△△△의 작품을 얼마에 샀는데, 그게 두 배로 뛰어서 돈 좀 벌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기도 했다.

    “대박은 없다”

    ‘왕초보’ 이설 기자의 ‘미술 재테크 A to Z’ 체험 취재

    미술 재테크의 1단계는 ‘그림과 친해지기’. 전문가들은 “초보자라면 장르 구분 없이 다양한 전시를 접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그러나 취재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는 달랐다. “100만원짜리 그림을 구입해 10배 이상 가격이 뛰는 경우는 로또에 당첨되는 것만큼 어렵습니다.” “그림으로 재테크에 성공하는 사람보다는 실패하는 이가 더 많죠.” 미술 재테크에 ‘대박’은 없다는 확언. 그럼 도대체 미술 재테크 붐은 왜, 어디서 나온 것이란 말인가.



    미술시장에 예전보다 많은 돈이 몰린 건 사실이다. 정부 제재로 부동산 투자의 매력이 떨어지자, 주식으로 재미를 본 이들이 세계적으로 뜨고 있다는 미술시장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몇몇 인기 작가의 작품값은 수억원을 가볍게 넘겼다. 수년간 소장해온 작품이 갑자기 가격이 치솟아 꽤 큰 차익을 챙겼다는 이들도 여기저기서 나왔다.

    하지만 이런 호황은 일부 작가와 컬렉터에 한정된 얘기라고 한다. 전국의 작가 가운데 미술시장에서 작품이 거래되는 작가는 10분의 1이 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인기 작가의 범주는 더 좁고, 그들의 작품값은 수억에서 수십억을 호가해 이너서클(inner circle)에 속한 몇몇 큰손만 작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일부 대형 갤러리와 양대 경매 회사가 판도를 좌우하는 현재의 미술시장은 폐쇄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몇 년 뒤 작품값이 오를 것을 염두에 두고 현재 수십만원 안팎 하는 젊은 작가의 작품을 구입하는 건 어떨까. 차고 세일(garage sale)에서 헐값에 산 그림이 명화로 드러나 단숨에 부자가 됐다는 해외 토픽의 주인공을 꿈꿔도 될까. 업계 관계자들은 이 역시 힘든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앞으로 어떤 작가의 작품값이 오를지 누구도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물론 참고할 만한 기준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이야기는 뒤에서 다시 하기로 하자).

    그렇다면 생각을 좀 바꿔도 좋지 않을까. 기필코 그림으로 돈을 벌겠다는 자세보다는 미술을 즐기는 법, 그림과 친해지는 법, 가족과 지인을 위한 그림 한 점 제대로 사는 법을 배우고 싶다는 자세로 말이다. 눈에 쏙 들어 구이한 작품값의 가격이 요행히도 크게 뛰어 재테크에 성공한다면 그건 좋은 그림을 알아보고 즐긴 안목에 대한 ‘덤’이라고 생각하자. 너무 ‘모범적’이지 않으냐고? 글쎄, 돈 왕창 벌어보겠다고 큰맘 먹고 질렀다가 두고두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쿨(cool)하지 않을까.

    Lesson 1 - 그림을 사랑하라

    ‘왕초보’ 이설 기자의 ‘미술 재테크 A to Z’ 체험 취재

    전시관과 문화센터에 개설된 미술 관련 강좌는 전문적 안목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

    Q : “미술 재테크는 어떻게 시작해야 합니까?”

    A : “미술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게 우선입니다. 미술품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미술 재테크는 실패하게 마련입니다. 미술품은 자산이기 이전에 예술품입니다. 또한 미술시장의 움직임은 느립니다. 가격이 상승세를 타거나 하락세를 타는 데 시간이 꽤 걸리죠. 분위기를 파악하는 게 중요한 거죠. 그러려면 미술에 애정을 갖고 꾸준히 정보를 수집해야 합니다.”(K옥션 김순응 대표)

    미술 재테크를 하려면 일단 미술과 친해져야 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미술에 대한 관심 없이 그림을 사면 100% 손해 보게 된다”고 충고했다. 미술품의 시세를 결정하는 지표는 다분히 주관적이다. 컬렉터, 평론가, 갤러리, 경매회사의 평가가 종합적으로 아우러져 작품값이 결정된다. 따라서 미술시장에 대한 정보력이 있어야 유망한 작가와 작품을 알아볼 수 있다.

    전문가에게 얼마만큼 투자하겠으니 좋은 그림을 골라달라고 부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주식, 부동산과 달리 미술품은 감성이 깃든 투자대상이다. 작품에 투자하면 되팔 때까지 자신이 즐길 수 있다. 많은 미술애호가가 미술 재테크에 관심을 두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즐거움을 놓치고 남에게 작품 선택을 맡긴다면 억울하지 않은가.

    모든 일이 그렇듯 미술과 친구가 되는 데 왕도는 없다. 발품 팔아 많이 보고, 느끼고, 관련 정보를 수집하다 보면 미술시장 생리를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된다. 그러나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부동산, 주식과 달리 미술은 마음 가는 대로, 취향대로 즐기며 공부할 수 있으니까. 실제로 그림에 재미를 붙여 수개월 안에 큐레이터보다 더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는 ‘미술 도사’로 변신한 미술애호가도 수두룩하다.

    미술과 친해지기 위해서는 일단 그림을 많이 접해야 한다. 시작 단계에는 장르를 한정하기보다 다양한 작품을 보는 게 좋다. 미술관, 갤러리, 작업실, 대안공간 등이 문을 열어놓고 있다.

    먼저 화랑부터 살펴보자. 전국에는 약 400개(김달진미술연구소 추정)의 화랑이 있고, 매일 열리는 전시도 가지각색이다. 어느 전시회부터 찾아야 할지 막막하다면 신문 문화면과 잡지, 그리고 인터넷 사이트를 활용하자. 대중매체는 수많은 전시 가운데 호평을 받는 전시 위주로 소개하기 때문에 전시 선별능력이 부족한 초보자는 매체의 가이드를 따르는 게 좋다.

    미술 전문잡지는 보다 전문적인 식견으로 미술품을 대하는 데 도움이 된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미술관, 예술의 전당, 서울시립미술관, 인사아트센터 등에서 무료로 배포하는 월간 ‘서울아트가이드’가 있다. 시판되는 잡지로는 종합 미술잡지인 ‘월간미술’ ‘미술세계’ ‘아트인컬쳐’와 미술경제지를 지향하는 ‘아트프라이스’, 사진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월간사진’ ‘월간 포토넷’ 등이 있다.

    미술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도 다양하다. 서울옥션, K옥션 등 경매회사 홈페이지에서는 미술 관련 기사는 물론 지난 경매 결과, 시장추이 분석, 작품 정보 등을 볼 수 있다.

    이론보다 중요한 건 실천. 정색할 것 없이 산책하는 기분으로 그림을 보러 나서자. 전시하는 작가와 작품에 대한 정보를 미리 챙기는 게 좋다. 알고 보면 모르고 볼 때보다 감상폭이 넓어지고 기억에도 오래 남는다.

    국립현대미술관, 시립미술관과 같은 대형 미술관은 자녀와 나들이 장소로 좋고, 인사동·삼청동·청담동 등지의 소규모 갤러리는 연인끼리 친구끼리 데이트하기에 그만이다. 전시장에서는 천천히 그림을 둘러본다. 딱히 정해진 그림 감상법은 없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그림의 대각선 길이만큼 멀찍이 떨어져 보는 게 좋다고 말한다.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마음에 드는 그림은 한참 들여다보자.

    기왕이면 용감해야 한다. 전시장 관계자에게 그림에 대한 질문을 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어떤 기법으로 그린 것인지, 작가에 대한 평가는 어떤지 묻고 답하다 보면 관계자와 친분을 쌓을 수도 있다. 이야기를 주고받았다고 해서 그림을 사야 한다는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다. 갤러리 대표들은 “정 부담스럽다면 케이크 하나 사들고 찾아가라. 갤러리 문은 누구에게나 활짝 열려 있다”고 말한다.

    작가의 작업실을 엿볼 수 있는 곳도 있다. 홍대 주변 상수동과 연남동, 동교동 일대에는 20, 30대 젊은 작가의 작업실이 300여 개나 몰려 있다. 작가의 작업실에는 깔끔한 갤러리에서 느낄 수 없는 ‘거친’ 매력이 있다. 물감 묻은 얼굴로 앞치마를 두른 채 작업에 열중하는 작가들의 생생한 작업현장이다. 작품을 두고 작가와 차 한잔 나누며 대화할 수 있고, 완성 전 습작을 볼 수 있으며, 작가에게 직접 그림을 살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Lesson 2 - 동지를 만들어라

    ‘왕초보’ 이설 기자의 ‘미술 재테크 A to Z’ 체험 취재

    이중섭의 ‘황소’. 왼쪽이 진품이다. 오른쪽의 위작은 선이 거칠고 색감도 다르다.

    Q : “그림 좀 봐주세요. 진품인지 가품인지…. 아는 어르신께서 소장하신 작품인데, 아주 오래전에 천경자 선생에게서 직접 구입했다고 합니다.”

    A : “이건 하품 중에도 하품입니다. 도대체 수전증 걸린 사람이 천경자씨 그림 흉내를 냈나요? 저런 천경자씨 사인은 없습니다. 그리고 그림의 색상도, 선도, 인물 표정도 그분의 작품이 아님을 제가 110% 장담합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개설된 ‘미술투자클럽’의 ‘묻고답하기’ 코너에 한 누리꾼이 소장한 그림의 진위를 묻는 글을 올렸다. 이에 클럽 회원들은 저마다 이유를 들어 열심히 댓글을 달았다. 누리꾼들은 “감정협회에 의뢰를 해봐야 정확한 의견을 구할 수 있겠지만 가짜로 보인다”고 결론을 냈다.

    뭐든 혼자 하는 것보다 함께 하는 게 즐겁다. 그림을 두고 서로 의견을 구할 수 있는 미술적 동지가 있다면 두 배로 즐겁고 효율적으로 미술을 즐길 수 있다. 시간 여유가 없다면 미술 관련 인터넷 카페에서 수많은 미술 애호가를 만날 수 있다. 인터넷 카페를 활용하면 따끈따끈한 미술계 최신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궁금한 부분을 가감 없이 질문할 수 있다.

    대표적 미술 관련 인터넷 카페는 네이버에 개설된 ‘미술투자 클럽’과 ‘미술투자 소셜클럽’. 회원들은 전시회와 작가 정보뿐 아니라 ‘모 작가 : 100호-3000만원, 40호-1300만원으로 낙찰. 직전 경매와 같은 낙찰가대로 가격 안정기에 들어간 듯’과 같이 국내외 경매 동향까지 분석하며 전문가적인 면모를 과시하기도 한다. 특히 최근에는 작가·작품 정보와 함께 소장 작품을 올려 자유롭게 직거래하는 ‘아트마켓’이라는 카페도 개설돼 인기를 끌고 있다.

    지인들과 함께 미술을 즐기는 것도 좋다. 미술에 관심 있는 가족과 친구가 있다면 그만이겠지만, 함께 그림 보러 다닐 사람이 없다 해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미술관, 갤러리, 문화센터에서 마련한 유·무료 강좌에 참가하다 보면 어느새 옆자리 사람과 얼굴을 익히고 그림 얘기로 수다를 떨다가 금세 친해질 테니까.

    개설된 강좌는 유화·수채화·한국화 등 실기강좌와 한국미술사·세계의 미술 등 이론 강좌부터 ‘미술품 경매 이야기’ ‘미술품 구입 요령’ ‘국내외 주요 작가 가격 동향’ ‘사진컬렉션’ 등 아트비즈니스까지 다양하다. 인터넷 미술품 경매 회사인 ‘포털아트’에서는 매주 목, 일요일(오후 2~3시) 2회 무료 미술투자 설명회와 작가 초대 설명회도 열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MBC문화센터, 가나아트센터의 강좌가 유명하다.

    미술 애호가가 늘어나면서 함께 그림을 공부하고 투자하며, 나아가 작가를 후원하는 모임도 등장했다. 2006년 10월 결성된 ‘블루오션 : 유망작가 해외진출 후원회’는 회원들이 매달 낸 후원금(10만~50만원)으로 작품을 사 모으고 작가들의 전시를 연다. 뜻 맞는 이끼리 모여 일정 금액을 추렴해 유망한 작가들의 그림에 투자하고 그들의 전시와 해외 아트페어 자금을 후원하며 작가들과 친분을 맺는, 그래서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방법이다.

    Lesson 3 - 궁합 맞는 그림을 찾아라

    Q : “어떤 그림을 사야 합니까?”

    A : “독창성이 있는 작품입니다. 초보자는 안목만 믿고 마음에 드는 그림을 샀다간 후회하기 십상입니다. 작품값은 둘째치고 십중팔구 시간이 지나면 싫증이 나게 돼 있거든요. 잘 그린 그림을 좋은 그림이라고 하는 시대는 18세기에 끝났습니다. 요즘은 아이디어와 독창성을 기준으로 작품을 평가합니다. 백남준씨가 세계적 작가로 발돋움한 것은 세계 최초로 비디오아트를 개척했기 때문이지요.”(예맥갤러리 정근희 대표)

    ‘서울 국제 판화·사진 아트페어(SIPA)’가 열린 10월3일. 수백개 부스를 돌아다니는 동안 몇 번을 탄식했는지 모른다.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을 꽤 여러 점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작품을 구입한다고 생각하니 갈피를 잡기가 힘들었다. 마냥 보기 좋은 그림을 사야 할지, 작품값의 추이도 고려해야 할지, 심지어 누구에게 어떻게 문의해야 할지도 막막하다. 전문가들은 ‘미술에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 초보자’가 대상임을 전제로 작품 고르는 법에 대한 조언을 들려줬다.

    ‘왕초보’ 이설 기자의 ‘미술 재테크 A to Z’ 체험 취재
    김달진미술연구소 김달진 소장 : “실물을 보고 구매하라.”

    김달진 소장은 “초보자는 작품을 상품보다 예술품으로 놓고 보는 게 좋다”고 했다. 일단 취향에 맞는 작품을 고른 뒤 가격과 작품성을 고려하는 게 순서라는 것이다. 초보 컬렉터는 초기 작품 몇 점은 실패하는 게 보통이라 ‘수업료’ 내는 셈치고 좋아하는 작품을 구매하라고 권한다고 했다. 그는 또 “작품을 도록이나 온라인상으로 보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반드시 실물을 확인하고 구매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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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옥션 김순응 대표 : “충동구매를 자제하라” “분산 투자하라”

    김순응 대표는 “초보자는 절대로 안목만 믿어서는 안 된다. 안 사고는 못 배길 정도로 그림이 마음에 든다면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지루해졌을 때 되팔 곳이 없거나 값이 형편없이 떨어지는 상황은 피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같은 작가의 작품 가운데 질이 높은 작품을 골라야 한다는 점, 작품의 보존과 수리 상태를 전문가에게 문의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또 그림 보는 눈은 계속 변하기 때문에 유명 작가가 그린 ‘블루칩 형’ 작품부터 젊은 작가의 작품까지 분산 투자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충고했다.

    ‘왕초보’ 이설 기자의 ‘미술 재테크 A to Z’ 체험 취재
    예맥갤러리 정근희 대표 : “전문가 조언을 따라라”

    정근희 대표는 “자신의 안목도 좋지만, 그림을 사기 전에 갤러리 관계자나 미술계에 종사하는 지인에게 자문하는 게 제일 좋다. 수년간 미술계 한복판에서 그림을 봐온 전문가들의 조언은 분명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왕초보’ 이설 기자의 ‘미술 재테크 A to Z’ 체험 취재
    포털아트 김범훈 대표 : “취향과 독창성을 고려하라”

    김범훈 대표는 ‘내가 걸고 싶은 그림인가’ ‘독창성이 있는가’ 두 가지를 살피라고 충고한다. 내가 좋아하는 그림, 누구도 따라 하지 않는 독창적인 화풍의 그림은 자연히 컬렉터의 관심을 모아 인정받게 된다는 것.

    또한 김 대표는 소장과 관계없이 투자만 생각한다면 대형 갤러리의 전시회를 눈여겨보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현재 경매시장에서 주가를 올리는 그림들은 대개 주요 갤러리와 관련 있는 작가들”이라며 “투자만 목적으로 한다면 갤러리 관계자들과 친분을 쌓아 앞으로 전시회를 할 작가 정보 등을 재빠르게 수집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갤러리들이 발굴해 키우는 작가에는 김성진, 강석호, 이정웅, 김동유, 이수동, 황주리, 김선구, 전명자, 심수구, 감창영, 박성민 등이 있다

    미술계 관계자 : “옐로칩 작가를 주목하라”

    이미 그림값이 오를 대로 오른 블루칩 작가 대신 작품값이 상승하는 추세인 ‘옐로칩’ 작가들의 작품에 투자하는 게 안전하다는 의견도 있다. ‘옐로칩’ 작가란 해외 경매와 아트페어에서 호평을 받은 이들로, 지난해 5월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마릴린 먼로·마오주석’이 3억2300만원에 낙찰돼 화제를 모은 김동유가 대표적. 이밖에 배준성, 최소영, 유승호, 홍경택, 김덕용 등 20여 명도 참신한 제작기법과 특이한 소재로 해외 컬렉터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윤진, 오형근, 김도균, 감강용, 이동재 등도 해외시장에서 주목받는 작가들이다.

    작품값을 결정하는 객관적 지표로는 작품의 크기, 그림의 질, 보존상태, 희소성, 구입자의 기호, 미술품과 사회적 역학관계, 제작 연대, 재료, 방법 등이 있다. 이 지표들을 참고하되 ‘뜨는 작가군(群)’을 간파하는 안목을 갖춘다면 좋은 작품을 고를 수 있다. 대대적으로 전시회를 열거나 아트펀드에서 지목하는 작가, 해외 경매에서 선방한 작가가 아무래도 ‘뜰’ 확률이 높다.

    자나 깨나 ‘짝퉁’ 조심

    Q : “초보자가 그림을 살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뭔가요?”

    A : “반드시 진품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유작(遺作)인 경우에는 감정을 거쳐야 안심할 수 있습니다. 자필 서명을 확인해야 합니다. 진품 서명과 비교해 엉성한 면이 있다면 의심해봐야 합니다.” (가나아트센터 이지영 큐레이터)

    2005년에 일어난 이중섭 위작(僞作) 사건은 그해 3~4월 서울옥션에 위탁 판매된 이중섭의 그림 ‘물고기와 아이’ 등 2700여 점이 위작 논란에 휩싸이면서 시작됐다. 검찰 수사가 진행됐음에도 이 사건은 결국 위조범과 유통 경위를 밝히지 못한 채 흐지부지됐다.

    가짜 작품은 생각보다 많다. 믿을 만한 화랑에서 구입한 작품도 수년 뒤 가짜로 판명돼 가슴을 치는 컬렉터가 적지 않다. 화랑가에서 유통된 작품 가운데 약 30%가 위작이라는 보도도 있다. 그렇기에 전문가들은 “그림을 살 때 작품 진위를 확인, 또 확인해도 모자람이 없다”고 강조한다.

    ‘왕초보’ 이설 기자의 ‘미술 재테크 A to Z’ 체험 취재

    전문가들은 작가의 이름보다 작품의 질을 따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같은 작가의 작품 가운데서도 A급이 소장 가치가 있다.

    우리 미술시장에 ‘짝퉁’이 넘쳐나는 원인은 정확한 감정기관이 없다는 데 있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감정협회에 작품 진위 감정을 의뢰해도 시간이 한정돼 있고 감정협회 관계자가 대부분 갤러리와 관계를 맺고 있어 ‘눈 가리고 아웅’인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위작을 솎아내기 위해 갤러리와 경매회사는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다. 경매회사는 경매에 내놓기 전 모든 작품을 감정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이라도 가짜를 가려내는 일은 쉽지 않다. 회화, 도자기, 서예 등 취급하는 예술품이 다양하고, 각 분야의 전문가를 모으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감정사마다 다른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갤러리는 작고 작가의 작품보다 생존 작가의 작품을 주로 취급한다. 작고 작가들의 작품은 진위를 확인할 방법이 애매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미술품 경매 사이트들은 작품과 작가가 함께 찍은 사진을 남기는 방법으로 위작 유통을 차단한다. 다음은 전문가들이 말하는 ‘작품 사기 전에 꼭 확인해야 할 것들’.

    [1] 진위를 확인하라. 자필 서명이 진품과 다르거나 엉성하다면 가짜인지 의심해야 한다. 특히 작고 작가의 작품인 경우에는 감정을 받는 게 안전하다.

    [2] 작가와 작품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라. 인터넷을 통해 작가의 인지도, 작품가격대, 작가의 비전 등을 확인하라.

    [3] 작품확인서와 가격확인서를 받아라. 추후 작품을 되팔 때 작품을 증명하는 자료로 필요할 수 있다.

    [4]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하라. 갤러리에 직접 찾아가거나 전화로 작품에 대해 문의하라.

    [5] 구입 작품의 상한가를 정하라. 완전 초보 컬렉터라면 연봉의 10%, 혹은 한 달치 월급 정도의 가격이 적당하다. 가격을 흥정하는 것도 좋다.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경우에는 할부도 가능하다.

    [6] 작가의 이름에 현혹되지 마라. 아무리 유명한 화가라도 졸작이 섞여 있게 마련. 작품에도 등급이 있다. 이름에 속지 말고 작품을 꼼꼼히 살펴라.

    [7] 구입한 작품의 작가를 꾸준히 모니터링해라. 작가의 인지도와 작품값의 추이를 토대로 갖고 있는 그림을 팔아 새로 그림을 살 수 있다. 소장 목록을 업데이트하는 것도 중요하다.

    [8] 작품의 족보와 제작 연대를 살펴라. 작가마다 좋은 평가를 받는 활동 시기가 있으며, 누가 소장했는지도 작품값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Lesson 4 - 갤러리에 가자

    Q : “그림은 어디서 어떻게 사는 게 좋나요?”

    A : “갤러리, 온·오프라인 경매, 아트페어를 통해 살 수 있습니다. 작가 직거래 또는 소장자끼리 직거래도 가능하지요. 각각의 방법에는 장단점이 있습니다. 갤러리에서는 천천히 그림을 감상하며 고를 수 있고, 경매에서는 운 좋으면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작품을 구할 수 있지요. 아트페어에서는 여러 작가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둘러보고 구매할 수 있다는 게 장점입니다. 작품값은 어디가 비싸고 어디가 싸다고 말씀드리기 힘듭니다. 경매에 작품값에 유동성이 있는 편이지요.” (동산방갤러리 박우홍 대표)

    그림을 보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화풍(畵風)을 알 것 같다. 좋아하는 작가도 몇몇 생겼다. 오래 기다렸다. 드디어 작품을 살 시간이다.

    미술품을 취급하는 곳은 미술관, 갤러리, 전시장, 화실, 화방 등이 있다. 미술관은 미술품을 전시하는 일종의 박물관으로, 작품을 판매하지 않는다. 갤러리는 미술관에 작품을 납품하고 원하는 이들에게 작품을 판매한다. 그 수익으로 신인 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것도 갤러리의 일이다. 전시장은 작가에게 전시 장소를 빌려주며, 화실은 작업실, 화방은 미술재료를 파는 곳이다. 이 가운데 그림을 살 수 있는 곳은 갤러리가 유일하다.

    갤러리 외에 온·오프라인 경매, 아트페어를 통해서도 그림을 살 수 있다. 작가와 친분이 있다면 작가에게 직접 그림을 사기도 한다. 최근에는 소장자끼리 그림을 직거래하는 인터넷 사이트도 많이 생겼다. 유형별로 나눠 그림을 사러 가 보자.

    #갤러리

    ‘왕초보’ 이설 기자의 ‘미술 재테크 A to Z’ 체험 취재

    경매 현장에 참석할 수 없을 때는 서면 또는 전화 응찰을 이용하면 된다. 경매장은 누구나 구경할 수 있다.

    종종 들르는 인사동 거리. 골목 구석구석 갤러리가 들어찬 미술의 거리이지만, 그림을 산 적은 한 번도 없다. 집에는 그림값보다 액자값이 더 비싼, 외국 화가 작품 프린트한 게 두 점 있을 뿐이다. 혼자 사는 좁은 집에 화가가 그린 작품을 걸어두는 건 언뜻 생각해도 영 어울리지 않다.

    골목 모퉁이의 토포하우스라는 갤러리에 들어갔다. 예전에 들른 적이 있는 곳이다. 3개의 전시장에서는 각기 다른 전시가 진행 중이었다. 그 가운데 사진전이 눈길을 끌었다. 흑백사진 속에 외로이 서 있는 건축물들이 낯선 듯 친근한 듯 묘한 울림을 줬다. 안내하는 직원에게 작품에 대해 물었더니 몇 번 개인전을 연, 꽤 알려진 사진작가라고 한다. 물론 작품을 구입할 수도 있다고 했다.

    사진 작품은 복수 제작이 가능해 그동안 저평가됐으나 최근 수요가 늘고 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사진작가 배병우의 소나무 사진 두 점이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약 13억원에 낙찰됐고, 10월 중순에 열린 국제 판화사진 아트페어에서 미국 사진작가 만 레이의 엽서 크기 작품이 1억4000만원에 팔렸다는 기사를 읽은 기억이 났다.

    사진작가 가운데 주요 화랑이 프로모션하는 권두현 이은진(갤러리 현대), 배병우 백승우(가나아트센터), 구본창 정연두(국제갤러리) 등의 작품 가격이 오르는 추세라고 한다. 사진과 판화 작품은 몇 점이 복수 제작됐는지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니 이에 대한 정보를 꼭 확인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들려줬다. 함께 맞장구칠 동무 없이 혼자였지만, 호젓한 갤러리를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아트페어

    10월3~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홀에서 열린 국제 판화사진 아트페어 첫날. 14개국 70여 개 화랑이 참가했다고 한다. 입장권을 내고 전시관으로 들어가니 각 화랑은 3, 4평(9.9~13.2m2) 남짓한 부스에 그림을 걸어둔 채 손님맞이에 분주했다. 아이들 손잡고 온 가족, 친구와 팔짱낀 20대 여성, 혼자 사진기를 메고 진지하게 작품을 감상하는 중년 남성까지 관람객의 면면은 다양했다. 관람객들은 부스를 지키고 있는 갤러리 관계자들에게 작품 제작 방법 등을 물었다.

    특기할 점은 작품마다 옆에 가격이 붙어 있다는 것. 한 부스의 스태프에게 이유를 물었다. 그는 “아트페어는 여러 화랑이 모여 그림을 전시·판매하는 ‘화랑가 축제’”라며 “전시하는 모든 작품은 가격이 매겨져 있다”고 했다. 가격은 수십만원부터 수천만원까지 천차만별이었다. 이미 팔린 그림 옆에는 빨간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스티커 여러 개가 붙어 있는 작품은 왜 그런가 물었더니 “복수 제작된 작품이라 여러 고객이 ‘찜’하고 갔다”고 했다.

    갤러리인 화랑의 부스에서 특이한 작품을 발견했다. 보는 위치를 달리했더니 옷을 입고 있던 여인의 알몸이 드러났다. 눈을 좌우로 돌릴 때마다 이미지가 변하는 입체사진인 ‘렌티큘러’ 작품이라고 했다. 100호 크기 작품의 가격을 물었더니 1800만원이라고 한다. 아무리 마음에 드는 그림이라도 내게는 ‘심한’ 가격이다. ‘보는 눈은 있어 갖고….’ 아쉬움을 달래며 다음 부스로 발길을 옮겼다.

    #경매

    “1억4500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 1억5000 안 계십니까?”

    최근 경매장을 둘러싼 에피소드를 다룬 MBC 드라마 ‘옥션하우스’가 인기다. 10월5일 오후 해운대 노보텔앰배서더에서 열린 제2회 서울옥션 부산경매. 경매 현장은 실제로도 드라마에서 본 것처럼 숨 돌릴 틈 없이 긴박하게 돌아갔다. 대형 스크린의 그림이 휙휙 바뀔 때마다 입찰자들은 곳곳에서 팻말을 치켜들었다.

    경매에 응찰하려면 사전에 유료회원으로 가입하고 등록신청한 뒤 번호표를 받아야 한다. 연회비 10만원을 내면 매번 열리는 경매의 도록을 제공받는다. 그러나 그냥 구경만 하는 건 누구나 가능하다.

    응찰자는 경매 전에 미리 작품을 살필 수 있다. 작품 도록에는 출품작에 대한 정보와 추정가가 기록돼 있다. 프리뷰 전시는 작품을 만지며 실물을 확인할 수 있도록 마련한 전시다.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다면 작품 정보, 거래가 등을 꼼꼼하게 확인해두는 게 좋다.

    경매 참여 방법으로는 현장·서면·전화 응찰이 있다. 현장 응찰은 말 그대로 경매장에 참석해서 응찰하는 것이고, 서면 응찰은 미리 서면으로 희망 응찰가를 적어내는 것이다. 전화 응찰은 직원과 통화를 하면서 응찰하는 방법으로, 얼굴이 알려진 컬렉터들은 VIP룸에서 화면으로 현장을 보면서 전화 응찰을 하기도 한다.

    미술 정보 SOS는 이곳으로!

    미술 전문지

    ‘왕초보’ 이설 기자의 ‘미술 재테크 A to Z’ 체험 취재
    ▼ 미술세계(www.misulsegae.com) : 1984년 창간한 국내 최초의 월간 미술잡지. 전시회 정보와 미술계 인물, 시장 동향 등을 담고 있음.

    ▼ 월간미술(www.wolganmisool.com) : 회화, 조소, 서예, 비디오예술, 미술이론 등을 소개하는 종합 미술잡지.

    ▼ 아트프라이스(www.artprice.or.kr) : 국내 미술시장 동향과 미술작품 가격을 분석하고 조명하는 미술경제잡지. 국내외 옥션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 월간사진(www.monthlyphoto.com) : 사진 작품 소개, 사진가 인터뷰, 사진집 소개, 포토 저널리즘 강의 등의 내용으로 이뤄진 사진 전문잡지.

    미술 사이트

    ▼ 달진닷컴(www.daljin.com) : 걸어다니는 미술사전. 한국 작가들의 정보, 작가 연락처 및 각 지역의 전시를 소개하고 있음.

    ▼ 네오룩닷컴(www.neolook.com):젊은 작가들의 전시를 주로 소개.

    ▼ 아트인(www.artin.com) : 미술 포털 사이트. 미술 관련 사이트 링크 목록이 풍부. 미술품을 사고파는 ‘미술시장’ 코너도 있음.

    ▼ 서울옥션(www.seoulauction.com): 서울옥션에서 거래된 작품의 낙찰가와 미술시장을 분석한 보고서 열람 가능.

    외국 사이트

    ▼ 아트프라이스(www.artprice.com) : 2100만건에 달하는 미술품 경매와 30만명이 넘는 작가 정보가 수록돼 있음. 작품 시세 추이와 작가에 대한 정보 수집에 용이.

    ▼ 아트넷(www.artnet.com) : 230개국 작가들의 작품 18만여 점의 가격정보가 수록돼 있음. 경매 결과와 갤러리에 대한 자료도 풍부.

    ▼ 중국 미술계 정보 : www.artron.net

    ▼ 일본 미술계 정보 : www.shinwa-art.com

    커뮤니티

    ▼ 미술 투자 클럽 : cafe.naver.com/ artinvest.cafe

    ▼ 미술 투자 소셜클럽 : cafe.naver. com/artsocial.cafe


    가로 10.7㎝ 세로 15.5㎝의 박수근 작품 ‘두 여인’ 차례. 추정가는 4억원에서 6억원. 3억7000만원부터 시작한 호가는 어느새 4억원을 넘기더니 결국 4억6000만원에 낙찰됐다. 추정가는 작품을 위탁한 위탁자와 경매회사가 정하는 대략의 작품가격. 보통 가장 낮은 추정가의 80% 선에서 경매를 시작한다.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은 양대 경매업체인 서울옥션과 K옥션이 주도해왔다. 최근 D옥션, 옥션M 등 7, 8개 경매업체가 새로 생기면서 경매시장은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최근에는 ‘개미 컬렉터’를 위한 중저가 경매, 외국 유명 작가 경매 등 경매의 종류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경매 횟수는 정해져 있지 않지만 보통 한두 달에 한번 꼴로 열린다.

    경매에 참여할 때는 낙찰가 또는 위탁가의 11% 안팎인 수수료를 고려해야 한다. 작품을 위탁하거나 낙찰받을 때 경매회사에 지급해야 하는 수수료를 떼놓고 가격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 초보자라면 구경하는 기분으로 현장 분위기를 몇 차례 익힌 뒤 응찰에 참석해야 실수를 줄일 수 있다.

    #인터넷 경매

    10월7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인터넷 미술품 경매회사 포털아트 3층. 이날 오후 2~4시에는 이경모 화백의 ‘화가와의 대화’와 김범훈 대표의 ‘미술투자 방법’ 2개 강의가 잇달아 열렸다. 포털아트는 매주 목요일과 일요일 미술 애호가를 위한 무료 강의를 열고 있다.

    인터넷 경매 방식은 일반 경매와 다르지 않다. 인터넷에 올라온 작품 가운데 마음에 드는 작품을 정해진 시간에 응찰하면 된다. 회원 가입 후 예탁금을 넣고 그 금액에 한해 응찰할 수 있다.

    경매에 응하기 전 작품을 실물로 볼 수도 있다. 포털아트의 8층 건물은 전체에 경매 예정작과 진행작이 전시되고 있다. 강의가 끝난 뒤 참석자들은 건물 곳곳을 자유롭게 둘러봤다. 30대에 그림에 빠져 20년째 미술품을 즐긴다는 주부 박서영씨. 그는 “이곳에서는 원로작가부터 알려지지 않은 무명작가까지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어서 좋다. 오프라인 경매와 달리 가격도 저렴한 편이어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경매 예정작 가운데 마음에 드는 작품은 직원에게 경매에 올려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다. 몇몇 작품 옆에는 ‘최저 서면입찰가’ ‘최고 서면입찰가’ 등이 적혀 있었다. 최고 서면입찰가로 그림을 사려면 직원에게 얘기하면 되는데 인터넷에서 30초 동안 경매에 붙여진다. 30초 안에 선착순으로 응찰한 사람이 그림을 갖게 되므로 그림을 사고 싶으면 시간 안에 재빨리 마우스를 클릭해야 한다. 최저 서면입찰가는 전체 작품 가운데 약 10%만 정해져 있고, 90%는 1만원부터 시작한다.

    1만원부터 시작하는 일반 경매는 수시로 인터넷 홈페이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다. 최고 서면입찰가 제도는 어떤 그림을 꼭 갖고 싶은데 사이트를 수시로 확인할 여건이 안 되는 이들을 위해 만들었다. 최저 서면입찰가는 “적어도 이 값 이상은 받아야겠다”는 작가들의 일부 작품에만 해당된다.

    8층을 둘러보던 중 마음에 드는 그림을 발견했다. 같은 작가의 작품이 10점 정도 걸려 있었다. 그 가운데 100호 정도 되는 연분홍 색감이 도는 추상화에 눈이 갔다. 가격은 200만원. 김 대표는 작가에 대해 “일본 화단에서 활동하는 유일한 한국 여성 작가”라고 설명했다.

    이곳에서 산 그림은 1년 뒤 100% 재경매에 붙일 수 있다고 한다. 갤러리에서는 시장 상황에 따라 되받아줄 때도,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오프라인 경매는 작품을 선별해 받는다.

    김 대표는 “우리는 미술 대중화를 지향한다. 일부 인기작가가 아니라 모든 작가의 그림을 컬렉터들에게 선보이고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아모리쇼, 바젤, 피악…

    해외 미술에 관심을 가질 필요도 있다. 최근 국내 화랑은 중국 등 해외에, 해외 화랑은 서울에 지점을 내는 추세다. 미술시장이 장차 세계화할 것이라는 조짐이다. 중국의 웨민쥔·장샤오강·왕광이, 인도의 친탄 우파도야이·마흐무드 후세인라스카 등의 작품들이 자국의 신흥 부자들을 등에 업고 해외 경매, 아트페어에서 고가에 낙찰되고 있다.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를 여행할 기회가 있다면 미술 특구를 둘러보는 테마 여행 계획을 짜보길 권한다. 미국의 아모리쇼, 중국의 중국국제화랑박람회, 스위스의 바젤, 프랑스의 피악 등 세계 각국에서 열리는 아트페어에 참가하는 것도 세계 미술시장의 트렌드를 살피는 특별한 경험이 될 듯하다.

    열흘 동안 전시관과 갤러리, 아트페어, 경매장, 미술품 백화점의 문턱을 뻔질나게 드나들던 중 그림 한 점을 갖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아트페어에서 본 사진작품은 보는 각도에 따라 캔버스가 변해 재기발랄한 매력이 있고, 인사동 갤러리에서 본 사진은 서늘한 매력이 있었다. 인터넷 경매회사 전시장에서 본 유화는 고운 색상이 마음에 들고…. 포털아트 김범훈 대표에게 고민을 털어놨더니 “50만원 안팎에서 마음에 드는 그림을 고르되, 화풍의 독창성과 작가의 이력을 살펴라”라고 조언했다.

    첫 번째 작품은 처음 사는 것치곤 가격이 부담스럽고, 두 번째 그림과 세 번째 그림 사이에서 마음이 왔다갔다한다. 장고 끝에 흰색 가구와 어울릴 만한 세 번째 그림을 사기로 결정한다. 누구는 “비싸다. 차라리 내가 그림을 그려주겠다”고 말렸지만 그 그림을 걸어두고 매일 아침 들여다볼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입이 히죽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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