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호

이명박 “콘크리트 운하 폐기…‘친환경’ 아니면 안 만든다”

‘한반도 운하’는 내전(內戰) 중… 콘셉트 전면 수정

  • 최영철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7-11-10 17: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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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하 전체를 생태공원화
    • 이명박 “운하 만들면 경부축 고속도로 더 안 만들 것”
    • 정책위의장 ‘토목 출신…’ 문건에 발끈한 MB
    • 환경파괴 논란 빚은 조령 수로터널, 쌍터널에서 단선터널로
    • 터널 앞뒤 제외한 운하 전 구간 인공수로 배제
    • 수변(水邊)에 정화식물 군락, 나무 숲, 자연습지 조성
    • 김포-구리 한강 수변 시멘트 뜯어내고 자연친화 공간 검토
    • 논란 부른 강변 여과, 취수원 이전, 이중수로에 운하 실무진 부정적
    이명박 “콘크리트 운하 폐기…‘친환경’ 아니면 안 만든다”

    강원도 홍천의 수중보. 보가 있어도 유속은 줄어들지 않는다.

    한나라당이 이명박 후보의 최대 정책공약인 ‘한반도 운하’를 놓고 논란에 휩싸였다. ‘사분오열’이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이런 혼란은 이미 대통령 후보 경선과정에서 그 싹이 자라고 있었다. “운하를 만들면 나라가 망한다”고 연일 목소리를 높이던 박근혜 후보측 의원들이 한나라당이라는 배에 동승하고 있는데다, 경선 중립을 선언하고 ‘중간 섹터’에 머물며 운하에 대한 ‘학습’이 전혀 없었던 의원들이 본선을 앞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경선 승자인 이 후보 캠프는 겨우 몇 달 만에 말을 바꿀 수는 없는 박 후보측 의원들에 대해선 ‘그러려니’ 하는 분위기다. 갈등 양상은 중간 섹터에 있던 의원들로부터 비롯됐다. 한나라당의 책사로 알려진 윤여준 의원은 한나라당 경선이 끝난 직후 ‘주간동아’ 인터뷰에서 “운하는 대통령 공약으로는 적당하지 못하다”고 단언했고, 당 정책위의장이 된 이한구 의원은 캠프 핵심 전문가를 찾아가 ‘운하의 전면 재검토’를 타진했다고 한다.

    심지어 이 후보 캠프 내 ‘한반도대운하 특별위원회’가 소속된 ‘일류비전국가위원회’ 위원장인 김형오 의원은 “대운하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이나 자료를 받은 의원이 거의 없고, 캠프 사람들도 내용을 잘 모른다”며 ‘끝장 토론’을 제의했다가 거절당했다. 이렇듯 분란이 계속되자 그간 운하정책을 준비해온 캠프 내 일부 실무자들은 “운하를 포기한다면 캠프를 떠날 것”이라며 배수진을 치기도 했다.

    당내 운하 전쟁

    이 후보는 논란이 빚어질 때마다 운하 관련 조직과 그에 관여한 멤버들을 따로 모아 “운하 공약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고 진화하며 운하 건설 강행을 약속했다. 그러나 경선 중간 섹터 의원들의 저항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10월1일 이한구 정책위의장이 또 한 번 ‘대형 사고’를 친 것. 이 의장이 당내 각 정조위원장에게 보낸 ‘이 후보 공약에 대한 정책의장 검토 의견’이란 문건의 내용은 당내에서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내수시장 살리자고 한반도 대운하를 한다? 토목 출신 강조하려는가. 선진국 타입의 경기회복 정책은 없는가?”

    지금껏 의원들의 비판을 묵묵히 지켜보던 이 후보도 이 대목에선 발끈했다는 후문이다. 캠프 관계자는 “후보뿐만 아니라 최측근 의원의 입에서 ‘더 이상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는 말까지 나왔을 정도”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외부 공격에 대한 대비 차원에서 각 정조위원장들이 검토, 보완하라는 의도였는데 언론이 왜곡 보도했다”는 이 의장의 해명은 먹혀들지 않았다.

    더욱이 이 의장은 1주일 후인 10월8일 이 후보의 핵심 측근인 이재오 의원과 운하안(案) 재검토 문제를 두고 큰 소리를 내며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김형오 의원도 운하 정책을 두고 이재오 의원과 또 한 차례 논쟁을 벌이며 언성을 높였다는 후문이다. 결국 이런 논란은 10월15일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한반도 대운하 설명회를 열기로 하고 마무리됐지만 깊이 팬 오해의 골은 쉽게 메워지기 어려워 보인다.

    의원들 간의 이런 다툼을 지켜본 캠프 내 운하정책 실무진과 외곽 전문가 그룹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대통령후보의 공약이란 게 큰 틀의 어젠더를 잡고 방향을 설정한 뒤 그 세부 항목은 계속 수정해가는 것임을 뻔히 아는 의원들이 왜 저런 다툼을 벌이는지 모르겠다”는 것. “경선 과정에서 운하에 대해 얼마나 많은 스터디가 진행됐는데 이제 와서 ‘아는 게 없다’ ‘전면 재검토하자’니 복장이 터진다”고 푸념하는 실무진도 있다.

    사실 한반도 대운하 공약은 경선 초기부터 세부적으로 꾸준히 변화를 겪어왔다. 캠프 안팎의 실무진은 “의원들의 다툼도 고민이지만 운하를 거대 토목 공사로 이해하는 일부 토목공학 전문가 그룹과 물류 만능주의자들이 더 큰 위험변수가 되고 있다. 그들이 후보로부터 재가도 받지 않은 내용을 언론 인터뷰나 토론회에서 말하고 다니는 통에 ‘한반도 대운하’=‘콘크리트 운하’ ‘환경파괴 운하’가 되고 있다”며 볼멘소리를 한다.

    이명박 “콘크리트 운하 폐기…‘친환경’ 아니면 안 만든다”

    한반도 대운하의 환경적·관광적 편익에 대해 설명하는 이명박 후보.

    현재 운하정책 찬반 토론에 나가 환경단체나 운하 반대론자들과 맞서고 있는 교수들이나 언론의 취재에 응하는 간판 교수 상당수가 ‘공학자’ 일색인 게 사실이고, 외곽 조직에는 비록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이른바 ‘업자’도 관여하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언론에 ‘이명박 운하’라고 알려진 내용과 캠프 내 한반도대운하특위에서 만든 당원용 ‘대운하 자료’에도 실무진의 정책 검토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대목이 끼어 있다. 외곽 조직과 전문가 그룹, 당내 의원 그룹 등 운하정책 실무조직 안에서도 서로 다른 운하를 구상하고 있다는 얘기다.

    대선을 두 달여 남겨놓은 시점에서 한나라당에는 운하정책 자체를 뒤흔드는 완전 재검토 그룹과 운하 수정보완 지지자, 경제토목 운하 개발론자 등이 뒤섞여 “운하 안이 도대체 몇 개냐, 어느 것이 진짜 이명박 안이냐”는 자조 섞인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재검토하겠다” → “다듬겠다”

    이런 복잡한 형국을 일거에 정리하겠다는 듯, 이 후보는 9월28일 기자회견에서 의미심장한 화두를 던졌다. 한번 결정하면 좀체 바꾸려 하지 않을 것 같은 이 후보의 입에서 ‘수정’을 뜻하는 말이 튀어나온 것.

    “집권하면 세계적인 기술로 검증하고 국내외 환경전문가들로 하여금 치밀하게 다듬도록 하겠습니다.”

    이 후보는 처음엔 “환경전문가들로 하여금 재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가 곧바로 이를 “다듬는다”는 표현으로 수정했다. ‘재검토’라는 말이 ‘운하 포기’라는 뜻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 후보는 10월8일 지방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이와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은 말을 되풀이했다. 이 후보는 측근 참모들에게 “수정은 언제나 있을 수 있지만 운하 정책 자체를 뒤흔드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즉 ‘다듬는다’ ‘재검토하겠다’는 말은 모두 운하의 전체적 개념이나 내용, 성격, 건설 방식 등 세부사항을 언제든 변경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운하를 포기한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집권하면 하겠다’던 세계적 기술진과 환경전문가들에 의한 운하 정책 재검토(다듬기)가 이미 캠프 안팎의 운하 실무진에서는 시작되고 있었다. ‘신동아’는 캠프 내부의 관련 문건을 대량 입수했고, 외곽 조직에서 진행된 비공개 전문가회의에 잠입해 취재했다. 한나라당 내 의원들 간의 잡음과는 무관하게 이 후보와 핫라인으로 연결되는 운하정책 실무진과 외곽 전문가 그룹에선 ‘이명박 운하’가 새롭게 탄생하고 있었다.

    경선 전의 이명박 운하가 물류와 개발 편익을 강조한 물량주의 운하였다면 대선 레이스에서 내놓을 운하는 환경, 문화 중심의 친환경 운하로 탈바꿈했다. 그들은 ‘MB 운하의 진화’라는 표현을 썼다. 일반인이 보기에는 운하 개념의 전면 수정이었다. 캠프의 한 관계자는 “한반도 운하 정책을 처음 띄우면서 ‘국토 대개조 사업’이라는 말을 썼지만 이젠 ‘국토와 환경의 대복원 사업’이라고 표현한다. 뭔가를 파괴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자는 개념이 아니라 우리가 갖고 있는 청정 뱃길과 수자원을 더 풍부하고 깨끗하게 되돌려놓자는 콘셉트로 바뀐 것”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가 요즘 운하와 관련해 입만 열면 ‘국내외 환경전문가의 검증’ 운운하고 ‘교토의정서’와 ‘유럽교통백서’를 부르짖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조짐은 당내 경선 막바지 무렵부터 시작됐다. 우선 운하정책 실무진 사이에서 ‘운하(canal)’라는 말이 사라지고 ‘물길(water way)’이란 용어를 쓰기 시작했다. 외곽 운하 자문기구인 한반도대운하연구회 직속으로 ‘물길연구소’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물길연구소 연구진은 “처음부터 운하가 아니라 물길이나 수로란 표현을 쓰는 게 옳았는데 한번 운하라고 말한 것을 다시 바꾸기도 뭣하고 해서 그냥 썼다”며 “잊힌 조선의 뱃길을 친환경 최첨단 수로로 다시 살려내고, 죽은 강을 살아 숨쉬게 하자는 게 ‘이명박 운하’의 목표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 후보는 ‘신동아’에 “(운하가 만들어지면) 지금의 하천보다 훨씬 더 친환경적으로 바뀔 것이다. 환경을 더 좋게 하는 것이 아니라면 운하를 만들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전해왔다. 향후 운하정책 검증과정에서 환경적이지 못한 부분이 발견되면 정책 자체를 철회할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이 말의 정확한 의미를 캠프 관계자에게 되물었지만 “말 그대로다. 그렇게 써도 된다”고 확인해줬다. 이 관계자는 “이 후보의 말은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반환경적 운하라면 만들 필요조차 없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환경단체에 공감 기대

    이 후보는 ‘신동아’를 통해 한 가지 약속을 더 했다.

    “경부운하가 복원되면 현재 계획 중인 것 외에는 경부축에 새로운 고속도로의 건설은 없다.”

    환경운동단체들이 들으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엄청난 폭발력을 갖는 ‘선언’이다. 제4차 국토종합계획 수정계획(2006~2020년)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건설교통부는 화물운송의 난맥상을 해결하기 위해 경부축으로 3~4개의 고속도로를 신설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이 후보가 경부운하를 만들려고 한다면 경부축의 고속도로 건설계획부터 백지화해야 한다. 경부축에 고속도로를 신설하지 않겠다는 약속만 한다면 운하에 대한 반대의 고삐를 늦출 수도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고속도로 하나를 만드는 데 잘려 나가는 산허리와 터널의 길이는 경부운하 인공터널(20.5km)보다 몇 배나 더 길다. 여주~김천간 중부내륙고속도로(151km) 구간을 예로 들면 터널이 18.4km(20개), 절개지가 84km(405개소)나 된다. 이곳에 덮인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면적은 서울 여의도 면적의 3.6배에 달한다.

    이명박 “콘크리트 운하 폐기…‘친환경’ 아니면 안 만든다”

    이명박 캠프가 계획하는 운하 수변 조감도. 콘크리트는 없다.

    또한 이 후보 캠프의 운하정책 실무진은 경부운하 구간 중 복선 쌍터널로 계획된 충주-문경 사이의 일명 ‘조령터널’을 단선 터널로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운하 발표 초창기부터 생태계 교란 문제를 두고 환경단체와 입씨름을 해왔던 구간인데, 실질적으로 이 후보측이 한발 양보한 모양새다. 복선 터널이 단선화하면 화물 바지선의 터널 앞 대기시간이 길어져 총 운항시간이 길어지고 이는 채산성 악화로 연결될 수도 있다.

    운하 실무진은 “운하의 가장 큰 장점은 정시성과 저렴한 운송비용이지, 얼마나 빨리 가느냐가 아니다. 그래도 화물차로 옮겨 부두에서 대기하는 시간과 비교하면 운하가 더 빠르다. 운하가 만들어지고 물동량이 늘어나면 터널을 양방향으로 추가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신동아’가 입수한 한반도대운하연구회 물길연구소의 내부 문건 ‘대운하 종합 유역수질관리 체계구축-환경/수질문제 개선대책’은 환경단체가 막대한 재원이 들고 오히려 반환경적이라며 반대하고 있는 ‘상수원 취수구 이전’과 식수의 ‘강변여과 취수방식’에 대해서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강변여과 취수방식은 원수를 강변의 대수층에 장기간 체류시켜 자연지층의 자체 정화능력을 이용해 원수 중의 오염물질을 상당량 거른 다음 취수하는 방식. 한나라당 운하 TF팀에서 최근 발간한 당원용 홍보 책자에는 아직도 이 두 가지 방법을 운하의 전면적 식수 확보 방법으로 적고 있다. 캠프 외곽 운하 전문가 그룹 중 일부도 이를 이 후보의 운하 안(案)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에 비해 물길연구소 문건은 “상수원 취수구 이전은 환경부와 서울시에서 일부 검토하고 있는 방안으로, 오히려 운하건설로 수질 악화가 우려돼 취수구를 이전한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며 “기술적 경제적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취수구 이전을 주장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상수원 이전과 함께 경선과정에서 논란거리가 된 강변여과 취수방식에 대해서도 “수량 확보에 어려움이 있고 낙동강 한강 일부 지역에 한해 중소규모로 개발해야 한다”며 “환경부의 판단대로 경기도 가평, 경상도 함안, 창원, 김해, 마산 일부 지역에서만 강변여과 방식을 사용하려 한다”고 했다.

    ‘콘크리트 없는 운하’

    이중수로(취수지역과 뱃길 분리)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다수다. 물길연구소 이시진 교수(경기대 환경공학과)는 “준설시 미칠 일시적 영향이나 선박 운항으로 인한 심미적 요인 때문에 이중수로를 검토하는 것은 오히려 역공의 대상이 되기 쉽다. 운하의 수질이 최상으로 유지될 수 있는 만큼 직접 취수로 정면 돌파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운하 내의 수질 확보는 어떻게 할 것인가. 수질관리를 위한 이 캠프의 복안은 대규모 하상 준설로 수질을 깨끗하게 하고 수량을 풍부하게 한 후 각종 오염원을 철저하게 차단한다는 것이다. 오염원 차단으로 한강과 낙동강 전체 지천이 맑아지면 결국 운하 전체 구간도 지금보다 더 맑고 깨끗한 강이 된다는 논리. 문제는 이에 들어가는 천문학적인 비용이다. 환경단체들도 이 점을 우려한다.

    앞의 문건에 따르면 물길연구소는 운하로 유입되는 오염원을 차단하는 데 드는 예산을 환경부의 4대강 물 환경관리 기본계획에 배정된 32조원으로 충당할 생각이다. 이 중 한강과 낙동강에 해당되는 예산만 전체의 절반인 16조원. 한강과 낙동강이 결국 운하 구간인 만큼 오염원 차단 예산으로 이미 배정된 예산을 그대로 활용하면 ‘꿩 먹고 알 먹기’라는 것이다.

    정부 계획에는 상하수 관거정비로부터 폐수종말처리시설 확충, 축산단지에 대한 공공처리시설 확충 개량, 가축분뇨 총량제 도입, 가축분뇨 처리시설 확충, 광산지역 유출수 처리기술 확보, 탁수 발생 저감, 농촌지역 폐수 저감에 대한 대책 등 한강과 낙동강으로 흘러드는 점·비점 오염원 차단 관리 대책이 모두 포함돼 있다.

    이 계획에는 생태하천 복원사업 예산도 1조4000억원이나 배정돼 있다. 이 후보 캠프는 이 예산과 운하건설 비용에 포함된 비용을 합쳐 운하 전 구간과 그 수변(水邊) 공간을 ‘콘크리트 없는 운하’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지금껏 한반도 대운하와 그 수변 공간은 한강 둔치 그대로였다. 환경단체로부터 ‘이명박 운하’=‘콘크리트 운하’라는 비난을 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는 이 후보의 ‘토목 CEO’ 이미지와 겹치며 부작용을 낳았다.

    ‘이명박 운하’ 하면 대개 물에서 나오면 바로 콘크리트 계단이 있고 그 위로 나무 그늘 하나 없는 콘크리트 공간이 펼쳐진다고 생각한다. 1960년대 말부터 시작된 한강제방사업(한강개발계획)은 ‘여의도’라는 공간을 창출하기 위한 콘크리트 제방 쌓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방을 쌓으면서 조선시대에 아름답기로 유명했던 330만여m2(100만평)의 백사장이 사라졌다.

    이명박 “콘크리트 운하 폐기…‘친환경’ 아니면 안 만든다”

    한강에 만들어진 물고기 전용도로(魚道). 운하에도 이 같은 어도가 만들어진다.

    이런 점을 고려, 운하는 자연하천을 준설해 그대로 사용하고 수로를 인공적으로 직선화하는 구간을 0%에 가깝게 하겠다는 게 캠프측의 방침. 충주와 문경을 잇는 수로터널 앞뒤로 놓일 인공수로 외엔 하천을 인공적으로 직선화하는 구간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수변 공간에는 갈대와 달뿌리풀, 물억새, 꽃창포, 부들과 같은 수질 정화식물이 심어지고, 그 위의 둔치 부분에는 숲이 조성돼 한여름에도 둔치에서 그늘을 만날 수 있다는 것. 숲에는 물에 잠겨도 뿌리가 썩지 않고 잘 자라는 버드나무, 미류나무 같은 수종들을 심을 계획이다.

    그리고 운하 인근 곳곳에 인공 또는 자연 습지가 조성돼 그 자체로 생태학습장이자 공원이 될 수 있게 한다는 계획. 이렇게 되면 수변 공간 자체가 거대한 자연 정화구역이 돼 수질을 더욱 깨끗하게 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이 후보의 운하정책 실무진은 서울시가 최근 발표한 ‘한강 프로젝트’와의 연계를 전제로 1970년대에 조성된 한강의 콘크리트 방벽을 제거하고 강의 원형을 복원하는 프로젝트를 적극 검토 중이다.

    이 후보는 최근 유럽 운하의 환경 기여에 대해 말을 쏟아내고 있다. 경선과정에선 운하에 대해 설명하면서 물류와 지역 개발에 포커스를 뒀지만 요즘은 환경과 문화에 무게를 싣고 있다.

    EU, 운하 건설 권고

    “EU가 3년 전 발행한 ‘2010 백서’에는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 대형 화물트럭의 고속도로 이용을 줄이는 것이라고 나와 있다. EU는 이를 위해 각국에 운하를 만들도록 권하고 있다. 또한 유엔의 당면 과제가 지구 온난화 예방이다. 2013년부터 한국에서도 교토의정서가 발효되는데, 탄소 배출권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강에 물을 더욱 많이 흐르게 해 친환경 교통수단인 운하를 만드는 것이다. 낙동강, 한강 등 5대 강엔 갈수기에는 물이 없다. 5대 강의 물을 맑게 하는 데 10년 동안 20조원이 투입됐다. 이건 예산 낭비다. 운하를 만들면 갈수기에도 물이 많이 흘러 수질개선과 지구 온난화 예방에도 유리하다.”

    일반적으로 운하는 도로수송에 비해 유류 소비는 1/3, 이산화탄소(온실가스) 배출량은 1/5, 수송운임은 1/3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교토의정서는 지구환경 파괴의 주범인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세계 각국이 맺은 기후변화협약의 일환으로 2005년 2월16일 공식 발효됐으며 현재 EU, 일본, 캐나다 등 38개국이 가입돼 있다. 2008년까지 온실가스를 평균 5.2%(유럽은 8%, 일본은 6%) 줄이지 못하면 의무부담금을 내야 한다.

    한국은 현재 의무대상국에서 제외되어 있으나 몇몇 선진국으로부터 2008년부터 자발적으로 부담금을 낼 것을 요구받았고, 2013년부터는 의무가입국이 돼 배출량을 5%씩 감소시켜야 할 처지다. 이 경우 GDP 성장률은 매년 약 20%씩 감소한다. 2000년 국제에너지기구의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세계 9위로, 1990년 이후 배출량 증가세가 세계 최고 수준(85.4%)이다.

    EU는 대기환경 오염을 줄이기 위해 내륙운하 등 비(非)도로 운송을 권장하는 정책인 ‘마르코폴로 플랜’을 세우고 지난 3년간 975억원을 투입했으며 2013년까지 52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또한 EU는 운하 활성화를 위해 ‘나이아데스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에 따르면 유럽 각국은 여러 정책 중 내륙운하를 우선순위에 둬야 하고 교통 네트워크 전체 예산의 1.5%를 운하 프로젝트에 사용하며, 내륙 터미널을 개발해 도로나 철도 구축에 투입되는 예산을 운하 예산으로 전환해야 한다.

    LNG 선박 운항 법제화

    10월4일, 운하 설계 컨설팅 회사인 네덜란드 DHV사와 국내 환경공학자 그룹, 한반도대운하연구회 인사 등 20여 명이 참가한 물길연구소 기술토론회를 취재했다. 비공개 회의 형식으로 진행됐지만 우연한 기회에 방청이 허용됐고, 이후 이 자리에서 오간 대화내용을 파일로 입수했다.

    DHV사는 세계적인 운하 설계·관리·자문회사로, 1998년 한국수자원공사(이하 수공)는 ‘경부운하 보고서’ 작성과정에서 자문역을 담당하기도 했다. 당시 수공은 경부운하에 대해 “타당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DHV사 관계자들은 이날 토론회에서 “한강과 낙동강을 실제로 살펴보니 운하를 만들기 매우 좋은 조건이다. 운하를 만든다면 자연하천을 이용한 친환경적 운하가 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결국 DHV사는 1998년 경부운하에 대한 부정적 보고서를 낼 당시 한국에 와 보지도 않고 서류상으로만 검토한 후 자문을 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날 토론에선 대기환경 개선과 관련한 대목에서 주목할 만한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전문가 그룹의 한 교수가 “바지선의 연료로 LNG 같은 것을 사용하면 선박운항에 따른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철도나 도로운송의 경우보다 낮출 수 있지 않겠느냐”고 질문하자 DHV측은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현저히 낮출 수 있다. 원래 내륙수운이 철도나 도로에 비해 운송효율이 높고 오염물질 배출량이 적다. 그런데 유럽은 운하를 만든 지 오래돼 선박이 노후하다. 따라서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많다. 이에 비해 한국은 운하가 새로 만들어지므로 백지상태에서 LNG 선박을 제작해 쓸 수 있다. 선박의 제작과정과 규정을 미리 법률로 정하면 효율적이면서 환경친화적인 운하로 만들 수 있다.”

    환경단체 ‘이명박 운하’ 비판론의 근거, 독일 RMD 운하

    이명박 후보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에 대한 환경단체의 비판에 자주 등장하는 독일 운하가 있다. RMD운하가 그것. 그런데 환경단체가 말하는 ‘Rhein-Main-Donau 운하(Kanal)’의 실상을 보면 전체 3500km의 수로 중 인공수로 부분인 171km 구간, 즉 ‘Main-Donau 운하’를 가리킨다. 이 후보 캠프측은 “환경단체가 서로 비교할 수 없는 대상을 비판의 근거로 삼아 오해를 빚고 있다”고 항변한다.환경단체는 “MD운하가 171km 연장에 화물선 운행시간이 50시간 이상 걸리는데, 540km인 경부운하를 30시간에 주파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이 후보측은 “MD운하는 해발 406m(평균)로 운하의 최고 높이와 최저 지점의 차이가 175m인 산간지대형 운하라 수위차를 낮추기 위한 갑문이 16개나 있지만, 경부운하는 해발 최고 지점인 조령터널이 110m에 있고 갑문이 13개밖에 없는 평지형 운하다. 산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운하와 평지 운하를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한다.

    MD운하는 고도차 때문에 바지선의 제한 속도가 13km/h에 그치고 갑문이 많아 대기시간도 길어지는 반면, 경부운하의 경우 바지선의 평균 속력이 25km/h로 두 배에 가깝고 갑문도 15개(리프트 2개 포함)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운행시간을 그만큼 단축할 수 있다는 것. 이 후보측의 불만은 또 있다.

    “MD운하는 전 구간이 땅을 파서 만든 인공수로이자 수로 폭도 45~55m밖에 안 되는 소형 운하인 데 반해 경부운하는 터널 지역을 제외한 전 구간이 자연수로이고, 수로 폭만 100~300m에다 수변공간을 포함한 하천 폭은 평균 1km에 달하는 운하인데 이 두 운하를 비교 대상으로 삼는 건 무리다.”

    특히 강폭과 함께 운하에 담기는 수량을 결정하는 수심도 MD운하는 평균 4m인 데 반해 경부운하는 최소 수심이 6m에 달한다고 한다. 따라서 수질도 경부운하 쪽이 좋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후보 캠프측이 가장 억울해하는 부분은 물동량 비교 부분이다.

    “환경단체들은 MD운하가 1990년대 발칸전쟁으로 거의 사용되지 않을 때의 운하 물동량을 기준으로 경부운하의 경제적 타당성을 논하고 있다. MD운하는 유럽의 운하 중에서도 메인 운하가 아니라 물동량이 가장 적은 지역의 운하인 데 반해 경부운하는 국내 수출입 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메인 운하인 데다 앞으로 화물 물동량의 폭증이 예상되는 구간이다.”

    사실 환경단체의 이런 비판은 이 후보 캠프에서 유도한 측면도 있다. 이 후보는 이미 여러 번 독일 운하를 직접 다녀온 후 운하의 장점들에 대해서만 극찬했고, 이에 자극받은 환경단체들은 이 후보가 다녀온 운하를 찾아다니면서 그 단점들을 파헤쳤기 때문이다. 한반도운하연구회 이철수 국장은 “유럽의 운하들로부터 장점만 취하고 단점은 버릴 것”이라며 “경부운하는 유럽 운하와 조건과 기후면에서 다른 점이 많은 만큼 더 친환경적인 운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부운하와 독일 MD운하 비교’
    구분 MD운하 경부운하
    총연장 171km 540km
    인공수로구간 171km전체 40km
    용수공급 저수지 2개 충주댐 일부 사용
    높이 최고/최저차 175m(해발406m) 조령터널 해발 110m
    수로 폭 45m~55m 100m~300m (하천 폭 1Km)
    깊이 4m 최소 수심 6m
    속도 최고 13km/h 평균 25km/h
    갑문 16 13개, 리프트2개


    서울시내 버스가 친환경 LNG 버스로 교체되어가듯, 새로 만들 운하의 바지선과 주요 선박의 연료로 LNG를 사용하자는 제안이다. 이렇게 된다면 강 위로 연기를 내뿜는 화물 바지선은 볼 수 없을 것이다. 더욱이 LNG선을 이용하면 선박사고에 의한 기름 유출을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토론회 참가자들은 그간 환경단체의 반발로 언론에 부정적으로 보도된 부분에 대해 DHV측에 집중 질문했다. 주요 대화 내용을 옮겨본다.

    “보(堡)는 수질악화 주범 아니다”

    ▼ 운하건설을 위해 보를 만들면 유속이 느려지고 담수화가 진행돼 수질이 악화된다고 한다.

    “보(weir, barrier)를 만들면 유속이 느려진다는 것은 선입관에 불과하다. 보도 댐과 같이 일정량의 물을 가두기 위해 건설하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운하상에 있는 보의 경우 배가 다니기 위해 일정 수심을 확보하려는 것이기 때문에 수심만 확보되면 그 위로 물이 흐른다. 잠실대교 밑에 있는 잠실 수중보와 김포대교 아래에 있는 신곡 수중보가 눈에 보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한강이 그 때문에 유속이 느려지고 수질이 오염된다고 말할 수 있는가.

    따라서 유속이 느려져 수질이 악화되거나 부영양화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부영양화는 외부에서 운하로 유입되는 오염물질과 내부에 퇴적된 오염물질에 기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네덜란드의 과거 경험에 비춰봐도 그렇다. 하천 바닥의 오염물을 준설하고 하천에 유입되는 오염원에만 잘 대처한다면 수질은 문제 될 것이 없다.”

    이명박 “콘크리트 운하 폐기…‘친환경’ 아니면 안 만든다”

    독일 운하에 설치된 보와 갑문. 보가 있어도 물은 흐르고, 배가 다니는 길은 오른쪽에 따로 있다.

    ▼ 보를 건설하면 어류 등 수중생태계가 파괴된다는데.

    “당연히 어류 등의 수중생태계 내 이동을 위해서 물고기 전용통로인 어도(魚道)를 보 건설과 동시에 건설하면 된다.”

    ▼ 운하건설 때 제방을 친환경적으로 만들 수 있는가.

    “충분히 가능하다. 친환경 제방은 주변 생태계를 풍요롭게 하기 위해 지역적 특수성에 부합하도록 설계, 시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자연형 제방은 시공시 값비싼 건설자재 사용을 최소화한다. 이런 예는 네덜란드에 매우 많다. 친환경 제방은 동물에게 매력적인 장소로 새로운 서식처를 마련해준다. 아울러 운하와 연결되는 육지공간(둔치)에는 다양한 식물생태계가 생성되고, 그 수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 운하 사고 등의 위험에 대한 우려가 크다. 유럽의 경우는 어떠한가.

    “네덜란드의 경우 인명사고를 비교하면 운하가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도로운송이 122명 사망에 294명 부상인 데 비해 내륙수운은 3명 사망에 26명 부상이다. 운하로 이동되는 물품 중 독극물 등에 대한 우려는 유럽 여러 나라가 안전기준을 마련하고 있어 별다른 문제점이 없다.”

    ▼ 운하 일부 구간을 산의 상층부 협곡을 따라 만들자는 주장이 있다. 하층부에 석회암층이 있어 힘든 것으로 아는데.

    “그것은 아주 중요한 문제다. 석회암층이 있는 경우 지반 침하 등의 우려가 크므로 건설을 되도록 피해야 한다.”

    “준설해도 수질오염 없다”

    ▼ 준설을 하면 오히려 수질이 악화된다는 주장도 있다.

    “하상에 퇴적된 물질이 준설로 인해 다시 부유할 수도 있다. 그러나 수질악화를 걱정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네덜란드의 경우 준설량의 1% 정도만 재부유한다. 이것도 오탁방지막(Curtain wall)을 통해 수로 내로 퍼져 흩어지는 것을 충분히 막을 수 있다. 지난 10년간 준설기술 은 크게 발전했다. 예를 들면 탁도를 최소화하기 위한 오탁방지막의 설치, 하상 상층부에 오염된 퇴적토를 건드리지 않고 오염된 퇴적토층 하부를 준설해 하상 심도를 확보하는 방법, 준설선 자체의 대기오염물질 배출 최소화(여과장치 설치, 청정연료 사용), 서식지 동식물에 끼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한 빛 반사의 최소화, 식생을 방해하지 않도록 특정한 시기는 피해 준설하는 방법 등이 그것이다.”

    ▼ 홍수가 일어날 가능성은 어떻게 줄이나.

    “운하를 처음 설계할 때부터 홍수 방지를 염두에 둬야 한다. 상류와 운하를 따라 물을 가두는 곳을 만들고, 우기에 빗물을 모아두었다 건기에 사용해 물 순환의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네덜란드는 자연 여건이 척박해 홍수 예방에 상당한 비용이 들었는데, 운하 건설과 더불어 홍수예방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점차 줄어들고 있다.”

    ▼ 우리는 운하 건설과 더불어 강과 하천으로 유입되는 오염원을 정부 정책과 연계해 종합적으로 관리하려고 하고 있다.

    “운하를 건실하게 유지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유럽에서도 운하로 유입되는 오염물질을 총량제 등을 통해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무엇이 더 환경적인가

    DHV의 전문가들은 운하 반대론자 사이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운하의 경제성과 관련해 이런 의견을 내비쳤다.

    “한국에서는 운하의 운송 품목을 1차산업 생산품으로 제한한다는 전제 아래 운하 경제성을 분석하는 것 같다. 유럽에서 1차산업 생산품이 운하의 주 운송품목인 것은 그쪽의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운하로 수송하는 품목에는 제한이 없다. 유럽의 운하는 한국에서 우려하는 독극물도 운반이 가능하며 소각장으로 갈 쓰레기도 운하로 옮긴다. 물론 자동차 부품, 반도체 등 최첨단 제품도 컨테이너에 실어 운하로 운송할 수 있다.

    운하라고 하면 흔히 도로에 비해 느리다고만 생각하기 쉬운데, 교통정체 등 예측 불가능의 도로 상황과 비교하고, 사전에 충분히 계획된 물류를 고려한다면 운하가 구시대 운송수단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운하 수송은 24시간 가동되므로 물동량에 따라 신축성 있게 대응할 수 있다. 물동량이 많은 경우도 지체없이 수송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정작 이명박 후보 캠프에서는 운하의 경제성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투입비용 대비 효과를 나타내는 비용편익분석의 수치는 비용과 편익의 항목에 있어 어떤 것을 인정하고 인정하지 않을 것인가, 어떤 것을 늘리고 줄일 것인가, 효과를 거두는 기간을 얼마로 잡을 것인가에 따라 천양지차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명박 운하’는 환경과 문화, 레저의 운하로 기본 틀을 바꿔가고 있다. 늦게나마 ‘환경이 곧 돈’이라는 결론에 이른 듯하다. 환경을 살리려면 돈을 들여야 하고, 환경이 좋아지면 그것으로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 후보 캠프의 김영우 정책상황실 부실장은 “생태와 환경을 지키려면 사람의 정성과 기술, 자본이 들어가야 한다. 매년 홍수와 가뭄, 오염된 수질로 몸살을 앓는 하천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원시시대로 돌아가자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진정한 환경론자라면 입에 올려선 안 될 주장”이라고 잘라 말했다.

    지금까지 운하에 대한 논란 구도가 ‘개발주의자’ 대 ‘환경론자’의 20세기형 다툼의 방식이었다면 앞으로 벌어지는 논쟁에서는 ‘운하를 만드는 것과 포기하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환경적이고 문화적인가’가 화두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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